풍경의 눈 EYE OF THE LANDSCAPE

황지윤展 / HWANGJIYOON / 黃志允 / painting   2020_1130 ▶ 2021_0108 / 주말,공휴일 휴관

황지윤_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다 4,5,6 Enter Nowhere_193.9×391cm_캔버스에 유채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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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KSD 한국예탁결제원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하여 관람 사전 예약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아이디 : koala3455 / 문자 : 010-6262-3455 ※ 예약신청 해주기 바랍니다.

관람시간 / 11:00am~05:30pm / 주말,공휴일 휴관 12월 19일, 1월 2일 전시 관람 가능

전시공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83길 41 일신빌딩 2층 202호 Tel. +82.(0)70.7931.1621 Tel. +82.(0)10.6262.3455

우리는 항상 시선에 둘러 쌓여 있다. 우리는 눈을 통해 대상을 볼 수 있지만 대상 또한 우리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대상이 우리를 보고 있지 않거나 볼 수 없을 때에도, 즉 우리가 몸을 숨기거나 대상의 시야에서 벗어났을 때에도, 우리의 눈은 일방적으로 대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선은 상호적이다. 우리가 일방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이미 시선에 의해 보여지는 존재다. 우리가 상대의 생물학적인 눈을 보고 있지 않을 때에도 그 시선을 의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이 눈을 갖고 있을 때, 그리고 우리가 그 눈을 실제로 볼 수 있을 때 그러한 시선에 대한 인식이 보다 단순하고 직접적으로 일어난다.

황지윤_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다 1,2,3 Enter Nowhere_193.9×391cm_캔버스에 유채_2019~20
황지윤_풍경의 눈展_전시공간_2020
황지윤_풍경의 눈展_전시공간_2020

황지윤의 회화는 시선들의 풍경이다. 그 동안 작가는 친숙한 17세기 네덜란드 풍경화나 동양의 관념적인 산수화의 구도와 기법을 조형언어로 자유롭게 차용하면서 자연풍경과 조화로우면서도 동시에 이질적인 형상들을 화면에 구성해왔다. 풍경 속에서 발견되는 새나 개, 고양이 따위의 동물이나 곤충들 혹은 식물의 무늬들까지 이 형상들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화면의 분위기 속에서 관객을 마치 감시하듯이 훔쳐보기도, 옭아맬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전체적인 회화의 풍경과 이 숨겨진 형상들은 조화와 대립 속 긴장관계를 형성하는데 작가는 이를 통해 관객에게 심리적인 풍경을 제시해왔다. 최근의 작업들은 눈의 형상들을 보다 강조하는데, 이는 이전의 작업보다 더 어두워진 화면 속 대상들이 전달하는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동시에 관객의 심리를 자극하는 시선의 역할을 드러낸다. ● 다만 그 시선들 틈에는 불안감이나 공포와 같은 불편한 감각들 뿐만 아니라 종종 우리를 실소하게 만드는 무엇이 있다. 그것은 회화의 구석구석에서 시선을 보내는 형상들을 관객이 발견하는 것으로부터 온다. 이는 일종의 즐거움이나 놀라움 같은 것으로 이는 작품을 해석하고 감상하는 과정에서 오는 어떤 '보상'과도 같은 것이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 놀이처럼 이러한 효과 덕분에 회화는 계속해서 관객의 시선을 보다 쉽게 화면 안에 붙들어 놓는다. 이 때 관객은 스스로가 화면을 일방적으로 바라보고/감상하고/관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더 자세히 보기 위해 화면 앞으로 다가올수록 관객은 점점 더 회화의 시선에 사로잡힌다. 이 시선은 다소 직접적으로 풍경 안에 그려진 눈의 형상으로부터 시작되지만 이내 화면 전체로부터 나온다. 이 때 관객은 그저 시각적 즐거움의 대상에 불과했던 회화가 보내는 시선에 의해 보여지는 대상이 된다.

