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 삶의 한가운데 Ott, Au milieu de la vie

채림展 / CHAERIMM / 蔡林 / painting   2021_0514 ▶ 2021_0613 / 월요일 휴관

채림_대지_목판에 옻칠, 삼베_60×70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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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학고재 본관 Hakgojae Gallery, Space 1 서울 종로구 삼청로 50 Tel. +82.(0)2.720.1524~6 www.hakgojae.com www.instagram.com/hakgojaegallery www.facebook.com/hakgojaegallery

옻칠로 쓴 서정시 ● 예술가 채림의 옻칠 작업이 현대미술로 거듭나는 데는 지난한 끈기와 연구의 과정이 동원됐다. 이러한 과정은 작품의 형식적 변화나 옻 기술의 진화만으로 획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옻칠이 기능적 예술에서 탈 기능적 담론의 수준으로 격상시킬 수 있는 장르라는 사실을 작품으로 입증해야 하고, 현대미술의 복잡한 개념적 정의와 울타리를 넘나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미술의 존재 이론들은 기능적 완성도보다는 프로세스 중심의 실험정신과 시대정신, 작품이 가지는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자주성을 묻는 태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 채림의 '옻 그림'은 전통의 뿌리를 튼튼하게 가진, 그러면서 더욱 새롭고 다양한 진화 과정에 있다. 그의 예술은 세련된 옻을 다루는 기술, 그리고 보석 디자인 기술의 완성도가 뒷받침하는 공예적 전통과, 그것을 다시 현대미술과 만나게 하는 적응력이 매우 주목을 끈다. 현대미술이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개념과 물질, 비물질, 행위, 아방가르드의 전복적 가치들이 연대하여 만들어낸 자극적인 퓨전 요리라면 채림의 예술은 옻칠이 빚어낸 감칠맛 나는 시적, 감성적 풍경화이다.

채림_멀리에서_목판에 옻칠, 혼합매체_20×20cm×105_2019~21

채림의 예술을 공예적 전통과 기술을 바탕으로 한 현대미술이라는 술어가 적절한 것인지는 더 들여다봐야 하지만, 현대미술로서의 옻칠 작업을 보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다. 이러한 노력은 오늘날 공예를 진흥 시키기 위한 각 직능별, 단체별 노력이 돋보이는 상황에서 공예를 단순히 전통예술이나 상품으로 정의하는 협소한 시각에 대한 적극적 제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제안이 담고 있는 신선한 야망은 기능적으로 중요한 전통예술이 거꾸로 탈 기능적 현대미술과 만났을 때 답이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 채림의 '옻 회화'는 20세기 초에 두드러지게 나타난 유화(oil painting)의 마티에르(matière) 효과를 연상시킨다. 캔버스에 대한 심미적 해석으로 불리는 마티에르 작업은 가령 평면 회화의 주 재료로 쓰이는 캔버스나 종이, 나무 등이 재질에 따라 표면에 많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시작되었다. 유화는 기름 물감의 성질상 두껍거나 얇게 칠할 수 있고, 붓의 터치를 극대화시켜 독특한 질감(質感)을 갖게 할 수 있다. 따라서 마티에르란 재질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의 귀결로 볼 수 있으며, 예술가의 의도에 따라 미적 완성도가 달라진다. 채림의 옻 회화에 나타난 평면의 질감은 옻의 기능적 완성도를 바탕으로 그 두께나 깊이를 조절함으로써 만들어내는 다양하고 세련된 미감이다. 이 독특한 표면 효과는 그 자체만으로도 다양한 풍경을 연출하고 색채의 다양한 스펙트럼은 서정적 감수성을 드러난다. ● 나무에 여러 번 옻칠을 반복하여 만들어진 다양한 표면은 독특한 색감과 광택, 윤기를 드러낸다. 이러한 효과는 캔버스에 붓을 사용한 효과보다 더 선명하고 자극적이다. 캔버스의 마티에르 효과는 유화물감의 액체 성분에서 발산하는 미완성의 색채감이 아름답지만 옻칠에서 생산된 모호한 윤기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스푸마토 기법을 연상시키는 몽환적이고 자극적인 회화성이 있다. 녹색이나 짙은 푸른색, 붉은 색, 검정색을 타고 상승하는 듯한 곡선들은 흡사 초서체로 휘갈겨 쓴 서예의 상승기류를 보는 듯하다.

