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어스케이프 Layerscape

이샛별展 / LISETBYUL / 李샛별 / painting   2021_0605 ▶ 2021_0618

이샛별_레이어스케이프 Layerscape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210×520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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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샛별 홈페이지_www.lisetbyul.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1:30am~06:30pm

인디프레스_서울 INDIPRESS 서울 종로구 효자로 31(통의동 7-25번지) Tel. 070.7686.1125 @indipress_gallery www.facebook.com/INDIPRESS

『레이어스케이프 Layerscape』 2021층의 풍경 / Highsmith Poe 빛은 꺼질 거예요 / 여러 해가 지나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 존재한다는 의식은 점점 또렷해질 것입니다 / 존재하는 의식이 사라질 것이므로 // 움켜쥔 거대하고 빛나는 것들이 당신이 익숙해진 전부 / 밝혀질 비밀은 남아있지 않아요 / 죽음보다 나쁜 것들이 검은 대기에서 깨어나고 / 의지가 없는 불은 당신 쪽으로 전진합니다. // 불행하게도 내 목에 걸린 가시를 빼낼 수가 없어요. / 외롭게 지켜보던 당신은 목 안 깊숙이 손을 넣습니다 // 그럴 리가 없지만 / 얼마나 불가사의하고 불확실합니까 / 육중하고 유효한 시간에 / 어떤 위안도 얻지 못할 속도로 당신은 손을 거둡니다 // 귀를 기울여요 /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기꺼이 인정하겠습니다 // 가까스로 버티던 둔탁한 얼음은 쩍 소리와 함께 사라집니다 / 바람은 근육도 움직이지 않은 채 조용히 듣습니다 // 목 안의 가시는 발화하는 말로 돋치고 // 당신은 뒷걸음질 칩니다 / 얼음 안개는 자줏빛 띠를 두르고 회색 풍경은 구부러지므로 / 접히다가 꺾이고 흩어졌다가 다시 붙고 휘어지며 뒤집힙니다 / 보이지 않는 눈과 잘린 귀에서 시작해요 / 중력의 몰락 / 긍지 높은 별들이 떨어져 바다는 끓고 // 나는 설명할 수 없는 힘으로 인내합니다 / 귀의 통증이 시작되고 이따금 코피가 흐릅니다 / 심연 맨 아래에 있어요 / 아무것도 닿지 않는 어둠에서 발은 계속 달립니다 ● 숨 가쁘고 촘촘하고 끈질긴 보이지 않는 붕괴. 팔을 쭉 뻗어본다. 계속될 거라 믿어왔던 독실하고 부도덕한 풍경. 익숙한 세상은 고스란히 눈앞에 있는데 믿기지 않는 급작스러운 이별은 시커먼 밤이다. 텅 빈 세계, 사람들만 삭제한 비현실적 풍경, 팬데믹 초기에 미디어에서 보여주던 이미지는 공포 그 자체였다. 기후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면서 전 세계 부의 지도는 쓰러지는 약자들을 밟고 폐허의 땅을 확장했다. 돈을 주고 산 시간으로 목숨을 연장하는 영화 『인타임』 (In time, Andrew Niccol, 2011)속 현실과 지금의 현실은 평행이다. 애도조차 사치인 이미 익숙해진 이 생경한 세계를 우리는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 웹 검색으로 이미지를 수집해 재배치하고 재구성하는 나의 작업은 현실을 새롭게 구성 가능한 것으로 드러내는 방식이었고 지금도 유효하다. 기존의 맥락에서 떨어져 나온 부스러기 같은 이미지 단편들은 재조합되어 새로운 사건의 주동자가 된다. 끝이 눈앞에 있지만 보지 않은 것으로 치부해왔던 삶은 끝났음을 인정하고 새로운 삶의 질서는 아직 떠오르지 않는 상태로 규정한 발명된 풍경을 제안한다. 다수의 이미지가 겹쳐 있는 화면은 봉합이 불가능한 깨진 세계를 재현하며 필연성이 정지한 파열의 풍경을 전시한다. 해체 직전의 얼굴은 더 이상 우리가 알고 있던 우리 얼굴은 삭제되었음을 상기시킨다. 레이어스케이프는 레이어(층)Layer와 랜드스케이프(풍경) Landscape의 합성어이다. 포토샵에서 여러 개의 레이어를 하나로 병합하면 가장 위에 놓인 이미지가 메인이 되며 다른 이미지는 일부만 남거나 삭제된다. 레이어 순서에 따라 장면이 바뀌는 레이어스케이프는 가장 위로 무엇이 떠오를지 모를 미결정 풍경이다. 여기에 단절과 절단의 지점을 강조한 일시정지 된 화면을 위한 장치로 노이즈가 등장한다. 렉(lag) 걸린 상태 즉, 지연이 발생하거나 오작동, 혹은 잘못된 출력이나 시스템 충돌을 드러낸 노이즈 묘사와 풍경을 재현한 회화적 표현의 대비로 인해 화면의 이질감은 배가된다. 레이어는 아직 병합되기 전이며 완전한 이미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 이샛별

이샛별_레이어스케이프 Layerscape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210×520cm_2020_부분
이샛별_레이어스케이프 Layerscape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210×520cm_2020_부분
