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st

2021_0112 ▶ 2021_0131 / 월,공휴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20년 아르코청년예술가지원사업 시각예술분야 기획전시지원 선정

참여작가 곽인탄_김영재_심은지_오은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획 / 홍예지 포스터 디자인 / 김민종

관람시간 / 11:00am~05:00pm / 월,공휴일 휴관

김세중미술관 KIMSECHOONG MUSEUM 서울 용산구 효창원로70길 35 1전시실 Tel. +82.(0)2.717.5129 www.kimsechoong.com

전치사 'against'는 '무엇에 반대하여'라는 뜻과 '무엇에 가까이 붙여'라는 뜻을 함께 지니고 있다. 『사랑과 맞붙기(Against Love)』의 저자 로라 키프니스는, "무언가와 맞붙는다는 것은 그것에 반대해 맞선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맞붙어 다닌다고 할 때처럼 단단한 유대를 뜻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1) 본 전시에서는 바로 이 '무엇'의 자리에 '미술사-전통'이 놓인다. 곽인탄, 김영재, 심은지, 오은에게 과거의 미술들이란 '맞서는' 대상이자 '가까이 붙는' 대상이다. 한편으로, 이들은 확고부동한 권위를 갖는 '고전(古典)'에 과감히 '맞선다'. 소위 '주류' 미술사는 그런 작품들의 나열로 구성되는데, 적어도 두 가지 경우에서 비판의 대상이 된다. 하나는 작품의 생명력이 닳아서 더 이상 시대와 공명하지 못하는데도, 굳어진 관습이자 모범으로서 후대에 강요되는 경우다. 이때 해당 작품은 새로운 창작을 위한 준거점이 아니라 제약으로 작용한다. 다른 하나는 벤야민 식으로 말하자면 '개선 행렬에 따라다니는 전리품', 즉 '야만의 기록'과 다를 바 없는 '문화의 기록'에 속한 경우다. 이런 역사에서는 작품이 당대에 살았던 수많은 '무명(無名)'인의 노력에 힘입고 있다는 사실은 잊히고, 오직 위대한 천재에게만 공이 돌려진다. 네 작가는 이 두 가지 '전승(傳乘)'에 대하여 가능한 한 '비켜선다'. 이들은 "결을 거슬러 역사를 솔질하는 것을 자신의 과제로 본다."2) ● 다른 한편으로, 참여 작가들은 '밀실'과도 같은 동시대의 창작 환경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전통에 '가까이 붙는다'. 더 이상 새로울 것도, 나아갈 곳도 없어 보이는 딜레마 속에서, 역설적으로 전통은 미의식과 조형성의 풍부한 원천으로서 거듭 참조 대상이 된다. 시대를 뛰어넘어 감각을 일깨우는 작품, 당대에는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으나 실험성과 독창성을 재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 여기에 해당된다. 네 작가는 이런 작품들을 비판적으로 참조함으로써, 침체되어 있던 작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본 전시에서는 특히 '전후~1980년대'의 한국미술을 탐구하여 활용한 결과물을 발표한다. 과거의 미술을 단순히 모방하거나 원작의 물성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자신의 장점을 살려 매체 실험을 수행한 작업들을 선보인다. ● 구체적으로, 네 작가는 자신이 갇혀 있는 과거의 시간을 '방'의 형태로 구현한다. 그 방에는 애착과 증오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한국미술사의 유산과 지난 작업들이 한데 섞여 있다. 이것들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제작하고, 폐기했던 생활의 고뇌를 표현한다. 다음으로, 한국미술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작품을 참조함으로써, 밀실에서 광장으로 빠져나온다. 전통과 맞붙는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태도를 취하지만, 광장에 이르는 경로는 제각각 다르다. 마지막으로, 벤야민의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에 등장하는 「새로운 천사」 이미지에 응답한다. 역사의 무한한 '진보'라는 폭풍에 떠밀리면서도, 목소리를 잃은 과거의 파편들에 시선을 던지는 천사.3) 그 모습을 저마다 조형 언어로 해석함으로써, 어떤 대안적인 미술사를 써 내려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본다. ■ 홍예지

* 각주 1) 줄리엔 반 룬, 『생각하는 여자』, 박종주 옮김, 창비, 2020. p. 27. 2) 발터 벤야민, 『발터 벤야민 선집5』, 최성만 옮김, 길, 2008. pp. 335-336. 3) Ibid., p. 339.

Vol.20210112b | Against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