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와 회화하다

손유화展 / SONYUHWA / 孫唯花 / painting   2021_0105 ▶ 2021_0116 / 일,월요일 휴관

손유화_회화와 회화하다展_에이라운지 갤러리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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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유화 인스타그램_@yuhwa_ssoonn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서울특별시_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에이라운지 갤러리 A-LOUNGE 서울 종로구 백석동1가길 45 2층 Tel. +82.(0)2.395.8135 www.a-lounge.kr

손유화 작가, 회화(回畵), 회화(懷話)적인 예술 ● 일견, 그저 평범한 일상의 사물들 혹은 그림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자세히 보고 관련된 의미들을 안팎으로 곱씹어야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작가의 작업은 함의하고 있는 두터운 문제제기들에도 불구하고 우선은 유쾌한 도발처럼 살며시 미소 짓게 한다. 분명, 작가의 말처럼 회화인 듯 아닌 듯 그 묘한 경계에서 동시대미술에서 회화란 무엇인가를 물어보고 있는 작업들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동시대 작가로서 충분히 고민되어졌음 직한 문제들이고 이를 풀어내는 방식에 있어 지극히 우리의 일상적인 것들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으면서도 의외의 기발한 감각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회화에 대한 작가의 각별한 애정을 담은 작업들에서 이러한 면모들을 실감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고민들이 많고 솔직해서였을까, 때로는 회화를 의인화한 존재로 대상화시켜 일기나 편지를 쓰기도 하면서 회화를 둘러싼 작가의 친근하고 진지한, 그러나 애정가득 한 마음들마저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기만 하다. 여기에 더해 회화를 둘러싼 숱한 고민들을 일찌감치 시도한 거장들의 작업들을 오마주한 일련의 작업들에서도 이러한 면모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회화란 무엇일까에 대한 문제제기인 동시에 그러한 회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들의 고백인 셈이다. 그만큼 작가의 작업에는 늘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이고 선차적인 물음의 설정들, 결국은 예술의 존재론에 다름 아닐 어떤 본원적인 지향성들이 가로놓여 있다.

손유화_벽화 A wall Painting_벽돌에 유채_가변설치_2021_부분

하지만 다소 거창해보일 수 있는 문제설정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문제의식이 지나친 무게감으로 다가오지 않는데 회화에 대한 작가의 고민의 지점이 정확히는 회화란 무엇일까라는 근본적인 질문들을 함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겁고 둔탁한 개념적인 접근 못지않게 이에 대한 작가 특유의 감각적 상상력으로 이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 기발하고, 때로는 엉뚱하기도 한 면모들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다. 그렇게 작가는 어떤 확언된 정답을 내놓는 식이라기보다는 회화의 개념적인 정의를 둘러싼 작가의 다양한 생각들을 자유분방하게 던지면서 도리어 보는 이로 하여금 도대체 회화란 무엇일까라는 물음들을 품게 만든다. 이러한 면모들은 동시대 미술의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상황 속에서 예술의 자기 규정성, 존재론을 얼마간 고민하고 실천하는 이 시대의 작가들이 공히 대면해야 하는 근본적인 것들이기도 할 것이다. 스스로의 개념에 대한 끝없는 문제제기와 이에 대한 갖가지 해결의 모색 속에서 동시대 예술은 그 존립감을 긴장감 있게 구축해야 하는 형편이니 말이다. 작가의 경우 이러한 질문들을 회화의 역사, 특히 모더니즘 미술을 전후로 한 흐름에 맥락을 한정시키면서 문제의식을 분명히 하는데 이들 모더니즘 미술의 역사는 회화 자체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들, 다시 말해 회화 자체의 미학적인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탐구하면서 이른바 모더니즘의 순수하고 자율적인 예술 개념이 정립하고자 했다.

손유화_인상 impression_오브제에 유채_3.2×9×7cm_2020
손유화_인상 impression_오브제에 유채_3.2×9×7cm_2020

그 결과 회화 바깥은 없는, 세계와 단절된 순수미술의 개념이 만들어졌고 회화의 물질적 요소들을 자율적으로 구사하면서 자연의 모방, 재현이 아닌 순수한 미적 구성만으로 회화를 사고함으로써 순수한 자율성의 세계라는 모더니즘의 이상을 실현시키려 했다. 하지만 작가가 염두에 둔 것은 이러한 모더니즘 미술 자체라기보다는 예술의 자기 존재 규정성에 관한 것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러한 작업 자체에 대한 메타적인 문제의식은 이후로도 이어져 동시대 예술의 지반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면에서 작가의 작업도 응당, 동시대 미술의 그것들로 실천된 것들이다. 늘 스스로의 존재 자체를 반문하고, 다시금 되물어보는 동시대 예술의 문제의식들 말이다. 그리고 이들 미술사의 문제의식들도 어떤 합의된 결론으로 완성된 것이 아니라 일련의 개념적인 문제제기로 거듭나 예술 자체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가능하게 하면서 그 영역을 확장시켜 왔던 것처럼 작가 역시도 이들 미술사의 맥락들을 작업의 내용, 형식들로 실험함으로써 스스로의 작업세계를 구축하고 확장시키는 일정한 방편으로 삼고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직접적이라기보다는 후경화 시키는 우회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고 그런 면에서 개입이나 전용(appropriation)의 전략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작가의 작업이 미술사의 그것들과 그대로 포개지기 보다는 이를 바탕이나 맥락으로 삼아 작가 특유의 미술에 대한 관점, 태도들을 펼쳐내고 있기 때문이다.