이샛별_레이어스케이프3 Layerscape3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210×520cm 2021
이샛별_레이어스케이프4 Layerscape4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30.3×162.2cm_2021
이샛별_레이어스케이프3 Layerscape3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62.2×130.3cm_2021
이샛별_사각 바다 Square sea_캔버스에 유채_65.1×50cm_2021
이샛별_흐린 남자 Cloudy man_캔버스에 유채_65.1×50cm_2021

이샛별 작가론1. 에머렐드 빛의 푸르른,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불길하고 불안한 색감과 정조가 화면 가득 드리워져 있고, 그 안에는 갖가지 낯선 느낌의 이질적인 것들이 의뭉스러운 형상들과 이야기들을 엮어내면서, 전체적으로 흐느적거리는 유동적인 느낌들로 인해 어떤 묘한 울림을 자아내고 있는 것만 같다. 작가의 근래 작업들을 처음 보며 떠올랐던 대략적인 느낌들이다. 작업의 전체적인 의도도 그렇지만 이와 연동되는 이들 개별적인 도상, 이야기들 속에도 나름의 개념적인 이유들이 담겨있어 하나하나 그 속내를 읽어내야 할 것만 같은데 간단치 않은 일로 다가온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작가가 전하려 한 것들이 그 이상하고 복잡한 양태들로 인해 비현실적으로 다가올지라도 결국은 우리의 현실과 관계된 것들이며, 이들 수다한 개별적인 이야기들을 가로지르는 무언가 긴 호흡의 묵직한 메시지들을 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조적인 현실의 차원들 말이다. 이는 쉽게 볼 수 없는, 혹은 보여 지지 않는 우리의 비가시적인 이면, 혹은 바깥에 관한 것들이 아닐까 싶은데, 이를 담아내고 드러내는 전략과 방식 또한 작가의 치열한 그리기의 노력들과 그 개념적인 두께, 방식들로 인해 만만치 않기만 하다. 그렇지만 우리를 둘러싼 실제 현실의 더 이상하고도 복잡다단한 양상들을 생각해보면 못내 수긍이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렇게 작가의 작업은, 스스로의 관심사가 늘 리얼리즘이라 말한 것처럼, 그 묘하고도 기괴한 느낌의 화면 속 형상, 이야기들로 비록 뒤틀리듯 꼬이고 얽혀있을지라도 화면 밖의 실제 현실들과 접합되어 있다. ● 자연스럽고 견고해보이지만 숱한 모순들과 균열들로 가득한 현실의 세계를 드러내기 위해 작가가 취한 전략, 방식은 환상적이고 허구적이며, 이를 통해 실제 현실을 작가에 의해 새롭게 생산된 또 다른 현실들과 관계 맺도록 하는 것들이다. 환상적, 마술적 리얼리즘과도 연동될 수 있는, 작가 특유의 이상하고 모호한 비현실적인 현실의 풍경들을 통해, 작가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믿고 있는 단단하기만 한, 그러나 좀처럼 쉽게 보이지 않는 세상의 논리들을 뒤흔들며 어떤 균열과 파열을 도모한다. 그렇게 작가는 우리를 둘러싼 현실 사회 이면의 것들, 이를테면 구조적인 폭력들과 같은, 우리의 모순적인 실재들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들 억압적인 현실을 담은 익숙한 여느 풍경들과는 다소 다른, 실제 현실의 과잉이거나 결핍인 우회의 풍경들로 기묘하게 다가온다. 환상적인 허구의 것들을 개념적으로 더하고, 그만큼 실재의 본원적인 것들의 여지를 남겨두는 역설적인 가시화를 통해 다시 실제의 현실과 관계 맺도록 하는 것이다. 복합적인 느낌으로 그 감추어진 속내, 혹은 바깥의 것들을 긴장감 가득, 궁금함과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면서 말이다. ● 이를테면, 작가의「녹색 에코(Green Echo)」연작들의 경우, 현행 신자유주의 하의 녹색의 이데올로기의 모순들을 문제시한다. 여기서의 녹색은 원래의 자연을 의미하는 생명과도 같은 의미가 아니라 문명 속에서 재 전유된 자연, 인공화 된 자연, 곧 위선적이고 이율배반적인 현실을 뜻한다. 2013년 전시인, 「녹색 파국」에서부터 부각되고 발전된, 녹색 개념은 이렇듯 인위적인 사회적 환경을 상징하는 색이자 이전 작업들에서 천착한 보호색처럼 스스로의 본래 모습을 숨기거나 미화시키는 '위장'의 개념이 결합된 복합적인 의미로 자리를 잡는다. 눈에 보이는 쾌적하고 너른 자연을 뜻하는 일상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그 이면의 비가시적인, 냉혹하기만 한 현실의 모순적인 시스템을 감추고, 드러내기 위한, 일종의 장막처럼 녹색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작가의 녹색은 순수하고 단일한 의미의 녹색과는 거리가 있고 모호하고 의뭉스러운 현실의 어떤 국면들과 감각, 개념적으로도 맞닿아 있다. 그리고 같은 주제의 작품들 속에는 종종 알 수 없는 비정형의 유동적인 형상, 이미지들이 자리하는데, 화면 속 혹은 밖, 실제 현실과의 어떤 연결들을 암시하고 있는 것만 같다. ● 그렇다면, 결국 관건은 작가 작업들이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고 있는 실제 현실과의 연결들, 그 특정한 양상들일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작가의 작업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꽃이나 가면의 설정들을 생각해보도록 하자. 