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 그 숨 That Place, Their Breath

이정록展 / LEEJEONGLOK / 李政錄 / photography   2021_0309 ▶ 2021_0627 / 월요일 휴관

이정록_Private Light-3_젤라틴 실버 프린트_45×45cm_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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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광주시립미술관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광주시립사진전시관 GWANGJU MUSEUM OF PHOTOGRAPHY 광주광역시 북구 북문대로 60 광주문화예술회관 내 (구)시립미술관 Tel. +82.(0)62.613.5405 artmuse.gwangju.go.kr

광주시립미술관(관장 전승보)은 지역사진작가 초대전으로 이정록 『그 곳, 그 숨(That Place, Their Breath)』전을 3월 9일부터 6월 27일까지 광주시립사진전시관에서 마련한다. ● 광주시립미술관 지역사진작가 초대전은 사진예술부분에서 독창적 작품 활동을 통해 예술적 성과를 이룬 작가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전시로서 올해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오고 있는 이정록 작가를 초대한다. 작가의 작품 47점과 작품의 제작과정을 담은 메이킹 영상이 같이 전시된다. ● 이번 전시는 전시 제목 '그 곳, 그 숨 (That Place, Their Breath)'에서 상징 하듯 특정 공간이 가지고 있는 기운과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작가의 작업 세계의 전모를 살필 수 있다. ● 전시는 작가의 초기 작업과 자연이 가지고 있는 신비한 생명력을 시각화한 작품으로 이루어진 'Tree of Life' 와 빛으로 구현되었던 전작의 다양한 형상과 기호가 나비로 응축된 'Nabi', 그리고 생명의 기원과 그 폭발적 분화의 경이로운 순간의 기운과 에너지를 시각화한 신작이 중심이 된 'LUCA' 총 세 가지 소주제로 구성된다. ● 작가는 가시적인 세계 이면에 내재된 근본적인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비가시적인 세계에 존재하는 에너지와 영적인 신비를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으며 형식적인 부분에서는 지속광과 순간광의 혼용을 통해 새로운 형식의 라이트 페인팅 작업 틀을 구축하고 있다. 작가는 순간광으로 기호의 형상을 만들어 라이트 페인팅 기법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등 사진이 가지고 있는 매체와 질료적 한계를 넘어서는 시도를 지속해오고 있다. ● 이정록 작가는 1971년 광주 출생으로 로체스터공과대학 영상예술대학원에서 순수사진을 전공하였으며 1998년 서울 갤러리 2000에서의 『남녁땅』전을 시작으로 2003년 광주 신세계갤러리 『Aquarium』전, 2016년 영국 런던 Pontone Gallery 『Nabi』, 2014년 중국 상하이 『Let There Be The Light』전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으며 2006년 신세계미술제 대상과 2015년 수림사진문화상을 수상하였다. ● 광주시립미술관 전승보관장은 "코로나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많은 시민들에게 가시적인 세계 이면에 존재하는 에너지와 원초적인 생명력을 시각화 한 이정록의 작품 감상을 통해 심적 위안을 얻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전시 관람을 위해서는 광주시립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 후 관람 할 수 있으며 자세한 문의는 사진전시관(062-613-5405)를 통해 할 수 있다.

이정록_mythic scape13_C 타입 프린트_90×120cm_2007
이정록_Tree of life 6-2-3_C 타입 프린트_90×120cm_2017

