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Hello! Contemporary Art-Dark side of

강건_심윤_인세인 박_임현희_채온_최성규展   2021_0716 ▶ 2021_0814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sector 1. 관계의 어두운 면 The dark side of relationship / 3층 1전시실 참여작가 / 최성규_강건_인세인 박 sector 2. 삶의 어두운 면 The dark side of life / 3층 2전시실 참여작가 / 임현희 sector 3. 욕망의 어두운 면 The dark side of desire / 2층 3전시실 참여작가 / 심윤_채온

심리평론 / 조명실(계명대학교 Tabula Rasa College 교수) 미술평론 / 박소영(PK Art & Media 대표) 기획 / 봉산문화회관 주최 / 봉산문화회관_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주관 / 봉산문화회관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_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 전시는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문예회관 전시 기획프로그램이며, 사업비 일부를 문예진흥기금으로 지원 받았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1:00pm / 02:00pm~05:00pm / 월요일 휴관 홈페이지 사전예약 후 관람 ▶ 사전예약 문화소외계층의 단체관람프로그램은 사전 문의 바랍니다.

봉산문화회관 BONGSAN CULTURAL CENTER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길 77 2~3층 1~3전시실 Tel. +82.(0)53.661.3500 www.bongsanart.org

'Hello! Contemporary Art'는 2014년부터 동시대성의 참조와 이해를 기반으로 서로 다른 개별적 감성 의지들의 시각적 축적을 선보이면서 각기 다른 인식을 상호 연결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해온 봉산문화회관 기획전시의 이름이다. ● 이번 전시에는 지금까지도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의 최고 앨범 중 하나로 손꼽히는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달의 어두운 면(The Dark Side Of The Moon)"에서 착안한 기획을 선보이게 되었다. 1973년에 발매된 이 앨범은 당시 시대적 정신인 시간, 돈, 광기, 죽음 같은 무거운 주제를 표현하며 많은 이들을 열광시켰다. 앨범제작의 주도적 역할을 했던 베이시스트 로저 워터스는 "당신이 폭력을 행사했을 때 정당하다고 생각했나?", "죽음이 두려운가?", "당신이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하나?" 같은 어두운 질문들을 앨범에 삽입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주었다. 그로부터 2021년, 현 사회에서 바라보았을 때 당시 열광했던 시대정신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고 발전해 왔지만, 인간 내면 깊은 곳에 감추고 있는 본능적 어두움의 광기는 언제 어디서든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각종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다. 로저 워터스가 여담에서 "결국 어두운 면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어둡고 밝은 면이라는 것을 만드는 것은 오직 태양뿐이다."라고 말한 것과 같이 정상과 비정상, 빛과 어둠, 선과 악, 양과 음, 빛과 어둠은 공존하는 것으로 이분법적 구분은 의미가 없음을 이번 전시에서 암시하고자 한다. ● 전시는 크게 두 가지의 목적을 두고 진행하였다. 사회라는 초자아(Superego)에 의해 억압되어 온 내면의 또 다른 자아 즉, 관습과 교육에 숨겨진 충동, 본능, 감각적인 부분이 내면속에 존재한다는 가정을 두고 예술가들의 심리와 작품을 통해 나타나는 양가성을 찾아보려는 목적과 일반 관람객들이 작품을 관람할 때 형상적 표현 이면에 숨어있는 "작가는 왜 이런 작품을 했을까?"와 같은 의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함으로 동시대미술과 친근해지기 위한 목적도 함께 두었다. ● 전시의 구성으로는 보편적 인간의 내면에 간직한 어두운 면을 관계, 삶, 욕망으로 크게 세 가지로 구분(Sector)하였다. 그리고 구분된 내용을 탐구하는 작가들을 초대하고 주제를 "어두운 면(Dark side of)"으로 명명하게 되었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주제의 근거나 지표를 찾기 위하여 작가의 심리를 미술에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진행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고자 하면, 먼저 작가의 동의를 구함에서부터 출발하였다. 자칫 '심리상담'이란 말이 개인적 치부를 드러낼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러나 심리상담 전문가인 조명실(계명대 교수)의 도움으로 상담윤리의 전문적 기준에 부합하도록 공개와 비공개의 범위를 설정할 수 있었으며, 작가들도 흔쾌히 취지에 동의하며 진행할 수 있었다. 그래서 먼저 주제에 따른 신뢰도와 타당도가 검증된 체크리스트를 1차로 이메일을 이용하여 작가의 작품 활동에서의 심리적인 경향을 사전점검하였다. 2차로 그룹별 대면 심리상담과 3가지 상담활동을 통해 구분(Sector)된 주제에 나타난 작가심리의 최소한의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미학적 시각으로 다시 연결하는 과정도 진행하였다. 이미 기존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미학적 비평글을 진행하고 있는 박소영(전시기획자 및 미술비평)에게 심리검사 결과를 전달하여 미학적 비평과 비교토록 부탁하였다. 지금까지 미술에서 바라보는 일방적인 시각이 아닌 다른 시선에 주목하며 해석의 확장을 실험하는 과정인 것이다. 더욱이 현대사회에 들어와 인간행동은 더욱 복잡다단해짐으로 예술가의 시각 또한, 단편적인 모습이 아닌 복잡한 심리상태를 구사하며 표면적 형식 이면에 숨어있는 철학적, 은유적, 감각적인 내용이 녹아있음으로 일련의 활동이 관람객들에게는 추론적 상상력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 것이다. 또한, 축적된 경험의 실현을 위해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며 창조와 발견을 이어나가는 작가에게는 소통과 공감의 단초를 이번 전시에서 찾을 수 있길 기대하며 전시를 열어본다.

sector 1. 관계의 어두운 면(The dark side of relationships) ● 먼저 사회적인 관점으로 구성해 보았다. 현시대의 가장 큰 화두인 코로나19 팬데믹의 위기를 보며 이성적 판단 이면에서 자칫 분노와 차별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짐을 보았고, 기존 불평등에서 가져온 인종, 지역, 나라, 경제력 등이 인간의 어두운 본능이 수면 아래 집단의식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음도 보여주었다. 인간이 만든 불완전한 사회를 둘러싼 여러 문제에 대해 관계라는 동시대미술을 대표하는 키워드를 제공하고 예술가의 다양한 시각과 해석을 담을 수 있도록 3개의 구획으로 나눠보았다. 첫 번째로 최성규 작가는 예술가로 살아가는 본인의 생각과 현상의 안과 밖 이미지를 통해 현대인들이 관계 속에 느끼는 두려움, 편견, 선입견, 오해 등에서 오는 혼란을 이야기하고, 두 번째로 강건 작가는 타자의 시선으로 분열되거나 변형된 또 다른 자아와 본래의 자아가 겪는 이중적 관계에 대해 표현하며, 세 번째로 인세인 박 작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세대와 미디어의 관계에 대해 풀어 본다.

sector 2. 삶의 어두운 면(The dark side of life) ● 다음으로 인간의 끊임없는 관심사인 삶과 죽음에 대한 접근이다. 삶에 대한 본능은 죽음의 언저리에서 더욱 의지를 불태우게 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삶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죽음의 그림자는 늘 곁에 머물고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라는 것은 애초부터 모호하며 서로 등을 돌릴 수 없는 관계일 것이지만 그 둘 사이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존재함으로 우리가 삶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시에 참여한 임현희 작가는 '천 번의 숨' 이란 제목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밀물과 썰물, 살아가기 위한 들숨과 날숨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움직임과 호흡들이 모인 함축된 조형 언어를 구사하며 죽음에 대한 수용적 자세로 삶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게 한다.

sector 3. 욕망의 어두운 면(The dark side of desire) ● 마지막으로, 인간의 내면적인 측면이다.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생활 양식은 변화되고 있지만, 각기 존재하는 어두운 단면에 나타나는 인간의 욕망은 크게 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흔히들 욕망은 채워지지 않는 욕구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지만,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의 원천이자 발전의 원동력이란 긍정적 측면도 함께 공존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물질만능주의 사회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명의 반대말은 자연이 아니라 야만이다."라는 말과 같이 약자를 짓밟고 착취하려는 잔혹함과 파괴, 탈취하려는 본능이 인간 내면에 존재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이런 인간의 욕망이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양가성을 지니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참여한 두 작가의 작품에도 각기 다른 욕망을 내포되어 있는데, 심윤 작가는 현대인이 가지는 다양한 욕망의 이중성을 신화와 명화를 빌려 현실의 굴레를 꿰뚫은 섬세함으로 표현하였으며, 채온 작가는 그림 그리는 본질에 집중하며 대상과의 주체화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내면의 복합적인 욕망을 풀어주는 본능적 행위로 보여준다. ● 달은 스스로 변화가 불가능하고 오로지 태양의 광원을 받아 빛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Dark side of the moon 앨범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두운 면의 원인을 찾으려고 한다면 우리는 밝은 면의 결핍에서 발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조동오

