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뻐하라 Be glad

김명진展 / KIMMYUNGJIN / 金明辰 / painting   2021_0501 ▶ 2021_0514

김명진_기뻐하라_캔버스에 한지, 먹, 안료, 콜라주_72.5×60.5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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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일요일_12:00pm~05:00pm 5월14일_12:00pm~02:00pm

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안국동 7-1번지) Tel. +82.(0)2.738.2745 www.gallerydam.com cafe.daum.net/gallerydam

작가의 글축제 ● 어둠을 향해 두 손을 뻗는다. / 손과 손 사이에 연한 바람이 맴돈다. / 나와 이웃과 침묵의 잔해. / 명멸하는 빛. / 흙으로 빚은 듯한 종이 인형. / 얼굴의 알 수 없는 빛과 얼룩의 향연. / 저마다 빛나는 얼굴들. / 얼굴은 자신이 빛나는 것을 알지 못한다. / 당신의 눈동자처럼, 오소서! / 인형은 소녀의 고백에서 태어났다. / 그네 뛰는 소녀와 그 아래의 어깨, 광대의 줄타기, 뿔난이들, 광야에서의 경주, / 하얀코끼리, 곡예사, 가면쓴 이, 세례식, 나무를 옮기는 사람, 빛을 캐는 사람, 고독한 왕, / 광인의 행렬...........현실의 안쪽과 바깥에서의 줄타기. / 선택 받은이, 이방인, 여행자도 좋다. / 축제다. / 형제여, 주술이든, 충동이든, 여름 밤의 꿈이면 어떤가. / 두려움없이 나아가게 하소서. / 그래, 축제다. (2020. 8월) ■ 김명진

김명진_고해_캔버스에 한지, 재, 안료, 콜라주_53×45cm_2020
김명진_마더_캔버스에 한지, 먹, 안료, 재, 콜라주_130×97cm_2020~21
김명진_나를 위하여_캔버스에 한지콜라주, 먹, 안료_100×80cm_2021

어둠 속에 명멸하는 타자들의 행렬 ● 김명진의 [축제] 전은 어느 구멍으로 새어 들어온 지 알 수 없는 빛이 활주하는 암흑 상자 안 존재들은 '창 없는 방인 모나드'(라이프니츠)같은 어두운 화면에서 서로를 비추면서 서사를 이끌어 나간다.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론은 명석 판명한 이성을 지향하는 대낮의 철학에 대해, 밤하늘의 별같이 다양하게 빛나는 세계를 지향한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빛남의 조건인 어둠은 불가피하게 무거움 또한 내포한다. 김명진의 작품은 하나의 규칙으로 총괄될 수는 없지만 비슷한 등장인물이 여러 화면에 등장하면서 끊어질 듯 이어지는 이야기가 계속된다. 김명진의 최근 작품들은 죽어야 사는 희생양의 기제를 깔고 있다. 잔혹성이 포함된 즐거운 유희이다. 살과 피의 상징적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검은 화면, 그리고 드물게 나타나는 주묵의 붉은 빛은 카니발에 가까운 축제를 말한다. 먹과 한지 꼴라주 등으로 만들어진 모노톤의 작품들은 어둡고 무거워 보이기는 하지만, 가라앉지는 않는다. 바닥이 없기에 가라앉을 수도 없다. ● 그렇지만 중력감은 존재하며, 작품 속 등장인물들을 가는 줄 위이나 그네 등에 매달려 추락하지 않기 위해 애쓴다. 광대의 뾰족 모자와 들어 올린 발치를 관통하는 긴장감이 검은 화면을 횡단하는 선들을 통해 전해져 온다. 오래전부터 실험해온 한지 꼴라주 작업에서 가늘게 오려낸 얼룩진 선들은 최근 작품에서 내용을 담은 형식이 되었다. 어둠속 빛을 연상시키는 선은 순수한 광선은 아니지만, 추락과 익사, 또는 그 직전에서 고통 받는 존재들을 들어올린다.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난 것들은 급격한 존재의 변환을 겪는다. 피에로 복장이나 가면을 쓴 인물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를 상징한다. 가장(假裝)은 동일자 안의 타자를 가시화한다는 점에서, 예술가적 정체성과 만난다. 타자로서의 예술가는 자신을 표현하는 자이기 보다는, 미지의 힘을 통과시키는 매개자다. 우주적 밤을 떠올리는 깊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존재들은 축제의 행렬을 이룬다.

