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의 풍경 / the scene of 'n'

윤영혜展 / YOONYOUNGHYE / 尹英慧 / painting   2021_0504 ▶ 2021_0510 / 일요일 휴관

윤영혜_The scene of 'n'_캔버스에 유채_193.9×130.3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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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혜 홈페이지_www.artcelsi.com/yoonyounghye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갤러리 아트셀시 예비전속작가제지원展

후원 / 예술경영지원센터_문화체육관광부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아트셀시 Gallery Artcelsi 서울 강남구 학동로38길 47 이소빌딩 B1 Tel. +82.(0)2.3442.5613 artcelsi.com/gallery

'n'의 풍경 ● 'n', 요즘 사회적으로 쓰이는 신조어 중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직업을 갖고 있는 것을 뜻하는 'n잡러' 라는 말이 있다. 이제는 '투잡'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직업과 역할을 갖춰야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한편 수학에서의 'n'은 자리에 어떠한 숫자도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의 기호이다. 'n'에 대입해 나온 결과값을 다시 그 자리에 대입하면 또 다른 수의 세계로 증폭될 수 있다. 윤영혜의 개인전 『'n'의 풍경』에서는 'n'의 자리에 nature, name, number, nothing등과 같은 의도적으로 제한된 언어기호를 대입할 수 있다. 나아가 개개인의 인식 체계와 그에 따른 상념을 거쳐 얻은 또다른 'n'이 이루는 비가시적 공간으로의 증폭을 꾀한다. ● 윤영혜는 직접 그린 그림 속에서 발견된 작은 붓 터치에 주목하며 거대하게 부풀려 재현하였다. 작은 이미지를 크게 재현 하는 방식은 이미 진부한 클리셰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들을 '다르게 보기'로 권하기보다는, 미미한 존재들의 소우주에 집중해보기를 바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그는 이미 그려진 그림 안에서 잠재성을 역추적하듯 미세한 부분 하나하나에 주목하게 한다. 이로부터 파생되는 작업들은 각기 개별적 독립성을 갖는다. 이는 전체를 이루는 하나의 개체가 전체를 추측하게도, 또는 왜곡/은폐하게도 한다. 이러한 형식은 하나의 자아 안에서 분립된 다중 자아로 까지 확장된다. ● 윤영혜는 각각의 존재들을 분립 시키면서 그 간극을 더욱 벌려 놓는다. 원작과의 거리뿐만 아니라 그것들 사이의 공간도 마찬가지이다. 회화 구현 방식, 프린트, 두꺼운 마티에르를 연상시키는 클레이 페인팅 등으로 펼친 작업 중 이번에 주목할 것은 글레이징 기법이다. 고전회화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글레이징 기법은 회색조의 페인팅 위에 오일을 섞은 물감을 컬러로 맑게 덧입힌 회화기법이다. 이는 석고상처럼 죽어있던 대상을 현실감 있게 관객 앞으로 끌어낸다. 그러나 윤영혜의 회화에서는 회색조의 페인팅 위에 '흰색 물감'을 오일과 섞어 불투명하게 덧입힌 '화이트 글레이징' 방식을 택한다. 그는 거의 다 완성된 회화 위에 의도적으로 흰색 칠을 함으로써 구조가 확연히 드러나는 것이 아닌, 안개 낀 듯한 풍경을 재현한 것처럼 연출한다. 이로써 눈 앞에 드러난 선명한 대상을 더 멀고 아득하게 뒤로 물러 세운다. 닿을 수 없는 대상은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광대한 대자연을 마주한 인간,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 19세기 독일 초기 낭만주의 화가)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Wanderer above the Sea of Fog)를 연상케 한다. 다가갈 수 없는 존재는 한계를 알 수 없기에 두려움의 대상으로 치환된다. 이러한 연출은 관객을 소외시킴과 동시에 적극적인 개입을 유보 시킨다. 또한 일련의 작업을 부정하고 지우는 것/덧칠하는 것처럼 보이게도 한다. 오로지 시각의 힘으로만 그것을 더듬게 하는 이 회화는 관객과 멀어지기를 자처하는 역설적 요소가 다분하다. 그렇다면 이 회화는 보이지 않는 대상에 대한 막연한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함 일까? 혹은 미지의 이미지를 탐험케 하는데 주저함을 불러일으키기 위함 일까?

윤영혜_The scene of 'n'_캔버스에 유채_193.9×130.3cm_2021
윤영혜_The scene of 'n'_캔버스에 유채_193.9×130.3cm_2021
윤영혜_THIS IS NOT ANYTHING white-N1_캔버스에 유채_116.8×91cm_2020
윤영혜_THIS IS NOT ANYTHING white-O_캔버스에 유채_116.8×91cm_2020
윤영혜_THIS IS NOT ANYTHING white-T_캔버스에 유채_116.8×91cm_2020
윤영혜_THIS IS NOT ANYTHING white-H_캔버스에 유채_116.8×91cm_2020
윤영혜_THIS IS NOT ANYTHING white-I_캔버스에 유채_116.8×91cm_2020
윤영혜_THIS IS NOT ANYTHING_캔버스에 유채, 클레이_지름 60cm_2020
윤영혜_the scene of 'n'_캔버스에 유채_120×120cm_2021

윤영혜는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처럼 그림 앞으로 나서기도 그림 뒤로 물러 서지도 않는다. 그저 살짝 빗겨나 물끄러미 대상을 바라본다. 그의 '필터'를 통과한 작업물에는 어떠한 색깔이나 개념을 심어 넣으려 하지도 않는 듯, 대상을 아무런 감정없이 관조하는 듯하다. 이러한 시점은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화법으로 이어진다. 이미 그는 2019년부터 현재까지 활동하는 가상의 미술평론가 '황윤역'을 창조했다. '황당한 윤작가의 역할놀이'의 각 앞 글자를 따서 만든 '황윤역'은 얼핏 듣기에 무게감 있는 중년의 남자 평론가를 연상시킨다. 가상에서, 글 속에서만 존재하는 이 사람은 스스로 윤영혜로부터 분립하여 독자적 개별성을 획득한다. 윤영혜는 작가, 평론가, 관객의 존재로서 희뿌연 대기 속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 어떤 'n'이 대입 되기 전에는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의 작업이 끊임없이 다양한 회화 언어와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본다면. ■ 황윤역

Vol.20210504c | 윤영혜展 / YOONYOUNGHYE / 尹英慧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