2021 Hello! Contemporary Art-Dark side of展 sector 1. 관계의 어두운 면 The dark side of relationship_ 봉산문화회관 1전시실_2021
최성규_그 따위 농담은 이제 지겨워 3_혼합재료_가변설치_2021 최성규_하늘은 지금 내가 X같다는걸 알고 있다 1_ 캔버스에 유채_230×200cm_2021 최성규_하늘은 지금 내가 X같다는걸 알고 있다 3_ 혼합재료_244×488cm_2021
강건_순수잡종_폴리우레탄, 레진, 합성 모피, 바늘, 실, 비즈_104×176×65cm_2021
인세인 박_Burn in, Burn out_강화 스티로폼, 실리콘_가변설치_2021 인세인 박_Holytube_강화 스티로폼, 실리콘_가변설치_2021 인세인 박_Media grave_네온, 수레_가변설치_2021 인세인 박_Melted_네온, 금속 프레임, 전구_가변설치_2021 외

심리평론 파트 1: 작가님들을 만나기까지의 여정 처음 기획 단계에서 작가님들의 심리를 작품과 접목시켜 이해해 보고 싶다는 취지를 들었을 때 어떻게 이런 기발한 발상을 했을까!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일 것이라는 기대감과 이제까지 내가 만나서 작업해 오던 영역과는 다르다는 생각에 살짝 도전 의식도 생겨 흔쾌히 긍정적으로 답변을 했다. 그리고 심리를 엿볼 수 있는 심리검사나 체크리스트를 활용해서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낙천적인 생각을 했었다. ●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긍정적인 기대감이나 도전력보다는 sector별로 주제가 주어진 상황에서 그리고 여섯 분의 작가님들과 짧은 시간의 상담을 통해 그분들의 작품 세계와 심리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일기 시작했다. ● 그러나 시간이 많은 일을 해결해 주는 것처럼 정해진 흐름과 절차에 맞추어 진행하다 보니 어느덧 작가님과의 미팅이 예정되어 있었다. 여섯 분의 작가님 중에는 포천, 문경, 서울 등지에서 오셔야 하는 상황이었고, 시기적으로도 작가님들이 작품 활동에 몰입해야 하는 때여서 최소한으로 상담 시간을 정해 세 분씩 두 번으로 나누어 작가님들과 심리 여행을 하기로 했다. ● 작가님들의 작품 활동에서의 심리적인 경향을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검사들과 sector마다의 특성을 알아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활용하였다. 대부분의 체크리스트는 논문에서 활용된 신뢰도와 타당도가 검증된 자료를 활용하였다. 전시기획자를 통해 [미완성 문장 완성하기], [윌리엄 글라써의 다섯 가지 욕구], [인생태도], [sector별로 활용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작가님들과 미팅 전에 작성요청을 하여 사전 분석하였다. ● 그리고 봉산문화회관 강의실에서 참여작가와 sector별 그룹으로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작가님들끼리도 서로 이전부터 아는 분도 계셨고, 이날 처음 만나 뵙는 분도 계신 듯했다. 물론 나는 미팅에서 처음 뵈었다. 우연히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기다리는 동안 스치듯 지나가는 모습을 통해 '이분이 오늘 같이 작업할 작가님이실 수도 있겠네'라는 생각을 하였고, '같이 탄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분도 혹시'라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두 경우 다 역시나였다. 낯설지 않은 친숙함이 살짝 느껴졌다. 같이 소그룹으로 상담할 때는 공통적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도형 심리, 빗속의 사람 그림 검사, 보드게임 중에 '딕싯'을 활용하였다. ● 작가님들과 상담을 시작하면서 기획자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상담" 그리고 "심리"라는 말에 살짝 불편감을 가지실 수도 있을 것 같아 마음이 살펴졌다. 그룹으로 진행되기에 서로 동의를 구하고 개방하고 싶은 만큼만 개방하도록 안내하였다. 그리고 "두 세 시간 만나서 상담하는 것으로 많은 것을 알기도 어렵고, 우리가 하는 활동들이 크게 개방하면 안 될 만큼 비밀스러운 부분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연예인도 상담하잖아요. 편안하게 하면 좋을 것 같다"라는 말을 중간에 해 드렸다. ● 우선 서로에 대해 가볍게 자기 개방을 하면서 라포 형성을 하기 위해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상상력 사전"이라는 책에서 제안한 도형 심리검사를 실시하였다. 2019년 한국에 방문하였을 때 '집사부일체'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출연진들과 함께하기도 했던 활동이기도 하다. 동그라미, 세모, 계단, 십자가 모양, 사각형, 3자를 살짝 옆으로 뉘어 놓은 모양의 6가지 도형을 제시한 후, 각각의 도형에 선을 더하거나 형태를 더해 새로운 모양을 만들고 각각 작업한 이미지를 보고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 등을 형용사로 표현하도록 하였다. 미술 활동을 하는 작가님들이 표현한 그림들은 몇 가지로 나뉘는 듯했다. 정말 여백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풍성하게 그리기도 하고, 정말 단순하게 선만을 더해 의미를 담기도 하고, 떠오르는 개념 하나를 생각하고 표현해 주기도 하였다. ● 두 번째 상담 활동은 빗속의 사람 그림 검사(Draw-a-Person-in-The-Rain)를 활용하였다. 빗속의 사람 그림 검사는 Abrams와 Amchin이 개발한 것으로 자아상과 스트레스 대처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투사적 검사의 하나이다. 말, 글, 행동은 자신이 절제하고 감출 수 있는 부분이 많지만 그림은 의도하지 않게 자신을 개방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해 주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즉 그림은 마음을 투영해 주는 창구가 된다. 심리학에서 활용할 수 있는 그림을 활용한 여러 검사들이 있지만, 작가님들의 자아 강도, 스트레스 정도,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수준을 알아볼 수 있는 빗속의 사람 그림 검사를 활용하였다. ● 세 번째 상담 활동은 '딕싯'이라는 보드게임을 활용하였다. 보드게임이라고 하면 정말 놀이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학습과 관련한 보드게임도 많이 개발되었고 특히 상담 장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보드게임들이 상품화되어 나와 있다. 딕싯은 프랑스의 보드게임을 제작하는 회사에서 개발한 것으로 84장의 그림 카드로 구성되어 있다. 게임 형식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작가님들과의 상담에서는 자기, 세상, 관계, 작품 활동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였다.

파트 2: 작가님들을 만난 후의 여정 사전 작업 자료들과 소그룹으로 상담을 한 자료들을 기초로 통합해서 sector별로, 작가님별로 분석한 내용을 담아보고자 한다. 다양한 활동이나 체크리스트를 통해 알아본 것이기에 해석에 조심스러움이 있다. 그리고 이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참고용으로 활용되어야 할 것 같다.

