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수 「토론극장」 보고전-가까이, 조금 멀리 있어줘 HYESOO PARK ARCHIVE EXHIBITION COME CLOSER BUT NOT THAT CLOSE

박혜수展 / PARKHYESOO / 朴彗秀 / mixed media   2020_1216 ▶ 2021_0131

박혜수_가까이, 조금 멀리 있어줘展_교보아트스페이스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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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수 홈페이지_www.phsoo.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교보문고 후원 / 교보생명_대산문화재단_서울문화재단_서울특별시

관람시간 / 11:00am~08:00pm

교보아트스페이스 KYOBO ART SPACE 서울 종로구 종로 1(종로1가 1번지) 교보생명빌딩 B1 교보문고 내 Tel. +82.(0)2.397.3402 www.kyobobook.co.kr/culture/cultureClassicDetail.laf?serviceGb=KAS&serviceCd=45

『가까이, 조금 멀리 있어줘』전시는 박혜수 작가의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전시의 관객 프로그램 「토론극장: 우리_들」(이하 '토론극장')의 결과보고전이자, 새로운 「토론극장」을 여는 자리이다. 「토론극장」은 일종의 관객참여 세미나 프로그램인데, 전문가 패널이 관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만이 아닌 관객들이 미리 설계된 실험에 참여해야만 프로그램이 작동된다는 점에서 일반의 세미나와 구별된다. 긴 시간 '우리'라는 말이 함유한 사회적 통념의 층위를 살펴보고 있는 박혜수 작가는 2019년 「토론극장」을 시도했고 그때부터 관객들을 통해 이론에 갇히지 않은 일종의 살아있는 데이터를 축적해 오고 있다.

박혜수_가까이, 조금 멀리 있어줘展_교보아트스페이스_2020
박혜수_가까이, 조금 멀리 있어줘展_교보아트스페이스_2020
박혜수_가까이, 조금 멀리 있어줘展_교보아트스페이스_2020

1막부터 5막까지의 「토론극장」은 6,000여명의 관객들이 참여한 '당신의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설문결과에 기초하여 기획되었으나, 작가는 「토론극장」을 매회 운영하면서 사전 기획 단계에서 정답이라 예측한 것과는 다소 어긋나는 다양한 결과치들을 경험했다. 즉 관객 참여 설문 「당신의 우리는 누구인가?」의 결과와 「토론극장」을 5막까지 운영하며 쌓은 관객 데이터 자료 모두가 이번 전시의 기초인 셈이다. 사실 이번 전시의 제목 『가까이, 조금 멀리 있어줘』는 사회과학자의 태도로 설문의 정량적 결과를 선 검토한 작가가 그 결과를 마치 깊은 우물을 들여다보듯 정성적으로 확장시키며 쓴 문장을 그대로 가져왔다. 부연하면 전시 제목은 얼핏 누군가를 향한 감각적 호소의 뉘앙스를 풍기지만 재미있게도 근간은 객관적 설문 통계 데이터를 뿌리로 한다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선문답 같은 『가까이, 조금 멀리 있어줘』는 이번 전시를 설명하는 한 줄의 말이자, 그 너머를 확장시키는 기준점이 된다.

박혜수_타원을 그리는 법(부제: 타인을 그리는 법)_ 벽면에 실, 파스텔_가변크기_2020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 중 「타원을 그리는 법」을 우선 살펴보자. 이 작품은 다양한 타원이 겹쳐진 설치작품과 관객들이 직접 벽면 컴퍼스를 작동시켜 원을 그려보는 작업으로 구성되며 모두 이상적(理想的) '거리감'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그래픽 「타원을 그리는 법」은 친밀하지만 부담이 큰 관계/친밀하고 의지하는 관계/적당히 친밀하고 서로의 자유를 존중하는 관계/모르는 사람이지만 '우리'라고 불리는 관계를 포함한 총 8-9가지 유형의 관계를 도식화한 것으로, 두 명의 인간 주체를 두 개의 점으로 상정하여 원을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두 점 간 '줄의 거리'를 두 주체간 '친밀도'로, '줄의 강도'를 '관계의 부담감'으로 설정하였는데, 작품에는 「당신의 우리는 누구인가?」 설문 내용 중 '당신의 우리는 어디 있을까?'의 완벽한 원이 아닌 찌그러진 타원형의 원들이 중심에 있다. 심지어 두 점 간 줄의 거리와 줄의 강도를 고려하였을 때 완벽한 원의 그림은 설문에 참여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원치 않는 '친밀하지만 부담이 큰 관계'를 보여주는 도식의 형태가 된다. 한편 전시장 내부에 설치된 「타원을 그리는 법」은 컴퍼스를 관객이 직접 돌려보며 나와 너의 관계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타원 그리기 같은 가벼운 물리적 체험을 통해 답하게 된다.