화면 속 인물들의 얼굴을 대신하고 있는 꽃이나 가면 개념은 작가의 독특한 시선 개념에서 연원하는 것들이다. 작가의 시선 개념은 일반적인 의미의 바라봄이 아니라 시선 자체를 의문시하고 있다. 환상적이고 허구적인 방식으로 현실을 변형시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작가 작업에서 종종 등장하는 얼굴을 가리고 있는 꽃이나 가면은 실재의 시선들을 은폐, 위장하고 있는 자아의 허구, 환상들을 의미한다. 현실을 정확히 바라보는 정합적인 관계가 아니라 환상적인 허구에 의해 실제 현실과의 왜곡, 불일치의 불안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흔들리는 유동적인 주체(의 시선)를 설정하고 있는 셈이며 이렇듯 현실과의 굴절된 시선의 관계맺음을 통해 그만큼 숱한 타자들에 의해 정향된 것들이 가시화된다. 그렇기에 익명의, 그러나 수다한 것들로 웅성거리는 흔들리는 존재들이며, 볼 수 있는 눈, 얼굴의 이미지 대신에 굴절된 현실의 무언가가 보여 지는 형상들로, 왜곡되어 뒤틀린 채로 변형되어 있는 것이다. ● 이러한 인물들의 비정합적인 시선들에 더해, 인물들을 둘러싼 풍경들도 종잡을 수 없는 형상들로 가득하다. 정신분석적인 담론들과 개념적으로 연동된 작업들도 의문스러운 도상들을 둘러싼 전체적인 배치, 구성이 좀처럼 쉽게 파악되지 않는 모호한 느낌들을 더하지만, 「녹색 에코」 연작들에서도 유령과도 같은 인물들만큼이나 이들 인물들을 에워싸고 있는 얼기설기 얽힌 정글 숲의 흐느적거리고 유동적인 이미지들과 종종 등장하는 화면 속 베일들이 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잠시 가로막아 흔들리도록 한다. 마치 이들 연작의 전체제목에서 말하는 에코(echo)개념처럼 어떤 알 수 없는 울림이 화면을 진동시키고 있는 것만 같다. 앞서 말한 것처럼 통상적인 의미의 녹색의 풍경, 이미지가 아니라 불안한 느낌의 무언가 가중되고, 삭감된, 그렇게 변형되어 되돌아온 풍경들로 다가오는 것이다. 작가가 말한 에코 개념인 울림, 반향의 의미일 것이다. 정합된 시선에 의해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 텅 빈, 일종의 반 시선에 의해 가감된, 왜곡, 굴절되어 변형되어 되돌아온 회귀의 이미지, 풍경들을 통해 이접적인 방식으로 현실과 다시금 관계 맺도록 하는 셈이다. 그렇게 우리의 시선에서 제거되어 보이지 않은 것들이 가시화되어 현실로 회귀한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가 제거한 것들의 이야기는 우리 삶에 구성적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가리고 숨기고 아니라고 거짓을 말해도 그것들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것이다. 보지 않으려고 억압한 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것은 아니다. 끝끝내 당신의 삶 속으로 되돌아온다." 여기서 문득, '단지 보이지 않을 뿐, 현실에서 사라진 것은 없고 다만 그 주위를 돌고 있을 뿐이다'라는 어떤 말이 떠오르는데 작가의 비현실적인 이미지들의 풍경은 비가시적인 유령처럼 현실을 맴돌면서 회귀의 울림, 몸짓들을 통해, 때로는 그 이면들을 감추고, 때로는 부풀린 과잉을 통해, 실재의 의뭉스럽기만 한 현실들을 부단히 소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2. 이런 이유들 때문이었을까, 이질적인 관계들로 뒤얽혀있는 은폐된 현실을 들추어내기 위한 작가의 독특한 작업 방식 또한 흥미롭기만 하다. 현실 못지않은 복잡다단하고 이상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기 위해 작가는 우리의 현실을 안팎으로 둘러싼 다양한 것들을 관찰, 채집하고 재배치, 구성한다. 회화를 둘러싼 여타의 모든 것들, 이를테면 철학, 과학을 위시한 이론적인 것들부터 시작하여 (SF) 영화, 소설은 물론, 만화적이거나 영화적인 기법들도 마다하지 않으며 종종 온라인을 활용한 디지털 세계들도 작업의 구성 요소로 활용한다. 이 또한 지금, 여기 동시대 우리 현실의 한 모습들일 테니 말이다. 이러한 면모들로 인해 복합적이지만 그만큼 현실적이기도 할 것이다. 눈여겨 볼 것은 그림의 배경, 요소들로 사용하고 있는 이미지들을 현실의 것들은 물론, 인터넷 검색 결과들을 통한 무작위적인, 혹은 불일치의 모순적인 것들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며, 이들 이미지들의 재배치, 구성에 있어 영화적인 카메라 워킹이나 앵글들은 물론, 꼴라주나 몽타주, 미장센의 방식들을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것들이 이질 혼융된 모순적인 현실(과의 관계)들을 가시화시키기 위한 나름의 기법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마치 서로 무관한 것들의 인접, 병치를 통해 또 다른 (너머)의 현실을 드러내려 한 초현실주의 그것처럼 작가 작업에서도 이들 짜깁기된 이미지들의 배치, 구성을 통해 복잡다단한 현실과의 모순적인 관계들, 그 이질적인 공존을 모색하려 하는 것만 같다. 