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미학_Ugly But Beautiful

하현주展 / HAHYUNJU / 河賢珠 / photography   2021_0624 ▶ 2021_0708 / 일요일 휴관

하현주_청소요정이 사는 집_80×58cm_202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포토마_갤러리 꽃피다_두릭스_포토스토리

관람시간 / 11:00am~08: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꽃피다 서울 중구 퇴계로36가길 50 Tel. 070.4035.3344 blog.naver.com/kkotpida-all

쓰레기 미학_Ugly but Beautiful ● 지난해 추석,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우연히 꽂힌 한 장면 때문에 끝까지 보게 된 영화가 있다. 바로 조정석, 윤아 주연의 『엑시트』이다. '와, 쓰레기봉투가 저렇게 코믹할 수 있을까?' 독가스 연기로 가득한 드라마틱한 배경보다, 아니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 조정석의 열혈 연기보다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그의 몸을 칭칭 감고 있던 쓰레기봉투 방독복이었다. 뷔페식당에 독가스가 분출되어 우왕좌왕 피신하는 장면에서 방독복이 부족하자 두 주인공은 100리터짜리 핑크색 쓰레기봉투를 겹겹이 뒤집어쓰고 테이프로 마감하여 즉석 방독복을 만들어 착용한다. 개인적으로, 이 '쓰레기봉투 방독복'이야말로 영화의 감칠맛을 극대화시킨 일등공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눈물보다는 웃음으로 끌고 가는 유쾌한 재난영화는, 사실 개인적 취향은 아닌지라 끝까지 볼 의도는 없었는데 '쓰레기봉투로 위기탈출'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에 이끌려 채널 고정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쓰레기봉투는 마침내 내 컴퓨터 속에서 오랜 시간 방치되고 있었던 사진 폴더 하나를 열게 했다.

하현주_충전중_50×35cm_2021
하현주_청소중_50×35cm_2021
하현주_아티스트 거리_64×42cm_2021
하현주_호프바에서_50×35cm_2021
하현주_바람불어 좋은 날_50×35cm_2021

처음 쓰레기통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몇 해 전, 서울숲 공원에 출사를 갔다가 스타벅스 컵 모형의 대형 쓰레기통을 발견하면서부터였다. 지금이야 도심 곳곳에서 각종 브랜드의 커피 컵 쓰레기통을 흔하게 만날 수 있지만 그때는 커피 컵을 쓰레기통 디자인으로 차용했다는 아디이어가 무척이나 신선하게 느껴졌었다. 마치 쓰레기통에서 커피 향이 날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날 이후로 마치 먹잇감을 찾는 허기진 하이에나처럼 쓰레기통만 보면 냉큼 달려가 셔터를 눌렀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이 '쓰레기통 이야기'라는 사진 폴더에 족히 수백 장이 넘을 만큼 쌓여갔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처음의 열정은 온데간데없어지고 폴더 속의 사진들은 하나같이 그 나물에 그 밥처럼 느껴졌다. 난 꼴 보기(?) 싫어진 그 아이들을 차마 버리지는 못하고 외장하드에 백업하고는 내 컴에서 깡그리 지워버렸다. ● 처음엔 무척이나 신바람이 나서 쓰레기통만 보면 반사적으로 달려가곤 했었는데 왜 시나브로 시큰둥해진 것일까? 나는 영화 엑시트 속의 '쓰레기봉투 방독복'을 보고 나서야 그때 아쉬웠던 2%가 무엇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분명 '쓰레기'를 주인공으로 한 쓰레기 이야기를 담고 싶어서 폴더명도 그렇게 지었는데 내 사진 속에는 온통 쓰레기통만 있고, 정작 그들의 이야기는 빠져 있었던 것이다. 『쓰레기 미학_Ugly But Beautiful』 시리즈는 더 이상 쓰레기통 이야기가 아니다. 그 속에서 오랜 세월 숱한 사연을 만들며 함께 살아온 진짜 주인공들의 이야기이다.

하현주_벽화 선인장_40×50cm_2021
하현주_잠복근무중_32×45cm_2021
하현주_바닷속 할로윈파티_40×50cm_2021
하현주_섹서폰 연주_40×50cm_2021

쓰레기를 '예뻐라' 할 사람은 없다. 쓰레기통은 수명을 다한 것들의 종착지이기에 더럽고, 무질서하고, 악취가 풍긴다. 제 아무리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쇼윈도에 진열되어 있던 고가의 물건도, 혹은 주인의 사랑으로 손때가 반질반질 묻은 그 어떤 애장품이라고 하더라도 수명을 다해 쓰레기통에 버려지면 그 순간부터는 본연의 이름은 사라지고 그냥 개똥이, 소똥이 처럼 '쓰레기'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 그런데 역설적으로 생각해 보면 버려진 것, 오래된 것, 낡은 것, 잊힌 것들이 모여 있는 쓰레기통이야말로 무수한 사연들이 숨어 있는 '찐' 이야기 창고일 수밖에 없다. 공장에서 새로 나와 진열대에 갓 놓인 바비인형은 지나가는 여자아이들의 선망의 눈빛을 가득 받겠지만 그 안에 정작 자신의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팔 하나가 떨어져 나간 채 쓰레기통에 버려진 흠집 난 바비인형은 그 자체로 하고 싶은 이야기, 못다 한 이야기가 흘러넘친다. ■ 하현주

Vol.20210624a | 하현주展 / HAHYUNJU / 河賢珠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