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의 뜰 Mija's garden

김미지展 / KIMMIJI / 金美志 / painting   2020_1219 ▶ 2020_1224

김미지_020121401-미자의 뜰_캔버스에 유채_103×81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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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지 페이스북_www.facebook.com/10005164011289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LEE JUNGSEOP ART MUSEUM STUDIO GALLERY 제주도 서귀포시 이중섭로 33 (서귀동 514번지) 전시실 Tel. +82.(0)64.760.3573 culture.seogwipo.go.kr/jslee

언제부터인가 미자는 나를 부르는 이름이 되었다. 숙자 명자 미자.. 그냥 그러려니 받아들인다. 난 오랜 기간 파주서 생활을 했다. 철조망으로 둘러 처진 강이 강남서 보던 한강이란 사실을 그곳선 느끼지 못한다. 작업실 좁은 창 너머로 그 강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곳을 벗어나야지 생각한다. 파주 작업장을 접고 제주서 집을 얻고 작업실을 구하고 그림을 그린다. 차가운 콘크리트 도시를 벗어나 이곳에서 뭔가 위안을 얻고자 한다. 하지만 나의 삶은 여기서도 낯설음에 불안해 한다. 파주 그리고 제주서의 작업은 사회성 제로인 내게 적응 안 되는 시간의 연속이다. 제주가 어떠냐 묻는다. 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매번 낯선 곳을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다. 편안히 그냥 정지했으면 하는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미자의 뜰... 이곳은 여전히 미안하게도 내겐 낯설음의 땅이다. 이 낯설음을 이겨내고자 오늘도 이 땅을 걷고 그림으로 그린다. 머지않아 이 땅이 예쁜 뜰이 되어 내게 편안히 다가오길 소원해 본다.

김미지_020121402-미자의 뜰_캔버스에 유채_103×81cm_2020

작품을 말하다 ● 이번 전시는 제주로 온 50대의 여성 작가가 개인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주위에 마주한 풍경의 뜰을 통해 드러내고 보여주는 작업들이다. 일상적 풍경 모습들이 본인이 살면서 느낀 감성들과 오버랩 되어 이 땅에서 하나하나 알아가고 적응해 가는 과정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전시이다. 이 같은 스토리를 담은 유화 작업 25점을 보여준다. ● 미자는 어느 순간 내 이름처럼 불려지고 있다. 미자씨 하면 으레 나를 부르는 소리인 줄 알고 고개가 돌아간다. 미자는 얼핏 내 나이와 비슷한 조금 과거스럽고 변화에 무딘 나 같은 인물로 연상 되어 진다. 미자의 뜰은 가족과 자식을 위해 에너지를 다 소비해 버린 나의 무료하고 지친 삶에서 바라본 제주 풍경을 기록하듯이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그 속에서 희망과 용기를 찾고자 하는 풍경이다. 그려진 풍경의 기록은 보는 사람에게 익숙함과 또 한편 아련함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정작 나는 육지서 제주로 와 모든 것이 낯설고 불안한 환경 속에 스스로 의 삶을 잘 이겨 나가고자 하는 하나의 바램으로 풍경을 그리고 자기 기록 같은 장면들로 보여 주고 있다. ● 한 평의 뜰을 원해 아이스박스서 채소를 기르고 그 소박한 꿈을 이루고자 이곳 제주까지 내려왔지만, 현실은 풍경 속에서도 주위 환경도 만나는 사람들도 모든 것이 낯설음과 마주한다. 나는 그 낯설음을 이겨내고자 무던히도 제주 곳곳을 만나러 다녔다. 머릿속에 기억을 채집하듯 눈으로 스케치북으로 사진으로 그 낯설은 기억들을 모았다. 그러곤 일년내내 두꺼운 커튼으로 드리워진 자그마한 작업실 한쪽 테이블 위에 그 기억의 풍경들을 차곡차곡 쌓아 놓는다. 어느 순간 느리게 스케치를 뜨고 여러번 붓질로 조금씩 조금씩 풍경을 쌓아 올리면 그제서야 그 낯설음으로 가득했던 그 땅이 익숙한 풍경의 뜰로 바뀌어져 있다. 새로운 미자의 뜰 탄생이다. ● 비록 그림이지만 난 내 그림 속 미자의 뜰에서 편안함을 마주한다. 그리고 이 땅에서 용기를 내 조금씩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음을 느낀다. 더불어 내 그림을 보는 이에게도 잠시나마 편안함과 위안을 전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 김미지