채림_삶의 한가운데_목판에 옻칠, 삼베_60×70cm_2021
채림_수화(樹話)_목판에 옻칠, 삼베, 자개, 진주, 22K 금도금 은_48×48cm_2018

채림은 나전칠기 과정인 옻칠, 생칠, 흑칠 등의 기술적 적용을 회화적 표면 만들기에 대입할 경우 그 표면은 다양한 신비로운 결과를 생산한다는 사실을 확인시킨다. 채림의 입체적 평면, 또는 조각적 회화로 묘사될 수 있는 복합적 양식들은 이러한 기술의 완성도가 뒷받침하는 결과물로서 관객에게 신뢰를 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날렵하고 세련된 세기들이 기능적이고 서정적인 단면을 넘어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확산된 주제들과 만났을 때 어떻게 나타날지는 연구과제가 될 것이다. ● 채림은 옻칠에서 획득한 회화적 자신감을 보석디자이너로서 닦은 기능성을 바탕으로 입체 작품에 도전했다. 세공 기술의 한계를 옻칠로 확장시킨 것처럼, 보석디자인의 장점이자 약점인 장식성을 제어하면서 과거 부조나 판넬에서 창조한 서정적이고 유연한 감성의 입체들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시도가 농익어 자주적 질감과 미적 동기를 찾아갈 때가 되면 채림의 예술은 드디어 하이브리드(hybrid) 미학이라는 현대미술의 다채로운 옷을 입고 재도약 할 것이다. ● 오늘날 우리가 복잡한 혼성형 형식의 예술을 대하면서 자주 언급하는 하이브리드는 그 개념이나 서술형식에서 거침없는 미학적 반란들을 수용하는,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모험들이 교차하는 토론의 장이기 때문이다. 아방가르드의 혁명적이고 전복적 정신은 현대미술의 시작에서부터 그 배후에 오랜 동안 머물고 있으며, 이러한 개념 미술에 대한 환호, 횡포는 오늘날 다양한 담론들은 풍성하게 하는 모체다.

채림_꿈결 같은_목판에 옻칠, 삼베, 호박, 산호, 비취, 진주, 터키석, 청금석, 호안석, 아콰마린, 핑크오팔, 은_162×122cm_2018

채림의 아름다운 옻칠처럼, 오늘날 미술대학에서 잘 가르치지 않는 애석한 기예들은 현대미술의 개념적 논제나 담론에도 잘 노출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적인 관심이 확장되어 있는 분야, 예를 들어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ć)처럼 자신의 몸을 뛰어나게, 익숙하게 다루는 퍼포먼스 예술의 경우는 다르다. 신체가 전통 매체보다 훨씬 사회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표현의 민감성. 확장성 때문이다. 시각예술이란 예술가들의 아이디어가 일정한 재료, 기법과 만나 합성된 것이라는 전통을 의심하고 심문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개념미술이다. 말하자면 캔버스에 일정 비율의 물감을 바른 평평한 물질(회화)이 예술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역사적, 미학적, 경제적 의미를 갖게 되는 아이러니를 비판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오랜 동안 우리 곁을 지켜온 옻 기술, 칠기 예술의 렌즈를 통해 사물을 다시 볼 것을 권유하는 채림의 예술 언어는 아름다운 귀환이다. ● 채림은 보석이나 장신구들처럼 물질이 기능적으로 바뀌는 순간 전혀 다른 사회적 가치를 갖게 되는 현상에 대하여 질문을 던진다. 말하자면 기능이 없는 '물질'과 기능이 입혀진 '비물질' 사이의 아름다움의 차이를 규명하는 것, 그리고 다시 기능적인 것과 회화적인 것 사이의 감성의 차이를 세밀하게 표현한다. 그러므로 기능이란 라벨이며, 이 사회적 라벨이 형성해 온 편견의 무게를 버리도록 유도하는 상징시들을 옻칠이라는 확장된 예술의 그릇에 담아 놓는다. 말하자면 각기 다른 개체들의 아름다운 색채와 도형들이 뿜어내는 생명현상이 목격되도록 순수한 예술의 옷을 다시 입히는 것이다. ■ 이용우

