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SARUBIA Outreach & Support) 나는 그의 은유였다

감민경展 / KAMMINKYUNG / 甘敏敬 / painting.drawing   2021_0714 ▶ 2021_0813 / 월요일 휴관

감민경_지구에서 온 운명_종이에 목탄_215×300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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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민경 홈페이지_kamminkyung.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기획 /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일요일_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PS Sarubia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6길 4 (창성동 158-2번지) B1 Tel. +82.(0)2.733.0440 www.sarubia.org www.facebook.com/pssarubia www.twitter.com/sarubiadabang www.instagram.com/pssarubia

감민경 작업실 방문기 : 구체적인 진술과 은유 ● 광주송정역에서 몇 번 문자와 전화가 엇갈리고 전화기를 서로 들고 있는 서로를 멀찍이서 확인한 후, 감민경은 냅다 내 손을 잡고 뛰기 시작했다. 광주송정에서 광주역까지 가는 셔틀 기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뛰기는커녕 웬만해서는 빨리 걷지도 않는 편이지만 감민경의 기세에 이끌려 막 출발하려는 기차에 헉헉거리며 올라탔다. 손을 놓고 그제야 마스크를 쓴 서로의 반쪽 얼굴을 마주 보며 "하하... 안녕하세요" 하고 첫인사를 나누었다. 기차가 가는 동안은 한 십오분 정도였을까? 그 사이에 급작스러운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광주 사시는 분이 어인 경상도 사투리를?"에 대한 대답도 들었고, 경상도 사투리에 대한 세분화된 지역 구분을 할 줄 안다는 나의 이야기도 했다. 작품을 이미 본 적이 있고, 컴퓨터 화면으로 보고 또 보았지만, 작가와 만난다는 것은 이렇게 갑자기 손을 잡고 냅다 달리는 순간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감민경_그림자에 걸린_종이에 목탄, 수채_231×166cm_2021
감민경_나는 그의 은유였다-SO.S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_2021
감민경_여전히 테세우스의 배인가?_캔버스에 유채_227.3×181.8cm_2021 감민경_종이에 목탄, 파스텔, 수채_150×190cm_2021 감민경_필요불충분조건_벽에 목탄, 파스텔_12×13cm_2021
감민경_필요불충분조건_벽에 목탄, 파스텔_12×13cm_2021

큐레이터계의 나이 든 현역(다들 애먼 지자체의 관장 자리를 노려보고 있거나 뒷짐을 지고 있을 때, 전국 방방곡곡 운전도 하지 않고 작가를 만나러 다니는) 이관훈 사루비아 큐레이터는 나보다 먼저 두 번이나 감민경의 작업실을 방문했고, 내가 갔던 이후에도 그의 작업실을 한 번 더 방문했다. 그와 나는 감민경의 작품에 대해 서로의 견해를 나누었고, 이번 전시를 어떻게 갈무리할 계획인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감민경의 작품들은 뭐라고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없게 소재적, 주제적으로 상당히 광범위한 지점들을 슬쩍슬쩍 건드리고 있었다. 또한 부산 사람이 광주에 작업실을 가지고 있는 것은 놀랍지도 않은 것이, 베타니엔 레지던시를 포함하여 여러 해외 스튜디오의 경험을 가지고 있고, 국내에서도 화이트블럭 천안 레지던시를 거친 후에 광주에 정착했을 만큼 거침없는 삶을 살고 있는 작가로, 작품의 양상이 한 줄기의 양식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전시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대화가 필요했다.

감민경_테르시테스의 등_캔버스에 유채_181.8×227.3cm_2021

감민경의 작업실에는 커다란 목탄 드로잉들이 바닥에 켜켜이 쌓여 있었고, 이젤 위에 작업 중인 작품도 그중 하나였다. 그려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금방 알아보기 어려웠던 이유는 몸의 부분들이었기 때문인데, 어쩐지 지나치게 자세하거나 휘어지고 뭉그러져서 풍경처럼 보이기가 일쑤였다. 작업 중이었던 복부(배)가 나에게는 강물이 돌 하나를 거쳐 휘어지는 풍경으로 보였고, 작업을 마친 목덜미는 둥그런 야산처럼 보였다. 야산의 위에 가느다란 풀들이 휘어져 있고, 세로로 접힌 지형이 안쪽으로 접혀 들어가는데, 그 모양이 어쩐지 이상하게 물렁물렁하고 유약해 보이는 것이었다. 그것이 배이고 목덜미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한 이삼초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아, 이것은 누워있는 자의 목덜미, 이것은 다리, 이것은 서 있는 사람의 배. 그것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어떤 시선의 흔적이다. 사람은 대개 옷을 입고 멀쩡하고 단단하다는 듯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또한 최선을 다해 주름을 가리고 사회적인 포즈로 서거나 앉아있기 때문에, 이렇게 무방비 상태의 목덜미와 꼬인 다리와 배꼽이 노출될 일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의, 혹은 자신의 이런 세부적인 모습들은 눈으로 보게 되더라도 못 본 듯이 넘어가기 마련이다. 감민경의 작품들을 보고 새삼 깨달은 것이 그것이다. 나는 나의 신체를, 혹은 그 누구의 신체라도 이렇게 바라본 적이 없구나, 감민경의 작품을 통해 이렇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얻었구나 하고 말이다.

감민경_캔버스 종이에 유채_46×38cm_2020 감민경_종이에 목탄_47×45cm_2021
감민경_캔버스 종이에 유채_46×38cm_2020

그는 회화를 누가 말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자신은 아직도 그게 뭔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나이 오십 넘은 우리 동갑내기 작가와 글 쓰는 나는 그게 뭔지 아직 모르겠다고 동의했다. 하지만 그런 것 아니겠는가. 그는 나보다 더 잘 보고, 나는 그의 작품을 통해서 더 잘 보게 된다. 이관훈 큐레이터와 나는 아마 비슷한 것을 본 것 같다.

감민경_흰자위의_리넨에 유채_160×242cm_2020
감민경_나는 그의 은유였다-SO.S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_2021
감민경_나는 그의 은유였다-SO.S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_2021

냅다 뛰어온 작업실을 천천히 걸어 나가면서, 가는 길에는 여유롭게 택시를 탔다. 작업실로 가는 길에 갑자기 작업실에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어서 뭔가 사 가야 한다는 걸 만류했었는데, 정말 물밖에 아무것도 없다가 갑자기 쿠키가 있어 다행이라고 했던 말도 생각이 난다. 그 작업실은 사람을 불러다 놀거나 아지트가 되거나 이 사람 저 사람 들르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은 정말 물 마시고 작업만 하는 곳이었다. 감민경은 요즘 미술의 시류가 어떻고 저떻고 미술시장이 어떻고 저떻고 하는 일들에는 관심도 없는 것 같았다. 그는 물밖에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작업실에서 어쩌면 요즘은 아무도 하지 않는 생각, 그린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작업을 한다. 의미와 무의미, 희망과 절망의 명멸이 그 작업실 안에 있었다. 나는 그를 만나 잊었던 의문과 잃었던 패기를 다시 기억해 냈다. ■ 이윤희

Vol.20210715d | 감민경展 / KAMMINKYUNG / 甘敏敬 / painting.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