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이야기를 가진 빛의 색깔

LA LONGUE HISTOIRE DE LA COULEUR DE LA LUMIIÈRE 유지원_정정하 2인展   2021_0515 ▶ 2021_0815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무안군오승우미술관 MUAN SEUNGWOO OH MUSEUM OF ART 전남 무안군 삼향읍 초의길 7 Tel. +82.(0)61.450.5482~6 www.muan.go.kr/museum

색이 지닌 종교적인 상징성과 관습적인 인식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율성을 얻게 된 것은 색에 대한 광학적 이론과 시지각과 관련된 물리적인 현상이 밝혀지면서부터이다. 색은 빛의 현상이며, 빛이 다른 파장을 연속적으로 일으키는 들뜬 상태의 전자파로 전환되어 전달되는 자극을 우리의 시지각이 받아들이면서 그 차이에 의해 다양한 색으로 구별된다. ● 인상파 화가들은 빛에 의한 색의 진동과 파장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점차 재현 위주의 색에서 멀어져갔다. 빛과 색에 대한 과학적 이론을 정립했던 뉴턴의 반대편에서 예술가의 주관적 색채의 심리학적인 면을 살폈던 괴테의 이론은 색채가 가지는 순수성, 독자성, 자율성을 깨닫게 했는데, 이는 후에 추상회화를 가능하게 하였다. 이처럼 미술사 속에서 변화되었던 빛과 색에 대한 현대적 맥락을 살펴보기 위해 마련된 이번 전시에는 유지원・정정하 두 작가가 초대되었다. 두 작가는 각기 색에 대한 독특한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 유지원은 재개발을 위해 부서지고 파편화된 건축물과 폐기물들을 수집한다. 작가는 인간의 장소인 건축물이 세워지고 부서지는 과정을 오랫동안 세밀히 관찰해왔으며, 이를 설치나 영상작품으로 제작하였다. 그의 작품에서 건축물은 주로 제품의 포장재인 골판지로 구성되는데, 이는 제품과 포장재 사이에 존재하는 여러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관계를 건축적인 문법으로 이동시키기 위해서이다. 그의 건축적인 문법은 표상적인 것들을 부수고 숨겨진 것들을 드러내놓기 위해 파격적으로 변화된다. 작품들은 내부와 외부가 뒤집혀져 있으며, 타일이 붙은 벽채는 이를 지탱해주는 건물의 바닥이나 몸체로부터 뽑혀져 나와 있다. 이처럼 재구성된 건축물의 맥락은 부서진 잔편들로부터 원래 있었지만 사라진 기억과 삶의 이야기들을 불러오는 역할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색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색은 오랫동안 익숙했지만 삽시간에 부서져버린 낯선 것들이 소환하는 죽음과 망각의 세계를 우리와 대면시키는 창이다. 또 한편으로 색은 사라진 과거와 상상의 미래를 이어주는 문맥으로서 우리의 두려움과 공포를 완화시키면서 각자의 인생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준다. ● 아버지가 운영하는 페인트 매장에서 일을 하는 정정하의 작품은 페인트 색을 고르는 타자의 꿈과 욕망의 에너지를 빛으로 채집하여 색으로 고정시킨 일종의 삶의 기록물이다. 그녀의 작품을 구성하는 혼합된 페인트 안료의 색과 이를 고정하는 레진, 나무판, 향수병 등의 오브제 사이에서 일어나는 굴절, 반사, 투과, 흡수, 퍼짐, 명암과 같은 빛의 작용은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꿈과 욕망만큼 다채로운 인생 이야기를 반영하고 있다. 정작가의 작품이 지니는 미덕은 날마다 페인트 매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사소한 일상의 기록물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거대하 추상화가 되어 마치 종교적인 경전처럼 숭고해진다는 데에 있다. 와서 보라. 1250명의 이야기를 담은 향수병의 5미터가 넘은 기둥을, 그리고 레진에 가둔 빛을 기록하며 달리는 거의 16미터에 이르는 나무판의 지평을... ● 만일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가장 빛나는 혹은 굴절된, 칠흑 같은 어두운, 또는 새하얀 눈 사이로 핀 붉은 동백꽃 같은, 아니면 새벽하늘 같이 푸르스름하게 반사되는... 각자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다양한 색으로 채색해보는 것은 어떨까? ■ 박현화