김미지_020121403-미자의 뜰_캔버스에 유채_100×73cm_2020

낯설음에 다가가기-제주의 뜰을 그리는 김미지 ● 한국의 화가들 중에는 제주도만을 그리는 이들이 있다. 그들 중에는 제주도가 고향인 까닭에 이 섬을 그리는 사람들, 외지인이지만 제주도를 사랑하게 되어 이 섬만을 그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화가들을 '탐라파'라 해야 할지 아니면 '친탐라 화가'라고 해야 할지... 어쨌든 또 한 명의 개성 있는 '친탐라 화가'가 추가되었다. ● 제주도를 그리는 화가들 중에는 주로 한라산만을 그린다든지, 오름만을, 또는 해녀들의 주름진 얼굴을 그린다든지, 이와 같이 이 섬의 구체적인 대상을 그리는 작가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제주도만이 갖는 특징이라든가 정서를 의식의 내면으로 받아들인 후, 자기 나름으로 해석하여 그리는 작가들이 있다. 구체적 대상을 그린 것 같지만 제주도를 하나의 색으로 특징 지어 바람과 함께 그린 작가, 이 섬이 갖고 있는 풍광을 내면에서 소화하여 구상화 같지만 그 의미나 정서를 화판에 표현하는 작가들이 그들이다. ● 오름이 보이는 들판, 성산일출봉, 해변, 사려니숲길, 유채꽃밭, 맨드라미꽃밭, 조랑말이 있는 초지, 지인의 집 뜰에 있는 비닐하우스. 이제 제주에 온지 2년 된 김미지는 제주의 다양한 모습을 그린다. 어떤 것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또 어떤 것은 아주 단순화시켜 상징적으로 그린다. 그런데 어느새 이 섬의 정서가 몸에 배어서인지 그녀의 그림들에서 제주도가 느껴진다.

김미지_020121404-미자의 뜰_캔버스에 유채_100×73cm_2020

그녀는 올 한 해, 두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그녀에게는 2020년이 치열한 한 해였다. 두 번 중의 앞 전시회는 첫 개인전 격이었다. 미대 졸업 후, 가족을 돌보고 아들의 성장과 교육을 뒷바라지하느라 긴 세월이 흘렀다. 그 동안 거의 붓을 놓아, 긴 공백기를 가진 후, 올해 8월 3일-9월 2일까지 제주시 수목원서길에 있는 '플레이스꽃섬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 것이다. ● 첫 개인전의 이름은 『오후 2시 30분』이었다. 그런 이름을 붙인 경위가 특이하다. 화가이기에 앞서 주부로서 집안일을 마치고 작업실로 들어섰다. "무엇을 그려야 하나" 하는 불안감이 다가오지만 이제 붓을 들 수 있다는 행복감과 따스함이 묻어나는 시간이다. 커튼을 살짝 젖히니 햇빛 줄기가 작업실로 비쳐 들어온다. 그녀는 시계를 보았다. 오후 2시 30분. 그녀에게는 그 오후 2시 30분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된 것이다. 그래서 전시회 이름이 그리된 것이고 모든 그림에 「오후 2시 30분」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 제주도에서 그렸다고는 하지만 아직 제주도의 풍광이라기보다는 살고 있는 집의 안팎을, 그것도 주로 우리 삶에 공존하는 가구 등을 그린 것이다. 의자, 탁자, 테이블, 소파, 기다란 뒤주 같은 것들을 그렸다. 제주도라고는 하지만 집 안과 집 뜰은 그녀의 영역으로 낯익은 공간이다. 아들이 대학에 가게 됨으로서 주부로서, 어머니로서의 끊임없는 희생을 어느 정도 마무리 짓고 다시 그림 작업을 하게 되었다는 것. 그것은 그녀에게는 '그녀의 고향이자 종교'랄 수도 있는 그림으로 다시 돌아온 것을 의미한다. 그런 기쁨 때문일까? 그림 전반에 밝음과 행복감, 희망이 스며 있다.