채림_대지_목판에 옻칠, 삼베, 한지_122×162cm_2021

Symbolism in Poetry by Lacquer Painting ● Chae Rimm continuously worked with lacquer before it became a new form of contemporary art. Creating a new form of contemporary art was a great challenge that required tremendous tenacity and extensive experimentation because it was impossible to achieve by merely changing forms of work or developing new lacquer painting techniques. First of all, the artist should prove that lacquer painting is an art genre that can be elevated to the level of non-functional discussion from functional art through her work, and it should transcend the complex conceptual definition and boundaries of contemporary art. What is more, theories of contemporary art tend to delve into experimentation and the zeitgeist with focus on process as well as the political, social, and cultural independence of the work rather than functional perfection. ● Chae Rimm's 'lacquer painting' is firmly rooted in tradition, but it is also evolving into something wholly original and ever more diverse. Her art attracts great attention for her elegant handling of lacquer, traditional craftsmanship underpinned by perfect technique of meticulous jewelry design, and her willingness to bring crafts and contemporary art together as one. If contemporary art is provocative fusion cuisine created by joining experimental, challenging concepts and subversive values of the material and the non-material, behavior, and the avant-garde, Chae Rimm's art is poetic, emotional landscape of savory flavor created by lacquer painting. ● To be sure, we must look into Chae Rimm's art more deeply and duly understand that it is contemporary art based on craft tradition and technique. Even so, it is a fresh shock to see lacquer painting as contemporary art. She seems to be advocating strongly against narrowly defining crafts merely as traditional art or products by master craftsmen, which is what those who promote crafts today tend to do. Her tireless ambition and originality show where functionally important traditional art comes into confluence with non-functional contemporary art. ● Chae Rimm's 'lacquer painting' conjures up the matière effect of oil painting that was prominent in the early 20th century. Referred to as 'aesthetic interpretation' of canvas, matière work began when artists found that many changes could occur on the surface of canvas, paper, and the like used as the primary material for 2-dimensional painting, depending on the quality of material. Artists can give oil painting a unique texture by applying paints thickly or thinly depending on the nature of oil paint and by applying the touch of the brush in different ways. Accordingly, matière can be seen as the end-result of techniques that can be used for materials in appropriate ways, and the aesthetic effect varies as much as the intentions of each artist. The texture of the 2-dimensional surface of Chae Rimm's lacquer painting projects extremely varied and refined sense of beauty created by adjusting the thickness and depth based on the functional perfection of lacquer painting. This unique effect on surface alone creates a variety of landscapes, and the diverse spectrum of colors reveals lyrical sensibility. ● Diverse surfaces created by applying layer upon layer of lacquer over and over again acquire unique color, luster, and shine. Such effect is brighter and more provocative than that created by using a brush on canvas. The effect of matière on canvas shows the beauty of incomplete color sense emitted from the liquid ingredients of paints. In contrast, the vague luster produced from lacquer painting has a dreamlike, provocative, painterly quality reminiscent of the Sfumato technique used by Leonardo da Vinci. The curved lines seemingly moving upwards riding on green, dark blue, red and black recall the upward strokes of calligraphy in a cursive style. ● Chae Rimm confirms the fact that the surface becomes extremely diverse and exudes an uncommon air of mystery when techniques of raw lacquer, refined lacquer, and refined black lacquer—which are used to produce lacquerware inlaid with mother-of-pearl— are applied to create a painterly surface. Chae Rimm's complex forms can be described as 3-dimensional planes or sculptural painting, and they are a result of perfect technique and should draw the viewers in. Furthermore, the way in which the sleek and refined, detailed craftsmanship appears when brought together beyond functional and lyrical aspects with expanded social and cultural subjects will be a subject of research study. ● Chae Rimm challenged 3-dimensional art with confidence in painting she acquired based on the functionality she had perfected as a jewelry designer. Just as she expanded the realm of craftsmanship by lacquer painting, Chae Rimm recreates lyrical and flexible 3-dimensional sensitivity of sculpture in relief or panels of the past, while controlling decorative nature of jewelry design. As she discovers her own texture and aesthetic motivation on her journey, Chae Rimm's art becomes of class of its own, a colorful genre of contemporary art called 'hybrid aesthetics.' ● The term 'hybrid' is frequently mentioned today in discussion of complex combinations of forms of art because it involves the intersection of radical and experimental adventures as well as an aesthetic revolution in the concepts or forms of description. Revolutionary, subversive spirits of the avant-garde have informed contemporary art since the very beginning, and applause for such conceptual art and its tyranny fuel so much discussion today. ● As in the case of beautiful lacquer painting by Chae Rimm, the meticulous craftsmanship of a kind that is hardly taught at art colleges today is barely included in discussions on conceptual contemporary art. In contrast, fields that have attracted wide interest, such as performance art by Marina Abramović, who uses her body with remarkable skill, are widely discussed. It is not because the human body is much more social than traditional media but because it has sensitivity and expandability of expression. It is conceptual art that started doubting and inquiring about the tradition of regarding visual art as something composed when artists express their ideas with certain materials and techniques. In other words, it involves criticizing the irony of a flat thing, that is, painting, assuming historical, aesthetic, and economic meaning as soon as it leaves the hands of the artist. In this regard, Chae Rimm's art language invites us to see objects again through the lens of lacquer art, lacquer techniques which have been used for centuries, and the end result is uncommonly beautiful. ● Chae Rimm poses questions about the situation where materials assume totally different social values as soon as they become functional, as is true of jewelry or personal ornaments. She focuses on finding differences between 'material' without functions and the 'non-material' to which function is given, and then expresses differences in sensitivities between the things functional and things painterly in detail. Accordingly, function is a label, and she puts symbolic poetry that leads us to discard our prejudices derived from such social label in the container of expanded art called lacquer painting. In other words, Chae Rimm puts on the clothes of pure art once again so that the vital phenomenon of beautiful colors and figures of unique entities can be observed. ■ Lee Yongwoo

Vol.20210513c | 채림展 / CHAERIMM / 蔡林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