특히 이러한 면모는 비교적 자유로운 이야기의 직접적인 표현, 구성일 수 있는 만화적인, 드로잉에 일찍이 익숙한 작가임을 감안한다면 더욱 분명해진다. 이는 동시에 최근의 디지털 환경, 생태계와도 쉽게 연결될 수 있는 면모들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이러한 자유로운 매체의 결합은 모순적인 현실을 담아낼 수 있는 방편인 동시에 또 다른 잠재적인 가능성으로 열려있는 현실을 향한 작가의 지속적인 확장의 노력을 생각했을 때도 의미 있는 관심과 접근들이 아닐까 싶다. ● 동시대적인 것들에 대한 관심은 변화된 현실을 꾸준히 포착해내려는 작가적인 노력에 다름 아니며, 그런 면에서 지금, 여기의 달라진 지형, 현실에 대한 것들은 계속해서 작가의 작업과 관계하는 주요한 화두이자 맥락, 구성요소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최근 작가가 준비하고 있는 작업들의 경우도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동시대 현실에 관한 것들이다. (원고를 쓰는 지금 시점에서) 진행 중인 작업이라 그 전모를 일갈하여 말할 수 없지만 언 듯 눈에 띄는 것들은 화면 곳곳에서 보이는 픽셀들의 설정이다. 일상에서 흔히 말하는 (깨진) 픽셀은 사실 근접, 확대된 시점에서 본 이미지일 뿐이며 그렇기에 깨져있는 동시에 이미 형성된 이미지이기도 하다. 이들 (미)분화된 이미지들이 여러 겹의 프레임들로 화면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다중적인 현실의 어떤 면모들로 향하고 있는 것만 같다. 꽃, 가면에 이어 얼굴을 가리고 있는 픽셀 이미지는 이미 전작들에서도 일부 시도된바 있지만, 인공지능, 디지털 환경과 비대면, 비접촉들로 인해 더욱 전면적으로 지워지고 있는 지금 시대의 익명화된 주체성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를 포함하여 여러 층위의 레이어, 프레임들로 구성된 세상의 풍경들 또한 작가의 전작에서 볼 수 있는 장막, 베일들이 더 다중화 되고 복잡해져 점차 무화되고 있는 동시대의 어떤 현실, 그 특정한 국면들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종국에는 확대를 거듭하여 화면 가득, 커다란 무(無)로 향해 진행 중인, 지금, 여기의 유동적이고 불안하기만 한 현실 말이다.

3. 작가의 그림은 이렇듯 현실을 향한, 어떤 개념적인 사유로 이끌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작업은 또한 우리에게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작가의 작업들에서 개념적으로 차용, 혹은 가시화시키고 있는 예를 들어 정신분석학의 담론적인 틀과 상관없이 우리에게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것들,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어떤 독특한 태도, 관점들 또한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를테면 작가의 작업에 반복적으로 되풀이하여 드리워져 있는, 혹은 작업 자체로 기능하는 장막과 현실과의 특정한 관계들 말이다. 분명 작가의 작업은 특정한 이론적 틀을 시각화시키는 형상, 이야기들을 엮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들로 인해 좀 더 깊고 풍부한 현실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한 것도 있겠지만 그림은 사유에 관한 것이면서도 이러한 개념적인 사유를 넘거나 가로지르는 감각의 차원이기도하기에 이에 대한 해명도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반시선의 설정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작업은 시각적인 것, 이야기들의 과잉, 결핍으로 가득하기에 오히려 이들 개별적인 시각적 형상, 담론들을 가로지르는 전체적인 스타일이나 색조, 분위기가 먼저 다가오기도 하고, 때로는 이러한 시각 자체를 넘어서는 촉감, 질감의 느낌들이 두드러지기도 한다. 특히나 예전 작업들에서 볼 수 있는 계획, 구성된 도상, 이야기들의 배치, 구성이 점차 끊임없는 이미지들로 유동하는, 예측할 수 없는 우연적인 것들로 이동하고 있기에 이러한 느낌들은 더욱 가중된다. 이를테면, 작품의 특정한 주제들과 연동되는 불온한 느낌의 색감이 음울한 현실의 그것들을 떠올리게 하고, 화면 가득 흐느적거리며 넘쳐흐르는 유동의 시각적 형상, 질감들이 감각을 진동케 하는 식이다. 앞서 언급한 현실의 울림을 변형, 증폭시키는 회귀의 느낌은 이렇듯 감각적으로도 분명하게 전해지는 것이다. 현실과의 엇갈린 통로처럼 설정한 개념적인 장막들, 혹은 구멍, 흔적들이 화면 전체로 확장되어 굳이 화면 속의 구성요소로 설정할 필요도 없이, 다시 말해, 작가의 작업 자체가 점차 엇갈린 현실의 모순 자체를 담지 하는 존재론적인, 감각덩어리로 되어 가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측면이다. 