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몽

석철주展 / SUKCHULJOO / 石鐵周 / painting   2021_0305 ▶ 2021_0411 / 백화점 휴점시 휴관

석철주_신몽유도원도15-4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젤_150×150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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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철주 홈페이지_chuljoosuk.com 석철주 인스타그램_instagram.com/chuljoosuk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7:00pm / 백화점 휴점시 휴관

롯데갤러리 인천터미널점 LOTTE GALLERY INCHEON TERMINAL STORE 인천시 미추홀구 연남로 35(관교동 15번지)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 5층 Tel. +82.(0)32.242.2987 www.blog.naver.com/lottegallery_ict www.instagram.com/lottegallery_ict

마음의 시작으로 여겨지는 3월, 그간의 추위를 털고 일어나 기지개를 켜본다. 만물이 소생하는 경칩(驚蟄)이다. 움츠려 지냈던 겨울이 끝나고 새로운 생명력이 깨어나는 절기이다. 롯데갤러리 인천터미널점에서는 2021년 봄을 맞이하여, 동양과 서양의 경계에서 자유롭게 예술 세계를 펼치는 작가 석철주를 조명하는 전시 '춘몽(春夢)'을 개최한다. ● 작가 석철주는 한국화 양식의 틀에서 벗어나 그 범위를 서구의 현대 미술로 넓혀 창작의 가능성을 확대하는 과감한 도전을 지속해왔다. 이에 우리는 특정한 장르를 뛰어넘어 독창적으로 구축해 온 그의 예술혼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특히 석철주 작가가 몇 해 전 강화도로 작업 공간을 옮긴 이후로 인천에서 갖는 첫 전시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그의 호, '도건(濤健)'이 상징하는 작가의 건실한 예술 철학을 공유하는 이 자리는 관람객들에게 따뜻하고 몽환적인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 이번 초대전은 그의 작업 중 진수로 꼽히는 「신몽유도원도」 시리즈를 중점으로 구성된다. 자연의 세계를 거시적으로 풀어낸 이 연작들 가운데 약 서른 점을 선정했다. 「신몽유도원도」 시리즈는 작가 스스로의 이상향을 추구하는 데에서 시작하였으며,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섬세한 색조로 펼쳐진 화폭에서 대자연의 풍경은 장대하게 펼쳐져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고 경외감을 불러 일으킨다. 여기에 더해진 '망 처리 기법'은 몽롱함을 고조시키고 그림의 깊이를 더한다. ● 함께 소개되는 「매화초옥도」는 매화가 만개한 봄, 먼 곳에 사는 벗을 찾아오는 선비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는 조선 후기 요절한 천재 문인화가 '전기(田琦, 1825-1854)'의 「매화초옥도」를 재창조하였다. 흐드러지게 핀 매화가 아름다운 색감으로 가득히 나타난 산 속 봄의 정경에 한껏 빠져들기를 바란다. ●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에 혼란을 불러온 지 한 해가 넘은 지금, 고단한 시기이지만 생동하는 봄의 기운에 힘입어 잠시나마 꿈을 꿀 수 있는 자리를 준비했다. 석철주 작가의 대작이 주는 압도감, 섬세한 색감이 자아내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공간 안에서, 이상향에 몰입하여 물아일체의 경지를 직접 느껴 보시기 바란다.

석철주_신몽유도원도14-22-1+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젤_130×388cm_2014