김미지_020121405-미자의 뜰_캔버스에 유채_91×73cm_2020

그런데 이번 서귀포시에서 연, 두 번째 개인전인 『미자의 뜰』(12월 19-24일,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전시실')에 내건 25점의 그림들은 집의 실내에서 나와 뜰에 있는 빈 벤치로부터 시작하여 드디어 집이라는 낯익은 영역을 벗어나 제주도의 자연을 그린 것이다. 그녀가 그간 2년 동안 눈여겨보았던 제주도를 그렸다. 이번 전시회에 걸린 그림들의 제목은 전시회 이름을 따라 모두 「미자의 뜰」이다. 그녀의 이름은 '미지'이지만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흔한 여자 이름인 영자, 숙자, 명자와 마찬가지로 그녀를 미자라고 불렀고 그는 이름 '미자'에 익숙해졌다. 그녀는 그가 그린 제주의 모든 것을 '제주에 뜰'로 생각했고 그것을 다시 「미자의 뜰」로 환치한 것이다. ● 화가들에게는 각자 그 나름의 화풍이란 것이 있고 한 화가가 그린 그림은 경향성을 갖고 대개 비슷하다. 그런데 김미지의 경우는 놀랍게도 그림들의 대상이 다양하고 화풍도 다르다. "제주도 들판에 서면 섬이 아니라 대륙이 느껴진다"고 쓴 시인이 있다. 그녀의 그림에는 황량함과 고독이 배어 있다. 야성적 야생미, 또는 야생적 야성미가 느껴진다. 그는 이미 어느 정도 제주도의 시원성(始原性), 고독, 바람이라는 정서를 받아들인 것 같다. 한편으론 그녀의 그림들은 정겹다. 그것은 그녀 특유의 여성성과 제주도에 다가가려는 노력이 담겨있기 때문이리라.

김미지_020121408-미자의 뜰_캔버스에 유채_91×73cm_2020

화가들은 붓 터치도 대부분 일관된 경향성을 갖는다. 그런데 김미지의 경우는 그림에 따라 붓 터치가 다르다. 작가 자신은 지극히 수줍음을 타는 여성임에 반하여 붓질에는 남성적인 굵고 거칠음, 투박함이 보인다. 구태여 꾸미려고 하지 않는 소박함도 엿보인다. ● 오일 물감을 툭툭 엷게 발라 캔버스의 질감이 그대로 나타났음에도 멀리서 보면 밝게 보이면서 세밀화의 느낌을 주는 그림이 있다. 꽃 한 송이를 마치 방석처럼, 해변가 조릿대의 일부를 파초처럼 엄청 크게 그린 그림도 있다. 선인장 한 그루를 초록색과 황색으로 크게 그리고 배경과 뒤의 야자수들을 검정색으로 처리해 단순하지만 강한 극대비의 콘트라스트 효과를 기하는 등, 그 기법이 다양하다.

김미지_020121410-미자의 뜰_캔버스에 유채_91×73cm_2020

앞의 빨간 동백꽃 한 송이를 클로즈업해서 크게 그려 놓은 그림에 호기심이 일었다. 작가에게 그렇게 그려 놓은 이유를 물었다. 뜻밖에도 그녀는 '제주4·3'을 그린 것이라고 했다. 다시는 있어서는 아니 될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4·3'을 큰 빨간 동백꽃 한 송이로 함축해서 표현한 것이다. 그리 봐서 그런지 푸르게 처리된 배경의 위쪽 반은 사람들이 엉켜 있는 것처럼, 아래쪽 반은 푸른색이지만 많은 피가 흘러내리는 것처럼 그려졌다. 세월에 바래 색깔은 붉은색에서 푸른색으로 변했지만 마치 그 때의 피가 지금도 흘러내리고 있는 것처럼 그려졌다. 4·3을 그린 그림은 한 점 더 있었다. 빨간 동백꽃과는 달리 배경을 제주의 검은 현무암 담으로, 그리고 그 앞의 귤나무를 하얀색의 줄기와 가지로 표현해 삭막한 형해의 모습으로 그린 그림이다. 지금 제주도 땅에서 자라고 있는 귤나무는 그 시절에는 없었다. 어찌 표현할 수 없는 모순을 그런 식으로 나타낸 것일까.