1. The dark side of relationships (관계의 어두운 면): 최성규, 강건, 인세인 박 작가님 ● 관계의 어두운 면은 인생태도, 대인관계 욕구, 대인관계 성향, 의사소통 유형 등을 중심으로 작가님들의 심리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 교류분석(Transactional Analysis)은 여러 상담 이론 중의 하나로 '자신의 삶의 입장에 따라 서로가 주고받는 의사소통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방법"이다. 교류분석을 개발한 에릭 번(Eric Berne)은 학령기에 접어들면 자기와 타인에 대한 어느 정도의 신념을 형성하게 되고 이런 신념은 일생 동안 남아 있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신념들이 조합되어 자기긍정/타인긍정, 자기긍정/타인부정, 자기부정/타인긍정, 자기부정/타인부정의 네 가지 인생태도를 형성하게 된다. 인생태도는 생각하고 느끼면서 갖게 되는 자기와 타인에 대한 가치 또는 기본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성, 태도, 자세라 할 수 있다. 인생태도는 한 인간의 삶의 자세, 인생관, 가치관, 자아존중감, 그 사람의 자아상태 등과 관계가 있다. 네 가지 인생태도 중에 빈번하게 나타내거나 선호하는 태도 특히, 중요한 상황에서 나타내는 태도를 기본 태도라 하며, 사람들은 그 태도와 일치하는 특별한 방식으로 사물을 지각하게 된다. 자기긍정, 타인긍정의 인생태도가 높을수록 인간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작가님들의 결과를 살펴보니, 자신에 대한 문항보다 타인에 대한 문항에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 이는 자기와의 관계보다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명료한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 다음으로 대인관계 욕구는 좌절된 대인관계 욕구를 통해 탐색해 보았다. 좌절된 대인관계 욕구는 Joiner(2005)가 대인관계 심리 모형(Interpersonal Psychological Model)을 제안하며 주장한 개념으로 다른 사람들과 '짐이 되는 느낌'과 '좌절된 소속감'이라는 두 가지 하위 요인으로 구성되었고, 점수가 높을수록 사회 지지체계 내에서 적절하게 통합되지 못하고 자신의 중요성에 대한 왜곡 수준이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좌절된 대인관계 욕구는 대인관계 유능성이 부족하거나 지속적으로 대인관계 문제를 경험하는 사람에게 나타날 수 있는 인지적 특성이라 할 수 있다. ● 그리고 대인관계 성향은 특정 개인이 타인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고, 자각하고 행동하는 심리적 지향성이다. 역할성향, 사회관계성향, 표현성향의 세 가지 주요 영역으로 구성된 안범희(1985)의 「대인관계성향 검사」 중에 4가지 하위 차원을 사용하였다. 역할성향의 하위요인 중 지배적-우월적 성향, 사회관계성향에서는 동정적-수용적 성향, 사교적-우호적 성향, 표현성향에서는 과시적-자기도취적 성향을 활용하였다. 첫째, 역할성향(role disposition)은 개인이 타인에게 어떤 행위를 하는가와 관련한 것으로 자신의 권리에 대한 옹호 및 자기주장, 집단지도력, 독립성 등을 나타낸다. 둘째, 사회관계성향(sociometric disposition)은 개인이 타인에게 어떤 언행을 기대하는가와 관련한 것으로 타인의 수용, 사교적, 우호적인 사회적 관계의 형성, 타인의 느낌에 대한 유의한 반응 등을 나타낸다. 마지막으로 표현성향(expressive disposition)은 타인의 언행에 어떤 반응을 하는가와 관련한 것으로 경쟁성, 공격성, 타인의 행동에 대한 자의식적, 과시적 반응행동 등을 나타낸다. 자아개념이 긍정적일수록 사교-우호적, 동정-수용적, 과시-자기도취적 성향이 높다는 보고가 있다. ● 마지막으로 의사소통유형은 가족상담 이론 중에 경험적 가족치료(experiential family therapy)의 대중화에 기여한 사티어(Satir)가 스트레스 또는 긴장상황에서 비생산적으로 대처하는 방식을 알아보기 위해 제안한 것을 활용하였다. 사티어는 자기, 타인, 상황을 자아존중감의 세 가지 요소로 보았으며, 이 세 가지 요소 중 어느 것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의사소통이 달라진다고 보았다. 스트레스나 갈등 상황에서 자주 사용하는 의사소통 유형을 유형화하여 회유형, 비난형, 초이성형, 산만형, 일치형의 다섯 가지로 분류하였다.

최성규 작가님 ● 인생태도는 타인과의 관계를 점검하거나 소통하는 역할을 해 준다. 네 가지 인생태도 중에 자기긍정이 높은 편이고 타인부정이 살짝 높게 나왔지만 타인긍정과 큰 차이를 나타내지는 않았다. 제3의 태도인 자기긍정/타인부정의 태도를 취한다면 자기와의 관계에서는 자기 우월을 나타내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무시를 나타낸다. 이 태도는 독선적이고 독단적이며 배타적인 성향을 보일 수 있으며, 지배적인 사람이 취하는 태도라 할 수 있다. 자신감이 넘치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지나치면 타인을 보는 눈이 엄격해질 가능성이 있고 고압적이거나 비정한 그리고 공격적인 성향으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러나 상담 장면에서 만난 최성규 작가님은 자기긍정/타인긍정이 높은 분으로 보이기도 했으며, 의사소통 유형이 회유형인 것을 참고하면 자기긍정/타인긍정이 더 맞을 수도 있을 듯하다. 스스로도 너무 무난한 것 아닌가라는 이야기를 하시기도 했다. 제4의 태도인 자기긍정/타인긍정의 태도라면 가장 이상적이며 건강한 태도이며 현실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자기와의 관계에서는 자기존중을 보이며,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공존을 나타내며 개방적으로 소통한다. ● 좌절된 대인관계 욕구에서는 '짐이 되는 느낌'이나 '좌절된 소속감'의 두 가지 하위요인의 점수가 낮은 편으로 특이 사항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대인관계 성향도 역할성향과 사회관계성향, 표현성향 모두 중간 정도에 분포되어 있어 두드러진 특성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빗속의 사람 그림 검사에서도 강아지와 비를 맞고 있지만 바로 그칠 비로 예측을 하고 있고 주변에 산, 나무, 꽃, 새 등을 같이 표현해 주고 상쾌하고 행복하다는 표현으로 볼 때 편안한 대인관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대인관계 욕구나 성향 등에서도 대인관계에서 안정적인 편이라 할 수 있다. ● 의사소통 유형 중에 회유형이 가장 높은 점수를 나타내고 있다. 회유형은 자기, 타인, 상황 중에서 자기가 무시된 유형으로 '다 내 탓'으로 돌리고 타인에게 맞추려는 경향이 있고 타인의 승인이나 인정을 얻기 위해 자기를 약자로 표현한다. 결과에 따르면, 스트레스나 긴장상황에서 상대방의 의견에 따르고 맞추어 줄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회유형이 보완하면 좋을 점으로 자기주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회유형은 돌보거나 보듬어주는 것을 잘하고 민감성이 뛰어난 편이다.

강건 작가님 ● 인생태도 중에 자기긍정과 타인긍정의 점수가 높은 것으로 나왔지만 점수 분포가 매우 높은 편은 아니고 자기긍정과 자기부정이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다. 반면에 타인긍정의 점수는 타인부정보다는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두 가지로 해석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제4의 태도인 자기긍정/타인긍정이라면 가장 이상적이며 건강한 태도이며 현실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자기와의 관계에서는 자기존중을 보이며,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공존을 나타내며 개방적으로 소통한다. 둘째, 제1의 태도인 자기부정/타인긍정이라면 자기와의 관계에서 자기 무능을 보이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회피를 나타낼 수 있으며, 자기변명을 많이 할 수 있다. 그리고 타인과 비교해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이 취하는 태도로 자기비하, 무가치감, 무력감, 열등감을 느끼고 있어 타인에게 주눅이 들고 우울한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 대인관계 욕구 점수는 중간 정도로 나타났으나 '짐이 되는 느낌'의 점수가 '좌절된 소속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짐이 되는 느낌'은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사람의 안녕에 기여하고 싶은 욕구가 좌절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자신이 무능하고 무력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부담스러운 존재 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짐이 될 수 있다는 생각과 관련 있다. 그리고 다섯 가지 욕구 중에서는 자유의 욕구가 가장 높고 다음으로 높은 욕구가 사랑과 소속의 욕구로 나타났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프리랜서로 혼자 자유롭게 할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의 자율성이 보장되면 사랑과 소속의 욕구가 높은 편이어서 기관이나 단체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것도 편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좌절된 소속감의 점수가 낮은 것은 소속감의 욕구가 충족되어 있음을 이야기해 주는 부분으로도 볼 수 있다. ● 대인관계 성향에서는 과시-자기도취적 성향이 가장 높게 나타나서 자기 노출을 잘하며 낙천적인 경향을 띨 수 있다. 다음으로 동정-수용적 성향의 점수가 높아서 사회관계에서 허용적이고 포용력이 있다. ● 의사소통 유형은 일치형이 가장 높은 점수로 나타났다. 일치형은 기능적인 의사소통 유형으로서 자기와 타인과 상황이 모두 중시되며 균형 잡힌 유형이다. 의사소통의 내용과 내면의 감정이 일치하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으며, 개방적이고 공유하며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존중해 준다. 그리고 평화로움과 차분함이 있으며, 자기와 타인에 대해 수용적인 편이며, 스스로 알아차리는 능력이 뛰어나며 자아존중감이 높은 편이다. 빗속의 사람 그림 검사에서는 현재 스트레스 상황에 많이 놓여 있고 비를 그냥 맞는 것은 스트레스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엄청나게 내리는 빗속을 달리는 활동성의 표현은 에너지나 활력이 넘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비를 즐기고 행복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일치형의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듯하다. 그림 속 사람은 '어린 시절의 나'이고 '나이가 12세'라고 표현해서 이전 단계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의 표현으로 볼 수 있으며, 아래 여백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은 안정감의 부족 또는 불안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인세인 박 작가님 ● 인생태도 중에 자기긍정과 타인긍정의 점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자기긍정과 자기부정의 점수가 비슷하였다. 반면에 타인긍정의 점수는 타인부정보다는 살짝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세인 박 작가님의 경우도 자기긍정/타인긍정 그리고 자기부정/타인긍정의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상담 장면에서 만난 인세인 박 작가님은 자기부정/타인긍정에 대한 부분이 살짝 엿보였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거의 수용해 주고 있었으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도형에서 방향을 달리해서 그리긴 했지만, 인생관을 나타내는 계단 모양에 맨 위 사람이 서 있는 것을 그리고 '낭떠러지"라고 표현을 했으며, 미완성 문장에서 살짝 소진된 자신을 표현한 부분들이 있었다. ● 대인관계 욕구 점수가 중간 정도로 나타났으나 '좌절된 소속감'의 점수가 '짐이 되는 느낌'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좌절된 소속감'은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소속감이 상실되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느끼는 감정으로 외로움, 상호 간의 돌봄 부족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 즉, 좌절된 사랑이나 관계에서의 불화를 나타내 주고 소외감, 고립감, 외로움 등과 관련되기도 한다. ● 대인관계 성향에서는 대부분의 점수 분포가 평균 아래로 나타나서 낮은 것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이 의미 있을 것 같다. 사교-우호 성향의 점수가 가장 낮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지배-우월 성향의 점수가 낮게 나타났다. 사교-우호적 성향의 점수가 낮으면 비사교적이고 비우호적일 가능성이 있다. 미완성 문장 완성하기에서 '나는 무기력으로 가득 차 있다', '나는 현재 번 아웃 중이다' 등으로 표현한 것에 비추어볼 때 사교-우호적 성향이 낮은 이유가 현재 많이 지쳐있고 소진된 상황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지배-우월적 성향의 점수가 낮으면 역할수행에서 복종적이고 자기를 과소평가할 수도 있다. 욕구와 관련한 결과에서 자유의 욕구가 가장 높았으며 사랑과 소속의 욕구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누군가의 간섭이나 관여가 마냥 편하지만은 않은 유형으로 선택권과 자율권 보장이 중요한 요건일 수 있다. ● 의사소통 유형에서도 비난형, 초이성형, 산만형의 점수는 거의 낮은 점수를 보이고 일치형과 회유형의 점수는 비슷한 점수로 나머지 세 유형보다는 높게 나타났다. 인세인 박 작가님의 경우는 두 가지 유형을 혼용해서 사용하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스트레스의 종류나 상황에 따라 그리고 대상에 따라 일치형이나 회유형을 사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미완성 문장 완성하기 중에 '나를 소개할 세 가지는 박영덕. 인세인 박, 누군가의 아들이자 남편이다', 그리고 이유로 역할에 대한 부분을 언급하셔서 가장 가까운 가족과의 의사소통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회유형은 대인관계 성향 중 지배-우월이 낮은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2021 Hello! Contemporary Art-Dark side of展 sector 2. 삶의 어두운 면 The dark side of life_ 봉산문화회관 2전시실_2021
임현희_천 번의 숨_캔버스에 혼합재료_193.9×130.3cm×3_2021 임현희_천 번의 숨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50×150cm×2_2020