「新몽유도원도」, 이상과 현실의 추구 ● 갤러리에 들어서면 공간 가득 보이는 작품들은 석철주 작가의 「신몽유도원도」 시리즈이다. 자연의 세계를 거시적으로 풀어낸 이 연작은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발표되었으며,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원작인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세종대왕의 아들인 안평대군이 도원에서 노닐던 꿈을 꾼 뒤 화가 안견에게 그 내용을 그리게 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석철주 작가는 이 수묵화에서 현실과 환상을 한 폭의 그림에서 명확하게 구분 짓는 동시에, 안개를 이용해 이 분리된 두 이질적인 세계를 자연스럽게 매개하는 방식에 매료되었다. 그래서 자신의 작품에도 안개를 산 굽이굽이 파고들게 하여, 현실과 이상이라는 두 이질적인 세계를 자연스럽게 매개하도록 한다. 대자연의 신비감을 조성하면서 화폭 속의 세계를 더욱 모호하고 몽롱하게 만든다. ● 또한 작가는 '꿈'이라는 장치로 현실을 대체하는 원작의 요소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를 적용하기 위해, 사진이나 사생이 아닌 그의 기억에 의존하여 작업했다. 실재의 산은 작가의 상상을 거쳐 다양한 형태로 모습을 보인다. 머릿속에 있는 기억 자체를 보여주듯 산의 형상은 불분명하고 배경과의 경계 역시 모호해져 작품에 오묘함을 불어넣는다. '산'은 석철주 작가의 큰 취미였지만, 건강 문제로 인해 이제는 갈 수 없는 소망의 존재가 되었다. 작가 개인의 이상향을 추구하는 데에서 비롯한 이 작업은 조선 전기 관념 산수풍의 대가, 안견의 작품을 차용하여 의미를 살리면서도 기법 변화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회화로 바뀌었다. ● 석철주 작가가 2013년부터 시작한 '망 처리 기법'은 그림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심화한다. 그림 위에 덮인 촘촘한 망은 디지털 시스템의 기본 요소인 '픽셀'에서 착안되었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문명과 더불어 사는, 특히 언택트가 더욱 일상화된 바로 오늘의 현실에서도 공감을 자아낸다. 하지만 불규칙한 격자 무늬를 통해 손 노동에서 배어 나오는 감성은 아날로그를 향한 그리움을 내포하기도 한다. ● 보일 듯 말 듯하게 마무리된 네트워크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계절에 따라 다채롭게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담고 있다. 작가는 아련함이 깊어진 그림 속으로 관람객이 한껏 몰입하기를 기대한다. 석철주 작가의 현실과 이상을 풀어내면서 우리에게 자신의 삶과 꿈을 돌아보도록 권한다. 작품을 통해 내면 성찰을 경험하고, 삶을 근원적으로 되돌아보면서 일상 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꿈을 환기하도록 유도한다. 허망한 꿈이 아닌, 현재에 충실하도록 하는 꿈과 함께 자신의 길로 나아가게끔 우리를 안내한다. ● 메인 전시실에서 10폭의 병풍으로 구성된 연작이 관람객의 눈을 이끌었다면, 안쪽 전시실에는 그 압도적 크기로 시야를 집중시키는 연작 여섯 점이 배치된다. 고요한 작품들 가운데에서 더 깊이 몽환적 분위기에 빠질 수 있도록 마련되었다. 석혜원 작곡가의 음악이 흐르는 이 공간에서, 이미지를 형상화 한 음악의 선율과 함께 파노라마적 경관이 주는 장대함을 즐길 수 있다. 관람객이 이 안에서 충분한 안정을 느끼며 오롯이 작품에만 집중하기를 제안한다. ● 내 마음속의 풍경, 실제로 존재하는 풍경, 그리고 핸드폰 속에 픽셀로 존재하는 풍경. 어느 것이 실재고 어느 것이 가상인가?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고 실재의 의미가 중요해지지 않은 이 시점에 마치 실재와 가상의 모호한 경계처럼, 나의 작품 속 산새는 더 명확해졌고, 분위기는 더 몽롱해졌다. 나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달라지는 시선, 새로운 '풍경'의 모습을 느끼게 하고 싶다. 「작가노트 '픽셀 2014'」 (개인전도록, 고려대학교박물관, 2015)

석철주_신몽유도원도19-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젤_130×162cm_2019

한국화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예술적 노력 ● 롯데갤러리에서는 「매화초옥도」 두 점도 함께 소개한다. 매화가 만개한 봄, 먼 곳에 사는 벗을 찾아오는 선비의 모습을 보여준다. 조선 후기 요절한 천재 문인화가 '전기(田琦, 1825-1854)'의 「매화초옥도」를 재창조한 작품들이다. 자연은 정신적 가치를 탐구하고 도달하기 위한 이상적인 공간이라 여겨진다. 동양적 사고의 뿌리로 자리잡은 이 개념을 기반으로 석철주 작가는 자연을 모티브로 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는 원작이 갖고 있는 지기(知己)문화를 살리면서, 봄꽃이 만발한 산 속의 찬란한 정취로 보는 이가 빠져들게 한다. 청색과 분홍색 그리고 보라색의 미묘한 색조가 화폭에 아름답게 펼쳐진다. 풍경은 화려하게 확장되어 시각적 즐거움을 이끌어낸다. ● 전통적 회화의 의미와 정신을 최대한 살리면서 작가의 기법대로 변화시켜 원작을 뒤흔들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석철주 작가가 선택한 재해석의 전략이다. 이 방법은 한국 미술계에 서구의 포스트모더니즘이 본격적으로 소개된 1990년대 초에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장르를 불문한 현대 미술가들이 기존 문화에 대한 비평, 혹은 새로운 창작을 위한 수단으로 이 방식을 도입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석철주 작가의 전략도 한국화의 정체성을 찾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될 수 있다.

