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lose_드러나다

진은정展 / JINEUNJEONG / 陳垠靜 / painting   2020_1210 ▶ 2020_1230 / 월,공휴일 휴관

진은정_discloseR6_캔버스에 유채_130×97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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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5:00pm / 월,공휴일 휴관

세컨드 에비뉴 갤러리 2ND AVENUE GALLERY 서울 중구 필동로8길 22 Tel. +82.(0)2.593.1140 www.gallery2ndave.com blog.naver.com/gallery2ndavenue youtube.com/channel/UCqmoANAO_Rbkyw7H697Rfig

타블라 라사, 또는 미답의 땅에서-진은정의 회화 ● 그리기는 무모한 일이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대상을 재현하는 부차적인 목적에 봉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대체 그리는 행위는 무엇일까? 이러한 물음 앞에 그리기는 그 '행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으로 남는다. 이때부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사막을 홀로 걸어가는 고행자처럼 육체적인 고역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갈증과 맞닥뜨린다. 이처럼, 그리기에 대한 의혹, 아니면 '왜 그리는가'라는 원초적인 물음 앞에서 화가는 팔을 뻗어 손으로 텅 빈 허공을 타진하는 '온전히 몸으로 직면하는' '무모한 사건'의 미궁에 빠져든다. ● 순백의 백지 공간을 오직 자신도 알 수 없는 지체(肢體)의 의지와 욕망으로 채워야 하는 화가에게 이 일을 위한 길잡이는 어디에도 없다. 모든 그리기의 선행사적 맥락을 벗어나는 순수한 '동작'의 미로에 빠져듦으로써 화가는 오히려 '타블라 라사(tabula rasa)'를 마주하는 깨끗한 자유를 얻는다. 그러나 애초에 그 자유는 사막 한가운데 모든 것이 하얗게 타들어가는 뿌리까지 고갈된 불모지에 주어진 것과 다를 바 없다.

진은정_DiscloseR8_캔버스에 유채_130×97cm_2020

백색 공간에 그어지는 선들은 백색의 심연을 더한층 드러낸다. 그 깊이 없는 중립적 공간을 틈입해 들어가는 작가의 긋는 행위는 무엇보다도 순수한 마음의 떨림으로 기록된다. 이 기록은 앞서 지시된 아무런 의미로도 물들지 않은 백색 공간과 짝을 이루고 마주하는 그 행위의 침묵에서 오는 적막감을 더욱 뚜렷하게 한다. 이러한 '영도(零度)의 긋기' 작업에서 나타나는 선은 무엇인가 상투적이고 손쉬운 외면적 형상을 빌어 구체화하려는 성급한 욕망에서 벗어나 선이 머금은 자체의 힘과 욕망을 따라 하나씩 가시화하는 미지의 그림자가 된다. 이 정의할 수 없는 나타남은 그 자체의 무위한 행위만으로 이루어지는 순수사건의 궤적이 된다. 이 모든 선의 요소들은 문명화된 움직임과 규율화되고 길들여진 선의 감옥을 벗어나 원시상태의 본원적 힘들로 환원된다. 즉, 이 선들은 이 세상에서 규범화되거나 습관화된 특성들을 과감하게 벗어버리고 '자연상태의' 선으로 되돌아간다. 아무런 대상이나 원본 없이 그려지는 이 우연하고 맹목적인 그리기 행위는 그 자체의 무모함으로 인하여 어떠한 선대(先代)의 부채도 없는 적나라한 독립적 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 그리기 전에 이미 존재하는 대상을 재현해내는 것은 동어반복적 행위이거나, 작위적인 행위와 다름없지만, 그에 반하여 순수행위로서의 그리는 행위는 대범하고 즉각적인 현재성의 살아있는 활성을 내포한다. 그것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문득 소나기가 쏟아지듯이 벌어지는 생생한 사건의 총체이다. 구체적인 대상을 그리는 작업은 구체성을 모방하려는 이미 한정된 행위 속에 갇혀 있기에 그 자체로는 순수한 사건이 될 수 없고 무엇인가를 지시하는 이미지가 제시하는 특정 의미의 필터로 분류되는 사건을 재현하는 이차적인 행위가 될 뿐이다. 즉, 앞서는 의미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모방행위이다. 이에 반해 진은정의 순수한 그리기는 아무런 참조사항도 없는 그 행위 자체로 독립된 순수행위가 된다. 그것은 재연 배우의 연기처럼, 이야기의 줄거리를 재연하는 지시문에 종속되는 일이 아니라 순수하게 기존에 없는 '사건'으로서의 궤적을 순간순간 '남기고', '기록하는' 일로서 모든 행위 하나하나가 자신의 내적 충동을 따르는 순수행위가 된다. 하나하나의 '사건'은 둘도 없이 유일한 것이다. 그러므로 순간순간 그어지는 선의 다발들은 유일무이한 사건들의 묶음이다.