흔적과 가능성으로서의 생명 ● 20년 넘게 작업을 해온 이정록 작가는 일관성 있게 하나의 주제에 천착해 왔다. 그동안의 인터뷰와 작가 노트 등을 통해 작가가 직접 밝혀온 바에 따르면 그것은 경험적 세계 너머에 있는 어떤 근원적인 것 – 신성, 우주의 질서, 혹은 생명의 근원일 수도 있는 어떤 에너지를 표현해 내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는 사실상 생명과 우주의 비밀이라는, 철학과 과학의 근간을 이루는 거대한 질문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꽤나 대담하고도 무모한 시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1990년대 후반의 초기작에서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는 신작까지 20여 년에 걸친 긴 시간을 담고 있는 이번 전시는 이 거대하고도 막연한 질문에 조금이나마 유효한 방식으로 다가가기 위해 작가가 감행한 실험과 시도들의 변화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가 사용해 온 소재와 기법, 주제에 대한 접근 방식은 그가 결과적으로 포착해낸 이미지들이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단서들을 제공해 준다. ● 이정록의 작업의 관통하는 핵심적 요소들은 2000년대 후반에 발표한 「신화적 풍경」과 「사적 성소」에서의 탐색과 실험을 거쳐 「생명나무」에서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생명의 근원적 에너지에 대한 탐색의 과정에서 나무라는 소재에 주목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나무는 거의 모든 문화권의 종교와 신화에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며 오랫동안 경외와 숭배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는 인류가 오랜 시간 동안 나무가 매해 잎을 피웠다가 떨구기를 반복하며, 인간보다 더 크게 자라나고 더 오래 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무를 성장과 죽음, 부활의 강력한 상징으로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제목으로 사용하고 있는 생명나무, 혹은 생명의 나무라는 개념은 우주의 기원과 구조, 삶의 근원을 상징하는 나무로서 전세계의 신화 속에 보편적으로 등장하며, 나무가 생명의 비밀을 품고 있을 것이라는 인간의 오랜 믿음에 근거한다. ● 「생명나무」 연작은 작가가 살아있는 나무와 직접 소통, 교감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생한 플래시 효과가 인화지에 담긴 것이 단초가 되었다. 작가는 고목에서 생명이 피어나는 듯한 순간을 강렬하게 감지했다고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시각화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깨닫고, 이 사건을 계기로 접근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발견과 포착에서 수행과 제작으로의 전환이었다. 이후로 작가는 스튜디오와 들판, 숲 속과 물 위에 베어낸 나무를 설치하고 장비와 씨름하며 원하는 이미지들을 만들기 위해 분투했다. 플래시와 서치라이트라는 인공 광원들을 중첩하고 어스름 무렵의 자연광과 조화시키는 과정 속에서 빛은 작가의 가장 중요한 형식 언어로 자리잡게 되었다. ● 사실 빛은 이미 작가의 초기 작업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었다. 1990년대 후반에 흑백 은염으로 제작한 「사적인 빛」 연작에서 그는 "라이트 페인팅 기법을 통해 비물질적인 빛을 물질적인 오브제로 전이시키는 방법을 발견했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제목을 통해 빛이 단순히 형식적 기법을 넘어서 작업의 주제를 드러내는 핵심적 요소임을 암시했다. 순간광의 중첩을 본격화한 「생명나무」(2009-)를 거쳐 빛에 구체적인 형상을 부여한 「나비」(2015)에 이르면 빛은 단순한 기법을 넘어 작품의 중심 소재로 기능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경향은 아이슬란드의 독특한 자연 풍광과 산티아고의 순례길을 배경으로 제작한 「아이슬란드」(2019)와 「산티아고」(2019) 연작으로도 이어지며, 특히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는 「루카」(2021)에서는 빛으로 오래된 전설 속 동물의 형상을 만들어 내면서 극대화되었다. ● 한편 「아이슬란드」와 「산티아고」에서는 산등성이와 들판, 계곡과 호수, 나무와 숲, 돌무덤과 길, 오래된 건축물 위로 원이나 나비 등의 형상을 한 빛이 흐르는 듯 표현되어 있어, 작가가 표현하고 싶어하는 생명력의 상징으로서의 빛이 어떤 공간을 통과하는 거대한 흐름, 즉 시간이라는 요소와 관련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그의 작업은 시공간의 특정 좌표 상에 위치한 '지금'이라는 현실에 균열을 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시간이라는 축을 다양한 층위에서 공략한다. 나무와 바위, 물과 같이 시간의 흐름을 품고 있는 자연물, 세월의 오랜 축적이 느껴지는 건축물이나 장소들을 사진의 배경으로 선택하며 빛의 중첩이라는 기법을 통해 여러 시간들을 하나의 이미지 속에 담아내는 방식 등이 이러한 맥락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 ● 우리는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지금에도 생명에 대한 표준 정의조차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을 종종 간과하지만 생명의 비밀을 둘러싼 수수께끼들은 언제나 유효한 질문이자 모든 학문과 예술을 추동하는 주제이다. 이정록의 작업세계에서 나무는 생명의 기원을 품고 있는, 실재하는 생명체로서 구체적인 의미의 생명이다. 반면 빛은 추상적인 개념으로서의 생명, 신비감을 자아내고 시간을 초월하는 에너지로서의 생명이다. 태곳적 지구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자연과 오래된 건축물에 실재하는 것,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시간을 두고 공간과 교감하려는 예민한 자들에게 어렴풋이 감지되는 것, 물리적 공간을 의미를 지닌 장소로 만드는 것, 그것은 결국 한때 그곳에 존재했으나 시간이라는 흐름 속에서 사라진 생명의 흔적들, 혹은 그 흐름을 타고 도래할 새로운 생명의 가능성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작업은 어쩌면 지구상에서 우리를 앞서 갔던 모든 생명체에 대한 경외와 우리를 뒤이을 모든 생명들에 대한 환대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번 전시의 제목이 말해주듯, 이정록의 작품 속에서 생명은 흔적과 가능성으로서 언제나 "그 곳"에 존재하는 "그 숨"인 것이다. ■ 이사빈

이정록_iceland 07_C 타입 프린트_152×120cm_2019
이정록_Luca 31_C 타입 프린트_152×120cm_2021
이정록_Luca 26_C 타입 프린트_120×95cm_2021