현실을 향한 수다한 이야기들 못지않게 이들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가의 숱한 그리기 행위들을 반복하여 거듭했기에 어쩌면 개념들마저 감각화 되고, 다시 이들 감각들이 개념적인 실체들을 갖게 되지 않았나 싶다. 마치 그 경계면에 자리한 (개념적으로) 모호하면서도 (감각적으로) 뚜렷한 저 현실들을 작가가 부단히 접합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 그렇게 작가의 그림은 왜곡되고 뒤틀린 모순적인 현실을 굳이 애써 말하지 않더라도 이미 스스로 그러하게 도드라지는 유동적인 현실의 어떤 실체들로 다가온다. 이러한 존재론적인 실체는 현실을 향한 그 모든 개념적이고 감각적인 변형, 확장들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또 다른 실재(實在)이기도 한 회화인 채로 자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변화되고 있는 현실을 향한 작가의 부단한 사유의 접근들, 그리고 이와 연동되는 지속적인 갖가지 회화적인 시도와 변신의 노력들을 통한 작가 고유의 화법(畵法, 話法) 구축은 작가 작업의 의미 있고 소중한 미덕으로 적시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 민병직

이샛별_픽셀 휴먼1.2 Pixel Human1.2_캔버스에 유채_53×45.5cm_2020
이샛별_때가 왔다 The time has come_캔버스에 유채_45.5×53cm 2021
이샛별_레이어스케이프 Layerscape展_인디프레스_서울_2021
이샛별_레이어스케이프 Layerscape展_인디프레스_서울_2021

Critique on Artist Setbyul Li ● 1. The blue of the emerald light, but somehow ominous and unstable colors are draped across the screen, and in it, various unfamiliar and heterogeneous things intertwine dubious shapes and stories. Overall, it seems to be giving off some strange echo due to the swaying and fluid sensation. These are the rough feelings that came to mind when I first saw the artist's recent works. Besides the overall intention of the work, these individual diagrams and stories that are linked to it also contain their own conceptual reasons, so it seems that we have to read the insides of them one by one, but it is not a simple task. However, what is clear is that even though the things the artist tried to convey may come unrealistically due to the strange and complex aspects, they are ultimately related to our reality. It is conveying a heavy message with a long breath that crosses these numerous individual stories. I am speaking of the dimensions of structural reality. These may be easily visible or invisible things about our invisible backside or outside, but the strategies and methods to capture and reveal them are also overwhelming due to the artist's fierce efforts in drawing and its conceptual thickness and methods. However, when we think about the strange and complex aspects of the actual reality surrounding us, it is also a part we can agree on. As such, just like the artist has always claimed her interests are always in realism, the artist's work is connected with real reality outside the screen, even though it is twisted and entangled with the strange and bizarre feelings of the images and stories in the screen. ● Although it looks natural and solid, the strategy and method the artist has taken to reveal the real world full of many contradictions and cracks is fantastic and fictional, and through this, the real reality is made to form a relationship to other realities newly produced by the artist. Through the