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경展 / KIMYONGKYONG / 金容庚 / painting   2021_0414 ▶ 2021_0423

김용경_지친 나를 업으시고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모래_91×65cm_201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요일_01:00pm~07:00pm

디아트플랜트 요 갤러리 THE ART PLANT Jo Gallery 서울 중구 명동길 74 (명동2가 1-1번지 명동성당) 명동 1898광장 B117호 Tel. +82.(0)2.318.0131

김용경의 「흔적」을 따라 거닐어 보다 ● 김용경 작가는 산과 강, 바닷가 모래벌판이나 갯벌, 때로는 일상 속에서 만난 자연과 인간의 흔적을 담아왔습니다. 그의 화법은 말 그대로 '고스란히' 그리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그는 흔적을 찾아다니고, 흔적의 발견 장소에서 채취한 흙, 모래, 진흙 등으로 물감을 만들어 그리며, 흔적과 그들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충직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 다소 지난한 작업과정을 감안할 때, 대상과의 대면상황을 위대한 탐험가나 정복자의 영웅 신화와 같은 극적 분위기로 연출할 법도 한데, 작가로서 김용경은 오히려 절제된 태도를 취합니다. 자신의 감정이나 기분, 개성, 작가적 의도와 해석 등이 가미됨 없이, 흔적이 온전히 자신을 드러내도록 합니다. 작가 김용경은 흔적

김용경_삶의 흔적_모두 다 태우시고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황토_65×91cm_2013
김용경_삶의 흔적_내 발자국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모래_73×53cm_2017

김용경 작가는 이러한 사실적 재현 화법으로, '대상과의 동일시'와 '거리두기'라는 상반된 의미방향을 동시에 충동합니다. 전자는 일종의 감정이입충동으로, 작가 김용경 역시 대상의 만남, 그 온전한 대면상황을 유일무이한 순간으로 생생하게 살려내는 효과를 극대화시킵니다. ● 바로 이 지점에서 그는, 엄밀할 정도로 거리두기라는 상반된 힘을 작동시킵니다. 과도한 감정이입과 주관적 몰입을 경계하며, 작가는 흔적의 증인으로, 그것이 살아낸 시공간 안에서, 그와 함께합니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우리로 하여금 작가가 아닌, 작가의 시선이 바라보는 대상, 존재 그 자체에 집중토록 합니다. ● 다리, 탑, 조각상 등 인간의 손길이 닿아 쓸모와 의미를 부여받은 무언가로 인간의 역사와 함께 기억되는 흔적도 있는가 하면. 온데도 갈 데도 알 수 없는 조약돌, 벗어놓은 신발과 발자국, 모래놀이, 폐연탄처럼 이내 사라질 흔적들도 있습니다. 작가의 무수한 증언들 안에서, 자연의 흔적과 인간의 흔적은 스스로 저마다의 고유한 위치와 의미를 찾아가고, 대비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비유적인 의미의 지층을 만들어갑니다. ● 그렇다면, 작가 김용경이 작가로서의 드러남을 철저히 절제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부단한 그림행위를 통해 살려내고자 한 것은 과연 무엇인지....하는 의문도 잠시.

김용경_흔적18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모래_117×73cm_2018
김용경_흔적19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모래_40×80cm_2019

김용경 작가의 지난한 흔적 그림들 속에 흥미로운 점은 돌의 반짝임입니다. 반짝임이란, 그의 작업과정 중에 실제 돌 성분을 물감으로 사용된 연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돌의 형상 변모가 전하는 무언가를 말하고자 합니다. 그의 그림 속 돌은 무생물인 바위, 거대하고 단단한, 차가운 바위에서 생명을 품은 살아있는 모래벌판, 갯벌로 점차 작고 부드러워져 갑니다. ● 그 안에 품은 자연과 인간의 흔적들을 따라서, 인간 삶의 작고 낮은 곳을 두루 굽어 살피는 마음, 화면 가득 꽉 채워진 인간 흔적들에서 한없이 넓은 높은 대자연의 흔적으로 돌아가는 길, 따뜻하고 부드러운 생명이 머무는 삶의 터전으로. 작가는 오랜 흔적의 증인이자, 새로운 흔적인 그림의 안내자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 그의 화면 앞, 그의 자리에, 서 봅니다. 누군가를 위해 돌하루방으로, 돌탑으로, 돌다리로, 발이 되어, 배가 되어, 굴비가 되어, 연탄이 되어 살아낸 시간들, 누군가의 땀, 누군가의 희생, 누군가의 기도가 살아있는 바로 그 흔적들과 마주합니다. 누구보다 간절하고, 치열하고, 엄격했을 그들은 오히려 고요하고 평온하게, 그 무엇이어도 좋은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합니다. ● 작가 김용경이 그러했듯이, 일상의 시간을 멈추고, 겸허히 그들에 다가가 귀기울여봅니다. 정다우면서도 소금으로 맛을 낸 것과 같은 그의 음성을 따라 김용경의 「흔적」을 거닐어봅니다. ■ 조성지

김용경_자연의 흔적 19-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갯벌_53×73cm_2019
김용경_자연의 흔적 20-1_함초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갯벌_80×130cm_2020

자연과 인간이 남긴 흔적 ● 자연은 바닷가 모래나 갯벌 또는 사막 위에 흔적을 남겨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다. 사람도 삶의 흔적을 여러 모습으로 남겨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나는 이런 자연과 사람의 흔적을 찾아다닌다. 자연과 사람이 남긴 흔적을 모래나 황토 또는 갯벌을 사용해서 캔버스 위에 그림으로 옮긴다. 그 흔적을 통해서 어떤 존재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을 이야기처럼 화폭에 담는 것이다. ● 바위가 부서져 모래가 되고 모래가 쌓여 바위가 되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 나의 작품에도 하나하나 많은 시간이 투여된다. 흔적이 남은 현장에서 모래나 갯벌 또는 황토를 채취한 후, 그것을 씻고 말리고 캔버스에 붙이는 것만으로도 이미 여러 날이 소요된다. 그래서 나의 작업은 '그림을 그린다'기보다는 '그림을 만든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 자연이나 사람이 한 번 남긴 흔적을 지우고 되돌릴 수 없듯이, 내 그림 또한 잘 못 된 부분을 지우고 다시 그릴 수가 없다. 나는 그림 속의 화려한 색상과 기교 보다는 자연이 품고 있는 고유의 색과 질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흔적 속에 남겨진 세월의 소중한 이야기를 고스란히 화폭에 담으려고 많은 애를 쓰고 있다. ■ 김용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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