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ESIDENT

안서진展 / AHNSEOJIN / 安敍鎭 / painting   2021_0609 ▶ 2021_0614

안서진_The Weight of Glory_비단에 석청, 금박_36×53.5cm_202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7 Tel. +82.(0)2.737.4678 www.gallerydos.com

'THE PRESIDENT'에 나타난 한국 전통 초상화의 가치와 활용 ● 이번 전시 'THE PRESIDENT'는 대통령이라는 역사적 상징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보여준다. 작가는 전통초상화 기법을 수용하여 대통령들을 그렸다. 대통령을 그리는 행위에 우리는 어떠한 예술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까? 아래는 작가가 만들어내는 예술적 가치에 대한 서술이다.

안서진_박정희 대통령 초상_비단에 진채_179×115cm_2020

동서양 미술의 차이를 나누는 것은 그려지는 대상이다. 동양에서는 자연을, 서양에서는 인물을 중심으로 미술사가 발전했다. 동서양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이전 선사 시대에는 자연과 인간을 따로 그림에 담지 않았다. 식량의 풍족함을 위한 '기원' 또는 '교육' 목적으로 자연물과 인간을 함께 그렸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동양과 서양은 이후 자연과 인간을 나누어서 생각하게 된다. 기획자는 그 이유를 동서양의 지질학적인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추측한다. 단순히 산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식생이 풍부한 부드러운 토산 위주인 동양권역의 특성과 석회질의 척박한 암산 위주의 서양권의 특성으로 인해 인간이 자연을 해석하는 기준이 달랐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안서진_최규하 대통령 초상_비단에 진채_179×115cm_2020

결론적으로 서양은 인물화를 중심으로 미술사가 발전하게 되는데, 그 인물화 자체의 발전은 권력의 위치 변화와 함께 이루어졌다. 신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모든 인물은 신의 권능 아래 위치하도록 표현되었다. 인물은 신을 상징하는 것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그려지며, 신의 권능에 위배 되는 자연스러움, 우연성, 인간의 감정 등은 배제된 상태로 그려졌다. 중세 시대를 지나, 르네상스 시대부터 인간 자체에 대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식이 등장하게 된다. 신으로부터 권력을 이어받은 인간은 기존에 표현되지 않던 육체미를 표현해내며 새로운 권력자로서의 '인간'을 묘사했다. 인간에게 넘어온 권력은 여전히 편향적이었다. 만인이 권력을 가지는 것이 아닌, 토지를 소유한 귀족들에게 권력은 집중되었다. 때문에, 인물화는 귀족의 욕구에 맞는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그들의 유행이 여성성을 강조하는 때라면 부드럽고, 몽환적인 인물상을 그려냈으며, 그들의 유행이 남성성을 강조하는 때라면, 인물에 집중되는 빛으로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안서진_김영삼 대통령 초상_비단에 진채_179×115cm_2021

이후 지주의 권력에 대항하는 생산수단 및 금융자산을 소유한 자본가 계급의 등장으로 기존 귀족의 계급은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축소되었다. 새로운 권력의 등장은 기존 인물화에 대한 주문 방식을 바꾸었으며, 인물화를 그리는 작가들은 드디어 권력의 관계에서 벗어난 새로운 인물화를 그릴 수 있게 되었다. 기존에는 그리지 않던 방식으로 표현하거나, 그리지 않던 감정을 담아냈다. 또, 기존에 존재했지만 그리지 않던 인물을 그려냈다. 소수가 권력을 독점한 시기에서는 나올 수 없는 다양한 양식의 인물화가 나타났다. 귀족이 아닌 시민이 권력을 쟁취했음에도, 권력은 모두가 나누어 가지지 못하였다. '혁명'을 지원하고 이끌었던 소수 자본가에게 권력은 집중되었다. 이로 인해 세상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로 나뉘어 싸우게 된다.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는 노동자에 대한 신성화 및 체제에 대한 찬양을 위한 인물화를 그려냈다. 이를 위해, 강렬한 색채와 직선 및 대각선의 구도를 활용한 역동성을 강조하였다. 이와 반대로 자본가를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에서는 특정 대상에 대한 신격화가 아닌 자본주의 자체를 권력화함으로써 지주, 귀족, 공장주 등이 아닌 다양한 '자본성'을 가진 가수나 배우 등의 인물을 묘사하여 체제의 다양성을 보여주었다. 또, 대척점에 있는 공산주의의 인물을 예술화시키며 체제 자체의 유연성을 보여주었다.

안서진_김대중 대통령 초상_비단에 진채_179×115cm_2021

위와 같이 서양의 인물화는 다양한 가치를 바탕으로 다양한 양식적 진화를 해왔다. 이것은 단순히 동양의 인물화와 비교했을 때 더욱 사실적이며, 더욱 돋보인다. 그렇다면 안서진 작가는 왜 더욱 다양하고 사실적인 표현 기법을 가진 서양화의 형식을 사용하지 않고 동양화의 전통 어진 제작방식을 사용했을까? 최초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인지하고 있는 사실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 현재 대통령 초상화는 반신상의 서양화 기법으로 그려졌다. 둘째, 조선 시대 어진은 6.25때 부산 보관 창고 화재로 인해 태조, 영조, 고종 어진을 제외하곤 온전한 상태로 남아있는 것이 없다. 이 두 사실 만으로도 명맥이 끊긴 어진에 대한 가치를 복원하고, 현대적 가치의 어진을 만들어 내는 의의가 있었다.

안서진_박근혜 대통령 초상_비단에 진채_179×115cm_2021

그렇다면, 작가는 어진 제작방식을 활용하여 대통령을 왕과 같은 절대적인 존재로 우상화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작가는 오히려 어진 제작방식을 통해 대통령에 대한 제왕적 권력을 탈피하고, 역으로 우리와 같은 개인으로 해석될 기회를 제공했다. 전통 초상 기법은 빛을 이용해 인물을 그림자로 강하게 묘사해 권력과 권위를 강화하지 않는다. 빛을 최소화하고 인물의 실재하는 모습을 그대로 옮겨내는 것에 집중한다. 또 배경의 구성 요소를 최소화하여 인물을 장식하는 빛과 물질로 가치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인물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 낸다. 작가는 그려지는 대상인 인물 외의 것은 모두 최소화하여 관객에게 가장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한다. 얼굴 주름을 통해 대상의 인생을 나타내며, 눈동자를 통해 신념을 표현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주변의 요소로 영향을 받는 인물이 아닌, 인물 자체만으로 인물을 해석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에게 대통령을 정치적 해석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닌, 하나의 개인으로 볼 기회를 제공한다.

안서진_문재인 대통령 초상_비단에 진채_179×115cm_2021

우리는 대통령을 신격화 시켰던 때도 있었고, 대통령을 격하시킨 때도 있었다. 우리의 역사는 항상 대통령을 기준점으로 합쳐지면서도 분열되었다. 만인이 권력을 분배 받고 권력자를 선택할 수 있는 행복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국가가 분열되고 있는 것은 행복함 속에서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본 전시는 분열의 여러 가지 원인 중 대통령에 대한 인식 문제를 선택하고, 이것을 전통적 예술표현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서양의 인물화가 당시의 권력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현재 가치를 사실적으로 담아낸다면, 동양의 인물화는 현재의 가치들을 걷어내고 인물의 본질에 집중하여 미래에 평가받을 인물 자체의 가치를 담아낸다. ■ 이인승

Vol.20210606c | 안서진展 / AHNSEOJIN / 安敍鎭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