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공존할 수 있을까 Can We Coexist?

Lena_Truth Leem 2인展   2021_0220 ▶ 2021_0311 / 일,공휴일 휴관

LENA_aboma_80×60cm_2021

초대일시 / 2021_0220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KP 갤러리 Korea Photographers Gallery 서울 용산구 소월로2나길 12 (후암동 435-1번지) B1 Tel. +82.(0)2.706.6751 kpgallery.co.kr

Korea Photographers Gallery (이하 K.P 갤러리)는 2021년 2월 20일부터 3월 11일까지 LENA, 임진실 작가를 초대하여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여성폭력을 주제로 "우리가 공존할 수 있을까" 전시를 개최합니다. 전시에 초대된 두 명의 작가는 여성이자 동시에 가정폭력과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로서, 그리고 예술가로서 경험한 과거를 드러내는 작업을 통해, 정신적, 육체적 외상과 트라우마, 그리고 상존하는 불안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해냅니다. 두 작가의 작업은 하나의 테마 안에서 사진, 영상, 사운드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 전개되며, "우리가 공존할 수 있을까?" 라는 궁극적인 질문을 관객에게 던집니다.

LENA_Drops_62×45cm_2018~9

2020년 겨울, 두 명의 작가가 데이트 폭력과 가정폭력의 생존자로서의 경험을 담아 진행한 텀블벅 출판 프로젝트 "Can We Talk Coexistence?"의 연장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사회적 편견이, 피해자인 당사자들에게 어떠한 상처와 기억들을 남기는지 이야기하고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사회적 편견과 폭력들에 대한 의문을 던집니다. ● K.P 갤러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사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성차에 따른 계급적 차이와 가부장제로 인해 발생하는 부당한 폭력과 편협한 사회적 인식을 지적하고, '올바른 공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 KP 갤러리

LENA_visitor_70×70cm_2020

진부한 이야기지만 인류의 절반은 여성이며 모든 인간은 여자인 엄마의 자궁에서 태어난다. 하지만 거의 매일 성희롱이나 구타 등 성폭력과 관련된 보도를 접하게 될 정도로 여성의 인권은 침해를 받고 있다. ● Korea Photographers Gallery는 2021년 두 번째 기획전으로 임진실, LENA를 초대하여 여성 인권, 그중에서도 여성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하지만 이번 "우리가 공존 할 수 있을까?" 전시는 거대 담론이나 철학이 아니라 두 작가 개인의 일상에서 경험한 사건이나 결과를 바탕으로 소서사를 만들고 그 작은 이야기를 통해 사회 속 여성폭력에 대한 논점을 끌어오고자 시도하였다.

Truth Leem_그 때 그 날의 공기_100×120cm_2015

UN의 여성폭력 철폐선언에 따르면 "여성에 대한 폭력이란, 젠더에 기반한 폭력행위 내지 그러한 행위를 하겠다는 협박, 강제, 임의적인 자유의 박탈로서, 그로 인해 모든 영역에서 여성에게 신체적, 성적, 심리적 침해나 괴로움을 주거나 줄 수 있는 행위"(제 1조)를 말한다. 여성폭력은 강간이나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을 통한 성폭력뿐 만 아니라 불쾌한 성적 언어를 사용하는 성희롱, 종속적인 지위를 이용한 경제적 협박, 디지털 성폭력, 스토킹, 데이트 폭력 등 여성에게 성적으로 가해지는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 경제적 폭력을 말한다. 여성폭력은 오랜 세월 동안 시대와 인종, 사회적 지위를 초월해 거리낌 없이 허용되어 왔기 때문에 피해자인 여성은 자신이 당하는 폭력을 폭력으로 생각하지 못했고 가해자인 남성이나 사회적 인식 또한 마찬가지였다. 여성의 몸에 행사되는 폭력의 특징은 성적이 아닌 행동이 성적으로 포장되어 성애화 된다는데 있다. 그렇기에 정치적, 사회적 문제가 아닌 본능이나 남성 개인의 심리적 문제로 왜곡 축소되었고 방관, 방조하는 제도와 국가에 의해 여성은 이중삼중의 폭력을 겪어왔다. 임진실과 LENA는 우리 사회의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각자의 생각과 시선을 공유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여성이자 여성폭력의 피해자로서 또 한 걸음 더 나아가 예술가로서 정신적, 육체적 외상을 진솔하게 작업하기 위해 폭력이 행해진 장소, 폭력의 흔적이 남은 몸, 그리고 그들의 정신적 트라우마와 관련된 불안을 예술로 드러내고 개인적인 사건을 사회적 문제로 확장 시키는 시도를 한다. 그들이 내어 보인 속살은 마주하기 괴로운 우리 사회의 민낯이며 상처이다. 현실은 막막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 뉴스에선 성폭력 사건이 보도되고 그 사건에 많은 사람들은 분노하지만 내일이면 또 쉽게 잊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바뀌기를 기대한다면 사건에 대한 왜곡이나 소모를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 내어 첫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먼저 이야기를 하고 글을 쓰고 피해 사실을 꺼내놓는 것이다.

