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노잉 오페라: 밤의 유대

Annoying Opera: the bond of the night展   2020_1226 ▶ 2021_0116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유사음악(기만_동공)×살친구(양승욱_허호)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킵인터치서울 Keep in Touch Seoul 서울 종로구 북촌로1길 13 Tel. +82.(0)10.9133.3209 keepintouchseoul.com www.facebook.com/keepintouchseoul @keep_in_touch_seoul

Annoying Opera ● 오렌지는 조롱을 멈추지 않는다. 실없는 소리인 줄 알면서도 모두가 따라 한다. 매서운 칼날에 숨을 옥죄어오는 공포가 찾아와도 그때뿐, 누렇고 기분 나쁜 웃음소리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다시 시작된다. 모두가 따라 웃는다. 울퉁불퉁하고 두꺼운 껍질은 절대 벗겨지지 않는다. 마치 원래 그랬던 것처럼, 모두가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어노잉 오페라, 밤의 유대-유사음악×살친구展_킵인터치서울_2020

한 편의 오페라를 보았다. 돌아오는 길 이곳저곳에서는 많은 불빛들이 지겹도록 빛을 뿜어냈다. 몰락한 밤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귀에는 눈꺼풀이 없다1)고 했던가, 가만히 들어야만 했던 자라스트로의 마지막 노랫소리를 기억에서 떨쳐낼 수가 없다. "태양의 빛은 밤을 몰아냈다." 매우 단순한 화성음의 나열로써 모차르트는 권력자의 입으로 세계의 안정을 가장 장엄하게 선언했다. 모두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 누런 미소를.

양승욱_We are so proud that we are female villains_ 종이에 프린트_가변크기_2020

시간은 의지대로 그 흐름을 달리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그런 시간 위에서 빠르게 휘발되어 사라지는, 물질도 아닌 소리를 붙잡고 형식을 다루고 내용을 담고자 하니, 어쩌면 그래서 음악은 가장 정신적인 활동의 예술로 여겨지는 듯싶다. 음악은 계속해서 새로 생겨나는 시간 위에서 쉽게 사라지는 소리를 끊임없이 재현해내야만 성립되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성질 때문에 향유됨에 있어서는 수동성을 띠게 되어 변화한 시대상과 괴리된 과거지향적 예술로써 쉽게 정체된다.

기만×동공_A Lot of Thanks to Your Sincere Words, Mr. Schikianeder_ 종이에 프린트와 낙서, 쓰레기통_가변크기_2020
동공_A Lot of Thanks to Your Sincere Melody, Mr. Mozart_ 쓰레기통 안의 스피커, 사운드_08:00:00, 가변크기_2020

이러한 양태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는 오페라라는 장르에 주목함으로써 수행될 수 있다. 클래식 음악의 한 축인 오페라도 역시 재현예술로써의 특징에 종속되어 있지만, 종합예술 장르로써 다양한 매체의 특성을 함께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매체횡단적인 시도를 통한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발견으로부터 공감대를 형성한 유사음악과 살친구는 가장 먼저 오페라 「마술피리」에 실험적으로 접근하여 재구성 활동을 시작했다. 오페라 「마술피리」는 많은 무대에서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로 연출되는 등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것을 두고 '말 같지도 않은 기획'2)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있을 만큼 작품 해석에 있어 여지가 다분하다.

유사음악×살친구_밤의 여왕의 속사정_단채널 영상_00:15:40_2020
유사음악×살친구_밤의 여왕의 물건들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0
유사음악×살친구_밤의 여왕의 물건들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0_부분

전시 『어노잉 오페라: 밤의 유대』는 오페라 「마술피리」의 직접적인 향유 주체이자 재창작의 참여자로서의 작가들의 시각으로부터 출발한다. 작가들은 작품의 개연성이 부족한 서사 구성과 지극히 편견적인 인물 설정 등에 주목한 재해석 가능성 탐구를 선행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다각화된 표현방식의 작품들이 본래의 신비를 탈각시키는 경향을 띠는 것은 본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이다. 유사음악은 주로 음악적 내용 및 구성을 토대로 작품 서사 내에서 그것이 가진 위치를 밝히는 작업과 함께, 넓게는 음악이 관습에 의해 유독 수동적으로 수용되는 현상을 방증해 보인다. 살친구는 기존의 작품 재현에 있어 늘 배제되는 소수자들을 재구성 세계관의 중심에 놓아 작품들을 구성하였으며, 이는 동질감이나 공감을 얻지 못해 이해나 수용에 어려움을 느낀 이들을 실질적인 참여자로서 포섭하여 기존의 틀을 허무는 시도로 작용한다.

양승욱_Magic Flute reboot_종이에 프린트_가변크기_2020
허호_자라스트로존 You can't stop the beat_ 종이에 오일파스텔, 색연필, 펜, 연필, 크레용_가변크기_2020
허호_Like a caged animal_종이에 오일파스텔, 색연필, 파스텔_22.9×30.5cm_2020
양승욱_Queer of the night_거울, 전구, 화장대_가변크기_2020
양승욱_Take this and bring my daughter_ 플라스틱 캡슐과 뿔피리_6.5×60cm_2020
양승욱_Take this and bring my daughter_ 플라스틱 캡슐과 뿔피리_6.5×60cm_2020_부분
기만_밤의 유대_훼손된 왕관, 못, 아두이노, 사운드, 스피커_ 00:00:34, 가변크기_2020
기만_밤의 유대_훼손된 왕관, 못, 아두이노, 사운드, 스피커_ 00:00:34, 가변크기_2020
양승욱_Papageno's secret cages_장난감 옷장과 깃털_가변크기_2020
양승욱_Queer of the night_거울, 전구, 화장대_가변크기_2020_부분
어노잉 오페라, 밤의 유대-유사음악×살친구展_킵인터치서울_2020
어노잉 오페라, 밤의 유대-유사음악×살친구展_킵인터치서울_2020

밤의 유대 ● 예술의 시초를 발견하고자 어두운 동굴 속을 헤집는 사람들처럼, 돌아오지 않는 밤을 찾아 나선다. 신비함이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하찮은 흙과 돌 위의 조악한 그림을 마주하게 되면, 비로소 시간의 흐름을 깨닫게 된다. 어둠 속에서 기꺼이 길을 안내하는 소리는 사라져 들리지 않지만, 들리지 않는 것을 들으며 무엇을 발견하게 되는가? 그것은 자라스트로의 목소리에 섞인 허황됨이며, 두꺼운 껍질에 피어난 새하얀 곰팡이며, 그 누런 미소들 사이에서 웃을 수 없는 존재의 초상이다. 밤의 유대는, 그런 것이다. 타미노는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수 없다. ■ 기만

* 각주 1) 파스칼 키냐르, 『음악 혐오 (La haine de la musique)』, 김유진 옮김, 프란츠, p.104 2) 박종호, 『예술은 언제 슬퍼하는가』, 2016, 민음사, p.157

Vol.20201226c | 어노잉 오페라: 밤의 유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