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를 뿐 이다 I Just Don't Know

정석희展 / JUNGSEOKHEE / 鄭奭熙 / mixed media   2021_0415 ▶ 2021_0516 / 월요일 휴관

정석희_수상누각_영상회화, 94개의 회화 이미지_00:02:20, 가변크기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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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30pm~07:30pm / 월요일 휴관

산울림 아트 앤 크래프트 Sanwoollim Art&Craft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157 Tel. +82.(0)2.335.5919 @sanwoollim_art_craft

'나는 모를 뿐이다' 는 겸손한 표현이다. '나는 알지 못한다' 또는 '나는 모른다'가 아니라 '나는 모를 뿐이다' 는 '오직 그러하다', '그것만이고 더는 없다'라는 완곡한 표현이며, 내가 안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작고 보잘것없는지에 대한 진솔한 고백이다. 나는 인간에 대해, 사물과 세상에 대해, 나의 작업에 대해 모를 뿐이다. ● 이번에 전시되는 나의 신작들은 그러한 '모름' 으로부터 다가오는 불안, 고립, 생명, 희망 등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무심코 지나쳤던 소소한 일상의 일들과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숭고한 것인지에 대한 깨달음과 성찰을 담고 있다.

정석희_수상누각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51×138cm_2021
정석희_수상누각을 위한 드로잉_2020

신작 「수상누각」은 기존의 작업형식에 변화를 주어 하나의 화면에서 두 개의 대비되는 이미지와 상황이 전개된다. 물 위의 누각에서 시작하여 한 인물이 작은 배를 타고 누각 안으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상황은 의식의 흐름에 따라 나의 일상과 사건이 겹쳐지며 텅 빈 누각과 물결에 따라 출렁이는 배의 모습으로 끝난다. 수상누각은 사상누각의 사자성어에서 차용한 것으로 사람들이 확신하거나 절대적 가치로 떠받드는 것들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물결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흔들리며 단 한 번도 고정된 형상을 만들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의식이나 사유의 가치는 항상 유동적이고 변화하는 것임을 은유한다. 그 은유의 배 위에서 우리의 삶은 흔들리고 불안하며, 희구하고 갈망한다. 누각은 닫힌 공간에서 점차 열린 공간으로 변화하며, 보편적인 우리의 일상에서 오는 불안, 분노, 대립, 동경, 자유 등 인간이 관계 맺고 살아가는 현상들에 관한 나의 관점을 제시한 것이다.

정석희_네 개의 문_영상회화, 213개의 회화 이미지_00:01:50, 가변크기_2021
정석희_네 개의 문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216×96cm×4_2021

신작 「네 개의 문」에서는 화면을 네 개로 분할 하여 각기 다른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는데, 작업은 대부분 수직적 구조를 보인다. 불이 붙고 있는 나무들, 눈 내리는 탑과 계단의 이미지들이 그 구조의 형상을 보여준다. 이는 제작 시 의도하지 않은 것으로, 대부분 나의 작업들처럼 뚜렷한 서사 없이 무의식적이고 불확실한 출발로부터 시작되어 과정과 결과로 우연히 도출되는 작업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물론 나의 작업이 간단하나마 분명한 서사와 메시지를 가지고 있으며, 시작과 끝이 일정한 결말을 보이는 구조여서 전적으로 의식의 흐름에 의존하지 않는다. 따라서 작업의 초기와 중간과정에 어느 정도 이야기의 방향을 가지고 진행한다. 그러나 인간의 의식세계는 늘 움직이며 변화하는 것이어서 나의 작업 역시 고정적이거나 계획 되어진 구역을 벗어나 그 스스로 자유롭고 변화 가능한 경계를 넘나든다. 이 작업에서

정석희_네 개의 문을 위한 드로잉_2021

'문'은 이곳과 저곳을 이동하는 공간이며 닫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 닫힌 의식에서 열린 의식으로의 순환과 소통을 상징한다. 이 시대의 위기는 소통의 부재, 관계의 차단, 불신 등에서 오는 인간의 고립과 단절이 그 기저에 깔려있다. 소소하거나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우리의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 이면에서 보이지 않는 우리의 삶의 양태는 얼마나 변화무쌍한 것인지,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상에 의기소침했던 것들이 실상은 얼마나 경이롭고 숭고했었던 것인지를 나는 이 작업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정석희_on the way_영상드로잉, 240개의 드로잉 이미지_00:02:10, 가변크기_2021

이번 전시되는 신작들의 작업 이미지에서는 밝음과 어둠, 물과 불, 땅과 바다, 빛과 시간 등 대립 되거나 은유적인 개념들이 드러나는데, 앞에서 서술한바 그것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에서 연유한다. 영상 안에서는 다양한 이미지와 공간들 또한 나타나는데, 직접적인 나의 모습과 작업실, 계단, 반려견과의 산책, 빗속에 홀로 미사를 드리는 교황님의 모습, 차 창밖 풍경, 물 위의 배, 들판의 나무들과 들불 등 현실의 풍경이 인물의 일상적 행위와 함께 교차해서 보여진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나의 가까운 일상의 모습들이며, 그렇게 되길 바라거나,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현실의 모순적 상황에 대한 비판적이고 심리적인 나의 정서를 투영하고 있다.

정석희_숲에서_영상회화, 49개의 회화 이미지_00:03:00, 가변크기_2020
정석희_숲에서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08×192cm_2020

어둡고 고통스러운 현실에서도, 봄은 어김없이 왔고 아파트 앞에 목련 꽃은 활짝 피었다. 춥고 냉혹한 겨울에서 나무들은 그 싹을 간직한 채 파릇한 새순을 돋우며, 꽃을 피워냈다. 이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가. 이 봄 나는 나의 작업들이 그런 한 그루의 나무, 한 송이의 꽃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기를 열망한다. ■ 정석희

Vol.20210415c | 정석희展 / JUNGSEOKHEE / 鄭奭熙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