황지윤_white eyed 16_유리, 오일 인레이 기법_26×44cm_2020
황지윤_white-eyed 29,31,30_유리, 오일 인레이 기법_44×108cm_2020

아마도 중요한 것은 관객을 보이는 존재로 만드는 시선이 정말 화면에 그려진 눈으로부터 오는가이다. 이는 또한 회화도 시선을 가질 수 있느냐 그리고 실제로 관객은 회화로부터 그 시선을 느낄 수 있느냐라는 질문과도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회화를 통해 이러한 질문들을 드러낸다. 현실세계에서 자신이 보고 있는 어떤 대상으로부터 그 대상이 생물학적인 눈을 갖고 있느냐와 상관없이, 혹은 눈이 있더라도 나를 향해 있는지와 상관없이, 회화는 어떤 보여짐을 인식했던 순간의 감각들을 드러내려 시도한다. 즉 보는 주체를 보여지는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바라봄, 자끄 라깡이 말한 응시gaze를 시각화하려는 시도가 황지윤의 회화 속 세계인 심리적 풍경이다. ● 여기서 황지윤의 심리적 풍경은 인간의 심리적 상태를 회화적 요소들로 표현한 것이 아니다. 이는 자신이 경험한 응시의 순간들을 시각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풍경이다. 전시장에 설치되어 각각 세 개의 면으로 이루어진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다Enter Nowhere」 의 제목처럼 이 존재하지 않는 풍경이란 작가가 직접 눈으로 자연풍경 속에서 시선을 느꼈던 순간들을 다시 회화에 재구성한 세계다. 이 만들어진 세계의 화면에는 응시의 감각들이 투사되어 있다. 다만 회화 속에 그려진 이 눈들은 이 응시를 상징적으로만 우리에게 알려준다. 실제 작가가 인식했던 응시는 어떤 대상의 생물학적 눈이 아니라 자연 풍경의 어느 부분으로부터 온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회화 속 '풍경의 눈'은 우리가 풍경을 바라볼 때 풍경 또한 우리를 바라볼 수 있으며, 이 때 우리가 바라보는 풍경이 우리를 보여지는 대상으로도 만들 수 있다고 말할 뿐이다. 황지윤의 '풍경의 눈'은 앞의 질문, 즉 화면 속에 그려진 눈이, 그것도 대부분 동물의 눈이나 식물 잎의 무늬 혹은 그저 눈처럼 보이는 회화 속 형상들이 우리를 보이는 존재로 만들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 그 자체가 된다.

황지윤_white eyed 8_유리, 오일 인레이 기법_26×44cm_2020
황지윤_white-eyed 2,6,3_유리, 오일 인레이 기법_44×78cm_2020
황지윤_white-eyed 7_유리, 오일 인레이 기법_26×44cm_2020
황지윤_white eyed 11_유리, 오일 인레이 기법_36×26cm_2020

이런 질문은 회화의 시선을 통해 끈질기게 전달된다. 전시장에서 조명은 우리의 시선과 비슷한 위치와 방향에서 화면을 반사시켜 우리의 눈으로 회화를 전달하는데 이 때문에 종종 화면에 생기는 관객의 그림자는 회화 속 풍경의 세계와 현실 속 관객의 존재를 관객의 시선 안에서 연결시킨다. 회화는 그림자에 따라 어둡고 밝아지면서 관객에게 빛과 시선을 더욱 의식하게 만든다. 이는 「white-eyed」 연작의 유리 표면에서 더욱 강조된다. 유리의 표면을 직접 갈아서 새겨 넣은 풍경은 보통의 그림액자 유리가 빛을 반사시키는 것과는 다르게 표면 뒤에 새겨진 형상의 남은 부분, 검은 여백으로 회화 밖의 세계를 마치 거울과 비슷하게 반사시킨다. 이러한 효과는 다시 한번 황지윤이 경험한 응시가 대상의 눈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연 전체로부터 나오는 것임을 상기시킨다. 그것은 나무에 달려 흔들리는 나뭇잎과 정지된 듯 움직이는 구름, 움직이는 듯 정지된 바위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의 풍경 어딘가 불확실하고 불분명한 곳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 W.J.T 미첼은 그의 저서 『그림은 무엇을 원하는가』에서 "최종심급에서 그림이 원하는 것은 단지 그림이 무엇을 원하느냐는 질문을 받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회화란 관객의 감상과 해석의 대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회화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하여 질문하는 것은 회화와 관객 사이의 관계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마찬가지로 황지윤의 회화 속 눈은 응시하는 눈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회화로부터 응시가 나올 수 있느냐고 질문하는 눈이다. 풍경의 눈들은 애초에 관객을 응시하도록 재현될 수 없는 것이다. 라깡의 표현을 빌리자면 회화는 "응시를 위한 덫"이기 때문이다. 황지윤의 회화는 회화가, 혹은 회화 속 풍경의 눈이 관객을 응시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관객에게 우리가 바라보는 외부세계와의 응시에 대하여 질문하도록 만든다. 이제 응시에 대한 회화의 질문은 회화와 관객, 나아가 외부세계인 자연과 그것을 보는 주체 사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 채영

Vol.20201130f | 황지윤展 / HWANGJIYOON / 黃志允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