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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재)송은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공휴일 휴관
송은 아트스페이스 SONGEUN ARTSPACE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5길 6(청담동 118-2번지) 4층 Tel. +82.(0)2.3448.0100 www.songeunartspace.org
비옥한 밭고랑 ● 모든 원예사는 무엇을 심을지 어디에 심을지에 대한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이 질문들은 식물의 품종마다 잘 자라기 위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해 이해하게 한다. 몇몇 식물은 비료를 더 소비하고 다른 종의 식물과 가까이 있을 때를 견디지 못하기도 한다. 몇몇은 직사광선을 필요로 하고, 어떤 것은 그늘이 필요하다. 어떤 작물은 봄에 씨를 뿌리기도 하고 어떤 것은 여름이나 가을에 심는다. 식물종에 대한 이런 지식은 직접적인 경험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한 줌의 흙에 씨앗을 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만족할 만한 수확을 낼 수 있는 풍성한 정원을 가꾸려면 관심과 인내, 돌봄이 필요하다. ● 「잠시 몸이었던 자리」는 관람자들이 독특한 식물이 땅의 고랑 속에 은신하고 있는, 낯설고 묘한 온실에 들어와 있음을 상상하게 한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관람자는 천정에 매달린 올록볼록한 형태의 싸개들을 지나 원통형의 줄기들 사이를 통과한다. 그리고는 몸통같은 기둥들이 교차하며 모여 있는 집합을 지나, 주름이 있는, 더 얇은 줄기들이 세워진 곳을 마주하게 된다. 각 작품의 물리적인 형태가 변하면서, 최성임의 시각적 세계의 요소를 활성화하는 발견의 감각을 자극하게 되고, 관람자가 공간 안에서 자신의 신체를 감각하는 방식도 바뀐다. 최성임의 작품은 일상적인 사물이 다층적인 의미를 펼치는, 변화된 형태가 나타나는 세계다. 이 설치 작품은 식물 세계의 다양한 형태와 시각적으로 닮은 것 이상으로, 땅 위의 활력을 내뿜는 다채로운 브리콜라주나 다름없다.
설치 미술은 작품을 만들 때 사용한 재료와 공간 안에 나타난 관계와 더불어 완성되는 편이다. 최성임의 최근 작업에서는 실로 짠 깔개와 플라스틱 소재의 그물을 자주 볼 수 있다. 격자 형태의 부드러운 망사 면은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을 보듬어 안음과 동시에 드러낸다. 나무에 매달린 열매 같이 생긴, 속이 빈 사물의 연약함은 단단한 표면의 보완적인 나열을 통해 균형감을 갖는데, 이는 최성임의 설치에 대조적인 감각을 더한다. 기계로 광을 낸 스테인리스 구는 쌓여 있어 빛을 잔잔하게 반사하고, 아크릴 원반과 청동 파이프로 만들어진 토템적 구조 안에는 빈틈없는 배열의 축들이 패턴을 형성한다. 이 단단하고 부서지지 않을 것 같은 사물은 기계적인 형태와 인공적인 미감을 보여주는데, 이는 그것이 만들어지기 위해 있었을 산업적인 과정을 암시하는 무기물적 물질감을 나타낸다. 이처럼 최성임의 작업 세계를 볼 때 이 오브제들은 이전에 사용했던 레이스나 메시 구조가 가진 섬세한 섬유와는 완전히 구별되는 종류이다. ● 이 두 재료가 가진 차이의 극단에는 정해진 물리적 구조가 없는, 잘 늘어나는, 연결된 면들 중 하나로서 제 3의 형태적 구분이 존재한다. 벽에 걸린 거대하고 두터운 메탈 태피스트리 안으로 융합된, 셀 수 없이 많은 금줄과, 원통형 혹은 선형적인 볼륨을 나타내기 위해 수직으로 당겨진, 투명한 유색 우레탄 비닐로 만든 얇은 줄기에서 어떤 근본적인 유동성이 나타난다. 이 하늘하늘한 막에는 선의 잔잔한 세공이 나타나는 최성임의 플라스틱/니트 싸개나 재료의 범주의 극단에 있는 단단한 덩어리의 차가운 사물성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다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들은 변화하는 환경적 조건에 유동적으로 적응하는 보호막으로서 기능한다. 이는 한국 교외 지역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투명한 비닐하우스나 영리적으로 경작된 인삼을 자외선으로부터 지켜주는 검은 천막과 비슷하다.
