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과거가 될 수 있을까

The Continous Present展   2021_0310 ▶ 2021_0411 / 월,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박진영_김라연_황민규_박예나 인테러뱅(이승미, 양화선, 문소영, 김영삼)

기획,진행 / 상업화랑(김명진, 김소희)

관람시간 / 01:00pm~07:00pm / 주말_01:00pm~06:00pm / 월,화요일 휴관

상업화랑 Sahngup gallery 서울 중구 을지로 143(을지로3가 240-3 ) Tel. +82.(0)10.9430.3585 www.facebook.com/sahngupgallery www.sahngupgallery.com

모두 지금이 지나가기를 기다리지만, 바이러스가 만든 현실은 여전히 과거가 되지 않았다. 우리가 지나간 과거라고 여기는 재난의 경우에도 '타인의 재난'이라 외면할 수 있을 뿐 남겨진 상흔은 쉽게 '지나가지' 못한다. 그리고 누구도 타인의 재난이라 할 수 없을, 코로나 이후 지속되는 팬데믹(pandemic)은 모두가 적응해야 할 일상이 되었다. 우리는 지금을 극복하고 과거와 닮은 미래를 회복할 수 있을까? 혹은 이것이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하는 거대한 전환점(paradigm shift)임을 받아들여야 할까? 섣불리 정의할 수 없는 혼란스러운 지금은 정리되지 않은 말들의 파편들로 간신히 파악된다. ● 좀처럼 지나가지 않는 '지금'에 대해 질문하는 이 전시는 재난과 일상의 감각을, 그리고 예술과 웹 아카이브 사이를 가로지르는 작업들을 소개한다. "지금은 과거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팬데믹과 재난의 차원에서, 매체에 의해 재편된 시간의 차원에서 중의적 의미를 갖는다.

지금은 과거가 될 수 있을까展_상업화랑_2021
황민규_나를 지켜줘_HD 영상_00:25:00_2017
김라연_도시의 섬 북아현동 III_캔버스에 유채_40.9×52cm_2014 김라연_도시의 섬 북아현동 IV_캔버스에 유채_40.9×53cm_2014 김라연_도시의 섬 북아현동 II_캔버스에 유채_40.9×53cm_2014 박진영_나토리시-음료수병(14.7m)_라이트젯 프린트_120×150cm_2011

오늘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연대기적인 시간은 매체에 의해 서로 혼용되어 있다.1) 매체에 의한 시간의 재구성은 초기 사진으로부터 오늘날의 사이버스페이스까지를 가로지르는 주제다. 롤랑 바르트는 사진이 '언젠가 존재했던 것들의 흔적'들을 현재로 불러온다고 보며 이를 "과거의 현실들이 유출"되었다고 표현했다.2) 또한 벤야민은 이미지가 과거와 현재를 병치할 때 "그때와 지금이 번개의 섬광처럼 들어오는" 인식을 가능케 한다고 보았다.3) ● 사진이 재난을 다룰 때, 과거의 폐허에서 무엇을 현재로 건져 올릴 것인가? 박진영의 사진은 가장 충격적인 장면을 기록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충격적 순간 이후에 남겨진 일상적 풍경들과 잔여물들을 불러 온다. 3.11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재앙의 원천'으로서의 바다를 선명히 인식하게 만든 사건 중 하나다. 「Moving Nuclear」 시리즈는 2013년 후쿠시마 앞바다를 거쳐 대만, 필리핀, 베트남, 싱가폴, 인도네시아, 적도를 거쳐 다시 제주로 돌아오는 항해의 여정을 기록한 것으로 지구를 돌고 도는 원자력 오염수의 보이지 않는 흔적을 추적한다. ● 경계가 없는 물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황폐함이 땅에서는 보다 선명하게 나타난다. 도시 환경의 이면에 주목해 온 김라연의 회화는 반복되는 재개발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인 '비어 있는 풍경'을 보여준다. 오래된 풍경과 새로운 풍경 사이에서 재개발 현장의 망각된 사물들이 방치되고 황폐해질 때면 무심하게 자라난 식물들과 뒤섞이며 새로운 인공-자연을 형성하기도 한다. ● 비어 있는 풍경은 오늘의 조용한 재난을 닮아 있다. 조용히 우리가 숨 쉬는 공기를 잠식하고 '비대면'의 시기를 지속하게 하는 재난. 그리고 이제 가상공간은 누구도 '가짜' 현실이라 부를 수 없을 현실 그 자체가 된다. 황민규의 모큐멘터리(mokumentary)4) 영상에서는 가상과 현실, 시나리오와 실제상황이 혼재하며 작가의 실제 경험과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사들이 자연스럽게 뒤섞인다. 인류의 크고 작은 위기, 그리고 전지구적 바이러스는 절망과 희망 속에서 다시금 만화적인 영웅의 존재를 추구하게 한다.

