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THE SHIFT : 2부 '잠재화(畵)'

제6회 박영작가공모展   2021_0405 ▶ 2021_0521 / 일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 김혜리_이이정은_이혜성_홍정우

주최,기획 / 갤러리박영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박영 GALLERY PAKYOUNG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37-9(문발동 526-6번지) Tel. +82.(0)31.955.4071 www.gallerypakyoung.com

『2021 THE SHIFT 2부 - 잠재화(畵)』展은 실재와 환영, 지각과 정서, 삶과 죽음, 의식과 무의식 등 이분법적 구조를 극복하고 '잠재적인 것'에 주목하는 작가들을 소개한다. ● 철학자 들뢰즈는 세계가 잠재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 사이의 무한한 운동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한다. 잠재적/현실적 범주 쌍은 관념적/물질적이라는 틀을 깨고 매 순간 끊임없이 상호교류하며, 특히 잠재적인 것은 현실적인 것의 가능성의 총체로서 현실적인 것 속에 항상 내재하고 있다. 그리고 예술은 실체를 가진 사물들이 '잠재화'하는 과정을 다룬다. 벌어지는 사건에 하나의 육체를, 삶을, 우주를 부여하는 것이다. ● 4인의 작가들은 개념과 표상을 거부하고 잠재적인 것의 세계를 각자의 이미지로 구현한다. 그것들은 시뮬라크르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선 채, 매우 감각적일 것이며, 영원회귀 안에 존재하고, 유희의 장을 펼칠 것이다.

김혜리_Untitled illusion_캔버스, 패널에 유채_가변크기_2020
김혜리_illusion_02_캔버스에 유채_116.8×91cm_2020

'시뮬라크르' - 김혜리 작가 ● 김혜리는 소위 '이발소 그림'이라 불리는 상업 미술을 작품의 소재로 삼아 모방물(=시뮬라크르)/원본으로 이루어진 대립쌍이 불가능해지는 영역을 발견한다. 시뮬라크르는 흔히 복제의 복제, 지금 여기에 실재하지 않는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작품 속 고흐나 밀레 등의 명화 모작, 복을 염원하는 돼지와 해바라기 그림, 이국적 휴양지의 풍경, 성탄절 관련 이미지들은 시뮬라크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시뮬라크르의 우위를 선언하거나, 재현의 자기모순을 폭로하지는 않는다. 그가 작품에서 표현하는 것은 대상도, 주체의 내면도, 그 둘 간의 상호소통도 아니며, 단지 이미지가 부유할 수 있는 지평의 생성이다. 더 이상 원본도 모사본도 존재하지 않는 규정할 수 없는 세계를 창조해낸다는 측면에서 그러하다. 김혜리의 시뮬라크르는 주체와 대상과 세계의 동일성이 와해되는 영역, 잠재성의 영역을 담으며 퇴락한 복사물이 아니라 실재 그 자체이다.

이이정은_거기_202110_캔버스에 유채_65.1×50cm_2021
이이정은_거기, 산책길_202112_캔버스에 유채_65.1×50cm_2021

'감각' - 이이정은 작가 ● 이이정은은 자연 속의 변화하는 요소들에게서 시간의 흐름을 찾으며, 이를 통해 '살아있음' 혹은 '감각'을 포착한다. 그의 작품은 감각들의 집적, 지각들과 정서들의 복합체이다. 작품 앞에서 관자觀者는 어떠한 지각과 정서를 느낀다. 그러나 이것은 무엇에 대한 지각과 정서인가? 작품 속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은 구체적인 형상이 아니라 빛과 음영과 물감뿐이다. 작가가 보여주는 자연의 모습은 바깥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하나의 세계이다. 이러한 자연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타자에게도, 작가 자신에게도, 심지어 원본인 자연에게도 귀결되지 않으며 이 모든 것들에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작품의 감각은 재료 자체의 지각이며 정서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재료와 재료를 쓰는 방법들을 통해, 지각하는 주체로부터 대상에 대한 지각작용을 끝내 떼어내고자 하며 감각의 덩어리들, 하나의 순수한 감각 존재를 추려낸다. 이이정은의 자연에는 누구의 감각도 아닌 감각이 표현된다.

이혜성_Nameless Flowers1-1_캔버스에 유채_130×194cm_2018
이혜성_Nameless Flowers 5_캔버스에 유채_97×194cm_2020

'영원회귀' - 이혜성 작가 ● 이혜성은 시들고 말라버린 꽃을 화면 가득히 메워 시간성을 화면에 담는다. 꽃은 아름다움이자 피어오르는 생명력의 상징이자 동시에 금방 져버리는 덧없음과 허무의 표상이기도 하다. 즉 꽃은 생성과 소멸이 함께 연장선상에서 작용하는 영원회귀적 존재라 할 수 있다. 다만, 작가가 꽃을 통해 표현하는 영원회귀는 생성-소멸이 순환의 고리를 띠는 것이 아닌, 어떠한 움직임에 가깝다. 영원회귀는 다양한 모든 것, 차이나는 모든 것, 우연한 모든 것을 긍정하고 이러한 요소들은 대자적 관계 안에서 매 순간 전개되고 주름을 펼쳐나간다. 죽음에서 새로이 태어나는 꽃은 전 시점(우주)에서 존재했던 꽃과 같은 존재일 수는 없다. 차이나는 것의 반복이고, 유사성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시간성은 과거와 미래로 펼쳐지는 서수적 연속체, 즉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러나 양방향으로 한없이 뻗어나가는 영원회귀의 시간이다. 결국 작가가 말하는 순환, 반복은 모든 존재를 기준점에서 벗어나게 하는 비정상적인 시간이자 움직임이다. 이 시간 안에는 내용도 없고, 무엇도 전개되지 않아 텅 비어 있다. 이처럼 '이름 없는' 이혜성의 꽃은 원환적 형태를 벗어나 스스로 자신을 펼쳐간다.

홍정우_뿌연 풍경 2018-30_캔버스에 혼합재료_162.7×130.8cm_2018
홍정우_몸이 기억하는 풍경 2020-3_캔버스에 혼합재료_100×100cm_2020

'유희의 장' - 홍정우 작가 ● 홍정우는 어느 시간의 선상에 존재했던 무의식의 파편을 붙잡아두고, 드러낸다. 무의식은 아직 빛의 지대로 떠오르지 않은 미규정적인 것으로, 보다 적극적이고 근원적인 지위에서 스스로를 입증한다. 저마다 다른 방향을 갖는 복수적이고 이질적인 미시적 충동들로서 존재하며 다양한 양상으로 활동을 생산하는 공장 혹은 기계와도 같다. 이처럼 무의식이 작동하는 양상과, 존재하는 현실로서의 잠재성을 시각화하기 위해, 작가는 자동기술법(automatism)을 택한다. 과거와 현재의 '나'를 연결하는 움직임이 담긴 화면은, 미규정적인 것들이 자유롭게 유동하는 유희의 장이다. 다시 말해, 홍정우의 낙서는 무한한 존재가 잉태되는 광활한 토지와 같은 역동적 생산의 장이라 할 수 있다. ■ 갤러리박영 전시팀

Vol.20210405g | 2021 THE SHIFT : 2부 '잠재화(畵)'-제6회 박영작가공모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