손유화_회화와 회화하다_혼합재료_가변설치_2021
손유화_회화와 회화하다_혼합재료_가변설치_2021

이러한 문제의식을 펼치는 작가의 작업은 전체적으로 일관된 흐름을 엮어내기도 하지만 크게 몇 가지 흐름으로 구분될 수 있을 것 같다. 종종 레디메이드 오브제와 결합되기도 하는 이른바 회화, 혹은 물감 조각들, 미술사의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오마주하고 전용한 평면 작업들, 회화에 대한 다양한 생각, 감정들을 전하는 편지, 퍼포먼스 등의 영상/텍스트 작업들, 그리고 회화적인 것들을 다양하게 변용시킨 이른바 페인팅쇼와 다양한 현장 설치 작업들이 그것들이다. 회화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업의 양상은 전체적으로 동시대 예술의 다기한 실천들을 담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재료, 매체로서의 회화적인 것들은 고수하려 하지만 회화 영역 이외의 것들로 부단히 실험,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보자면 작가의 작업은 회화적 개념정의를 둘러싼 내포적인 것들 못지않게 그 외연들에 대한 고민 역시 주요 관심 영역이라 할 수 있고, 회화란 무엇일까라는 작가의 화두는 예술 개념에 대한 일종의 문제틀(problematic)처럼 작동하고 싶지 않나 싶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작가의 작업은 작품에서의 언급, 인용에도 불구하고 모더니즘 미술이 지향해온 이른바 매체의 순수성이나 평면성과는 거리가 있다. 회화가 다른 예술과도 공유하지 않는 순수성이나 회화만의 조건, 환원 불가능한 본질로 상정한 평면성을 지향하고 있지 않아, 형식적이고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오히려 그 반대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작가의 작업은 모더니즘 미술의 그것처럼 회화 바깥의 세계와 절연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바깥의 세계와의 다양한 연결지점이 자리한다. 회화를 개념적 매개로 하여 다양하게 확장된 예술적 실천들을 소환시켜 동시대 예술의 가능성을 실험, 확장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우리가 주목해야 지점도 바로 이러한 측면들이 아닐까 싶다.

손유화_A&L_종이에 글_7.5×7.5cm_2021

여러 상황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작가의 동시대 미술에서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지속적인 화두는 회화, 회화적인 것을 물리적이고 개념적으로 규정하는 내부에서가 아닌 그 바깥에서, 혹은 그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작가적인 행위들의 펼침 속에서 얼마간 대답되어졌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행위들에 은연중에 내포되어 있는 회화를 향한 부단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복합적인 태도, 감정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즐겁고 자유롭게 엮어내는 특정한 상황들과 관계들로 말이다. 이러한 바깥, 외부적인 것들이 작가가 말하는 회화란 무엇일까를 가능하게 하는 예술의 본성이자 맥락, 지반으로 작동하면서 회화적인 것의 내부를 조건 짓는다. 이는 그림 바깥의 세계와 단절되고자 했던 모더니즘 미술과 대극된 것이며 이를 가로지르고 넘어서는 설정과도 연결된다. 회화를 둘러싼 작가의 부단한 질문들과 문제제기, 그리고 이를 위한 갖가지 다채로운 시도와 접근들을 통한 다기한 바깥의 것들과의 접합들은 오래된 화두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회화를 향한 여전히 유의미한 문제설정일 수밖에 없으며, 동시에 그 자체로 예술을 향한 어떤 지향성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렇게 작가의 작업은 비록 회화에 대한 어떤 확언된 정답이 아닐지라도 그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상황과 맥락들을 드러내면서 그 자체로 동시대적인 의미들을 획득하고 있지 않나 싶다. 이러한 작가의 작업의 다층적인 면모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이번 전시가 그간의 작가 작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도모할 수 있는 장이자 또 다른 새로운 변화들로 거듭날 수 있는 의미 있는 발판이길 기대해 본다. ■ 민병직

전시연계토크: 1월 5일 오후 1시, 에이라운지갤러리 - 패널: 허구영(작가), 황재민(비평) *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비공개로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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