김라연_도시의 섬 III_캔버스에 유채_캔버스에 유채_112.1×193.9cm_2013
박진영_Moving Nuclear-Taiwan#02_C 프린트_37×52cm_2013 박진영_Moving Nuclear-Indonesia#01_C 프린트_37×52cm_2013 박진영_Moving Nuclear-Vietnam#02_C 프린트_37×52cm_2013
황민규_Time to Live 3_디지털 프린트_61.5×61.5cm_2018

바이러스에 의해 오프라인 공간의 밀도가 느슨해진 가운데, 웹의 지극한 활성화는 예술의 위기 혹은 기회로 읽힌다. 보리스 그로이스는 인터넷상의 예술을 아트 아카이브와 동일시하며 '선형적 역사의 맥락으로부터 떨어져 지속적인 현재로 남을' 수 있는 가능성으로 보았다.5) 현재-과거의 간극이 사라진 자리에 동시성이 등장하고, 웹상에서는 고정된 최종산물이 아니라 계속해서 갱신되는 과정의 도큐멘테이션이 곧 예술 작업이 된다. ● 인테러뱅(Interrobang)과 박예나의 작업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인테러뱅 프로젝트'는 재난 상황 가운데 웹 아카이브의 가능성을 극대화한다. 이 웹 사이트(interro-bang.org/)는 코로나 이후 나름의 방식으로 위기를 직면해 온 다양한 창작자들의 인터뷰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인테러뱅은 여러 예술가들의 창작 기회가 지연된 가운데, 그들의 미완결된 작업과 이야기들을 공유하는 것 자체에서 이 시기의 '?!'를 함께 돌파해나갈 하나의 방식을 찾는다. 웹 공간에서 '예술 아카이브(Art Archive) = 예술(Art)'이라는 그로이스의 공식이 성립할 수 있다면, 흩어진 목소리를 모아 들려주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하는 것 자체가 오늘날의 예술이 될 것이다. ● 박예나의 「Dead Skin Cells of the Earth」에서 오프라인-도시의 쓸모없는 폐기물 조각들은 무심히 사라지는 대신 3D스캐닝을 통해 부활하여 웹-우주를 떠돌아다니는 오브제로 남는다. 가상 환경 속에서 다각도의 관찰이 가능한 이 폐기물 잔해들은 새로운 세계의 땅을 형성할 물질들이기도 하다. 인공 구조의 지속적인 붕괴와 재발생의 가능성을 탐구해 온 작가는 폐허가 된 지금을 딛고 도래할 미래의 전초전을 본다. ● 재난과 일상 사이, 과거-현재-미래로 흘러가는 시간과 매체에 의해 '지속되는 현재'로 재편된 시간 사이, 예술 현장과 온라인 아카이브 사이, 그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어디쯤에 우리는 서 있다. 과거와 현재의 재난이 겹쳐지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중첩되는 이 공간에서 결코 하나로 정의되지 않을 지금의 면면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 김명진

인테러뱅_이 시기를 색깔에 빗댄다면?_디지털 프린트_118.9×84.1cm_2021
인테러뱅_INTERROBANG_단채널 영상_00:02:39_2020 인테러뱅_interro-bang.org_QR코드가 담긴 리플렛_21×9.9cm_2021
인테러뱅_interro-bang.org_웹사이트_2020
박예나_Dead Skin Cells of the Earth_인터랙티브 가상환경_2020
박예나_Fluctuating Ground_영상, 루프_2021

