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흔적, 멈추다 止 , In between trace, Samatha

한희선展 / HANHEESUN / 韓姬善 / installation   2021_0715 ▶ 2021_0815

한희선_무상(無常)005_닻, 소창_가변설치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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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선 유튜브_youtube.com/channel/UC9818bhrGrhpPCskXb7lWIg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한국예술인복지재단

관람시간 / 24시간 관람가능

어류정항 Eoryujeong Harbor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어류정길177번길 117

작가 한희선은 존재가 남긴 흔적을 빌어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이야기한다. 『사이흔적, 멈추어 바라보다』展은 어류정항과 소창이라는 특정한 장소와 소재를 가지고 서로 연결지으며 얻어지는 흔적으로 존재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 어류정항의 닻과 강화 소창의 관계맺음에서 생성된 사이흔적은 두 번의 연속되는 전시-'멈추다(止)'와 '바라보다(觀)'-로 따로 또 같이 다뤄진다. 두 전시는 거시에서 미시로, 밖에서 안으로,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져 중중무진(重重無盡)으로 연결된다. ● 어류정항에서는 설치작품 「무상(無常)005」를 펼치고, 이 설치작품을 자르고 이어 재생하거나 어류정항의 폐 어구들을 소재로 한 「무상(無常)006」시리즈와 미디어 작품을 인천문화양조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한희선_무상(無常)005_닻, 소창_가변설치_2021

『사이흔적, 멈추다』展은 휴어기를 가지는 특정한 공간인 항구에서 장마 기후가 남긴 풍화 흔적을 통해, 모든 존재가 순환하며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다루고 있다. ● 어류정항은 강화군 석모도 남쪽에 있는 어항으로 작품이 전시되는 기간은 휴어기이다. 어선들은 정박해 있고 거대한 닻과 그물 등 어구들이 뭍으로 올라와 잠시 쉬게 된다. 닻에 있어 항구는 '사이공간'이며 멈추어 쉬어가는 틈이다. 풍파로 녹슨 닻에 하얀 소창을 휘감거나 묶어, 휴어기 동안 자연 풍화로 녹물이 배어 나와 서로 얽히고 설킨 흔적이 드러난다. ● '사이흔적'은 존재와 존재 사이의 사이공간에서 '있는 그대로' 마주한 흔적이다.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은 내 눈에 보이는 데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존재를 연기(緣起)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경계와 소유에 걸림 없이 존재 자체를 바라볼 때 있는 그대로 대할 수 있다.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서는 관성에 끌려가거나 확증편향으로 인한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멈추어야 한다. 빠르게 내달릴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멈추면 나타나는 것처럼, 닻은 거친 항해를 멈추게 하고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한다.

한희선_무상(無常)005_닻, 소창_가변설치_2021

소창은 한국인에게는 태어나서부터 죽음까지 함께 하는 삶의 여정에서 담담한 길동무와 같은 면직물이다. 차갑고 단단한 닻에서 흐르는 녹을 감싸고 세월을 어루만지는 것은, 성글게 짜여진 소창이다. 피고름 같은 녹은 산화의 흔적으로, 소멸이 아닌 환원을 동시하고, 텅 빈 백지이자 존재를 있는 그대로 비춰주는 거울 같은 소창과 관계맺음으로써 서로에게 '사이흔적'을 남기게 된다. ● 『사이흔적, 멈추다』展은 바다에서 육지로 끌어 올려진 닻과 치유의 소창과의 조우를 담는다. 닻은 배를 고요하게 하고 소창은 닻을 끌어 안으며 이들의 풍화는 모든 존재가 순환하며 홀로 존재할 수 없고 서로 관계맺고 있음을 증거한다. 수산자원 보호를 위한 휴어기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담보하듯, 닻과 소창의 '사이흔적'은 우리 삶에서 지켜야 할 것들을 위해 멈추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살피게 할 것이다.

한희선_무상(無常)005_닻, 소창_가변설치_2021

곧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로 지낸 지 일 년이 넘었다. 팬데믹은 불편함으로부터 능숙해지고 낯선 것들을 일상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사람들을 만나기보다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자 가까운 산이나 바다로 향하게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인간관계를 서먹하게 했지만, 공교롭게도 자연을 좀 더 가까이 하게 되는 틈이 되어 주었다. 거리두기와 틈은 삶의 여백과 같은 사이공간이며 사이공간이 생기자 자연이 보인다. 개발과 정복의 대상으로 몰리던 자연은 순환 과정을 거치며 도리어 위로와 회복을 가져다 주었다. 사이공간에서 바라본 자연은 존중과 공존만이 모두가 살 길이며, 티끌의 먼지조차 모든 존재는 무수한 인과 연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토로하고 있는 것 같다. ● 부풀고 바스러진 검붉은 녹을 바라보면 북받치는 뭉클함과 경이로움을 넘어 그 무엇이 있다. 그것은 쓰임이 다하여 죽은 것들을 향해 비통해 할 겨를도 없이, 자연이 살려내어 순환시키는 성스럽고 거룩한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이다. 이야말로 죽은 것들에 대한 진정한 애도일 것이다. 그들이 어디서 어떤 존재와 만나고 무엇으로 다시 살아날까 멈추어 바라본다. ■ 한희선

Vol.20210715a | 한희선展 / HANHEESUN / 韓姬善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