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가(幸福限歌, The songs of defining happiness)

조해리展 / CHOHAEREE / 趙海利 / painting   2021_0428 ▶ 2021_0504

조해리_12월의 자장가(歌) Lullaby in December_한지에 수묵채색_194×130.5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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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갤러리 도스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7 Tel. +82.(0)2.737.4678 www.gallerydos.com

조해리 개인전 『행복한가(幸福限歌, The songs of defining happiness)』는 '행복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노래'라는 뜻과 동시에 "행복한가?"라고 묻고 있다. 조해리 작가는 전통 국악보인 정간보를 차용해 한 곡의 시작과 끝이 있는 음악처럼 행복의 순간을 한 화면에 풀어냈다. ● 조해리 작가는 전통 국악보인 정간보를 차용해 화면에 시간의 질서를 부여하고,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정간보는 국악의 기보법 중에 현대에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조선시대 세종이 창안한 동양 최초의 음의 길이, 즉 리듬을 헤아릴 수 있는 유량악보다. 井(우물정) 모양으로 상하좌우로 간을 나누어 음표나 쉼표의 길이인 싯가를 표시하고, 그 안에 음높이를 알 수 있는 악보인 율자보 등을 표시한 기보법이다. 전통악보 형식인 정간보는 한국전통음악의 구조를 확연하게 시각적으로 기호화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조해리_6월의 휴(休)가(歌) Break time in June_한지에 수묵채색_194×130.5cm_2021

국악 정간보에서 정사각형 한 칸은 한 박을 뜻한다. 본 작품들에서 정사각형 한 칸은 어떠한 대상을 관찰하는 한 시점을 말한다. 칸칸이 연결되며 그려진 그림은 여러 시간으로 관찰한 장면이다. 행복은 쾌락과 다르다. 겹겹이 쌓인 시간과 사건들 속에서 문득 다가온다. ●악보처럼 칸을 채우면서 이야기를 담아가는 과정은 마치 작곡을 하는 것과 같다. 시작과 끝이 있는 형식에 시간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그려내며 작곡을 경험했다. 악보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 연주자를 통해 음악이 된다. 본 작품들도 마찬가지이다. 전체적으로는 행복에 관한 화면이지만, 화면 속 한 칸 한 칸의 시점은 행복한 순간을 담고 있지는 않다. 관객이 한 칸 한 칸 악보에 그려진 장면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며 저마다의 행복을 연주해 주길 바란다. ■ 조해리

조해리_1234321_한지에 수묵, 연필_60.6×149cm_2021
조해리_성탄가 (聖誕歌) Christmas carol_한지에 수묵채색_140×110cm_2021

삶의 한 박자 ●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음악의 구성을 묻는다면 대중음악을 떠올릴 것이다. 오늘날의 팝이라 불리는 장르음악은 철저히 상업성을 고려한 정교하게 계산된 논리로 이루어져있다. 가사에는 분명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긴 서사보다는 짧은 키워드가 가사의 핵심이 된다. 하지만 빠르고 쉽게 기억되기 위한 향기에는 깊이의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조해리는 전통악보의 형식을 빌려 대중음악과 마찬가지로 오늘을 살아가는 자신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행복에 대한 질문이자 노랫말로 3분이 아닌 인생의 긴 이야기를 작품에 먹으로 새긴다. 그 시간은 일생의 호흡처럼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소탈한 줄거리를 지니고 있는 동시에 한 세기보다 조금 모자란 관계의 시간을 담고 있다.

조해리_생일축가 (生日祝歌) Birthday song_한지에 수묵채색_140×110cm_2021

셀 수 없는 계절이 스친 강산에게는 짧은 시간의 일부겠지만 그 안의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아직 완결되지 않은 오늘의 일기와 지난날의 기억이 켜켜이 묻어 있다. 간단한 방법이지만 오래 삶아낸 물에서 마음을 보듬는 깊은 맛이 난다. 조해리는 가볍고 평범한 이야기로 화면에 관객의 자리를 마련한다. 화면에는 격자무늬의 칸들이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그 한 칸은 관객이 자신을 투영할 공간인 동시에 시선의 방향을 유도하며 리듬을 형성한다. 정지된 화면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그려진 사물과 악보에 새겨진 인물의 형상에서 드러나는 상황으로 인해 펼쳐진 영화 필름을 보는 듯 하며 연속되는 줄거리를 어렵지 않게 감상 할 수 있다.

조해리_축가 (祝歌) The song of congratulation_한지에 수묵채색_91×72.2cm_2021

각 작품마다 다양한 이미지가 그려져 있듯 한 화면 속에 새겨진 재료의 표현역시 다채롭다. 미니어처처럼 작게 그려진 인물들과 배경에 보이는 자연 풍경의 정교한 표현은 환상에 젖어있는 관광지의 사진이 아닌 한국의 일상을 둘러싸고 있는 가까운 세상을 그려냈다.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의 지난 시간과 전시장에 오며 거쳐 온 길에서 발견할 수 있는 광경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관객에게 익숙한 생활 속의 사물들은 장르가 대표하는 재료의 기법에 구애 받지 않고 직관적으로 그려졌다. 그렇기에 비전공자 역시 전통기법이나 한국화라는 장르에 대한 막연한 신비로 몰입을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기억에 포함된 이미지를 흥미롭게 찾게 된다. 강산과 나무와 같은 자연 풍경은 고미술을 보는 듯 정교한 획으로 그려졌기에 일상을 소재로 한 작품의 분위기가 지닌 간편한 흥미로움에서 그치지 않고 무게를 더한다. 자연물을 그려내는 방법에서 드러나는 리드미컬한 획의 속도와 사물의 질감과 표면에 적절하게 계획된 농담은 관념적인 표현임에도 대상에 생동감을 더하며 현대 건물에서 보이는 건조한 사실성과 대비되어 작품의 공기를 풍부하게 만든다.

조해리_행복이 펑 Popping happiness_한지에 수묵채색_20×20cm_2020

작가의 피부에 스치는 일상은 생활방식과 주거환경의 변화로 인해 전통을 찾기 힘든 도심의 삶이다. 그럼에도 조해리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서 흘러나오는 문화의 힘은 거창한 의도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보통의 삶에 스며있는 행복이라는 형상을 알 수 없는 노랫말임을 명확하게 되새긴다. 미디어에서 기획한 과장되고 화려한 울림이 아닌 가리거나 내세우지도 않은 단순한 일상이 지닌 광경이 전통방식과 가볍게 어우러지며 유쾌한 변주를 만들어낸다. 조해리가 그려낸 소박한 풍경은 오늘을 살아가는 저마다에게 소중하고 빛나는 시간이자 동시대 민속의 재해석이다. ■ 김치현

Vol.20210428a | 조해리展 / CHOHAEREE / 趙海利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