artist's unique, strange and ambiguous, unrealistic landscapes that can be linked with fantastic and magical realism, the artist shakes the solid logics of the world that we ordinarily believe in but are seldom easily seen and promotes cracking and rupturing. Thus, the artist reveals our contradictory realities, such as structural violence, the things behind the real society surrounding us. However, unlike other familiar landscapes that contain this repressive reality, he presents it in odd ways with roundabout scenery, an excess or lack of real reality. It is to relate to real reality through paradoxical visualization that conceptually adds fantastic fictional things and leaves room for the original things of reality. With a complex feeling, the hidden inside or outside things are full of tension, sparking curiosity. ● For example, in the case of the artist's "Green Echo" series, the contradictions of the green ideology under the current neoliberalism are questioned. Green here does not mean the same meaning as life, or original nature, but the nature reapplied in civilization, the artificial nature, that is, a hypocritical and contradictory reality. The green concept, which emerged and developed from the 2013 exhibition, 「Green Catastrophe」, is a color that symbolizes an artificial social environment and combines the concept of "camouflage" that hides or glorifies one's original form like a protective color in the previous works. It is not an everyday image that means a pleasant and spacious nature visible to the eyes, but a green concept as a kind of curtain to hide and reveal the contradictory system of the invisible, cruel reality behind it. For this reason, the artist's green is far from the pure and simple meaning of green, and is in contact with certain aspects of the ambiguous and murky reality, both sensationally and conceptually. And in the works of the same subject, there are often unknown atypical, fluid shapes and images, which seem to imply some connection with real life, inside or outside the screen. ● If so, in the end, the key will be the connections and specific aspects of the actual reality in which the artist's works are related in some way. For this, let's first consider the settings of flowers and masks that can often be seen in the artist's works. For this, let's first consider the settings of flowers and masks that can often be seen in the artist's works. The concept of flowers or masks replacing the faces of the characters in the picture is derived from the artist's unique concept of gaze. The artist's concept of gaze questioned gaze itself, not gaze in a general sense. This is because she looks at reality by transforming it in a fantastic and fictional way. For this reason, flowers or masks that cover