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시장 사람들

최인기展 / CHOIINGI / 崔仁基 / photography   2021_0604 ▶ 2021_0613

최인기_노량진시장 사람들_피그먼트 프린트_60×80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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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공휴일_11:00am~06:00pm

갤러리 브레송 GALLERY BRESSON 서울 중구 퇴계로 163 (충무로2가 52-6번지) 고려빌딩 B1 Tel. +82.(0)2.2269.2613 gallerybresson.com cafe.daum.net/gallerybresson

노량진 구수산시장은 서울시민의 집단적 기억이 숨 쉬고 있는 곳이다.1 노량진 구수산시장은 어떻게 만들어 졌나? 우리나라에서 수산시장이라고 불릴만한 것은 조선의 어물전(魚物廛)이다. 이때는 유통과 보존 상태가 어려워 싱싱한 수산물을 판매하는 것이 한계가 있었다. 1905년~1909년 소비시장이 급격히 확대되자 수산물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시장이 생겨난다. 교통이 편리하고 상권이 모여 있는 서울역 앞, 회현동, 용산에 수산시장이 등장하자 1928년 일제 강점기 관리·감독을 위해 세 개의 시장을 통합해 서울역 염천교 근처에 경성 수산주식회사가 운영된다. 그야말로 수산물의 원활한 유통과 가격안정을 위해 백 년 전통의 수산물 중앙도매시장이 만들어진 셈이다. 해방 후에는 운영 주체가 서울 수산시장 주식회사로 재편되었고, 1975년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자회사인 한국냉장(주)이 시장을 인수하면서 지금의 노량진으로 장소가 옮겨진다. ● 본격적으로 노량진수산시장을 둘러싸고 갈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공기업 민영화 추진계획으로 한국냉장(주)가 민간인 수협중앙회로 매각되면서부터다. 시장개설자인 서울시는 '재정 여력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인수를 거절하자 부지와 건물을 수협이 단 50억 원의 자산으로 1,450억 원의 정책금융을 받아 인수한다. 그런데 이곳은 저절로 가치가 천문학적으로 오르는 부동산이었다. 재정이 없어 인수할 수 없다는 서울시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후 2008년 수협은 수산물유통체계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현대화 사업을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수협은 국비 1540억 원 등 총 2241억 원 지원을 받았으며, 국비 70% 수협 30%를 투자해 2015년 신시장을 건축 완료했다. 2016년부터는 신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경매가 시작됐지만 구 시장 전체 상인의 40%가량이 신시장 입주를 거부하고 있었다.

최인기_노량진시장 사람들_피그먼트 프린트_50×40cm_2021
최인기_노량진시장 사람들_피그먼트 프린트_60×80cm_2021

2 현대화 사업과 상인들과의 합의 과정 ● 개발은 당사자와의 합의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수협은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2009년부터 중도매인 및 판매상인, 출하주 등 466명을 대상으로 아홉 차례에 걸쳐 사업 추진현황 및 기본계획 설명회를 개최했고 당시 상우회 761명 중 80.3%인 518명, 중도매인조합 176명 중 73.8%인 130명이 사업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그해 7월 9일 서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합의를 통해 현대화 사업을 추진했다는 뜻이다. ● 하지만 상인들 주장은 다르다. 윤헌주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노량진구수산시장 지역장은 사업추진 과정에서 합리적이고 공개적인 의견수렴 절차가 미비했다며 정반대의 입장이다. '양해각서' 2항에 따르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경우 수협과 시장유통종사자 간 상호협의하여 문제해결에 공동노력 하기로 한다.'라는 조항과 관련해 수협은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현대화 사업처럼 큰 사업을 추진하면서 거쳐야 할 과정인 사업의 효과와 기존 시장 유지의 효과가 제대로 비교되지 않았으며, 설계도면뿐 아니라 공간 시뮬레이션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채 서둘러 공사를 마쳤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상인들이 입주할 건물이 다 지어질 때까지 공개조차 되지 않았고, 이에 항의하여 상인들이 요구한 공청회 등의 대화 요청이 묵살되어 '상호협의를 통한 공동의 노력이 없었다'는 뜻이다.1) 비슷한 시기 박원순 서울시장도 "수산시장 사태와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건물을 짓기 전에 먼저 상인들의 고충과 이해를 들어주고 나서 지어도 늦지 않을 겁니다." 라고 인정했듯이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사업이 추진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최인기_노량진시장 사람들_피그먼트 프린트_60×80cm_2021
최인기_노량진시장 사람들_피그먼트 프린트_80×60cm_2021