진은정_discloseR5_캔버스에 유채_130×97cm_2020

무모한 행동은 무분별하고도 저돌적인 행위이다. 그러한 행위의 미덕은 바로 그 분별심을 갖지 않는 마음의 순수한 욕망이 빚어내는 예기치 않은 가능성으로 잠재한다.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가 말했듯이 손의 욕망은 눈의 이성을 벗어나려 한다. 이성은 앞뒤가 이어지는 조리 있는 선과 진술에 대해서만 수긍한다. 그러나 손은 규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의 욕망을 이끌어간다. 이렇듯 손은 몸의 충동을 충실하게 따르며 아무것도 없는 고립무원의 백색 공간을 더듬어 타진해간다. 작가는 때로 검은색의 중립성을 벗어나서, 자체적으로 높은 가시성을 가지며, 그 가시성마저도 하나의 뚜렷한 이미지로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는 도발의 떨림으로 시야에 떠도는 붉은 선을 택하여 백색 공간에 대한 끈질긴 교란을 시도한다. 백색의 중립적 무풍지대는 적색의 파동에 지형학적 경련을 일으키고 작가의 몸이 지나가는 평면적인 시간과 공간을 또 다른 차원으로 변형시킨다. 그것은 작가의 몸이 '강신제(降神祭)'의 불꽃처럼 뿜어내는 강도에 따라 흔들리는 공간이다. 이러한 강도(intensity)는 이 타블라 라사에서 작가가 맞닥뜨린 살아 숨쉬는 시간의 흔적을 보여준다. ● '타블라 라사(tabula rasa)'라는 개념은 인간이 경험과 학습에 의해 백색의 텅 빈 종이를 채워 나가듯 성장해 간다는 비유에서 나왔다. 여기서 백색의 종이는 경작되어야 하는 헐벗은 땅처럼 아무런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처녀지와 같은 상태로 가정된다. 자기 앞에 놓인 땅을 최초로 갈아엎기 시작하는 사람이 그 땅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가꾸어 나가기는 쉽지 않다. 대개 학습은 선행하는 여러 규범을 따르는 합리적인 사회화 과정을 거쳐 개인들을 무난한 교양인으로 성장시키기에 이른다. 그로서 땅은 다른 많은 땅처럼 비옥하고 생존에 필요한 작물이 잘 자라는 무난한 땅으로 경작되게 마련이지만, 대개의 땅은 기존의 정해진 방식으로 경작되어 이미 약속된 낯익고 무미건조한 곡물들만을 공통적으로 생산해낸다. 그러나 이러한 평범한 수확물에 만족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또 다른 욕망에 기대어 새로운 방식으로 땅을 경작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남들이 이전에 꿈꾸지 못한 새로운 풍경을 일궈내고 전혀 색다른 과실들을 수확한다. 그는 기존의 범례에 따르지 않고 자신의 욕망이 지시하는 바에 따라 땅을 갈아엎고 스스로의 의지에 맞게 땅의 성깔을 바꾸어 감으로써 그러한 결과에 도달한다. 그 땅은 온전히 그의 영토가 된다. 그러나 그 땅이 익숙해질 무렵 유목민은 그곳을 미련없이 떠나 또다른 미답의 땅으로 향한다. 그곳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수확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은정_discloseR3_캔버스에 유채_91×73cm_2020