박혜수_타원을 그리는 법_타원 콤파스, 관객체험작업_가변크기_2020
박혜수_타원을 그리는 법_타원 콤파스, 관객체험작업_가변크기_2020

다음으로, 「I, Somebody, Anybody」는 관람객이 좌우의 Somebody (누군가)와 Anybody (아무나)의 자리를 만들고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는 작품으로 관객은 사진을 찍기 전, 자신이 원하는 만큼 의자의 길이를 조절하고 '누군가'와 '아무나' 사이에 자리할 수 있다. 이 '길이조절' 이슈는 박혜수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어떤 모양의, 얼만큼의 거리를 가진 자리를 사람들에게 내어주며 그들을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우리들은 '나'와 'Somebody(누군가)'와의 거리가 어느 정도 인지, '나'와 'Anybody(아무나)'와의 거리는 어느 정도인지 일상에서 생각해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단순한 작동원리를 가진 「I, Somebody, Anybody」 작품은 참여자들에게 거리조절 후 사진 찍기 활동을 통해 '나는 타인들, 혹은 주변인들과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싶은가?'를 생각해 보게도 만든다. 나의 자유의지에 따라 거리를 멀게 또는 가깝게 만든 후 사진을 찍는 행위가 '나'와 '타인'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물밑에서 수면 위로 끌어 올린다.

박혜수_누군가와 아무나를 위한 자리_금속의자, 종이 폴딩 의자(Eighteen Paperv 十八紙), 텍스트, 폴라로이드 카메라_가변크기_2020
박혜수_누군가와 아무나를 위한 자리_금속의자, 종이 폴딩 의자(Eighteen Paperv 十八紙), 텍스트, 폴라로이드 카메라_가변크기_2020

「Flowchart 내 편 만들기」는 '우리'라는 주제를 토론극장 1막 '편가르기의 심리학'과 연결하고 확장한 것으로, 박혜수 작가가 성유미 정신과전문의에게 자문을 얻어 제작했다. 과학책 맨 앞장을 가져온 듯 도식이 가득한 삭막한 외양의 작품은 그 외양과 달리 "나는 내편인가?"라는 무르고 상처받기 쉬운 주제를 관통하며, '나'와 '타인', '우리'와 '그들'을 향한 사람들의 통념과 오해를 드러낸다. 관객들은 작품의 심연을 들여다보듯 각 도식에 쓰여진 글자들을 읽어가면서 '우리'로 나아가기 이전에 나와 타인을 '구분 짓기'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어려움, 기대, 실망 등을 관찰자의 위치에서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객관적 태도를 견지한 관찰은 논리를 작동시켜 문제의 본질을 잘 이해하도록 하고 또 본능적 감정과 거리 두기를 하도록 도와준다.

박혜수_Flowchart '내편 만들기'_라텍스 출력, LED_180×120cm_2020 (자문_성유미(정신과전문의))

나와 타인의 '관계 맺음'에 대한 문제를 성찰해 볼 수 있는 박혜수 작가의 이번 『가까이, 조금 멀리 있어줘』 전시에서는 지난 「토론극장:우리_들」 1막-5막의 영상과 2020년 12월에 출간하는 책 『토론극장: 우리_들』(2020, 박혜수, 이경미 공저, 갖고싶은책) 도 함께 소개된다. 또한 전시와 맞물려 「토론극장: 우리_들」이 '혼자 살고 싶지만 고독사는 하기 싫어', '우리에겐 몇 몇의 친구가 필요할까?', 'C-블랙 슈퍼전파사건'이라는 주제로 6막부터 8막까지 진행된다. ■ 교보아트스페이스

Vol.20201216h | 박혜수展 / PARKHYESOO / 朴彗秀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