2. The dark side of life (삶의 어두운 면): 임현희 작가님 ● 삶의 어두운 면이라는 주제를 보며, 삶과 죽음이라는 두 단어가 동시에 떠올랐다. 삶에 관한 부분에서는 삶의 지향성(낙관주의), 삶의 만족도를, 죽음과 관련해서는 죽음에 대한 인식을 탐색해 봄으로써 삶의 어두운 면에 대한 탐색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 낙관주의(optimism)는 1990년대에 들어서 긍정적인 인간의 기질로서 개인의 적응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변인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낙관주의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 기초한 개념으로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신념, 태도 및 사고방식으로 사전에서는 정의하고 있다. 즉 미래에 나쁜 일보다는 좋은 일을 경험할 것이라는 보편적인 기대라 할 수 있다. 낙관주의를 측정하기 위해 낙관성과 비관성의 두 개의 하위 척도로 구성된 삶의 지향성 척도를 활용하였다. 낙관성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게 하지만, 비관성은 목적 달성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게 하는 요인으로 인식된다. 낙관주의 점수가 높을수록 낙관적인 성향이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낙관성은 높은 것으로, 비관성은 아주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체적인 낙관주의 점수는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미완성 문장 완성하기 중에 '나는 다가올 일에 설레인다', '나는 현재 더 좋은 사람이 되는 중이다', '인생에 있어 나의 성공 가능성은 80%' 등으로 현재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 삶의 만족은 생활의 만족, 심리적 안녕감, 삶의 질, 행복, 주관적 안녕감, 행복감과 같이 비슷한 의미를 담은 다양한 용어로 혼용되어 사용되곤 한다. 전 생애를 통해 연속적이고 과정적인 의미로서 자신이 기대하던 인생과 현재 자신이 살아가는 생활과의 합의 정도를 삶의 만족도 또는 생활만족도라 하기도 한다. 삶의 만족 정도를 탐색해 보기 위해 신체적 영역, 사회적 영역, 경제적 영역, 행복감 영역으로 구성된 생활만족도 척도를 활용하였다. 자신의 과거, 현재의 삶과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미래 삶과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전망에 대한 주관적인 감정상태를 나타내 주는 생활만족도(life satisfaction)는 중간 그리고 중간보다 약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적 영역, 사회적 영역, 경제적 영역에서보다는 행복감 영역이 약간 높은 것으로 나타나 전반적으로 현재 삶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딕싯으로 탐색한 과거에서 '손바닥 위에 검은 회오리바람이 이는 카드'를 선택했고 '돌아가고 싶지 않다'라는 표현을 하였다. 반면에 나의 미래에서는 카드를 쉽게 고르지 못하다가 '바다를 항해하는 작은 배 한 척을 팔베개하고 지긋이 쳐다보는 카드'를 선택했고 '그냥 마음이 편안해 보인다'라고 표현했다. 의무는 아니지만, 따로 작성해서 보내주신 작가님의 '나의 인생에 대하여(De Mea Vita)'에서 볼 때 성장기에 성장통 이상의 갈등이 있었기에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행복하지 않은 순간을 경험하였고, 현재는 갈등이 해결된 상태이기에 편안하게 지내고 있으며, 앞으로는 좋은 일들이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감을 보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자신의 죽음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에 따라 자신과 자신이 살아 온 삶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남아 있는 삶을 보다 건강하고 활기차게 보내고자 하는 삶에 대한 태도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죽음 인식은 인간 삶의 시작에서부터 끝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죽음에 대한 개인의 다양한 해석적 인지와 정서를 포함한 삶에 대한 태도라고 한다. 죽음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일수록 삶의 질과 삶의 만족도가 높다는 연구들도 있기에 죽음에 대한 인식을 통해 삶과 연결해 보고자 했다. 죽음에 대한 인식을 살펴본 결과, 죽음에 관한 관심이나 죽음을 수용하는 정도는 높게 나타났지만 죽음 긍정이나 생명 존중 의지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관심과 호기심이 있으며 현재 작품 활동의 주제와도 많은 관련이 있다. 작가님의 죽음에 대한 인식 결과와 '나의 인생에 대하여(De Mea Vita)'에서 보면 죽음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인생의 한 부분으로 여기고 있다.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죽음이라는 주제를 통해 이제까지 살아온 삶을 애정이 어린 시각으로 또는 긍정적으로 조명하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 인생태도 결과를 살펴보면, 자기긍정/타인긍정의 태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4의 태도인 자기긍정/타인긍정은 가장 건강한 태도이며 현실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자기와의 관계에서는 자기 존중을 보이며,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공존을 나타내며 개방적으로 소통한다. 자기긍정의 인생태도를 나타내는 사람은 자존감, 자기이해의 수준이 높고 긍정적 신념 및 자신감이 있어 욕망에 빠지지 않고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 빗속의 사람 그림 검사를 통해 자아 강도와 스트레스 정도를 알아볼 수 있는데, 빗물이 모인 웅덩이 속에 발을 딛고 있으며 빗방울도 굵고 전체적으로 비가 내리는 것은 현재 스트레스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소 띤 얼굴로 비 맞는 것을 즐기고 있고 중앙에 사람을 크게 그린 것으로 보아 적극적이고 에너지도 많고 활동성도 많은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자아가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필요한 것이 수건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현재는 혼자 온몸으로 스트레스를 막아내고 있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산, 옷, 장화 등과 같이 스트레스의 대처 자원을 마련할 수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미완성 문장 완성하기에서도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다'라고 해서 관련해서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아무것도 걸치고 있지 않은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의 표현 또는 보여주는 측면에서 자기를 드러내고 싶은 것과도 관련될 수 있다. 미완성 문장 완성하기 중에서 '내가 생각하는 좋은 친구란 나 자체를 그대로 인정해 주는 사람 혹은 내가 그 사람 자체를 받아들이고 싶은 사람이다'라고 표현한 것과도 유사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사회 규범에 대한 반항적인 부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 그리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도형 심리검사에서는 인생을 흘러가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고 있으며, 자기 안의 반짝반짝 빛나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표현하었다. 가족을 바라보는 관점은 무심함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텅 빈 곳으로 비워 놓고 싶은 것으로 표현했다.