the faces that often appear in the artist's work represent the fictions and fantasies of the self concealing and camouflaging real gazes. It is not a coherent relationship that looks at the reality accurately, but reveals a situation in which an unstable relationship of distortion and inconsistency with the real reality is formed by fantastic fiction. That is why it is setting the subject('s gaze) that is swaying and fluid, and through the relationship of the gaze refracted from reality, the things that have been directed by many others are visible. Therefore, they are anonymous, but swaying beings buzzing noisily, and they are transformed and distorted into shapes in which something of a refracted reality is seen instead of images of visible eyes and faces. ● In addition to the non-coherent gazes of these characters, the landscapes surrounding them are also full of indefinite shapes. The works conceptually linked to psychoanalytic discourses also add vague feelings that are seldom easily grasped in the overall arrangement and composition surrounding the questionable icons. In the series of 「Green Echo」, the whimsical and fluid images of the tangled jungle forest surrounding these ghost-like characters and the veils in the screen that occasionally appear block your gaze for a moment and shake. It seems that some unknown reverberation is vibrating the screen, like the concept of echo in the overall titles of these series. As mentioned earlier, it is not a green landscape or image in the usual sense, but a landscape that has been weighted, reduced, and transformed and returned with an uneasy feeling. It may be the meaning of the echo concept the artist pointed out. It is not something that can be seen by a coherent gaze, but an empty, a kind of regression image and landscape that has been distorted, refracted and deformed and returned by a kind of anti-gaze, and re-establishes a relationship with reality in a disjointed way. In this way, things that are removed from our gaze and invisible become visible and return to reality. As the artist said, "The stories of what we have removed are constitutive in our lives. The important thing is that no matter how much you cover or hide or lie, they will always return. Everything that is suppressed in order to not see is not lost just because it is not visible. In the end, it comes back into your life." Suddenly, the words, 'It's just invisible, nothing has disappeared from reality, it's just circling around it' come to mind. The landscape of the artist's unrealistic images revolves around reality like an invisible ghost, sometimes concealing the backsides of it through the echoes and gestures of regression, and sometimes through an inflated excess, constantly summoning the murky reality.