공명의 기록 ● 내 작업의 시작은 「남녘땅(The Southern Land)」이다. 내가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에는 유형학적 사진이 붐이었다. 사진가로서 첫 발을 내딛는 시기라 꽤 큰 자극이었지만, 태생적으로 자연에 대한 민감한 감각을 가진 나는, 물질세계의 근본을 이루는 우주의 신성과 그 신비로운 질서에 대한 탐구에 더 끌렸다. 나는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남도의 자연으로 갔다. 동틀 무렵 하늘과 땅이 내뿜는 양과 음의 에너지가 대기 중에서 뒤엉키다 전복되는 순간, 나는 도무지 언어로는 표현할 길이 없는 신비한 체험을 하곤 했다. 자연의 진동과 울림에 조응할 때 나의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기쁨, 그것이야 말로 내가 이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이었다. 그렇게 내가 손수 인화한 「남녘땅(The Southern Land)」시리즈가 세상에 나왔다. ● 「Private Light(사적인 빛)」시리즈는 내 생애 첫 라이트 페인팅이었다. 미국 유학 시절 나는 물질적인 상태를 초월하게 만드는 다양한 형식을 탐색했는데, 라이트 페인팅도 그 중 하나였다. 그 때 나는 세상이 어둠에 잠기는 밤이 되면, 빛을 활용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나만의 느낌'을 시각화 할 수 있음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Tree of Life(생명나무)」시리즈는 겨울과 봄 어디쯤에서 만난 감나무에서 시작되었다. 겨울의 바짝 마른 나무 가지 끝에서 나는 언뜻 초록을 보았다. 그 때 내가 정말로 무엇을 본 것인지 혹은 강렬한 생명력을 느꼈던 것인지 확실치 않다. 분명한 것은 죽은 듯 말라붙은 그 겨울 나뭇가지가 생명의 싹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 마른 나뭇가지가 품고 있는 신비한 생명력을 시각화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양한 종류의 설치 작업과 순간광과 지속광을 이용한 형식 실험을 이어갔고, 그 궤적은 「Mythic Scape(신화적 풍경) 」과 「Private Sacred Place(사적 성소)」로 남아 있다. ● 지속적인 실험과 시도 끝에 나에게 남은 가장 중요한 모티브는 나무와 빛이었다. 나무는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잇는 관문이자 일종의 균열을, 빛은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의 교류를 상징한다. 나는 이 둘을 결합한 생명나무를 통해 두 세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응'을 시각화하고자 했다. ● 형식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실내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나는 빛이 요란하기보다 오묘하길 바랐다. 단지 아름다운 것 이상의, 어떤 느낌을 전달하고자 애썼다. 데이터가 구축되기까지 실험에 실험을 거듭했다. 4년의 노력 끝에 「Tree of Life(생명나무)」 첫 시리즈를 발표할 수 있었다. 그 후, 지금까지 실내와 실외에서 지속적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 마음에 잔상을 남기는 풍경들이 있다.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잠재되어 있어서 보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무한한 정신성과 영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장소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지의 힘이 나의 영혼에 남긴 그 느낌은 내 안에서 어떤 의미와 형상을 생성하곤 한다. 그것은 상상한다기보다 상상되는 것이다. ● 밤과 낮이 섞이고 빛과 어둠이 부드럽게 엉키는 시간이 오면, 깊고 그윽한 공간의 에너지가 서서히 드러낸다. 그러면 나는 그 신비로운 순간의 에너지를 필름에 가득 퍼 올린다. 그리고 서서히 어둠이 내리면 흙탕물이 서서히 가라앉듯이 내 안의 감각과 분별의 소음이 사그라든다. 세상이 완전한 어둠에 잠기고 내 안과 밖의 에너지가 조우하면, 나는 다시 셔터를 연다. 암흑 속에서 플래시가 번쩍, 하고 터질 때마다 하나의 나비가 탄생한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수십 수백의 에너지가 나비가 되어 필름에 각인된다. ● 동양에서 나비는 영혼을 상징한다. 나비는 이곳과 저곳을 오가는 존재로, 이승과 저승의 경계마저도 자유롭게 넘나든다. 우연찮게도 나비와 같은 소리를 지닌, 'Nabi'는 히브리어로 선지자를 뜻한다. 그런 연유로 나는 그 동안 다양한 형상과 기호였던 빛을 나비로 응축한 「Nabi」 시리즈를 만들었고, 국내와 세계 각지를 다니며 작업하고 있다. ● 「LUCA」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선 보이는 시리즈다. 제주에서 생명나무 작업을 할 때, 백록담이 신선이 타고 다니던 흰 사슴 '백록白鹿'이 노니는 곳에서 유래했다는 전설을 들었다. 그 때 처음으로 영물인 흰 사슴의 이미지가 내 안에 깊숙이 들어왔다. ●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지구상에 현존하는 모든 생물에게는 하나의 조상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고, 생명나무(The tree of Life)의 뿌리에 해당하는 그 존재를 루카(LUCA,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로 명명했다. 오랫동안 생명나무(The tree of Life)를 주제로 작업해온 나에게는 무척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 생명의 기원인 루카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생물학자들은 유전자를 추적했고,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에 매진했다. 그들이 밝혀낸 놀라운 사실들을 지켜보던 나는,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해 생명의 기원과 그 폭발적 분화의 경이로운 순간을 나무와 사슴과 빛의 중첩과 얽힘과 도약으로 시각화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LUCA」다. ■ 이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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