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다 - 이토록 감각적인 블랙 Black So Sensed

강은혜_강현선_김범중_김윤하_김진휘_안경수_허산展   2021_0320 ▶ 2021_0418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이상윤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료 / 성인 5,000원 / 청소년,어린이,장애인 4,000원 36개월 미만,65세 이상 무료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_01:00pm~06:00pm / 월요일 휴관

블루메미술관(BMOCA) BLUME MUSEUM OF CONTEMPORARY ART, BMOCA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헤이리마을길 59-30(1652-140번지) Tel. +82.(0)31.944.6324 www.bmoca.or.kr

불시에 찾아 온 코로나19 감염 확산은 일상의 빛을 꺼버렸다. 팬데믹은 어둡고 검었다. ● 인간의 감각 중 정보 수집의 90%는 시각이 담당한다. 그러나 지배 감각으로서 시각은 암흑 속에서 힘을 잃는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나머지 10%의 감각이 시각을 대체하였다. 팬데믹의 블랙 덕에 사실 우리는 생각 외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많은 것을 감각해 낼 수 있었다. 블랙을 촉매로 미시적 감각이 지배 감각을 대체하고 활성화되었다. ● 이렇게 날선 미시 감각은 이전에 느끼지 못한 것을 경험하게 했다. 우리는 팬데믹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낯섦, 경이, 거슬림, 리듬, 긴장, 강박 등을 느낄 수 있었다. 현란한 빛의 향연 속에서는 시각 정보를 수집하기에도 과부하였지만, 어둠은 이전에 감각 하지 못했던 검은 대상들을 달리 감각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마치 '암순응'과도 같았다. ● 암순응 이후 펼쳐진 세계는 암전 이전과 전혀 다른 존재처럼 감각된다. 암흑 속에서 비록 색을 구별할 수는 없지만, 희미한 윤곽을 지각한다. 미세한 소리를 감각하고, 옅은 냄새를 지각한다. 빈 공간에서 긴장을 경험할 만큼 무뎌졌던 촉각이 곤두서고, 나를 응시하고 있는 사물들을 날선 감각으로 느낄 수 있다. ● 어쩌면 이것은 감각하고 있는 '나'를 감각 하는 것인지 모른다. 팬데믹은 격리, 비대면, 거리두기 등 익숙한 일상과의 단절을 요구했지만, 이로 인해 '나'를 감각할 수 있다. 팬데믹 블랙에서 감각되는 것이란 결국 새로운 존재하기(being), 새로운 관계하기일까. ● 강은혜, 강현선, 김범중, 김윤하, 김진휘, 안경수, 허산 7명의 참여작가의 작품에서는 위와 같은 초감각적인 블랙을 찾을 수 있다.

강은혜_공간의 형태 No.2_면사_가변크기_2021

강은혜의 선 설치는 인간이 지각하는 공간 표현보다 마치 공간이 인간을 대하는 방식을 대변하는 편에 가깝다. 공간을 가로지르는 선들을 통해 비로소 관람자는 시각적으로 감각하지 못했지만, 엄연히 고요한 빈 공간 안에 존재하고 있던 무엇을 감각하게 된다. 그것은 공간의 구조와 비움, 에너지, 운동성과 같은 물리적 요소뿐 아니라 관계, 기억, 흔적과 같은 메타 요소를 아우르고 있다.

강현선_마지막 아파트_단채널 영상_00:04:24_2017

강현선은 미세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비슷비슷해 보이는 주거 공간을 3D CG로 재현한다. 카메라 움직임은 계속해서 공간의 안과 밖으로 순환하는데, 궁극적으로 이 공간을 맴도는 궤적을 그릴뿐 최종적 방향은 상실되었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혹은 한정적인 목적에서 바라본 주거 공간을 새로이 감각하는 시도이다.

김범중_Quad 외_장지에 흑연_20×100cm×3_2020

김범중의 작품은 소리 감각의 새로운 방식을 보여준다. 특히 세로로 긴 형태의 'Oscillo' 연작은 인체의 스케일이 적용된 것으로 첼로, 어쿠어스틱 기타, 가야금, 거문고 등의 사이즈와 유사하다. 각 악기의 음색은 겹겹이 쌓인 흑연으로 재탄생되는데, 이 과정에서 소리는 작가의 의식 속에 반복재생되며, 힘의 강약과 선의 길이와 굵기 등을 악기 삼아 작품에서 다시 재생된다.

김윤하_변이된 시 등_사운드(1트랙, 모노), 실시간 오디오 반응 프로젝션, 단채널 영상_2021

김윤하는 감각을 수집하는 작품을 지속하면서, 소리에 대한 반응체계를 탐구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다룬 'masking effect'는 듣고자 하는 소리보다 낮은 주파수의 새로운 소리가 입혀지면 먼저 있던 소리를 감각할 수 없게 되는 음향학의 효과에 대한 것이다. 이를 통해 감각 대상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이에 대한 좌절, 또는 무감각했던 대상의 인식 등을 이야기한다.

김진휘_Beyond Black_시트지, 물, 유리병, 파스타면, 바둑돌, PVC테이프, 블럭, 플로럴폼, 비닐봉지, 리본, 못, 플라스틱컵, 스펀지, 먹물_가변크기_2021

김진휘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물건들을 사용해 상반된 특성 양쪽 모두를 제시한다. 운동과 정지, 정형과 무정형, 충동과 억제를 한 자리에 진행형으로 펼쳐 놓는다. 이로써 그의 일상적 물건들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양 저마다의 방식으로 존재하고 감각된다. 여기에서 놓칠 수 없는 부분은 작가의 역할 전환이다. 작품에서 작가는 권력적 주체가 아닌 수집가, 매개자, 관찰자의 자리에 머물러 있다.

안경수_Hall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60×200cm_2020

안경수는 실재하나 지각하지 못한 대상이 있는 밤 풍경화를 통해, 시각적 확신을 의문시한다. 그렇지만 작가가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의 역할은 다만 어둠에 잠겨 있는 점과 선, 희미한 빛과 검은 윤곽을 "최선을 다해 인지"할 뿐이다. 이러한 감각적 태도는 작가의 역할을 최소화하며 감각체로서의 나, 반사체로서 창문, 피사체로서 풍경이 모두 하나로 중첩된 초현실적 풍경을 생성한다.

허산_Mask #01_브론즈에 채색_2018

허산의 작품은 레디메이드 오브제와 조각 사이, 연출장면과 현존 사이, 대상과 주체 사이를 점유하는 혼종적 대상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단순히 의인화된 사물이 아닌, 객체이자 주체인 사물에 초점이 있다. 정어리 통조림의 응시를 통해, 응시당하는 객체로 전락한 '나'를 경험하였던 라깡처럼, 허산의 사물들 앞에서 우리는 그 낯선 존재들의 응시를 경험할 수 있다. ■ 이상윤

Vol.20210320a | 검다 - 이토록 감각적인 블랙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