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minating 되새김질

이진이展 / SIENNIE / 李珍伊 / painting   2021_0206 ▶ 2021_0309 / 설연휴,삼일절,일요일 휴관

이진이_Everything boils down to nature(모든 것은 자연으로 귀결된다)_ 수제 종이에 먹, 채색_270×330cm(가변설치)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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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이 홈페이지_www.siennie.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오!재미동_(사)서울영상위원회_서울시

관람시간 / 11:00am~07:55pm / 설연휴,삼일절,일요일 휴관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 갤러리 미술동네 OHZEMIDONG GALLERY 서울 중구 퇴계로 지하 199 충무로역사내 Tel. +82.(0)2.777.0421 www.ohzemidong.co.kr

외국에서의 유학 생활과 여행작가로 떠난 세계 여행, 그곳에서 느낀 마이너리티 인종이라는 정체성과 문화적 혼성, 정치 사회적 격변, 그리고 세상에 혼재한 엔트로피 등을 겪을 때마다 나는 사회유기체론을 떠올린다. 모든 것은 사회를 구성하는 일부로서 필요한 가치이며, 이 모든 것이 모여 궁극적으로 세상을 완성하는 것이리라. 나는 사회를 하나의 생태체계이자 독자적인 존재, 즉 유기체적 특성을 지닌 대상으로 파악하며 작업을 진행한다. 나의 작업은 오늘날 사회를 풀이하는 메타언어이자 복합적인 시각언어로 구축한 풍경이면서, 동시에 유기체로서의 나 자신을 발견하는 공간이다.

이진이_Everything boils down to nature_네이팜탄을 맞은 트랑방의 소녀_ 수제 종이에 먹, 채색_30×30cm_2020_부분
이진이_2020년 12월_수제 종이에 먹, 채색_19×10cm×54(가변설치)_2021

나는 현재 역사에 주목한다. 전쟁, 시위, 기근, 공해, 그리고 전염병. 역사는 조금씩 변형될 뿐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유형의 유물과 무형의 기억으로 그 흔적을 남기며 인간의 실존을 증명한다. 어쩌면, 이렇게 계속해서 생산되는 역사가 동시대 사회를 이해하는 방법을 제시해줄 수 있지 않을까. 역사가 어떠한 문제의 해결법을 제공하지는 않겠지만, 유기체와 같이 꾸준히 생성되고 소멸한다는 점에서 사회를 파악하는 데 참고할만한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리라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이며 집단적인 역사와 경험, 상징이 얽힌 서사를 직접 만든 종이나 얇은 실크에 묘사하고, 이를 장소성의 문제로 전환한다. 여러 층위로 구조화된 역사적 형상은 작업 안에서 서로 교차하고 접히며 사회의 일면을 대변하고, 각자의 맥락을 반추하거나 끊으며 다른 차원의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낸다.

이진이_2020년 12월 9일_수제 종이에 먹, 채색_19×10cm_2021_부분
이진이_아홉 광경_장지에 채색_130×163cm_2021

나는 모티브로 삼은 이미지의 전체적 구조와 미적 감흥을 토대로 새로운 이미지를 재창조하고, 이를 작업에 활용한다. 특히 누구나 한 번쯤 접해봤을 상징적인 사건의 사진 자료를 '시공간을 관통하는 매개체'로 간주하여 작업의 소재로 사용하는데, 대부분 문명에 개입한 권력과 상징적 상호작용주의, 주관 또는 통념의 폭력성 등이 드러나는 역사적 이미지다. 몇몇 장면은 우리의 뇌리에 뚜렷이 남아있는 반면, 일부는 흐릿한 회상 속에서 스러져간다. 이렇듯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과 상상 속에서 변천한다는 점에서 유기체와 닮았다. 나는 원본이 표상하는 역사적 의미나 이데올로기를 모호하게 만들고, 이미지의 분위기를 자연적이고 유기체적인 형상으로 뭉뚱그림으로써 결국 모든 것이 하나의 환경으로 귀결되는 옴니버스식 작업을 이어간다. 작업의 주재료는 기능을 잃어버린 종이를 재활용하여 만든 수제 종이다. 역사를 재해석하는 만큼 재생산된 종이가 적합한 재료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미숙한 종이 제조 실력에 의해 생기는 구멍과 찢김, 완벽하지 못한 마감은 균열된 사기(史記)를 대변하는 것으로 남겨두었다.

이진이_Artificial Landscape_장지에 혼합재료_53×136.5cm_2021
이진이_Movement of Joy_실크에 먹, 채색_130×460cm_2019
이진이_Floating Triangles_실크에 먹, 채색_130×275cm_2019

나는 나의 작업이 누군가에게는 바람에 흔들리는 풀숲으로, 또 다른 이에게는 은유적이거나 불분명한 형상으로 가득한 모호함으로, 혹자에게는 분석적인 기록으로 다가가길 바란다. 또한, 누군가 멀리서 볼 때 하나처럼 보이지만, 작품에 접근하면 전체 이미지가 수많은 다른 이야기로 산산이 조각나는 것을 발견하고, 그 하나하나의 의미를 천천히 반추하기를 기대한다. ■ 이진이

Vol.20210206b | 이진이展 / SIENNIE / 李珍伊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