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되지 않는 존재 SO.S(SARUBIA Outreach & Support)

박성소영展 / PARKSOYOUNG / 朴昭榮 / painting.installation   2021_0324 ▶ 2021_0423 / 월요일 휴관

박성소영_꿈에서 In Dreams_캔버스에 유채_220×293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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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기획 /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_서울특별시_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일요일_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PS Sarubia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6길 4(창성동 158-2번지) B1 Tel. +82.(0)2.733.0440 www.sarubia.org www.facebook.com/pssarubia @pssarubia

털, 쇠, 원 ● 얼마 전 미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선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화성의 표면을 찍은 사진을 지구로 전송해왔다. 탐사선이 포착한 화성의 땅 이미지는 그 어떤 이론보다 우주의 생성소멸 주기와 지구의 운명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흙과 돌이라는 너무도 익숙한 요소로 구성되어있으면서도 가본 적 없는 땅이자 지구와는 다른 시간대에 있는 그 고요한 장소를 보니 박성소영의 작품 속 장면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인상의 단초가 된 것은 몇 년 전 박성소영의 베를린 작업실에서 보았던 「Once upon a time」(2016)과 「Stone age」(2016)였다. 이 작품들은 뚜렷한 대상이 없는 추상적 형태들로 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숨 쉬고 있는 생명체 같기도, 고요한 정물 같기도 하고, 오래된 암석이나 협곡과 같은 자연풍경, 혹은 풍경과 건축이 변별되지 않는 상태로 서 있는 스톤헨지와 같은 선사시대의 신전을 떠올리게 했다.

박성소영_명명되지 않는 존재-SO.S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_2021
박성소영_삼키기 Swallow_벽에 수성 페인트_가변크기_2021
박성소영_천 개의 눈 A Thousand Eyes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1

최근작까지 지속되고 있는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박성소영의 작품 속에서 암석을 연상시키는 형상들은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보인다. 이와 같은 이미지들은 물질 탄생의 기원을 상상하게 한다는 점에서 퍼서비어런스 호가 찍은 화성 표면의 암석들과도 닮아있다. 특히 그의 작품에서 광활한 공간감과 어우러지는 점성 강한 유화물감과 분말처럼 느껴지는 금속성 안료의 조화는 근원적인 광물질의 인상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SF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직 오지 않은 미래까지 상상하게 한다. 화성 탐사선이 과거에 존재했을지도 모를 고대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임무를 수행한다면, 박성소영의 그림 속 장면들은 물질의 발생 지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되 그것으로부터 다시 미래를 바라보게 하는 초시간적 시점을 제시한다. 생명체의 존재와 문명의 생성소멸을 관통하는 광대한 시간 여행을 통해, 지금 이곳에 있는 작은 점과 같은 인간 존재의 위치를 가늠하게 하는 것이다.

박성소영_프록시마의 물 H2O from Proxima_캔버스에 유채_180×140cm_2021
박성소영_나는 무엇인가 What Am I_캔버스에 유채_180×140cm_2020

박성소영은 문명 발생 이전부터 살아있었으며 인류가 소멸된 이후에도 생존할 것으로 유추되는 박테리아의 존재성을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단세포 생물체의 역사와 운명을 생각하여, 영원성을 의미하는 '박테리얼리티(bacteriality)'라는 용어를 만들어내 자신의 작품을 설명한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그가 말하는 영원성은 형이상학적 개념이 아니라 우주 안에서의 물질의 끝없는 순환, 에너지의 생성과 소멸 주기라는 자연의 대질서에 근간한 것이다. 박성소영은 근작에서도 우리 존재의 탄생 자체를 가능케 했던 바로 그 궁극적인 질서 안에서 형성되는 자연, 인간, 자연물들의 관계와 경이로운 사건들을 시각화하고 있다. 그의 작품 안에는 과거와 미래가 분화되지 않은 채, 고대인 동시에 미래일 수 있는 비선형적 시간의 축이 작동하는, 흡사 어떤 장소(site)처럼 보이지만 지리적으로는 특정할 수 없는 공간이 상정된다. 이것은 본 적 없지만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을 태고의 시공간이라 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그의 작품에서 우리는 현실과 꿈 사이에 있듯 기시감과 낯설음을 동시에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박성소영_명명되지 않는 존재-SO.S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_2021
박성소영_천 개의 눈을 가진 장님 A Blind Man with a Thousand Eyes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1

사루비아의 이번 개인전 『명명되지 않는 존재』에서 박성소영은 2017년 이후 그가 시도해왔던 오브제 설치와 회화적 실험을 종합하여, 과거와 미래를 나눌 수 없는 시간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무대가 될 전시를 구상했다. 원형 거울 설치작업에서 연상되는 행성의 이미지는 대형 회화 작품들에 등장하는 원들과 조응하면서 달, 일식, 블랙홀 혹은 UFO가 있는 우주적 풍경을 이룬다. 「꿈에서」(2021)에 그려진 숲과 같은 이미지는 회화 프레임 밖으로 확장되면서 괴생명체의 이빨을 연상시키는 벽화로 연결된다. 전시장 중앙에는 대량생산된 철 수세미로 마치 털이 난 원생동물과 같은 형태를 구현한 「천 개의 눈」(2021)이 설치되었다. 이는 행성을 움직이는 우주의 주기 안에서 탄생한 원시 생명체이자 자연과 문명이 분화되기 이전의 시간대에서 만들어진 토템과 같은 상징물이라 할 수 있다. 이 전시 안에서는 숲이 동물이 되고, 동물의 털이 기계적인 금속성과 이어지며, 일식이 UFO가, 회전하는 행성이 신비로운 블랙홀이 된다.

박성소영_고향으로 Back to Hometown_캔버스에 유채_193×260cm_2021
박성소영_명명되지 않는 존재-SO.S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_2021

오늘날의 대량생산물까지 자연 질서 일부로 수렴되는 이 미분화된 시공간의 무대를 통해서, 박성소영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삶에 작용하고 있는 에너지의 절대적인 순환 질서로 관람자를 초대하고 있다. ■ 이은주

Vol.20210324i | 박성소영展 / PARKSOYOUNG / 朴昭榮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