3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은 성공했는가?2) ● 구 시장 바로 옆 1만2236평 부지에 건설된 노량진 수산시장은 현재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화 사업이 성공했는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구 시장상인들은 한목소리로 신 시장은 설계부터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도매시장은 경매장까지 차가 들어와 상품을 살펴보고 수산물경매를 진행한다. 도매와 소매가 함께 있는 시장은 경매장과 판매대가 인접해 있어야 하는데, 건물을 높게만 짓다 보니 신 시장은 1층에 경매장이 있고, 2층에 판매대가 있는 매장으로 공간이 구획됐다고 한다. 그리고 신시장은 생선을 파는 좌판대의 면적이 구 시장의 2평인 6.61m²에서 1.5평인 4.96m²로 줄었다. 게다가 새로 지은 건물은 사방이 갇혀 있는 '밀폐형 복층'구조로, 환기가 안 되고 장소가 협소해 상품을 펼치고 장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수협 측은 매장 면적은 구 시장 상인들이 기존 통로 공간 1.65m²를 무단 사용해 차이가 나는 것이며, 임대료는 새로 지은 건물에다 관리비 등을 고려하면 비싼 편이 아니라고 해명한다. ● 그러나 현대화 사업이 성공했다고 볼 수 없는 이유는 과거보다 경매에 올라온 수산물의 총 거래금액이 계속 줄어 2014년 3,584억6900만 원에서 2017년 3,163억2800만 원으로 11.75% 다. 2019년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노량진 수산시장의 운영은 더 나빠졌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종회 의원에 따르면 노량진 수산시장은 2015년 3억3500만 원 적자를 시작으로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손실액은 82억 원에 달한다. 상황이 이러니 손실의 책임을 상인들 임대료로 전가하고 있다. 구 시장 시절 평균 임대료가 20만 원 후반대였지만, 신시장 목 좋은 점포 평균 임대료는 70만 원 이상으로 1.5~2.5배 비싸졌다. 2015년부터는 매년 임대보증금이 늘어 2016년에는 전년 대비 26억 원, 2017년에는 37억 원, 2018년에는 29억 원가량이 늘었다. 현대화사업 전인 2014년과 비교해 임대료 규모가 100억 원 가까이 증가하였다. 게다가 거래량이 늘기는커녕 오히려 2002년 대비 40%나 줄었는데도, 임대료 보증금은 2014년 대비 58% 증가하였다.3) 고스란히 노량진수산시장의 상인들 부담이 되는 것이다. ● 대신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지도경제대표 이사 기본보수는 1억6800만 원에 성과급 100%, 상임이사는 연봉 1억2000만 원에 80%까지 성과급을 받았으며, 수협의 억대 연봉자는 2013년 93명에서 지난해 379명으로 4배나 늘었다. 이미 수협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경영난을 겪으며 지난 2001년 정부로부터 공적자금 1조1천581억 원을 수혈받았다. 2028년까지 상환을 목표로 현재까지 남은 빚 8천533억 원을 더 갚아야 한다.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받았던 수협은 이제 법인세마저 감면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4)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간부들은 성매매 관광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거나 매번 수협중앙회 회장 선거는 부정선거로 점철되고 있으며 인사 청탁 비리 등 비리의 온상이 되었다.