꽃 한 송이는 아름다움으로 반짝일지 몰라도 동시에 주변의 건강한 생태계를 지지하는 다른 식물종이 없는 상태에서 살아남고자 홀로 애써야 한다. 이와 같이 최성임의 설치 작품은 다수의 작업이 한 자리에 놓여 서로 배양할 때 최적의 상태로 보인다. 최성임의 작품은 형태들의 모임 혹은 무리로 완성되며 단일하게 존재하기 보다는 집단적인 복수성으로 애초에 개념화되어 있다. 「잠시 몸이었던 자리」에 소개된 많은 작업들 중 어떤 요소도 단일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가로로 긴 전시장이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최성임 개인전이 가진 전체성은 한 사람의 주변적인 시야 안에 머물러 있다. 이는 최성임의 확장적인 예술 실천을 통해 반증될 수 있는 유의미한 연결을 보여주면서, 그 작품의 기저에 관통하는 개념적인 흐름에 대한 전체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최성임은 형태와 기능, 존재와 사라짐, 유기성와 인공성과 같은, 존재의 다양한 양가성을 항상 탐구해왔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이분법적인 조건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두 대척점을 조화시키는 중간 지점을 찾고자 한다. 이것은 송은아트큐브에서 2014년에 있었던 그의 개인전 「미묘한 균형」에서 공간의 내외부의 변증법을 통해 보여주었다. 최성임은 개념적으로 연결된 한 쌍의 설치를 소개했다. 「안」(2014)은 관람자들이 그 내부를 엿볼 수는 있지만 들어갈 수는 없는, 바닥에서부터 천장까지 연결된 수천 개의 금색으로 꼰 실로 만든, 방 사이즈의 막힌 구조를 제작한 작품이다. 반대로 「겉」(2014)에서는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을 볼 수 없는 단단하고 불투명한 껍질을 만들었는데, 여기에는 열린 문을 통해 개방된 입구가 있다. 이렇게 물리적인 성격이 대조적인 작품 사이에 균형을 만들고자 하면서, 이 작업들은 구별의 본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 다름을 주장하는 것의 공허함을 제안한다.
최성임은 설치 작품을 전통적인 전시 공간이 아닌 곳에서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공간적인 이분법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 관심을 키웠다. 서울의 북쪽에 고가도로가 지나는 곳 아래 한 자리를 찾았다. 바깥 세상을 향한 시야 각을 가진 긴 창문 벽을 제외하고는 콘크리트 구조 안에, 미인도의 반지하 전시장 안 끝의 확장 공간은 안과 겉 둘 다로 기능한다. 최성임은 이 혼종적인 공간에서, 「황금방」(2016)과 「Hollow Tree」(2016)라는 작업을 만든다. 이 작업은 각각 노란 빛과 하얀 빛을 발하는 설치 작품으로, 마치 벙커 같은 방 안에서 자연적인 빛 대신, 해와 달을 대리한다. 그 이후에 성북예술가압장에서 있었던 전시는 이전과 유사한 세팅을 새로운 방식으로 구현했는데, 양수 펌프가 있었던 곳, 즉 생명이 살기에 부적합한 환경에 유기체의 구조를 가져오는 방식이었다. 습한 환경 속에서 홀씨가 퍼져 나가듯, 아크릴 원판으로 만든 기둥이, 마치 수많은 햇줄기가 난 나무처럼 구성돼 있었다. 최성임의 설치는 그 장소의 과거와 현재의 상충하는 시간성을 융합하고 자연스러운 상태로 회귀할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암시한다.
지난 몇 해 동안 최성임은 생물학적인 성장과 생태학적이고 인류학적 경험의 교차점으로서 그 관계를 배양하는 것에 대한 관심으로 계속 돌아왔다. 결국, 마치 정원사같은, 식물에 대한 그의 열심은 그의 아이들을 향한 엄마의 마음과 완전히 다르지 않다. 최성임이 살아온 삶의 맥락에서 최성임의 작업이 갖는 상징성을 해석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학부에서 페인팅을 전공한 후 가정에 집중하기 위해 잠시 작업을 놓았다가, 설치 미술로 매체를 전향한 것은 네 명의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중되는 시간의 압박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엄마의 삶과 가정을 꾸려 나가야 한다는 틀 안에 그녀의 작업을 젠더화하는 것은 그가 가진 고유의 시각 언어와 공간적 논리에 대한 실례일 것이다. 최성임의 설치 작업은 또 다른 생명의 형태를 세상에 소개하고 그것의 풍성한 성장을 목도한다. 문화의 전반뿐만 아니라 실제로 자연의 모든 종이 가진 보편적인 갈망을 논할 수 있는 그녀의 영민한 능력에 그의 작업이 가진 힘이 있다. ■ 앤디 세인트 루이스(번역_전효경)
전시장의 모든 작업은 마치 한 몸이었던 것처럼 나란히 붙어 있다. 충돌하고 부대끼나 이어지며, 빛과 그림자 또는 색과 형태로 서로 간섭하며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마치 얼어붙어 떨어지는 눈물을 만지듯이, 갑옷 안 숨겨진 심장을 만지듯이, 나는 끊임없이 눈 앞에, 내딛는 발걸음마다 분명한 덩어리를 놓았다. ● '잠시 몸이었던 자리' 전시는 하루를 보내며 느끼는 단상을 표현했고, 매일의 해와 달을 낮과 밤의 몸으로 은유해서 재료의 물성과 공간 안에 덩어리를 찾으며 만들었다. 유한한 존재로서 생명에 대한 애처로움과 그럼에도 잠시의 영속성을 가능하게 하는 예술에 대한 고민이 내 작업의 전반적인 내용이다. 제목처럼 '잠시'라는 시간의 유한함과 '몸'이라는 덩어리, 그리고 지나갔지만 차지하고 있었던 흔적이나 무늬의 '자리', 이 세 가지 요소를 촘촘하게 연결 지었다. 그동안 작업안에 사용했던 비닐, 아크릴, 실, 황동 등의 여러 재료의 조합으로 형체를 만들기도 하고 무너뜨리기도 하며 막으로 나눠진 각 줄거리를 만든다. 긴 터널 같은 전시공간에서 낮과 밤으로 상정한 이쪽과 저쪽이 어느 지점에 이르면 낮도 밤도 아닌 빛과 모양이 서로 스며들고 번져서 새로운 기운을 내고 있기를 바란다. ■ 최성임
Vol.20210314c | 최성임展 / CHOISUNGIM / 崔成任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