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시간은 온다 The Return of the Lost Time

권군展 / KOONKWON / painting.sculpture.installation   2021_0603 ▶ 2021_0627 / 월요일 휴관

권군_돌도끼 몸의 반격_캔버스에 유채_190×80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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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계 프로그램 김신명숙 여신신화학자의 전시 읽기 / 2021_0612_토요일_11:00am 이승목 철학자의 전시 읽기 / 2021_0619_토요일_11:00am 태양 맞춤 퍼포먼스 / 2021_0626_토요일_12:00pm~01:00pm (유동적 러닝타임) * 퍼포먼스 관람시 전시장 내 인원수의 제한이 있을 수 있으므로 사전 양해 부탁드립니다. * 연계 프로그램 신청 링크_https://forms.gle/erRWxcNh8nmZkHzx9

기획 / 권군 글 / 홍예지_김남수 퍼포먼스 / 권군_신채은 진행,협력 / 홍예지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통의동 보안여관 ARTSPACE BOAN 1942 서울 종로구 효자로 33 구관 1,2층 아트스페이스 보안 1 Tel. +82.(0)2.720.8409 www.boan1942.com

세계에는 빛과 어둠이 공존한다. 생명은 빛을 좋아하고 어둠을 싫어한다. 좋아하는 것에는 몸이 저절로 기운다. 향일성(向日性)은 성장하는 생명의 근본 성질이다. 식물은 햇볕이 있는 쪽으로 뻗어 나가고 팽창한다. 인간 역시 빛 속에서 한없이 너그러워진다. 반면, 어둠은 몸을 위축시킨다. 저 아래로 내려가며 깊어진다. 빛 속에서 성장이 이루어지는 데 반해, 어둠 속에서는 성숙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삶의 넓이와 깊이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빛과 어둠을 모두 끌어안아야 한다. 지표면 위의 태양과 아래의 태양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알아야 하고, 낮과 밤, 지상과 지하가 결국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앎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늘 어둠을 두려워하고, '해가 지지 않는' 지상 낙원을 꿈꾼다. 낙원에서의 삶은 물론 달콤하고 편안하다. 그러나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좋든 싫든 낙원은 무너지고, 어김없이 어둠의 현실이 들이닥친다. 그때 당신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밤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남은 여정의 밀도와 농도가 달라진다. 홀로 인내하며 순도 높은 밤을 겪어낸 사람은 어둠만큼이나 빛을 잘 안다. 그가 쬐는 햇볕은 질적으로 다르다. 세포 하나하나에 에너지가 깃드는 것을 느끼고, 이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그는 다음 순간에 어둠이 내릴 것을 알기에, 낮의 태양을 온전히 만끽한다. 완전히 활짝 열린 몸을 갖게 된다. 열린 몸으로 맞아들이는 세계는 더없이 풍부한 의미를 품고 온다. 도처에 아름다운 상징이 널려 있는데, 이때 상징은 '살아 있는' 리듬이자 이미지로서 존재한다. 그는 행복하게 그 이미지들과 하나가 된다. 권군은 이런 성숙의 과정을 겪는 존재로서 그가 경험한 것을 풀어 놓는다. 한때 두려움에 떨며 지하 세계를 헤맸기 때문에 비로소 빛의 세계로 들어설 수 있었다. 번개 같은 충격으로 온몸이 열리며 입장한 세계는 태양신의 축복이 가득한 세계였다. 저마다 겪어야 할 몫의 어둠이 있기에 누가 대신 겪어줄 수 없지만, 어둠의 세계 끝에 어떤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는지 공유할 수는 있다. 이 나눔의 장면 속에서 누군가는 위로와 격려를 받는다. 『빼앗긴 시간은 온다』는 그런 바람에서 마련한 전시로, 홀로 길을 떠나는 여행자들에게 '초심자의 행운'을 빌어주는 장이다. ■ 홍예지

권군_공기거울_세라믹_35×22×1.5cm_2020
권군_말하는 난_세라믹_22×28×20cm_2020
권군_포항 일출 자화상_캔버스에 유채_40.9×31.8cm_2020

토탈 이클립스는 달의 윤곽과 부피 속에 깃든 태양이 금방이라도 터져나갈 것 같은 강렬한 우주란으로서 포괄된 상태이다. 일촉즉발! 단 하나의 결정적 터치에 의해 태양=어둠이 된 이 상태가 다시 한번 커다란 생명친화적 문명 세계의 하늘을 찢어서 열 것 같은 임계 영역[critical zone]에 있다. 권군 작가는 자신의 회화와 조형 그리고 그 배후에 기존의 컨텍스트로부터 떨어져나온 신화의 자유로운 힘(웬디 도니거)으로 이 임계 영역은 건드리고 있다.

권군_태평양의 해_세라믹_25×23.5×7cm_2020

인류 출현 이후, 전쟁의 '발명'에 의해 대지는 번개신=전쟁신을 숭배하는 남성 가부장제 문화(마리야 김부타스)가 수천년 동안 진행되어 왔지만, 달-바다-여성 사이의 전자기력에 가까운 물결 동조와 상응의 힘이 작용하는 달신=창조신 체제가 소멸된 것이 아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열린 공간에서 낙뢰 세례를 맞고(!) 마치 벼락도끼의 자루가 된 듯한 권군 작가의 신체는 토탈 이클립스의 구도 속에서 달신의 테두리와 겹쳐진 채 은밀하게 납작 엎드려 있던 태양신의 권능을 여성화하는 작업으로 나아갔다. *번개신: 전쟁신 - 초원 유라시아 - 올드 유럽의 중추 - 근대의 전신 *달신: 창조신 - 해안 유라시아 - 아프리카, 인도, 순다랜드 저변 - 뒷하늘 문명의 문 *태양신: 번개신에 의해 지고의 자리에서 축출되면서 달신과의 연대가 끊겨 수천년 고립되었던 신격 생명나무를 찍는 벼락도끼가 거꾸로 달신과 태양신이 손잡은 임계 영역의 핵심이며, 권군 작가는 자신의 체험적 진실과 몽환적 리얼리티 그리고 생명의 새로운 서판을 이 도끼질의 권능으로 보여주고 있다. 토탈 이클립스의 차오르는 어둠을 통해 작금의 재앙과 재앙 이후의 새로운 시대의 여성적 영성[feminine spirituality]을 빅뱅 하려는 것.

"현대예술은 신화를 파는 세계다. 모든 사람의 내부에는 여전히 신과 신전이 있다." (백남준) 권군 작가는 신화투쟁의 장에 자신을 제물처럼 던지고 있으며, 태초의 오래된/새로운 삶의 존재양식을 위한 신화를 제시하고자 한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 무너진 신전의 벽돌을 모래 속에서 일으켜 세우고, 잊혀진 신들의 손잡기를 통해 만신전의 축제를 불러내려는 것이다. ■ 김남수

Vol.20210603b | 권군展 / KOONKWON / painting.sculpture.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