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보러와요

파랑展 / PARANG / painting   2021_0412 ▶ 2021_0430 / 일요일 휴관

파랑_A leopard biting its prey_캔버스에 유채_35×28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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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 블로그_pa-rang.tistory.com 인스타그램_@artist_parang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5:00pm / 일요일 휴관

바탕 갤러리 Batang Gallery 세종시 보듬4로 9(도담동 653번지) 카림 애비뉴 2층 37호 @batang.artworkplace

2020년 가을, 갑작스런 무릎 통증으로 병원에 입원을 해야만 했다. 수술 후 예전처럼 서서 작업하기가 힘들었다. 그림이 크건 작건 십 년이 넘도록 서서 작업하던 내게, 앉아서 작업하는 것은 처음엔 많이 부자연스러웠다. 자연스럽게 작은 사이즈의 그림들을 그려야만 했고, 욕심을 버리고, 매일 매일 그리고 싶은 것들을 부담 없이 작업했다. 대부분 캔버스 5호(35×27cm) 사이즈의 그림들이었고, 기운이 좀 날 때는 10호, 50호 정도의 작업을 이어 나갔다. 이번 전시는 작년 가을에서 올해 겨울까지 해 온 70여점의 그림들을 선보인다.

파랑_A black wolf in front of the sea_캔버스에 유채_117×91cm_2020
파랑_A bloody lion_캔버스에 유채_35×28cm_2021
파랑_A Grey Wolf_캔버스에 유채_35×28cm_2020

나는 특정 주제를 가지고 작업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날 그날 떠오르는 감정이나 느낌들을 캔버스에 옮긴다. 전시도 대부분 그런 그림들을 가지고 진행 되어지는 편이다. 다만, 유일하게 작년 갤러리 밈에서 진행된 개인전은 예외였다. 멸종 위기 동물이라는 주제를 처음부터 기획하고, 작업을 시작했다. 주제가 무거웠던 만큼 작업도 심적으로 힘들었다. 인간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의 현실은 처참했고, 그것을 표현하는 나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그때 150여점의 동물들의 얼굴 드로잉 작업을 했었는데, 그 작업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사람과 동물들의 얼굴 페인팅 작업이 시작되었다. 사실 왜 얼굴을 그렇게 그렸는지는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다만 무언가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를 드러내고 웃는 얼굴이 없는 걸로 보아선, 푹 가라 앉은 나의 감정이 투영된 것이라 생각된다. 나는 대체로 밝은 성격이다. 잘 웃고, 마시며, 흥이 나면 춤을 춘다. 생각을 깊이 하는 편도 아니고, 크게 욕심도 없다. 하지만 작업에서 만큼은 그 이면의 나의 모습이 드러난다. 떠오르지 못하고 가라앉은 무거운 생각들과 노여움과 애증이 묻어난다. 대상에 대한 사랑이 차고 넘쳐도, 나의 감정이 스치는 순간 무겁게 가라앉는다. 하지만 그 무게를 감당하고 헤쳐 나가는 것이 힘든 만큼 즐겁다. 쉬웠다면 아마도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파랑_A clown Lion_종이에 유채_32×26cm_2020
파랑_The leopard_종이에 유채_116×90cm_2020
파랑_Untitled_캔버스에 유채_35×28cm×2_2021

봄이 왔다. 산(내가 키우는 풍산개)이랑 매일 산책을 한다. 눈 뜨자마자 산이랑 산으로 간다. 내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벌써 벚꽃이 피었고, 목련이 개화를 준비한다. 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무릎도 많이 좋아졌다. 얼마 전에는 캔버스 150호의 큰 그림을 끝냈다. 무리하지만 않으면, 서서 작업하는 것도 가능해 졌다. 세종시에 있는 바탕 갤러리 대표님의 연락을 받았다. 전시를 같이 해보자고. 작년 가을부터 겨울까지 했던 70여점의 그림들이 처음으로 밖으로 나갈 기회가 생겼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파랑_A boy with yellow hair_캔버스에 유채_35×28cm_2021
파랑_A girl with red hair_캔버스에 유채_35×28cm_2021
파랑_A boy_캔버스에 유채_35×28cm_2021

내 작업실 바로 옆의 작가님이 시집을 한권 선물해 주셨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그 시집에 있는 시 한편으로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눈풀꽃 ● "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가. /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 분명 겨울의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 나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 기대하지 않았다. / 대지가 나를 내리눌렀기에, 내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는 / 예상하지 못했다. / 축축한 흙 속에서 내 몸이 / 다시 반응하는 걸 느끼기라고는. / 그토록 긴 시간이 흐른 후 / 가장 이른 봄의 / 차가운 빛 속에서 / 다시 자신을 여는 법을 / 기억해 내면서. // 나는 지금 두려운가. / 그렇다. 하지만 /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루이스 갈릭) ● 눈풀꽃은 가장 이른 봄 땅속 구근에서 피어 올라오는 작고 흰 꽃. 눈 내린 땅에서 꽃을 피운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파랑

Vol.20210412b | 파랑展 / PARANG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