최인기_노량진시장 사람들_피그먼트 프린트_60×80cm_2021
최인기_노량진시장 사람들_피그먼트 프린트_60×80cm_2021

4 노량진구수산시장 과연 허물어야 하는가? ● 수협이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서 선택한 것이 구수산시장 부지를 이용해 부동산 개발이익이다. 구시장 부지를 허물고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 또는 일반 상업지역'으로 계획하였다. 구수산시장은 C등급이지만 보수 및 리모델링이 가능한 1층 또는 저층 건물이다. 그러나 수협은 낡아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홍보했다. 2004년 4월 수협중앙회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계획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업은 ▲1단계 수산시장 기능 ▲2단계 업무와 상업 및 공공기능 ▲3단계 업무와 주거 기능을 확보하는 것으로 일대 부동산 개발 마스터플랜이 작성돼 있었다. 2단계 사업에는 기존 상인들을 내몬 2만평 부지에 수산테마파크 설립 계획을 거쳐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사업으로 발전시키겠다.5)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2007년 8월 해양수산부도 '노량진수산시장 제2아셈몰로 거듭 난다'는 언론보도를 통해 수산테마파크 건립을 추진했다. 2015년에는 복합리조트 사업 신청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신청했고 '이창우 동작구청장'도 지상 52층 규모의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가 서울 균형발전을 위한 출발이라며 이를 지원하고 나섰다. 그후 수협의 복합리조트 사업은 탈락했지만 이성한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이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TF위원이었고, 차은택을 자문위원으로 추천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부동산 개발 의혹은 더욱 커졌다.6) ● 게다가 2019년 9월 수협 측에서는 서울시 및 동작구와 협의해 구 시장부지와 용산역을 잇는 케이블카를 건설하여 노량진관광특구를 만들겠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를 통해 속칭 간을 보기도 하였다. 만일 수협의 의도대로 용산과 수산시장을 잇는 케이블카가 추진된다면 수많은 환경문제와 교통체증은 물론 개인의 사생활 침해까지도 문제가 될 것이다.7) ● 수협은 '공적자본과 공공재'의 개발을 통해 누적된 적자를 만회하고 유통구조에 맞지 않는 건물을 무리하게 지으려 했던 것이다. 한편 정부와 서울시는 과거처럼 당사자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무조건 새것을 만드는 방식의 개발보다는 '역사를 복원하고 상생을 통해 지속 가능한 수산물유통 선진화'를 모색하겠다는 정책을 피력하였다. 게다가 시장은 '서울시 미래유산위원회'를 통해 '미래유산'으로 선정될 정도로 서울시민의 집단적 기억이 숨 쉬고 있는 곳으로 인정 받는 곳이다.8) 미래 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것을 보존하자는 목소리가 높은 지금, 노량진 구수산시장에서는 상인들의 땀과 함께 상권을 일구어온 공동의 노력을 허물어 버리고 있다. 선택과 배제의 행정이 어떻게 현장에서 펼쳐지는지 이곳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 ■ 최인기

* 각주 1) 2016년 12월, 한국지방행정학보 제 13권 3호, 전통시장 현대화 과정의 정책 네트워크분석. 2) 2016년 4월 8일, 노량진수산시장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공청회자료 3) 2019년 7월 1일, 오마이뉴스, 수산물유통선진화 대신 깡통이 된 노량진수산시장 4) 출처 : www.etoday.co.kr/news/view/1572152 5) 2020년, 7월 30일, 뉴스필드, '노량진구수산시장 상인들 내몬 금싸라기 땅 2만평…수협 개발 계획 속내는?' 6) 2016년 12월 8일, 한국일보,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의 촛불 7) 2019년 9월 25일, 노량진구수산시장시민대책위 기자회견자료 8) 2013년부터 시작한 사업으로 서울을 대표하는 유산 중 국가ㆍ서울시 지정ㆍ등록문화재로 등재되지 않은 유ㆍ무형 자산을 대상으로 한다. 역사적 사건ㆍ인물과 관련된 장소나 서울 시민에게 잘 알려진 특색 있는 장소, 기념물을 비롯해 서울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총망라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Vol.20210604e | 최인기展 / CHOIINGI / 崔仁基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