유지원_긴 이야기를 가진 빛의 색깔展_무안군오승우미술관_2021
유지원_Biblio-Trace_혼합재료_설치_2021
유지원_Trace-Expansion 1, 2, 3_혼합재료_설치_2021
유지원_Trace utile_혼합재료_120×230×50cm_2021
유지원_Trace-M4_혼합재료_95×200×42cm_2021
유지원_Appart-Agne_혼합재료_160×160×360cm_2021

작가는 쓰레기 더미에서 다시 의미의 자리로 복권될 수 있는 건축 자재들을 모아와 이러한 공간을 재구축하는데, 전시장이라는 환경의 특성상 하나의 완결된 건축물로 기능화 되거나 의미화 되지는 못한다. 오히려 건물을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는 그러한 의미로의 복원 과정을 거부하는 듯, 과거의 기억들을 간직한 채 관객들에게 그 생경한 속살을 스스럼없이 드러내 보인다. 언뜻 보편적으로 집처럼 보이는 이 건축물이 결국 우리가 정의하는 '집'으로 규정될 수 없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모여 있지만 그들은 결코 같은 성질의 무엇으로 통합될 수 없으며 정주(停住)적 성격을 가지지도 않는다. 따라서 관객은 집으로 보이는 공간으로 진입하지만 결국 더욱 낯설은 풍경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 마치 전체 문장에서 전체의 의미 구조를 떠받치고 있는 혹은 다음 문단으로의 연결을 수행하는 접속사 하나를 문장에서 발췌하여 그 단어 하나만 덩그러니 제시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관객은 이러한 장면에서 결국 그러한 접속(사)의 앞과 뒤를 자신의 기억의 장면을 통해 채워 넣게 된다. 따라서 작품의 건축적 요소는 결국 본래의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억과는 무관한, 관객에 의해 사유화된 기억의 일부분으로 편입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그의 작업은 파편적으로 모여진 키워드들의 집합체로 서로를 확장시킨다. (「발췌된, 그리하여 사유화된 기억에 관하여」에서 발췌) ■ 유원준

정정하_긴 이야기를 가진 빛의 색깔展_무안군오승우미술관_2021
정정하_긴 이야기를 가진 빛의 색깔展_무안군오승우미술관_2021
정정하_A.R.9_혼합재료(EP)_90×70cm_2018 정정하_흡수와 반사Ⅰ(Absorption and Reflection)_건축용 페인트, 혼합재료_45×38cm×60_2019~21
정정하_Light Pixel_건축용 페인트, 시험관, 목재거치대_가변설치(11.5×135cm×25)_2019~21
정정하_Light Pixel_건축용 페인트, 패널_177×1577cm_2019~21
정정하_흡수와 반사(Absorption and Reflection)_혼합재료_45×38cm×80_2019~21

정 작가 작업의 주재료는 색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물감의 색이 아니고, 건축용 페인트와 에폭시 레진이 사용된다. 작가는 건축내장재 위에 빠르게 굳는 특성의 에폭시 레진을 이용해서 컬러의 번짐과 발색 효과를 최대한 활용한다. 또한 다양한 색채를 활용하는데, 입자의 브라운 운동을 응용하여 마치 연기처럼 색면의 윤곽을 흐리게 한다. 때로는 레진의 두께를 달리하며 다양한 빛의 투과와 반사를 유도하기도 한다. 그 결과는 보석처럼 영롱하고 화려한 색채의 향연이 연출된다. ● (...)작가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페인트 매장에서 근무하며 매일 목격했던 일이 작업의 동기였음을 밝힌다. 매장의 다양한 페인트 색과 그들을 섞어 만들어 나오는 가능한 조색 중에서 원하는 색을 찾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감정의 에너지를 쏟아 붓는가를 작가는 매번 관찰하였다. 마침내 그들이 선택하여 페인트 통에 담는 것은 단지 화학물질인 페인트가 아니었다. 그것은 희망과 소망, 기대, 욕망이 뒤섞인 그들의 에너지이다. (「인생의 빛을 채집하여 색으로 응결시키다」에서 발췌) ■ 김승환

Vol.20210516c | 긴 이야기를 가진 빛의 색깔-유지원_정정하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