백지 상태의 미답의 영토와 적나라하게 대면하고 빈 곳을 채워가는 것은 작가 자신의 몸이며 거기서 발하는 의지이다. 선행하는 모든 맥락을 벗어난 '순수한' 행위로서의 '선의 의지'는 무엇을 묘사하거나 닮으려는 것이 아닌 순수한 선의 무모한 의지에 의해서 오로지 흰 바탕에 '무위(無爲)한 긋기'로서의 채움과 그리기가 있을 뿐이다. 데모스테네스 다베타스(Demosthenes Davvetas)는 회화, 또는 그리는 행위를 '행동하는 힘의 총체(somme des forces agissantes)'라고 보았다. 행동하는 힘은 자발적인 움직임이다. 그러한 움직임은 늘 다양한 방향으로 분화하는 잠재성을 가진 현재형의 풍요한 번식력(fertility)을 가지고 있다. 선 자체의 자발성은 행동 자체에서 오는 힘의 의지이다. 거기에는 특정한 체계를 모사하거나 답습하기 위해 쓰이지 않는 길들여지지 않은 신경 자체에서 오는 반사적인 행위의 순수함이 있다. 이러한 순수하고 본능적인 신경반응은 오랜 습관에 길들지 않은 자연스러운 자동기술을 자아내는 내면 의지의 기록이다. 그것은 다만 자신에 충실함으로써 자신만의 파닥이는 '자아'를 캐어낸다. ● 중력에 의해 아래로 내려꽂히거나 바람에 의해 비스듬히 빗발치는 빗줄기는 오로지 순수한 자연의 의지에 순응하는 움직임을 낳는다. 거기에 무심코 드러나는 빗줄기들의 움직임은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매 순간 공간을 선점하거나 공유하는 다른 선들이 이루는 영역과 암암리에 교섭하고 충돌하며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간다. 이러한 선들은 칼끝처럼 허공을 스쳐 가며 끝없이 주어진 공간에 자신의 흔적을 새겨 넣는다. 이러한 선들의 교차와 충돌을 통해 허공은 매 순간 끝없이 살아 움직이는 비옥한 모태 공간으로 화한다. 작가 진은정의 선들이 그어지는 화면 또한 그러한 모태 공간으로 순간순간 되살아나는 공간이 된다.

진은정_discloseR9_캔버스에 유채_194×130cm_2020

구체적인 이미지가 지시하는 이미지 기호의 지시적 기능은 작가가 의도하는 정해진 의미를 향하여 집중적으로 유도하는 억압적인 방향성을 담고 있는데 비하여, 자유로운 선의 이미지는 그 자체로 욕망의 맨몸을 드러낸다. 이 욕망은 매끄러운 백지의 화면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질주하며 그때그때 맨몸으로서의 손이 접하는 우연하고도 필연적인 상황과 접속하여 전혀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작업은 작가로 하여금 마주하는 현존과 맨살로 마주하게 하는 솔직한 대결과 그 결과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존재의 백서를 보여준다. 대개의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이미 정해진 양식으로서의 회화는 언뜻 사람들 눈에 익숙해진 대로의 의문 없는 상투적 풍경을 재현할 뿐이다. 그러나 오로지 공허를 향하여 질주하는 현재형의 선의 궤적으로 이루어진 선의 다발들은 각각의 유일한 궤적을 드러내며 무엇인가로 규정되지 않은 욕망의 덩어리가 품고 있는 낯선 생생함을 발산한다. 시공의 막막한 공허에 몸을 던진 작가가 마주해온 생생한 싸움의 흔적처럼 뒤섞이고 성기게 겹쳐진 선의 다발들은 현재진행형으로 살아있는 시간을 증거한다. 거기에는 한발짝도 물러날 수 없는 대결에서 튕겨내는 강렬하고도 담백한 긴장과 울림이 있다. ● 작가 진은정은 이처럼 기존의 체계가 교묘하게 짜 놓은 보이지 않는 미학적 틀 안에 갇히거나 길들여진 풍경에 안주하지 않고 무모하리만큼 단순하고 과감하게 자신의 본능에 길을 맡기고 질주하는 선들을 풀었다 당겼다 하는 가운데 화면 공간에 선들의 집을 생생하게 지어주고 그것들을 통해 세계 속에 자신만의 유일한 공간을 구축해낸다. 그것은 타블라 라사로서의 텅 빈 공간에 있는 그대로 각인되는 작가의 살아있음의 흔적이다. ■ 서길헌