2. Perhaps for these reasons, the artist's unique way of working to uncover the hidden reality entangled with heterogeneous relationships is also interesting. The artist observes, collects, rearranges, and composes various things surrounding our reality in order to unravel the complex and strange stories comparable to reality. Starting with everything else surrounding the painting, such as philosophy, science, and other theoretical things, (SF) movies, novels, as well as comical or cinematic techniques are used without hesitation, and the online digital world is also used as a component. This will also be one of our realities now in our present day. It is complex due to these aspects, but it will be just as realistic. It is worth noting that the images used as the background and elements of the picture are used not only as real objects, but also as random or contradictory items of inconsistency through Internet search results. It freely uses the methods of collage, montage, and mise-en-scene, as well as standard camera walking and angles. It seems that these very different things were their own techniques to visualize the contradictory reality (relationships). Like surrealism that tries to reveal another reality through the adjacency and juxtaposition of irrelevant things, the artist's work also shows contradictory relationships with complex reality through the arrangement and composition of these stitched images and seems to be seeking coexistence. In particular, this aspect becomes more evident when considering that he is an artist who is familiar with drawing, which can be a direct expression and composition of a relatively liberal story. At the same time, these are aspects that can be easily connected to the recent digital environment and ecosystem. In that sense, this combination of free media is a means to contain contradictory reality, and at the same time, it seems to be a meaningful interest and approach when the artist's continuous efforts to expand toward an open reality as another potential possibility are considered. ● Interest in contemporary things is nothing but an artist's effort to steadily capture the transformed reality, and in that sense, the changed topography and reality here have to be the main topics, context, and components that continue to relate to the artist's work. In this respect, the recent works that the artist is preparing are also related to the contemporary reality of suffering from COVID-19. It's a work in progress (at the time of writing the manuscript), so I can't tell you the whole picture, but what stands out as if they are frozen are the settings of pixels that are visible all over the screen. The (broken) pixel, which is commonly referred to in everyday life, is actually only an image viewed from a close or enlarged viewpoint, and thus is a broken and already formed image. These (un)differentiated images seem to be heading towards certain aspects of our multiple realities in that they create a screen with multiple layers of frames. Flower, mask, along with the pixel image covering the face have already been tried in some of the previous works, but implies the anonymous subjectivity of the present era, which is being erased more entirely due to artificial intelligence, digital environment and non-face-to-face and non-contact. I think it might be that the scenes of the world composed of several layers and frames, including this, also talk about a certain contemporary reality and specific phases in which the curtains and veils seen in the artist's previous works are becoming more multiplexed and complex. In the end, it is a fluid and uneasy reality that is in the process of going towards a large, empty screen, and repeatedly expanding.

3. Like this, the artist's paintings lead to some conceptual thinking toward reality. Nevertheless, however, it is true that the artist's work also comes to us through sensation. Therefore, things that come sensibly to us regardless of the discourse framework of psychoanalysis, for example, that are conceptually borrowed or visualized in the artist's works, certain unique attitudes and perspectives toward reality that are repeatedly repeated in the work is important. For example, the specific relationships between the curtain and reality that are repeatedly draped over and over again in the artist's work or functioning as the work itself. It is also true that the artist's work has woven forms and stories that visualize a specific theoretical frame. And although these efforts may have made it possible to approach a deeper and richer reality, the clarification of this is bound to have meaning as a painting is about thinking and also a dimension of sensation that transcends or crosses this conceptual thinking. ● Despite the setting of the anti-gaze, the artist's work is full of visual things, an excess of stories, and lack of them, and at times, the tactile and textured sensations beyond that are also prominent. In particular, these feelings are aggravated as the plans, composed diagrams, arrangements and composition of stories that can be seen in previous works are gradually moving to unpredictable and accidental things that flow into endless images. For example, the colors of an ghastly feeling linked to specific themes of the work remind us of those in the dark reality, and the visual shapes and textures of the flow overflowing with sobbing across the screen make the senses vibrate. The feeling of regression that transforms and amplifies the echo of reality mentioned above is clearly conveyed through sensations. Conceptual curtains, holes, and traces that have been set up like a staggered passage with reality are expanded to the entire screen, and there is no need to set them as components in the screen. To reiterate, another aspect to be noted is that the artist's work is gradually becoming an ontological, sensory mass that carries the contradictions of reality. The artist's numerous paintings that contain these stories are repeated and recurrent as much as the tale telling stories toward reality, so that perhaps even concepts become sensational, and these sensations again have conceptual entities. It is as if the artist is constantly joining the (conceptually) vague yet (through sensation) distinct realities at the boundary. ● Thus, even if the artist's paintings are distorted and disfigured, and don't necessarily talk about the contradictory reality, they appear as some of the substances of a fluid reality that already stands out. In spite of all the conceptual and sensuous transformations and expansions toward reality, this ontological reality will eventually have to remain as a painting that is also another reality. However, nevertheless, the artist's constant approaches to thinking toward the changing reality, and continuing various pictorial attempts linked to this, and the establishment of the artist's own method of speech through efforts of transformation are meaningful in the artist's work and deemed timely with precious virtues. ■ Byung Jic Min

Vol.20210605e | 이샛별展 / LISETBYUL / 李샛별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