석철주_매화초옥도19-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먹_170×170cm_2009~19

기법"스밈과 번짐, 그리고 비침의 미학1)" ● 석철주 작가는 자신의 제작 기법을 두고 "기존 서양화 작가들의 표현 방법을 정반대로 한다."고 말한다. 수묵과 채색으로 초기 작업을 만들었던 작가는 이후 서양화 재료인 아크릴 물감과 캔버스를 활용하였다. 그러나 물감을 이용해 형상을 그리는 일반적인 방법이 아니다. 물과 안료가 흡수되고 번지는 물리적 작용으로 형상이 드러나게 하는 기법이다. ● 작가는 최종적으로 나타나게 될 주조색을 제일 먼저 바탕에 칠한다. 이 작업이 다 마르고 나면, 그 위에 흰색을 한 겹 덧칠한다. 안료가 마르기 전에 물을 고압 스프레이에 넣고 쏘아서 산의 모습을 잡는다. 물이 마르기 전에 편필로 정교하게 지워내 아래 숨겨진 색이 보이도록 만든다. 이 독특한 기법은 화면에 또 다른 깊이감과 미묘한 느낌을 일으켜, 관람자가 더 그림 안으로 들어가도록 유도한다. 이 모든 과정은 물감이 마르기 전에 이루어진다. 고분 벽화에서 쓰이던 이 방식은 강약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창작을 하는 주체에게 재료에 대한 숙련된 지식은 물론이고, 상당한 집중력과 시간, 호흡의 제어를 요구한다. 작가가 어려서부터 부지런하게 쌓아 올린 내공과 노련함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평론가들에 의해 '물로 그리기' 혹은 '훔치기 기법'이라 일컬어지며 주목받은 이 독창적 기법은 강한 발색을 지닌 아크릴이라는 서양 재료를 중성화하는 과정에서 동양의 '먹'과 같은 호흡을 갖도록 한다. 한국화 재료의 수용성을 유지하면서 표현의 자유로움을 향해 진일보라는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이다. 한국화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석철주 작가의 노력은 결국 작품의 주제, 정신성, 기법에 모두 걸쳐 그의 예술 세계에 골간을 이룬다.

석철주_매화초옥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먹_182×205.5cm_2009

작가 소개 ● 도건(濤健) 석철주(1950~) 화백은 예술가의 생애 내내 꾸준히 한국화의 정체성에 대해 고찰하고, '한국화의 현대화'라는 화두에 응답해왔다. 그는 범람하는 현대의 문화 속에서 점점 그 자취가 소실되는 우리의 전통을 새로운 조형 언어를 통해 재해석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석철주 작가의 작품은 한국화라는 양식이 가진 틀에서 벗어나 창작의 가능성을 확대하는 과감한 도전이자, '고전과 전통의 재해석'이라는 현대미술의 과제를 풀어내는 적절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1966년, 16세의 나이에 동양화의 거장인 청전 이상범 화백의 문하에 들어간 석철주 작가는, 도제식 교육을 통해 수묵과 채색을 두루 섭렵하며 한국화의 기본기를 익혔다. 같은 세대 한국화 작가들과 비교하자면 특별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체계적인 공부를 위해 27세인 1977년 추계예술대학교 동양화과에 진학하였으며,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교육 석사과정을 마쳤다. 그 후, 예술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그는 모교인 추계예대에서 3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교수를 역임했다. ● 그가 본격적으로 작가로 활동을 시작한 1980년대는 이제 막 '현대 미술'의 시대로 접어드는 시기로,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양상의 미술이 경합을 이루었다. 특히 전통과 현대에 대한 논쟁이 활발해진 한국화 분야에서는 우리의 문화적 전통에서의 대상, 소재, 재료나 표현 기법 등에 그 주안점이 좀 더 집중되어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석철주 작가는 현대화된 한국화를 구상하는 데에 주력하는 방향을 잡게 되었다. 그는 다양한 조형적 실험을 전개하고, 새로운 형식과 주제를 대담하게 모색하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먹과 아크릴의 혼용, 천이나 오브제가 화선지를 대체하는 작업 방식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한 기법적 시도들이다. 작가는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한국화의 매체적 한계를 넘어 현대적 기법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은 전통과 현대, 한국화와 서양화를 넘나들며 그 경계를 무색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그가 예술가로 보내온 그 긴 시간은 우리에게 장르에 대한 개념 정의 자체에 대해 반문한다. ● 1968년 「백양회」의 신인작가 발굴 공모전에서의 입선을 시작으로, 1971년부터 1979년까지 「국전」 6회 입선하고, 「중앙미술대전」에서는 1979년부터 연이어 세 차례 특선하였다. 1990년 제9회 미술기자상, 1997년 제6회 한국미술작가 상, 2010년 제2회 한국 평론가 협회 창작 부문 대상을 수상하였다. ● 석철주 작가는 1981년 이후로 28회의 개인전과, 90회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그의 작품은 현재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시립미술관, 국회의사당, 고려대학교 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청와대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 롯데갤러리

* 각주 1) 서정걸, 「스밈과 비침의 미학」, 『월간미술』 (1999년 5월호), pp. 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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