김명진_숲으로 가자_종이에 한지, 먹, 안료, 콜라주_48×38.5cm_2021
김명진_아무것도 아닙니다_캔버스에 한지, 먹, 안료, 콜라주_53×45cm_2021
김명진_인형극장_판넬에 대, 장지, 먹, 안료, 한지, 콜라주_77×131cm_2019
김명진_어지러워_캔버스에 한지콜라주, 먹, 안료_194×130cm_2020~21

심연으로부터 들어 올려지긴 했지만 그들이 안전해진 것은 아니다. 줄은 가느다란 버팀대가 되어주지만 동시에 속박, 운명, 조종 등 부정적인 상징 또한 선명하다. 수없이 추락해 본 노련한 광대만이 그가 타고 움직이는 칼날 같은 좁은 입지를 초월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곡예사들은 줄 위에서만 자유로울 수 있다. 그 위에서만 비상할 수 있다. 서사는 축제처럼 좌표를 설정할 수 없는 막막한 바깥에서 펼쳐진다. 조각들이 덧붙여지고 때로는 긁어내며, 재도 포함되는 김명진의 작품은 이질적인 것들이 섞이는 장이다. 그가 이번 전시에서 축제를 호출한 것은 내용과 형식 모두에 관련된다. 원근법을 비롯한 재현의 장치로부터 벗어난 현대 미술가들에게도 축제는 작품의 한 소재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미학과 닿아있다. 김명진의 작품 속 인물들은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한다. 자연광은 아니다. 굳이 자연광과 비교하자면 햇빛이 아니라 달빛에 더 가깝다. ● 그들은 저 너머에서 오는 빛을 반사한다. 얼룩덜룩한 신체는 빛을 받는 존재의 이질성을 나타낸다. 동양화도 서양화도 아닌 김명진의 작품은 경계 위반을 일삼는다. 한지 꼴라주라는 그의 형식은 우연과 필연의 경계를 넘나든다. 휴지통 안에 모아놓은 한지들은 오려지기도 하고 찢어지기도 하면서 화면에서 뒤섞인다. 한지의 물성을 재발견 하는 중인 최근 작업은 점차 두꺼워지고 있다. 재를 활용하여 울퉁불퉁한 화면을 만들기도 한다. 전체로부터 떨어져 나온 파편과 파편이 겹쳐지고 재로 뒤덮인 묵시록적 세계, 이러한 복합적 바탕에서 마술의 상자처럼 무엇이 솟아난들 놀라울 것이 없다. 그것은 단지 형식적 실험이라기보다는 때로 신비함으로도 이어지는 존재의 불투명성과 닿아있다. 종교인에게 기도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듯이, 작업 또한 그러하다. 축제라는 판을 가정한 행렬은 묵상 중에 명멸하는 무명의 존재들로 하여금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환상적 무대를 연출하게 한다. ● 종교적 묵상과 예술적 상상은 자아 뿐 아니라, 가족이라는 가장 작은 공동체, 그리고 사회적 맥락까지 확장된다. 먹에는 수많은 색이 잠재해 있다고 간주되어 왔지만, 먹을 포함한 복합적 재료가 사용되는 그의 화면에서는 형태 또한 찾아진다. 작업은 잠재적 형태가 현실화되는 과정이다. 축제와 서커스를 표현한 작품은 이 전시의 주제를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어둡고 희박한 공기 속에서 유희하고 고뇌하는 존재는 종교적 주체를 떠올리지만, 그는 자연에서도 자신을 지탱할만한 힘을 느낀다. 꽃이 피고 지는 뒷산에서도, 열매가 열리는 텃밭에서도, 살아가는 기술이 이미 입력된 채 태어나는 생명체들에서도,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섬에 대한 기억에서도 종교에서 받았던 위안을 느낀다. 자연에도 종교의 두 특성인 율법적인 측면과 신비적인 측면이 있다. 타자라는 같은 처지의 예술은 신화와 종교, 그리고 자연을 관통하는 세계의 신비와 접촉하는 또 다른 축제다. ■ 이선영

Vol.20210502a | 김명진展 / KIMMYUNGJIN / 金明辰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