3. The dark side of desire (욕망의 어두운 면): 심윤, 채온 작가님 ● 욕망(desire)이라는 개념은 철학과 미학에서 다양하게 정의되어 사용되고 있다. 욕망은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런 마음'이라고 네이버 사전에 정의되어 있고, 문학 비평용어 사전에서는 '어떤 일을 이루고 싶거나 어떤 대상을 가지고 싶어 하고 어떤 상태를 누리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정의되어 있다. ● 이번 전시회에서 '작가님의 욕망을 어떻게 분석해 볼 수 있을까'를 고민을 하다가 욕구(need)라는 개념과 맞닿게 되었다. 라캉은 욕구는 일차적인 충동으로 욕구에서 소외된 것이 억압되어 욕망을 형성하게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많은 예술가나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억압된 욕망의 이미지를 투영해 내곤 한다. ● 개인적으로 상담하면서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 개념 중의 하나가 '욕구'였다. 욕구(need)나 동기(motive)를 이야기한 심리학자가 많이 있다. 상담이론 중에 현실치료를 창시한 윌리엄 글라써(William Glasser)가 제안한 욕구의 개념을 이용해 작가님들을 이해해 보고자 했다. 현실치료에서는 인간을 긍정적인 관점에서 보고 자신의 행동과 정서에 대해 스스로 책임이 있음을 강조한다. 그래서 우리는 순간마다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행동을 선택한다고 본다. 그리고 기본 욕구는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힘으로, 욕구를 생존의 욕구, 사랑과 소속의 욕구, 힘과 성취의 욕구, 자유의 욕구, 즐거움의 욕구와 같이 다섯 가지로 분류하였다. 글라써는 인간의 욕구를 자동차 엔진에 비유하고, 바람(want)을 핸들에 비유했다. 이런 기본 욕구에서 비롯된 바람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원하는 바람을 알더라도 그런 바람을 효과적으로 충족시키지 못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욕구와 관련해 몇 가지 가정을 살펴보자. 첫째, 사람은 태어나면서 프로그램화된 것처럼, 또는 유전적으로 어떤 욕구는 높게 갖고 태어나고 어떤 욕구는 낮게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둘째, 우리가 어떤 행동할 때 이런 다섯 가지 욕구 중에 적어도 하나 이상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행동을 선택한다고 한다. 셋째, 같은 행동이더라도 사람마다 충족되는 욕구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작가님은 작품 활동을 통해 자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가 하면 또 다른 작가님은 작품 활동을 통해 즐거움의 욕구를 충족시키기도 한다.

심윤 작가님 ● 윌리엄 글라써의 다섯 가지 욕구 중에 사랑과 소속의 욕구가 가장 높은 욕구로 나타났다. 그러나 나머지 4개의 욕구와 큰 점수 차이를 나타내지 않고 있는 편이어서 해석에 조심스러움이 있다. 우선 사랑과 소속의 욕구는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고, 협력하고자 하는 속성과 관련되는 욕구로 사랑, 우정, 관심, 돌봄, 참여 등이 관련된 용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하여 동호회 활동 등을 많이 하는 유형이다. 친절하고 모임이 많고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과 관련된다. 사랑과 소속의 욕구는 사회집단에 속하고 싶은 욕구, 직장에서 동료에게 속하고 싶은 욕구, 가족에 속하고 싶은 욕구의 형태로 나눌 수도 있다. 미완성 문장 완성하기 문항 중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다', '나를 소개할 세 가지는 작업, 강아지, 수영이다' 등에서 보면, 가족, 강아지 등은 사랑과 소속의 욕구를 표현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을 듯하다. ● 생활만족도 결과에서 사회적 영역에서는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기와 가족이나 이웃과 같은 주변 사람들에 대한 만족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사랑과 소속의 욕구가 높았던 것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생활만족도 중에서 경제적인 만족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딕싯을 활용한 결과와 연결해 보면, 현재 나의 모습으로 선택한 카드가 누군가 조정할 수 있는 마리오네뜨(marionette) 인형이 의자에 앉아있는 카드로 작가로서 작품 활동에만 몰입할 수 없는, 경제적인 부분을 위해 작품 활동 외에 무언가를 해야 하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 인생태도 결과를 살펴보면, 자기부정/타인긍정의 태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1의 태도인 자기부정/타인긍정 태도는 자책을 많이 하고 열등감을 느끼기에 자기는 부족하고 가치가 없으며 무기력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문제가 있을 때 쉽게 좌절하거나 도피하거나 타인을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감이 낮고 자기방어나 자기 합리화를 방어기제로 활용하기도 한다. 우울이나 자기 고립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도형 테스트에서는 열려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정형화된 틀 안에 넣고 싶은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뾰족한'이라는 표현을 두 번이나 하고 원안에 삼각형을 그려 넣고 '뾰족한'이라는 단어를 떠올린 것이 약간의 불편감을 표현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상담하는 상황에 대한 불편감일 수도 있고 현재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것일 수도 있을 듯하다. ● 빗속의 사람 그림 검사를 통해 볼 때 비는 전체적으로 내리고 길게 또는 방울지게 내리고 있어 높은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입을 벌리고 팔을 벌리고 서서 비를 맞고 있다는 것은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방법을 찾지 못했거나 반항적인 모습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다행히 그림 속 사람이 행복함을 느끼고 있기에 그렇게 많은 스트레스가 오더라도 잘 견디어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을 작게 그린 것은 약한 자아 강도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고, 스트레스를 감당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심리적, 물리적, 사회적으로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이나 자원들이 있으면 좋을 듯하다. 미완성 문장 완성하기에서 '나는 휴식에 설레인다',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휴식이다'라고 표현해서 해야만 하는 일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휴식을 통해 스트레스 관리가 되면 좋을 듯하다.

채온 작가님 ● 윌리엄 글라써의 다섯 가지 욕구 중에 자유의 욕구가 가장 높은 욕구로 나타났다. 다른 욕구보다 훨씬 높은 욕구로 나왔다. 자유의 욕구는 인간이 타인 또는 외부의 힘에 의해 구속당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고 활동하는 것으로 "선택, 독립, 자유, 자율"을 중요시 한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삶을 영위해 나갈 방법을 선택하고,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또는 마음대로 하고 싶어 하는 속성과 관련된다. 자신의 작품 세계에서도 자유로운 주제로 구속이나 간섭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과 관련한다. 전시회 주제와 기존에 해 오던 작품 활동 주제가 잘 맞아떨어진다면 추가로 작품 활동을 하면서 확장하는 것이니 최고일 수 있다. 자유의 욕구가 높은 사람은 정형화된 틀에 맞추거나 정해진 결과를 도출하는 작업보다는 자율적 선택과 자유로움이 주어지는 환경에서 창작적인 예술활동을 더 잘 펼칠 수 있다. ● 딕싯을 활용한 결과에서도 나의 현재로 '용과 맞서 싸우는 소년 카드'를 선택하고 전투라는 표현을 하였다. 치열하게 사는 현재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나의 과거에 대한 것으로는 '손바닥의 손금을 돋보기로 비추는 카드'를 선택하고 보기라는 표현을 하였다. 보기는 성찰의 의미와 가까운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를 반추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고 하셨다. 생활만족도 중에 행복감 영역의 점수가 중간 정도로 나타나서 전반적인 만족도는 낮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 빗속의 사람 그림 검사를 통해 볼 때, 워낙 작품활동을 하며 그리던 스타일이 있어 표현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을 듯하다. 비는 많은 비가 아니고 표정도 웃고 있어서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스트레스에 노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스트레스의 양은 적지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볼 때 스트레스 대처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그림 속 사람의 나이가 10세인 것으로 비추어 볼 때 미성숙했던 이전 단계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의 표현일 수도 있을 것 같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도형 심리검사에서 다른 분들이 기다리는 것에 대한 배려와 표현하기 어려워해 6개의 도형 중에서 4개만 작업을 했다. 작업을 못한 중간에 있는 '타인이 보는 나'와 '가족관"을 나타내는 도형에 대해서도 약간의 생각거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빗속의 사람 그림 검사도 마찬가지로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약간의 염려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형용사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 ■ 조명실

2021 Hello! Contemporary Art-Dark side of展 sector 3. 욕망의 어두운 면 The dark side of desire_ 봉산문화회관 3전시실_2021
심윤_MAN IN THE CITY_캔버스에 유채_259×450cm_2021 외 심윤_OFFICE WORKER_캔버스에 유채_300×259cm×2_2021
채온_easy_캔버스에 유채_145.5×112.1cm_2021 채온_새벽_캔버스에 유채_97×145.5cm_2021 채온_Yellow Carnival_캔버스에 유채_91×91cm_2021 외