Truth Leem_Errance_37×50cm_2015

이번 "우리가 공존할 수 있을까?" 전시를 통해 여성폭력에 대한 이야기, 자신들의 상처를 꺼내놓는 작가들을 격려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며 함께 이야기 나누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여성폭력이나 여성문제는 여성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남성의 문제 우리 사회의 문제이며 우리가 공존하기 위해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이기 때문이다. ■ 오혜련

Truth Leem_이예민_60×40cm_2021dd>
Truth Leem_한미소_60×40cm_2021

도청용으로 설치된 남자친구의 녹음기를 내 방에서 발견한 이후, 나는 누구에게도 이야기 할 수 없는 답답함을 누그러뜨리려 계속 글을 써왔다. 그와 나는 같은 직업을 갖고 있었기에,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더 겁이 났다. 어느 날, 나와 그를 아는 지인에게 힘겹게 내 마음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 친구의 답변은 이미 그 사람이 사람들에게 나를 남자 밝히고 바람피우는 여자로 이야기해 놓아서, 대다수 남자는 내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니, 이 직업을 계속 이어가고 싶으면, 그 사람과 화해하고, 잘 지내라고 조언을 주었다. 나는 그 사람과 화해하는 대신, 직업을 포기하기로 하였다. ● 책 출판을 결심하고서, 정말 오랜만에 그때의 이미지들을 찾아보았다. 사실 그 시절 찍었던 사진들을 보면, 기억이 생생히 나기 시작해서, 도저히 감당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는 하얀 바탕에 종이만이 안전감을 주었지만, 밤에는 기억이 낳은 이미지에 시달렸다. ● 나의 시선을 이끌던 것들은 방치되어 시들어 가고 있는 식물이었다. 무너져 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닮은 식물은, 나를 위로하는 유일한 존재였다. ■ 임진실

Lena_aboma_80×64cm_2020

기억은 존재하고, 내 과거 또한 존재한다.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로 만들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나에겐, 나만의 궤도(orbit)을 만드는 일이 아직 남아 있다. 타인을 파괴하거나 나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고, 온전히 내 길을 내가 만드는 것. 지난 시간을 없앨 수는 없지만, 내 궤도를 나 스스로 수정함으로써 내가 걸어갈 길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다. ● 예고 없이 기억이 들이닥칠 때면, 소비에트 연합이 1957년 발사한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Спутник)를 떠올린다. 스푸트니크는 '여행의 동반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스푸트니크 2호 안에는 '라이카(лайка)'라고 흔히 알려진, 쿠드리야브카(Кудрявка)라는 이름의 떠돌이개가 타고 있었다. 버려진 채 빈민가를 떠돌던 쿠드리야브카는 과학자들에게 입양되어 훈련을 거친 뒤, 같은 해 11월, 지구대기권의 밀도만을 측정하고 불타버린 스푸트니크 1호가 준 정보들로 제작된 스푸트니크 2호에 태워져 우주로 보내졌다. ● 대기권을 지나면서 쿠드리야브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스푸트니크 2호가 정상 궤도를 돌고 무사히 되돌아 왔다면 쿠드리야브카는 살아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 기억이 홀로 우주 안에 남겨진 떠돌이 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불타버렸지만, 기록으로 남은 강아지 한 마리. ● 나는 내 기억과 함께, 내가 걸어온 과거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버리고 싶다고 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울 수 있다고 지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내 기억과 함께 살아가기를 선택했다. 가능하다면, 아무런 성과 없이 그저 존재하기만 했던 기록이 아니라, 앞으로의 선택과 결정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그런 흔적으로 남기고 싶다. ■ 이경희

Vol.20210220a | 우리가 공존할 수 있을까-Lena_Truth Leem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