김미지_020121411-미자의 뜰_캔버스에 유채_91×73cm_2020

고향에 있는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해 졸업한 후, 생계를 위해 미술학원을 15년 경영했다. 그러던 중, 외아들의 교육에 전념하기 위해 삶을 바꾸고 싶었다. 우연히 가게 된 중국 복건성의 '샤먼'시를 아들이 좋아해 2005년 그를 그곳에 입학시키고 10년간 중국에서 생활했다. 아들이 외국의 대학에 진학해 한시름 놓게 된 후, 남편을 따라 2014년 경기도 파주로 가서 5〜6년을 보냈다. 우연한 기회에 제주도를 좋아하게 되고 화가로서 이 섬에서 레지던시를 한 후, 제주도에 정착한지 2년이 되었다. ● 김미지에게는 중국과 파주도 낯설었고 제주도도 낯설음의 공간이다. 제주도를 사랑하게 되어, 와서 살지만 그녀는 아직 이 섬의 에트랑제다. 그러기에 그녀는 낯설은 공간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작가는 무의식적으로 자기 그림에 자신을 들여놓는다. 제주도를 가장 잘 나타내는 풍경인 바닷물 건너 멀리 보이는 성산일출봉을 그린 그림. 그런데 그 그림 왼쪽 경계에 그 자신의 반신이 삽입되어 있다. 또 하나의 전형적인 제주 풍경인 유채꽃밭 그림. 그 안에 자신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마치 유체이탈된 것과 같은 투명한 몸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오름이 멀리 보이는 풍경과 숲길의 그림. 역시 그 두 그림 안에도 그녀가 서 있다. 그런데 둘 다 전신이지만 뒷모습이다.

김미지_020121418-미자의 뜰_캔버스에 유채_103×81cm_2020

그녀는 계속 낯설음을 경험하며 살고 있다. 우리가 여행을 한다는 것은 일부러 경비와 노력을 들여 안주해 있던 공간을 벗어나 다른 낯설은 공간에 우리를 옮겨놓는다는 의미가 있다. 낯선 곳에서는 다시 생각하고 다시 시작하게 되기 때문이다. 거듭 태어나기 위한 노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 김미지는 소망한다. "머지않아 이 땅이 예쁜 뜰이 되어 내게 편안히 다가오길." 그러기를 바란다. 그러나 계속 낯설기로 남아 있으면 어떤가. 인생 자체가 낯설음의 연속이고 우리가 여행을 사서 한다는 것은 우리를 낯선 곳에 있게 하기 위함인데... ■ 이만주

김미지_020121415-미자의 뜰_캔버스에 유채_91×73cm_2020

At some point, "Mija" has been a name I referred to myself with. "Sukja" "Myeongja" "Mija".. I simply accepted without much thought. For long, I have lived in Paju. It is hard to imagine that the river surrounded by barbed wires is the same exact Han River as one can see in Gangnam. I stare at the river vacantly over the atelier's narrow window. Thinking to myself I have to leave this place. I draw again after leaving Paju atelier behind and moving into Jeju. Leaving the concrete city behind, I seek to find consolation here. However, my unfamiliar life here still cannot be at ease. Drawing in Jeju has been continuous repetition of being unable to adapt to new surroundings. People ask how Jeju is. Unable to belong anywhere, I constantly feel confronting unfamiliar places.. Thoughts of letting go peacefully pass through the mind. "Mija"'s garden. Apologetically, it is still unfamiliar land. I am drawing again to overcome this unfamiliar feeling. Praying that before long, this land will come back to me as a beautiful garden.

Explanation of Work ● This exhibition presents a female artist in her 50s telling her tale of her identity through the nearby garden's landscape. It illustrates how the artist gets accustomed to the new environment through ordinary scenes overlapping with her own emotion. 25 pieces of oil paintings in the exhibition harbor the similar story. ● At some point, "Mija" has been called as if it is my name. If someone calls "Mija", I naturally look back as if they are referring to me. "Mija" has become reminiscent of an individual like me who is similar to my age, slightly old-fashioned, and slow to change. Mija's garden illustrates Jeju's landscape recorded from a viewpoint of exhausted life after self sacrificing every energy for family and children. All the while, it is a scene of finding hope and courage within. Portrayed landscapes might come across to people as a feeling of familiarity and sentimentality; however, I drew the landscapes as well as seemingly autobiographical scenes with a desire to overcome own very life within unfamiliar and uncertain environment after moving to Jeju from the mainland. In wanting a garden, I have raised vegetables in a styrofoam icebox, and in pursuing simple dream, I have moved down to Jeju, but the reality is that every landscape and people in surrounding environment are unfamiliar To overcome this unfamiliar feeling, I have persistently gone all across to meet Jeju. As if collecting memories within the head, I have gathered unfamiliar memories through sketchbooks, pictures, and eyes. Those scenes of memories have been piling up on a table at the corner of the atelier shaded by thick curtains yearlong. At some point, after slow sketches and various brush strokes, they have been accumulated to transform a foreign land into a familiar landscape of garden. The creation of "Mija"'s garden. ● Even though it is a mere drawing, I find ease and comfort within "Mija"'s garden, and I find myself slowly filled with courage and familiarity with the place. In addition, it is my sincere hope that my drawings can offer comfort and consolation even for a slight moment. ■ KIMMIJI

Vol.20201219c | 김미지展 / KIMMIJI / 金美志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