미술평론 평론에 앞서 ● 처음 봉산문화회관 조동오 전시기획자로부터 '관계‧삶‧욕망의 어둠'이란 주제로 열릴 전시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 난 뭔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평소 그의 진중한 됨됨이를 알고 있기도 하지만 그가 낸 전시기획안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에서 선정되었으니 괜찮은 아이디어일 것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마음이 무거워졌다. 미술과 심리를 연결하는 전시를 통해 학제 간 연구 및 심리상담-창작-평론을 통섭한 결과를 보여주기엔 단 몇 달의 기간도 터무니없이 짧을뿐더러 내가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생각에 이번 전시 프로젝트에서 빠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여섯 참여작가의 포트폴리오와 심리상담 결과지가 도착했을 때도 난 여전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오리무중이었다. ● 전시 오픈을 코앞에 두고 작품들이 설치된 현장에서 각 작가의 공간을 둘러보고 작가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안개가 조금 걷히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학제 간 연구라는 거대담론의 무게에 짓눌리지 말고 작가의 심리 상태를 들여다봄으로써 관람자들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조금의 도움을 주고, 예술가/관람자의 소통을 돕는다는 기획자의 의도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요즘 국내외 전시 다수가 관람자들로부터 난해하고 불친절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데 비해 이번 전시는 창조과정의 신비를 깨고 예술가와 관람자가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가. 이런 노력을 통해 예술작품의 창조는 작품이 만들어지는 작업실의 현상일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현상으로서 작업실 밖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 심리상담전문 조명실 교수의 결과지는 나도 이런 검사를 받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로웠다. 심리검사에 참여했던 작가들 역시 흥미로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나는 우선 각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한 글을 차례로 쓰는 과정에서 결과지는 맨 나중에 읽었다. 심리상담 결과에서 영향을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증된 시스템과 학설에 준한 체크리스트로 작가의 심리적인 경향을 분석한 결과에서 참조할 부분은 있었다. ● 비록 이 전시는 각각 '관계', '삶', '욕망'으로 구분해 어두운 면을 탐색했지만, 이 셋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개념이다. 이 셋의 불가분성은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현실이기도 하다. 어둠과 밝음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으로, 서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상호 간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극과 극의 변증법은 균형을 찾기 위한 수단으로 인력과 반력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예술가는 때때로 삶을 증명하기 위해 죽음과 부딪혀야 하는 이유이자 존재의 역설이기도 하다. 낮의 밝음과 밤의 어둠 사이를 오감에도 역설이 있는데, 왜냐하면 밤은 꿈을 꾸게 하고 낮은 가끔 어두워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술작품 창조의 핵심은 상치하는 힘의 융합이며,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 모두 이것을 인식하고 있다.

Sector 1: 최성규-보헤미안 랩소디 ● 최성규의 이번 전시를 아우르는 타이틀인 「I see the darkness」는 그가 오래전부터 좋아한 미국 가수이자 작곡가인 보니 '프린스' 빌리의 노래 제목에서 따왔다. 같은 제목의 200호 흑백톤 그림의 하단에는 죽음을 형상화한 소녀와 관을 암시하는 사각형 안의 흰 꽃이 있다. 또 하나의 흰 꽃은 그림 상단의 산을 배경으로 태양처럼 떠있다. 소녀는 관람자를 향해 담담한 눈길을 보낸다. 이 그림에서 어둠은 작가의 말처럼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배태한 공간을 은유한다. 이 점은 그가 포목점에서 얻은 흰 천에 오일파스텔로 보일 듯 말 듯 쓴 'I see the darkness'에서 강조된다. 조명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천에 감춰진 어둠은 역설적으로 언젠가 섬광처럼 스스로 드러내기를 기다리는 듯하다. ● 이번 전시에서는 벽 한 면을 가득 채우거나 전시장 한가운데 설치된 멀티 콜라주 작업이 주를 이룬다. 그가 독일에서부터 수집했던 오래된 흑백사진과 여러 책에서 나온 이미지들, 작은 액자, 직접 만든 목판화, 폐가구의 파편들, 영국 가수 더 스미스의 노래 가사, 반복적인 이미지가 돌아가는 미니 모니터 등 셀 수 없을 만큼의 이질적인 조합 사이사이에 작가가 낙서처럼 그린 드로잉이 혼재한다. 이 모두가 펼치는 스펙터클에는 서구화로 잊힌 토착 민족의 역사, 지구 환경의 문제 등이 녹아있다. 그가 상하이에서 몇 달간 레지던시 작가로 머물던 시기, 길거리에서 주웠던 금색과 붉은색 담배곽들을 접은 것에서는 극단적인 '물질만능주의'와 '자국 우선주의'로 치닫는 중국의 현재를 꼬집는 의도도 엿보인다. 일관성 없는 그의 작업은 자기충족적이고 거침없으며 직관적이다. 정연함은 없지만, 작가 나름의 질서가 억제되지 않고 살아있으며, 이 질서가 변화하는 삶을 노래하는 그의 작업을 표현하는 핵심적인 단어이다. ● 최성규는 지역 작가들과의 연대를 위해 아낌없이 시간과 정성을 쏟아붓고 있다. 그를 중심으로 결성된 '썬데이페이퍼'를 통해 화단에 첫발을 디딘 여러 작가에게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주어졌다. 나아가 지금은 '보물섬'이라는 대안공간을 운영하면서 워크샵을 비롯해 신진기획자를 프로모션하는 사업도 하는 등 외연을 넓혔으며 창작스튜디오 운영도 꿈꾸고 있다. 이 모든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그는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문화재단이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안서를 제출하는데, 매번은 아니지만 자주 심사를 통과해 지원금을 받고 있다. ● 사회적 연대 형성을 통해 사회의 균형과 발전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 최성규가 꿈꾸는 이상적인 사회이자 예술가에게 필요한 조건의 기준인 듯하다. 이는 강한 국가의 건설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의 발전으로 아노미의 해법을 제시했던 뒤르켐(E. Durkeim)의 사회병리학적 이론에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중앙정부의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확률이 저조한 지방에서 미술가로 살아남기란 결코 녹록하지 않다. 무엇보다 극소수를 제외한 미술가들이 봉착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이들의 미래는 늘 불투명하고 불안하다. 최성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연대를 통한 예술가 공동체를 지향하는 동시에 이것이야말로 삶과 작업의 원동력이라는 확연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 인생태도를 보여주는 심리테스트에서 최성규는 '타인부정이 조금 보이는 자기긍정'으로 나왔으나, 흥미롭게도 심리상담가와의 면담에서는 '자기긍정/타인긍정에 의사소통은 회유형'으로 나왔다. 즉 배타적, 독선적이라기보다는 타인을 보듬는 유형인 점은 예술가들의 연대를 추구하는 공동체를 유연하게 이끌어가는 그의 면모를 방증하는 자료라 하겠다. ● 어쩌면 최성규는 보헤미안일지도 모른다. 일종의 '멜팅팟' 혹은 자유로운 형식과 열정으로 울려퍼지는 랩소디 같은 그의 작업도 사회의 관습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방랑자 기질에서 연유하지 않을까 싶다.

Sector 1: 강건-얽히고설킨 관계 풀기 ● 강건의 작품이 펼쳐진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맨 먼저 바닥에 놓인 특이한 생명체 같은 형상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이 괴이한 조형물에 가까이 다가선 순간, 뜬금없이 나는 작품 뒷면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훤히 비어있는 뱃속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틈에서 왜 갑자기 어머니의 자궁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합성 모피와 깃털로 덮인 작품의 표면에서 온기를 느꼈기 때문인 듯하다. 「늘」로 명명된 이 입체작품은 갈비뼈 모양을 토대로 제작되었다. 주름진 번데기 혹은 애벌레 형상이 웅크린 자세로 좌대에 놓인 「그」란 작품의 양쪽에 붙은 뿔에는 투명 비즈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비즈는 눈물이 결정화(結晶化)된 것일 수도 있고, 비상을 기약하는 날개일 수도 있다. 이 두 작품은 작가가 어머니에게 바치는 헌시의 의미를 지닌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느라 여성성마저 바래져 가는 어머니는 앙상한 갈비뼈나 주름진 번데기 형태로 표현이 되었지만, 그에게 어머니는 마냥 애달픈 존재만은 아니다. 번데기의 전형성능(totipotency)에서 화려한 나비로의 변태가 가능하듯이 그에게 어머니는 전형성능만큼 큰 능력을 지닌, 그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신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 작가가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지 2년이 될 무렵, 피치 못할 사정으로 연락이 끊겨버린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가 가계를 책임지느라 고군분투해야만 하는 상황이 닥쳤다. 그런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불안감으로부터 지금의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는 누구에게도 급작스레 변한 개인사를 밝힐 수 없는 현실에서 가면을 쓴 채 살아가느라 점차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된다. 메타포로서의 가면이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 수밖에 없는 인간의 존재성을 의미한다. 원래의 나와 사회적인 시선을 의식하는 나의 양립에서 야기된 혼돈은 그의 작품에서 먼저 미분화 상태나 혼종의 생명체 형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가족을 향한 미안함과 자신이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는 데서 나오는 자괴감, 여기에 정체성의 혼란까지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은 재료에서도 변화를 일으킨다. 폴리우레탄, 레진처럼 액체에서 고체로 전환하는 유동적인 재료에 합성 모피, 비즈, 실 같은 오브제가 더해짐으로써 재료의 물성 그 자체만으로도 작품은 촉지(觸指)할 수 있는 민감한 감각 대상으로 변모한다. ● 이번 전시는 어머니의 공간과 아버지의 공간으로 분리되는데, 「순수잡종」과 「환영」이란 작품을 빌어 작가는 두 사람을 향하는 각기 다른 심리 상태를 투영한다. 구부정히 구부린 인물이 바닥에 누운 머리 없는 인물을 누르는 「순수잡종」은 강건이 개인전(2019) 타이틀로 내세웠던 '클론' 테마의 연장선에 있는 입체작품이다. 두 인물을 감고 있는 실타래는 상충‧분열하는 두 개의 자아를 하나로 합치려는 작가의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아버지를 향한 작가의 양가적인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환영」은 얼굴에 촉수를 세운 달팽이가 겹쳐진 모습으로 어머니의 공간을 내려다보는 작가의 자화상이다. 안쪽으로 들어간 공간의 벽에 걸린 「어버버」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풀어낸 그림이다. 화면에 붙여진 양모 뭉치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형상을 응집시키면서 서서히 일정한 모양이 없는 '형태-무형태'가 떠오르게 만든다. 이 '무형태' 혹은 형태의 모체(matrix)는 형태보다 이전에 있는 것으로, 마치 집단무의식에서 추출된 원형과도 같은 이미지로 보인다. ● 심리테스트 중 대인관계 욕구에서 '짐이 되는 느낌'이 조금 높게 나온 강건에게 가족 관계에 포커스를 맞춘 이번 전시는 내면의 갈등을 해소하려는 적극적인 시도로 보인다. 작업을 통해 관계의 얽히고설킴을 풀어나감으로써 점진적으로 그는 이 세계 안에서의 존재의 근본적인 차원을 인식하고 마침내 진정한 자아를 찾으려 한다.