진은정_discloseR14~25_캔버스에 유채_각 53×45.5cm_2020

Tabula rasa, or in the unknown land-About the paintings of Jin Eun Jeong ● Painting is a reckless act. If the act of painting is not intended to serve the secondary purpose of representing the object, what is the proper meaning of such an act? Faced with this question, painting remains a fundamental question about "such an action" itself. From now on, the one who paints, like an ascetic walking alone in the desert, not only encounters a physical chore, but also a mental thirst. In this way, in front of the suspicion of painting or the original question of "why paint", the painter falls into the abyss of a "reckless event" with which his whole body faces alone, in which his arms reach out and probe the empty space with his hands. ● For a painter who has to fill the pure white space with the will and desire of limbs he cannot know, there is nowhere for a guide for this work. By immersing himself in the maze of pure "movement" which goes out of the context of all the previous history of painting, the painter rather acquires a clear freedom to face the "tabula rasa". But above all, this freedom is nothing other than what was given to a barren land in the middle of the desert, where everything was exhausted even with its burning roots drying up. ● The lines drawn in the white space reveal more of the white abyss. The artist's act of drawing through the bottomless neutral space is recorded as a heart quiver above all else. This recording emphasizes the sense of silence that comes from the mutism of the action in front and responds to a white space that has not been stained with any of the meanings previously stated. The lines that appear in this "zero degree of painting" become an unknown shadow that visualizes itself one by one according to their own strength and desire, freed from the eager desire to materialize something using a conventional and easy outer form. This indefinable appearance becomes the trajectory of a pure event made up solely of its own useless actions. All these elements of line escape the prison of civilized movements and the disciplined and tamed line, and are reduced to the primordial forces of the primitive state. In other words, these lines radically renounce the normative or usual qualities in this world and return to the "natural" line. This accidental and blind act of drawing without object or original is doomed only to become a naked independent act without any ancestral debt due to its own recklessness. ● To represent an object which already exists before drawing is a repetitive or artificial act, but on the contrary, the act of drawing as a pure act implies a living activity of an extended and immediate presence. It is the totality of a living event that occurs as a downpour suddenly pouring into an empty space. Since the work of drawing a specified object cannot be a pure event in itself as it is trapped in a limited act that attempts to imitate the concrete object, but it is only a secondary act of reproduction of an event classified by a specific significance filter represented by an image indicating something. In other words, it is an act of imitation that follows in the footsteps of the previous meaning. On the contrary, the pure drawing of Jin Eun Jeong becomes a pure independent act without any reference. It is not subordinate to the instructions to replay the scenario, like the play of a reconstruction actor, but "to leave" the trace and "record" the trajectory as a purely non-existent "event". It becomes a pure act that follows an inner impulse. Therefore, the bundles of lines drawn at each instant are a bundle of unique events. ● The reckless act is thoughtless and audacious action. The virtue of such an act is latent as an unexpected possibility engendered by the pure desire of the mind which has no distinction. As Roland Barthes noted, the desire of the hand tries to escape the reason of the eye. Reason only accepts consistent lines and statements that match the front and back. However, the hand leads the body's desire to escape the rules. In this way, the hands faithfully follow the impulses of the body and grope the totally isolated white space with nothing. The artist sometimes abandons the neutrality of black and tries to disrupt the space with red lines, which possesses strong visibility in itself, and its visibility is not fixed as a single clear image, and it floats in white space with the trembling of constant provocation. The neutral white area causes topographical convulsions by the red wave and transforms the flat time and space through which the artist's body passes into another dimension. It is a space where the artist's body trembles according to the intensity emanating like a firework display of a sacred rite. This intensity shows traces of the liveliness of time that the artist encountered in this tabula rasa. ● The concept of "tabula rasa" comes from the metaphor that humans grow up through experience and learning as if they were filling out a blank white paper. Here the white paper is assumed to be in a state of virgin land untouched