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박형지_이지순 2인展   2021_0504 ▶ 2021_063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교보문고 후원 / 교보생명_대산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8:00pm

교보아트스페이스 KYOBO ART SPACE 서울 종로구 종로 1(종로1가 1번지) 교보생명빌딩 B1 교보문고 내 Tel. +82.(0)2.397.3402 www.kyobobook.co.kr/culture @kyoboartspace

예술작품을 통해 현실 속 '넘어짐의 미학'을 즐겨보자 기획된 이번 전시는, 말하자면, 포털의 사회 정치 뉴스를 읽고 짜증이 났는데 그 '짜증 포인트'를 희화화 하여 쓴 누군가의 리플을 읽고 웃음이 터지는 지점들 그리고 그때의 감정들을 소환한다. 약간 극적으로 상상하면, 화가 머리끝까지 난 채 거리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새똥을 맞거나, 바나나 껍질을 밟고 미끄러지거나, 빙판을 헛디뎌 공중부양을 한 뒤에 밀려오는 감정 같은 것이라 하겠다. 그런 꼴을 당하면 0.1초 전의 '화'는 하찮아지고 부끄러움을 느끼면서도 기계적으로 웃음이 터지는데, 혹여 화만 더 날 뿐 웃지 않는 쪽이라면(흔하진 않지만…) 적어도 그 곁을 지나가던 누군가는 자동 반사적으로 웃음을 터트릴 것이다(그렇지 않겠는가). 분노 유발 뉴스를 비꼬는 촌철살인 리플에 웃음을 터트리거나 심각한 생각을 하며 걷다가 희한하게 넘어진 스스로가 어처구니 없어 헛웃음이 나는 것. 이 같은 '넘어짐'이 유발하는 '웃음'은 나쁜 것인가 좋은 것인가, 혹여 '깜짝 선물' 같은 아름다운 것인가? 이번 전시는 동시대 사회 현상에 대해 '넘어지고 웃음을 터트리는' 태도를 견지한 작품들을 소환하여, '넘어짐'이 가진 호소력과 설득력 그리고 관객을 환기시키는 에너지도 생각해본다.

박형지_운석사냥꾼 Ⅱ Meteorite Hunters Ⅱ_리넨에 유채_180×200cm_2019
박형지_운석사냥꾼 Ⅲ Meteorite hunters Ⅲ_리넨에 유채_45.5×38cm_2019
박형지_자연알러지 Ⅰ Treen Allergy Ⅰ_리넨에 유채_116.8×91cm_2017
박형지_자연 알러지 Ⅱ Treen Allergy Ⅱ_리넨에 유채_100×80cm_2017
박형지_어두운 안색 Ⅱ You Look Down Ⅱ_ 리넨에 유채, 스프레이 페인트_90.9×72.7cm_2017

38년 전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는 이런 태도에 관해 매우 흥미로운 말을 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큐레이터였던 헨리 겔트잘러(Henry Geldzahler)는 1983년 1월 바스키아를 만나 긴 인터뷰를 한다. 마지막에 겔트잘러는 "당신의 작품에는 분노가 담겨 있나?"라고 바스키아 작품에 대한 자신의 인상을 확인하듯 작가에게 질문하고, 바스키아는 "작품(작품을 완성시킨 동기)의 약 80%는 분노"라고 대답한다. 이에 겔트잘러는 "그러나 당신의 작품에는 (분노와 함께)유머도 공존한다"고 말하자, 바스키아는 "사람들은 엉덩방아를 찧었을 때 웃음을 터트린다(People laugh when you fall on your ass.)"라고 덧붙인다. 바스키아는 상반된 감정의 집합체로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이는 매우 자연스럽고 현대적인 것으로 인정한다.

이지순_평등과 제자리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8×91cm_2021
이지순_5초도 보지 않는 것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8×91cm_2021
이지순_It's goo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8×910cm_2021

『넘어지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에서는 이 같은 '넘어짐의 미학', 일종의 바스키아의 말을 빌려 '엉덩방아를 찧었을 때 웃음을 터트리는' 정서와 이를 다루는 예술작품의 방법적 태도를 따라간다. '웃음'을 일종의 '유머'로 상정하고, 그러한 '유머'와 '분노'(혹은, 분노에 근접한 '갈팡질팡, 짜증, 화, 반항심' 등)를 한 쌍으로 밀착시킨 박형지, 이지순의 평면 작업들과 '자빠지기'의 신공 찰리 채플린의 1916년 영화 『더 링크 The Rink』를 연결시키다. 더 나아가 '넘어짐'에 대한 관객들의 이야기도 수집한다. 전시를 통해 유머가 현실과 거리를 둔 채 체계의 이면을 헤집고 균열을 가하는 방식으로 분노하는 것임을 생각해 보고, 분노와 유머는 한 몸을 이루면서 현실의 모순을 보여주는 증상*임을 확인해본다. ■ 교보아트스페이스

* 한순미, 『분노와 유머: 증상으로 읽는 2000년대 한국소설』, 민주주의와 인권, Vol.12 No.3, 2012

Vol.20210505e | 넘어지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박형지_이지순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