Sector 1: 인세인 박-날것 상태의 미디어 환경 ● 땀을 뻘뻘 흘리며 작품을 설치하느라 정신이 없는 인세인 박에게 나는 인사를 건네기가 조심스러웠다. 내가 전시장에서 처음 그를 봤던 날의 인상이다. 벽, 모퉁이, 바닥, 천장 등 전시공간의 모든 부분에 작품들이 걸려있거나 놓여있고, 영상도 구형 브라운관 TV를 통해 송출되거나 프로젝션 매핑 방식으로 벽에 프로젝션되고 있었다. 도색용 페인트통들까지 바닥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공간연출의 현장은 공사장을 방불케 했다. 정신없이 바쁜 인세인 박을 대신해 나는 동료 작가이기도 한 그의 부인에게 '함께 작업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 멋진 공간이 연출될 것 같다'는 덕담을 나기고 현장을 떠나며 왜 그가 예명으로 'insane'(제정신이 아닌)을 사용하는지 어렴풋이 이해가 되는 듯도 했다. ● 인세인 박은 미술가라기보다는 오늘날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미디어 세계, 그리고 정보의 홍수를 다루는 스펙터클의 각본가, 기획자, 무대 디자이너에 더 가깝다. '매일 다양한 매체와 플랫폼으로 접하는 미디어라는 녀석은 도통 내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그가 작업노트에서 밝혔듯이, 그의 작업은 미디어 세계에 거의 강박적이며 중독에 가깝게 결속되어 있다. 「미디어는 메시지」(1967)라는 저서에서 모든 뉴미디어는 새로운 언어이자 새로운 노동 습관과 집단의식이 집합적으로 얻은 경험을 체계화한다고 역설했던 맥루한이 1990년대 이후 쏟아진 PC 통신, 인터넷, VOD, SNS, 블로거, 1인 크리에이터 유튜버 등과 같은 뉴미디어 플랫폼이 폭발적인 속도로 확장될 것을 예상했을까? 스마트폰에 의한 스마트미디어는 혁신적인 정보의 플랫폼이자 소통의 네트워크로 우리를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거의 종일 스마트폰을 검색하는 인세인 박은 무작위로 접한 정보의 파편들을 수집/편집/재구성해서 다양한 재료와 매체로 펼침으로써 '우리를 옥죄는 혹은 우리가 자발적으로 수용하는' 미디어 환경을 날것의 상태로 보여준다. ● 인세인 박이 미디어, 즉 정보를 전달하는 매스미디어 그 자체에 관심이 있는지, 팩트 여부와 상관없이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오는 정보가 지닌 막강한 권력의 속성에 파고들고 싶은지, 혹은 이 둘 다인지는 모호하다. 한 마디로 비정형적인 여러 요소가 뒤얽힌 그의 스펙터클은 즉흥 공연(improvisation) 혹은 퍼포먼스에서처럼 적용 범위가 넓은 모호성을 내포하고 있다. 영상작업 「Dripping」에서는 지금의 미디어 생태를 대하는 작가의 모호한 태도가 강조된다. 'Don't hate media, become media'란 분홍색 문구에서 서서히 물감이 흘러내리다가 마지막엔 온통 분홍색으로 덮여버린 화면이 나온다. 입체적으로 만든 'HOLYTUBE'에서는 분홍색 캐스팅용 실리콘이 이 단어를 구성하는 알파벳을 따라 주르륵 흰 벽면을 타고 내려오다 바닥에 굳어져 있다. 흘러내리는 글자는 공포영화 포스터를 떠올리게도 한다. 이처럼 인세인 박은 '아쌍블라주-병적인-키취' 스펙터클을 통해 인간과 미디어 환경 간의 대결과 지배구조, 그리고 그것에 너무도 익숙해진 사람들의 관계를 복합적인 형식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 인세인 박은 요 몇 년 사이 거의 질주하는 속도로 매년 개인전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그룹전에서 작업을 선보였다. 그는 자신이 탈진한 상태임을 'BURN IN/OUT' 작업을 빌어 표현한다. B. 베르베르의 도형이나 미완성 문장 완성하기 테스트에서도 소진된 자신을 표현한 부분들이 있었고 대인관계에서도 비사교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지극히 개인적인 내러티브에서 출발한 그의 작업세계는 지금의 미디어 환경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이것이 작업을 통해서만 사람들과의 소통, 즉 '관계맺기'에 이를 수 있는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인 듯하다.

Sector 2: 임현희-비옥한 시간의 선물 ● 품설치를 막 끝낸 전시장에서 만난 임현희는 싱그러운 미소가 인상적인 젊은 여성이었다. '어릴 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했다'는 작가의 글에 공감했던 나는 그와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쉼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나는 지금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여긴다. '죽음의 공포에 대처하는 자기방어일지도 모른다'는 작가의 의견에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나, 삶이란 탄생에서 죽음까지 팽팽히 당겨진 화살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이는 삶의 끝이 죽음이 아니고, 삶과 죽음 사이엔 무한한 가능성이 있으며 여기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 임현희는 봉산문화회관의 다른 전시장에 비해 층고가 높지 않은 3층의 독립된 공간을 혼자 사용한다. 나는 알코브(alcove)를 연상시키는 좌우대칭 공간이 그의 작품과 잘 어울린다고 했고, 그 역시 내밀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주는 이 공간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 이번 전시에 그가 선보이는 작품은 모두 「천 번의 숨」이라는 제목으로 불린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장중히 움직이는 듯한 검은 획들로 가득 찬 세 개의 캔버스가 순식간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치 조감(鳥瞰) 시점으로 내려다보는 망망대해에서 파도가 느린 속도로 흘러가는 느낌을 불러일으키며 시작과 끝이 보이지 않는 물의 유입과 유출이 교차한다. 캔버스를 바닥에 두고 납작한 큰 붓으로 잉크 토너에 접착액체를 섞은 매체를 듬뿍 묻혀 긴 호흡으로 작업하는 동안, 작가는 천체의 시간이 멈추는 체험을 했을 것 같다. 이런 시간의 멈춤은 예술가의 의식을 장악하며 창조적 본능을 분출하게 만든다. 작품에 몰입한 시간은 작가가 '천 번의 숨'으로 은유한, 찰나와 영겁의 접점일 수도 있다. ● 임현희의 검은 그림은 모든 색을 흡수한 휴지(休止)나 종결의 표상으로서의 검정이 아니라 찰나적으로 반사하는 빛의 변화를 보여준다. 큰 붓은 공기가 흐르는 듯한 투명한 흔적을 남기다가 한순간 멈추어버린다. 여기에 화가의 행위가 응집되면서 화면 위에는 잉크 토너의 미세한 입자가 알알이 뭉쳐진 촉각적인 흔적이 남는다. 전시장 우측에 걸린 카드뮴 오렌지톤의 그림에서도 재료가 만들어내는 우연의 효과에 스스로를 맡겨 버린 신체의 흔적이 보인다. 마름모꼴로 세운 캔버스를 지나간 붓질은 그림을 바로 두었을 때 사선으로 흘러내리는 물감의 자취를 드러나게 한다. ● 임현희에게 그림이란 초월적인 시간을 경험하는 것이며 이를 절대적인 현재라고 부를 수 있다. 절대적인 현재에서 그는 모든 것을 한 번에 쏟아부으며 그림이 단숨에 완성되게 한다. 이런 특별한 시간의 경험에서 성공적인 그림이 탄생하게 된다. 작품제작에 몰입한 시간은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이탈한 현재로서 순수한 환희의 감정을 예술가에게 선물할 것이다. ● 영은미술관에서의 큰 전시를 마치고 임현희는 한동안 심신이 탈진한 상태로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고 한다. 「천 번의 숨」 연작을 시작하면서 다시 붓을 들게 되었을 때 그는 자신을 향한 헌신의 표상처럼 자아를 택했다. 작가 스스로가 그림의 주제가 된 '화가의 얼굴'이라는 부제가 달린 작품에서 이 점이 도드라진다. ● B. 베르베르의 도형심리학 테스트에서 임현희는 인생을 자연스레 흘러가는 것이라 받아들이며 자신의 내면에서 반짝이는 잠재력을 믿는다는 결과를 보였다. 그의 작품 속 유유히 흘러가는 파도 형상은 삶을 관조하는 작가의 태도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작품제작에 몰입한 순간은 즉각적인 현재인 동시에 축적된 과거의 체험이 수렴된 비옥한 시간이라 하겠다.