Though we all eagerly wait for now to pass, the reality created by the notorious coronavirus hasn't yet become the past. Even in the case of disasters that happened in the past, we can ignore them as "other's disasters", but the scars left behind cannot easily go by. And the COVID-19 pandemic, which no one else can call someone else's disaster, has become a part of our life for everyone to adapt to. Will we be able to overcome the present, and restore the future that resembles the past? Or should we accept that this is a huge turning point that prevents us from going back in time? The confused and undefinable now is barely understood as fragments of untidy words. ● The exhibition, which asks questions about the rarely passing "now", introduces works that cross between disaster and daily sensations, art and web archives. The question, "can now be the past?" has a dual meaning in terms of pandemics and time reorganized by the media. ● Today, the chronological time of the past, present and future is intermixed by the media. The reconstruction of time by media is a topic that crosses from early photography to today's cyberspace. Roland Barthes said the photograph brings "traces of things that once existed" to the present, and described it as "the reality of the past has leaked." Walter Benjamin also saw that when image put past and present side by side, it allows for the perception that "then and now coming in like a flash of lightning." ● When photography deals with disasters, what does it bring up from the ruins of the past to the present? Rather than focusing on recording the most shocking scenes, Area Park's photographs bring back the daily scenes and remnants left after the shocking moments. The March 11 tsunami and the nuclear explosion in Fukushima are one of the events that made the sea clearly recognized as a source of disaster. The 「Moving Nuclear」 series records the journey of a voyage back to Jeju via the coast of Fukushima in 2013, via Taiwan, the Philippines, Vietnam, Singapore, Indonesia, and the equator, tracking the invisible traces of nuclear pollutants circling the Earth. ● The devastation is clearer and easily visible on the ground than in water. Rayeon Kim's paintings, which pays attention to the background of the urban environment, show the "empty landscape," a transitional phenomenon that occurs in the process of repeated redevelopment. Between old and new landscapes, when forgotten objects of redevelopment sites are neglected and devastated, it mixes with indifferently grown plants and forms new artificial-nature. ● The empty landscape resembles today's quiet disaster. A disaster that quietly encroaches on the air we breathe and keeps us going through quarantines and lockdowns. And now virtual space becomes the reality that no one can call a "fake" reality. In Min-Kyu Hwang's mockumentary video, virtual and reality, scenarios and real situations are mixed, and the artist's experience and lines of Japanese animation are naturally mixed. Big and small crises of human beings, and the global pandemic, are once again pursuing the existence of a comic hero in despair and hope. ● With the density of offline space loosened by the COVID, the extreme activation of the web is read as a crisis or opportunity of art. Boris Groys identified art on the Internet with art archive, and saw it as the possibility of "remaining as a lasting present and being separated from the context of linear history." Concurrency appears where the present-past gap has disappeared, and on the web, the documentation of the constantly renewing process, rather than a fixed end product, soon becomes an artwork. ● The work of Interrobang and Yena Park shows this possibility in different ways. 'Interrobang Project' maximizes the possibility of web archives during disasters. The website (inter-ro-bang.org/)) was created to share interviews with various creators who have faced a crisis in their own way since COVID. At a time when artists' creative opportunities are being delayed, Interrobang finds a way to break through the "?!" of this period by sharing their unfinished work and stories. If Groys' formula of "Art Archive = Art" can be established in the webspace, it will be the art of today itself to come up with a new way of collecting scattered voices and telling them. ● In Yena Park's "Dead Skin Cells of the Earth," the useless pieces of waste in offline-city are revived through 3D scanning instead of disappearing and remain as the web-space wandering object. These waste debris, which can be observed at various angles in a virtual environment, are also materials that will form the land of the new world. The artist, who has explored the possibility of continuous collapse and recurrence of artificial structures, sees the beginning of the future that will come after overcoming the ruined now. ● Between disaster and daily life, between the time flowing past-present-to-the-future and the time reorganized by the media as 'sustained present', between the art scene and the online archive, we stand somewhere that is not entirely part of it. In this space, where past and present disasters overlap, and online and offline overlap, we will be able to observe the aspects of the present that will never be defined as one. (번역 허서영) ■ 김명진

* 각주 1) Götz Großklaus, Medien-Zeit, Medien-Raum, 심혜련, 『20세기의 매체철학』에서 재인용. 2) Großklaus, "Medien-Zeit" 3) Walter Benjamin, "Konvolut N(Re The Theory of Knowledge, Theory of Progress)" 4) 허구의 사건이나 상황을 기반으로 하지만, 다큐멘터리 형식을 통해 그것을 마치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장르로 '페이크 다큐멘터리'라고도 한다. 5) Boris Groys, "Art on the Internet", In The Flow, Verso, 2016.

Vol.20210310h | 지금은 과거가 될 수 있을까-The Continous Present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