by humans, like bare land that needs to be cultivated. It is not easy for a person who begins to plow the land for the first time in front of him to cultivate the land in his own way. Most of the time, learning goes through a rational socialization process that follows a number of earlier norms, leading to the growth of individuals into passable cultured people. As a result, the land will be cultivated as fertile land like much other land, and the crops necessary for survival may grow well, but most of the land is cultivated in a conventional manner to produce only familiar, bland grains that have already been promised. However, those who are not satisfied with this ordinary harvest and want to cultivate the land in a new way, relying on their own desires, create a new landscape that others have not dreamed of before and reap the rewards completely different. He achieves such a result by not following the existing custom, but by plowing the soil according to his desires and by changing the nature of the soil according to his will. Thus, the earth becomes entirely its territory. But, when the land gets used to it, the nomads leave without regret and head for another uncultivated land. Because we no longer expect a new harvest in there. ● It is the artist's own body and his will that emanates from it to face uncultivated territory and fill the empty. The "will of the line" as a "pure" act outside of all the preceding contexts is not intended to describe or resemble anything, but only to fill in and draw as an "uninteresting drawing" on a white background by the reckless will of the pure line. Demosthenes Davvetas considered painting or the act of drawing as a "sum of the active forces". The force to act is a spontaneous movement. Such a movement has the present form of abundant fertility, which has the potential to always differentiate itself in various directions. The spontaneity of the line itself is the will to force that comes from the action itself. There is the purity of the reflexive action of the untamed nerve itself, which is not used to imitate or follow any particular system. This pure and instinctive nervous reaction is a recording of the inner will which drives natural automatic techniques that have not been tamed by old habits. It is only by being true to himself that he unearths his own vivacious "I". ● Rain trails falling by gravity or blown obliquely by the wind produce movements which conform only to the will of pure nature. The movement of the lines of raindrops unintentionally revealed there seems confusing, but every moment they are negotiating and colliding with the area formed by other lines that preempt or share the space, creating their own space. These lines cross the air like the point of a sword and engrave their own traces endlessly in the given space. Through the intersections and collisions of these lines, the air becomes a fertile space that moves endlessly every moment. The surface of a canvas on which the lines of the artist Jin Eun Jeong are drawn also becomes a space that resuscitates itself every moment as such a matrix space. ● While the indicating function of the sign-image indicated by the figurative image contains the oppressive orientation which leads intensely towards the meaning intended by its creator, the image of the free line itself reveals the naked body of its own desire. This desire crosses the smooth white screen in its own way and creates a completely new situation by connecting with the accidental and inevitable situations encountered by bare hands at that time. This work reveals a white paper on the natural existence resulting from a candid confrontation that confronts the artist with presence and bare skin. Painting as a predetermined style accepted by most people at first glance only reproduces the unchallenged and cliché landscape as familiar to people. However, the bundles of lines made up of the line trajectories of present tense flowing towards the void reveal every single trajectory and radiate the eerie liveliness of the mass of desire that does not define itself as something. Like the traces of vivid battles experienced by the artist, who threw himself into the void of time and space, the bundles of blurred lines and little thinly overlapping testify to the current progression of the time of life. There is sheer tension and intense resonance bouncing off a confrontation that can't even be stepped an inch backward. ● In this way, artist Jin Eun Jeong built the space unique in the world, making a house for lines, and rejecting the existing system that got trapped in an invisible aesthetic framework that was painstakingly woven, and not content with a tame landscape, but recklessly and boldly entrusted the path to its instincts, unwinding and withdrawing its lines. She vividly builds a house of lines in the space of a canvas, and through them she creates her own unique space in the world. It is the trace of the artist's lifetime as it is in empty space like Tabula Rasa. ■ Seo Guil Heon

Vol.20201210h | 진은정展 / JINEUNJEONG / 陳垠靜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