Sector 3: 심윤-구원의 메신저 ●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우선 회색과 검은색의 대형 화면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에서는 우리를 초월하는 숭고함이, 온몸이 뒤틀리는 단말마를 참는 라오쿤에서는 비장미마저 풍긴다. 봉산문화회관에서 가장 층고가 높은 전시장 구조도 심윤의 작품에 경외와 신비의 감정인 숭고를 불러일으키는데 한몫하는 듯하다. ● 세 폭(triptique) 혹은 두 폭(diptique)이 하나를 이룬 거대한 그림들은 기독교 재단화 형식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대작 세 점 모두 심윤이 작년부터 시작한 '심시티'를 테마로 한 연작의 연속선 상에 있다.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심시티'(SymCity)에서는 슈퍼영웅들도 등장하지만, 게임 당사자가 자신이 창조한 도시의 영웅이 되기도 한다. 심윤의 '심시티' 연작에서는 영웅을 대신해 우리를 구원하고 대속(代贖)할 표상으로 기독교적인 도상이 자주 나온다. 작년에 선보였던 「피에타」에서 특히 이런 점이 두드러지는데, 미켈란젤로의 유명한 조각상을 차용한 이 그림에서는 성모를 대신해 가죽 소파에 앉은 정장 차림의 남자가 예수의 축 늘어진 몸을 안고 있다. 하늘을 향해 펼친 왼손은 '우리를 긍휼히 여기소서'(pieta)라는 그리스도가 우리를 대속해 죽은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탁월한 묘사력을 지닌 작가는 반질반질 윤이 나는 대리석 조각의 재질감마저 생생하게 구현해냈다. ● 심윤에게 구원의 의미는 무엇인가? 「Office Worker」 두 점에서 각각 넥타이를 맨 남자들은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의 주검을 조심스레 다루는 사도들의 모습으로, 또 뱀의 독이 몸에 퍼져 핏줄이 튀어나올 듯한 라오쿤 옆에서 함께 죽어가는 두 아들의 모습으로 나온다. 작가는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 도시인을 상징하는 이들에게 휴식과 위안을 가져올 구원자의 이미지를 서양미술사의 명작에서 소환하고 있다. 가로로 긴 「Man in the city」는 미국 예술가이자 어린이용 게임 'Star Wars'에 나오는 인공지능이 장착된 로봇(droid) 제작자로도 알려진 고든 타플리의 「Struggle, no time for love」라는 디지털 페인팅에서 모티브를 딴 그림이다. 그리스 신화의 내용과는 달리, 큐피드의 화살을 맞은 남자는 결코 쟁취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사랑을 위해 거대한 큐피드와 대적해 투쟁하고 있다. 유화로 그린 또렷한 이미지 위에 에어브러쉬로 얇게 물감을 덮어 화면을 조금 흐릿하게 만드는 기법은 충족되지 않는 욕망을 더욱 감질나게 만드는 장치이다. 작가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힘든 일상과 고독으로 점철된 현대인의 지옥을 제시함으로써 궁극적으론 자신의 한계 상황과 질곡을 벗어나기 위해 처절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준다. ● 미국 정신과 의사 W. 글래서의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다섯가지' 이론에 근거해 실행한, 욕망이나 욕구의 어둠을 측정하는 심리테스트에서 심윤은 '사랑'과 '소속' 욕구가 가장 높게 나왔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작가 자신이 모델이지만 머리카락을 민 모습으로 익명성을 띤다. 그가 작품에서 추구하는 구원이란 어쩌면 익명의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인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사랑'과 '소속'의 욕구는 개인과 사회, 이상과 현실 사이를 오가는 예술의 조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일 수도 있다. ● 전 지구적인 재앙인 지금의 팬데믹 앞에 인간의 나약함은 더욱 대비된다. 자연재해나 사고에 의한 충격, 인간의 난폭함과 잔인함으로 남겨진 상처, 역설적으로 예술은 이런 참혹함과의 대화를 통해서 존재하고 또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심윤의 작업이 전하는 자비와 구원의 메시지는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또 인간의 나약함을 절감하는 지금에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가치라 하겠다.

Sector 3: 채온-존재의 가치로서 그림 그리기 ● 에스키스든, 드로잉이든, 회화든 가리지 않고 일기를 쓰듯이 매일매일, 그것도 엄청난 양을 쏟아내는 채온에게 작업은 숨쉬기만큼이나 자연스럽다. 그에게 작업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인식이자 실존의 문제인 것 같다. 꽃, 인물, 풍경을 비롯해 수많은 구상적인 이미지를 빌리지만, 실은 그는 그림 그리는 행위 그 자체에 존재의 가치를 두고 있다. 그림 그리는 행위, 이 유일한 목적 아래 본능, 직관, 욕구는 존재의 활기를 샘솟게 한다. ● 작품이 설치된 공간에서 만난 작가는 만족스러워 보였다. '많이 그림으로써 심리적인 안정감과 함께 삶의 에너지도 받는다'는 작가에게 이번 전시는 또 한 번의 성취가 아닌가. 작업 태도를 설명하는 그에게서 천진함이 묻어나왔다. 다수의 예술가에게 창작은 고통이며, 그것도 본인 스스로가 자신을 얽매는 천형(天刑)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채온에게 창작은 그를 감각의 칼날 위에 서게 하는 유일한 조건인 듯하다. 여기서 감각이란 실제로 감관(感官)에서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존재론적 사건이다. (cf. G.들뢰즈, 「감각의 논리」) 또한, 창작은 그를 어둠 혹은 억압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불빛과 같은 의미이기도 하다. ● 채온은 심리테스트에서도 인간의 다섯 욕구 중 '자유'를 향한 욕구를 가장 강하게 보였다고 한다. 또 딕싯(Dixit)이란 보드게임을 활용한 테스트에선 '용과 맞서 싸우는 소년' 카드를 선택하며 그것을 전투로 표현했다고 한다. 용과 맞서 싸워 이긴 성 게오르그의 전설은 르네상스와 바로크의 대가들이 수없이 다루었던 주제이다. 요컨대 채온은 주체할 수 없는 창작열로 작업에 몰두함으로써 자유를 성취하는 전사, 즉 자신의 이미지에 만족해하는 것이다. ● 채온은 이번 전시에 그리 크지 않은 캔버스 작업 여섯 점을 선보인다. 리드미컬하고 속도감 넘치는 필치로 그려낸 꽃병에 꽂힌 꽃 그림 세 점에 각각 「Esay」, 「새벽」, 「Yellow Carnival」이란 제목이 붙어 있다. 모두 실제 정물을 보고 그렸기보다는 머릿속에서 떠다니는 색, 형상들이 순식간에 쓱쓱 꽃 이미지로 캔버스 위에 전환된 것이다. 넓고 높은 흰 벽과 대비되는 작은 그림들은 마치 공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Yellow Carnival」을 관람자의 눈높이보다 훨씬 높게 배치함으로써 자유로이 공간에서 부유하는 상태를 보여주고자 한다. 나란히 걸린 소품 세 점(「물방울」, 「물과 오리」, 「물과 오리와 지렁이」)에서는 흰 배경에 간결한 파랑 형상들이 대기나 물 위에 떠있다. 여기서 물은 유동성과 자유의지, 그리고 영원한 재생을 상징하는 듯하다. ● 채온에게 그림은 지적인 작업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적 충동에 부합하는 생체 기능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동시대 미술의 난해한 담론으로 미술 자체를 황폐화하기보다는 그는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놀이처럼 그림을 그린다. 그에게 구상/비구상의 이분법은 의미가 없다. 이 둘을 유연하게 절충‧병행하면서 작가는 창조에서의 활력, 그리고 자유의 개념을 활성화한다. ■ 박소영

Vol.20210716b | 2021 Hello! Contemporary Art-Dark side of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