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전쟁 그러나 시에스타

2021_0205 ▶ 2021_0321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이창원_안경수_최선 황문정_심승욱

기획 / 심승욱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예술공간 수애뇨339 SUEÑO 339 서울 종로구 평창길 339 Tel. +82.(0)2.379.2970 sueno339.com

『우주전쟁 그러나 시에스타』 전시를 준비하며… ● 2021년 수애뇨339 갤러리의 개관 기념전, 『우주전쟁 그러나 시에스타』를 준비하며 당혹스럽고 생경한 코로나 상황 속에 자리한 인간의 욕망(여기서 낮잠으로 상징화된)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또한, 동시대 예술은 이 현상을 어떤 표현방식과 태도로 담아내고 있을지 궁금했다. ● 전염병(COVID-19) 창궐이라는 영화에서나 봐오던 비현실이 현실이 되고 햇수로만 3년째 접어드는 적지 않은 고통의 시간을 보내며, 이 현실을 어떻게 전시에 담아낼지 고민하다가 2005년에 만들어진 영화, 『우주전쟁』(War of the Worlds,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떠올렸다. 외계인으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터에서도 낮잠을 즐기던 스페인과 이탈리아 병사들의 모습이 함께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것은 마치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평온한 일상을 반복하고 한강변에 모여 휴식을 즐기며 밀폐된 공간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심승욱

이창원_Hug Stencil - Trust-Summit, Consolation, Sorrow, Consolation, Saint Mary, Victory_ 스틸, 파우더 코팅_40×17×14.5cm, 40×18.8×17.7cm, 40×17×13.5cm 25×32×25cm, 40×17×14cm, 40×18.8×14cm_2019
안경수_야간개장 Night opening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73cm_2020
최선_부작함초_천에 피그먼트, 젤라틴_가변설치_2020_부분

『우주전쟁 그러나 시에스타』 서문꿈틀대는 잠, 해석된 꿈 ●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엄마에게 마지막 인사를 고할 시간이 짧게 주어지자 아들 수홍은 절절하게 온힘을 다해 전하려 한다. 멀리 떠나기 때문에 이제 엄마를 볼 수 없다는 사실, 그 옛날 형이 우리를 버리고 간 이유는 아픈 엄마를 저버리려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손과 표정, 입모양으로 사력을 다해 설명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엄마의 나지막한 음성이 들린다. 말하지 못하던 엄마가 사랑하는 아들에게 다정하고 또렷하게 말을 건네는 것이다. 영화 『신과 함께』에서 꿈은, 그리고 잠은 진심어린 사과와 용서가 사슬처럼 풀리는 완벽한 차원으로 묘사된다. ● 속살을 드러낸 듯 예민하고 날 선 느낌의 작품을 선보이는 안경수, 이창원, 최선, 황문정, 심승욱 작가가 뭉쳐 시에스타(siesta), 즉 낮잠을 주제로 한 전시를 선보인다. 라틴어 'hora sexta(여섯 번째 시간)'에서 기원된 스페인어 시에스타는 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 이른 오후에 자는 낮잠을 일컫는 말이다. 한없이 나른한 주제와 이들이 매치됐다니, 무척 생경하다. 그도 그럴 것이 탁월한 역량으로 보이는 부분 이외의 것을 읽게 하는 미술을 완성해온 이 다섯 작가는, 늘 우리에게 '이 작품 너머에 무엇을 볼 수 있나?'라는 공격적 질문을 도발하는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황문정_AIR SHOP 식물마스크 시리즈_동영상, 혼합재료_190×305×122cm_2017
심승욱_안정화 된 불안 - Object-A_초산비닐수지, 우레탄_120×150×80cm_2019
우주전쟁 그러나 시에스타展_예술공간 수애뇨339_2021
우주전쟁 그러나 시에스타展_예술공간 수애뇨339_2021

고정된 기억이 아닌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기억과 생각을 전달하는 작가 안경수는 스스로 인지할만한 최소한의 '정도'라는 것이 어디쯤인지, 집중한 신작을 선보인다. "풍경은 밝음의 정도에 따라 그 자체의 정체가 달라진다"는 그는 결코 정주해 있지 않는 풍경과 자신이 포착하는 찰라, 늘 경험하는 새로움을 바탕으로 '밝음의 정도'를 모색한다. 보는 이와 함께 완성되는 작품을 만드는 이창원은 뉴스 미디어에 등장하는 다양한 포옹의 실루엣을 3차원의 공간에 자취로 남긴 'Hug Stencil' 시리즈를 내놓는다.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스포츠맨의 포옹, 전쟁의 상처로 자식을 잃은 한 인간의 포옹 등 뉴스매체에 등장하는 포옹들을 현대사를 반영한 그림자로 상정하고 작가는 3차원 공간에 다양한 그것의 실루엣을 자취로 남긴다. 다양한 효과를 서슴지 않고, 우연의 효과와 의도된 효과가 버무려지는 결과를 도출하는 최선 작가는 120호 회화 『부작함초 不作鹹草; 그렸지만 그린 것이 아닌 함초 그림』으로 전시에 참여한다. 염분을 먹고 자라는 함초의 줄기 위에 특징적인 꽃들을 점으로 표현한 그림은 초현실적 실재와 강한 생명력을 대비시킨다. '창의'라는 수식이 찰떡으로 어울리는 황문정은 예의 특유의 기발함을 드러낸다. 공기정화식물 틸란드시아와 각종 생활오브제를 결합한 'AIR SHOP: 식물마스크시리즈'는 상품과 작가작업의 경계에서 모호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고등어가 미세먼지의 주원인"이라던 국가의 맹랑한 진단과 오류의 대응책들을 발랄하게 지적한다. 안정된 듯 보이는 사회구조 기저의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그것을 절대 가시화하지 않으려는 욕망에 주목하는 작가 심승욱. "불안정은 극복되는 것이 아니고 익숙해지는 것"이라 여기는 그는 욕망의 실현 과정에서의 경험을 2분법적으로 구축 혹은 해체로 나눈 후 이 두 현상의 경계에 관한 작업 『안정화된 불안』을 만들어 보인다. 불안정과 안정, 무거움과 가벼움, 천박함과 고귀함이 양가적 가치의 공존 내지는 뒤섞임으로 같은 서사 위에 놓인다. ● "깨어 있어야 한다고 / 한다고 그러면서 / 잠을 잤다 / 자고 싶다고 자고 싶다고 / 자고 싶다면서 / 깨어 있었다 // 잠도 / 치열한 투쟁도 아닌 / 그냥 길 위에서였다 // 먼지만 자욱했다"1) 다섯 작가의 작품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마치 한없이 파생되는 꿈처럼 이야기가 계속 번지고 있다고 여기게 하고 가닥의 기억 또한 겹겹이 여전히 파생되는 것임을 알아채게 만든다. 설사 그 기억이 암울하고 주춤주춤 위험을 품은 것일지라도 살아 소중한 역사임을 그들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 정일주

* 각주 1) 고경희 『잠 8』 혜진서관 1996 『안개구간』

Vol.20210205b | 우주전쟁 그러나 시에스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