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꿈 Bleak Island

박형근展 / PARKHYUNGGEUN / 朴炯根 / photography   2021_0826 ▶ 2021_0926 / 9월 18~22일 휴관

박형근_Jejudo-26, 알뜨르_C 프린트_120×154.5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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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근 홈페이지_www.hyunggeunpark.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서울특별시_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7:00pm / 9월 18~22일 휴관

대안공간 루프 ALTERNATIVE SPACE LOOP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29나길 20(서교동 335-11번지) Tel. +82.(0)2.3141.1377 www.altspaceloop.com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박형근은 2005년부터 오름, 바다, 계곡, 동굴을 다시 찾기 시작한다. 이후 17여 년 동안 제주의 표면을 대형 카메라로 기록하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 제주의 표면이 100여년간 근대사의 흔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천혜의 자연'으로 불리는 제주의 표면은 실은 근대사의 오작동이 빚어낸 흔적이었다.

박형근_Jejudo-6, 다랑쉬_C 프린트_120×154.5cm_2008

「다랑쉬(2008)」는 화성의 붉은 표면 같아 보인다. 이곳은 1948년 4.3 사건 당시 굴 속에 숨어있던 마을 사람 11명이 나오지 않자, 그 입구에 불을 피워 질식사를 시켰던 집단 학살의 현장이다. 다랑쉬 마을 전체는 사라졌고, 1992년에서야 시신을 발견한 그곳이다. 척박해 보이는 다랑쉬 오름 사이로 마치 화성의 기지 마냥 둥근 지붕을 한 건물 11채가 생뚱맞게 놓여있다. 이제는 운영을 하지 않은 펜션 산업의 잔재다. 4.3 사건과 관광업을 위한 부동산 개발이 나란히 제주의 표면을 만든다.

박형근_Jejudo-15, 일출봉_C 프린트_80×103cm_2010

「일출봉(2010)」은 일제 강점기에 만든 진지동굴을 촬영한 사진이다. 어두컴컴한 동굴 밖 새하얀 세상은 미지의 파라다이스를 연상시키는 듯 하지만, 사진 밖 역사는 그 반대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제주의 전 지역을 요새화했다. 태평양 전쟁 말기 제주는 일본군 6만 명이 주둔하며 미군과의 결전을 대비하던 전략적 기지였다. 작가가 어릴 적 친구들과 놀던 해안가 동굴은 자연 동굴이 아닌, 일본군이 뚫어 놓은 진지동굴이었다.

박형근_Jejudo-43, 도두_C 프린트_80×103cm_2015

「도두(2015)」는 제주를 에워싼 바다를 기록한 작업이다. 푸른색과 짙은 초록색, 회색의 바다와 하늘은 경계 없이 끝없는 안개에 뒤덮여 있다. 박형근은 제주의 바다는 '감시의 바다'라 말한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제주의 근대사, 어두운 바다가 제주를 첩첩이 에워싸고 있다. '낭만적인 제주 풍경은 허구'라고 작가는 잘라 말한다.

박형근_Jejudo-18, 용설란_C 프린트_120×154.5cm_2009

박형근의 사진은 제주의 표면 너머 어떤 현실이 있는지 질문한다. 그의 사진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표면 이면의 세계와 역사에 대해 추론하고 상상한다. 더 이상 실재하지 않는 역사의 순간을, 그 남겨진 흔적을 포착한 사진을 통해 상상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그의 사진은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시간의 어느 순간을 연도별로 포착한다. 그의 카메라는 각각의 이해에 따라 제주의 표면이 빠르게 변화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박형근_Jejudo-41, 새별오름_C 프린트_120×154.5cm_2012

「새별오름(2012)」은 매년 3월 이곳에서 행하는 제주 들불축제를 대형 카메라로 기록한 사진이다. 과거 제주에서는 말 같은 가축의 방목을 위해 병해충을 방제하는 목적으로, 정월대보름 즈음 오름에 들불 놓기를 했다. 제주 고유의 민속 행사는 1997년부터 제주시가 주관하는 관광 축제로 재현되고 있다. 거대한 폭죽이 터지는 듯한 새별오름 사진 속 현장에는 '축제'라는 글자가 불빛에 번쩍인다. 아래에는 소방차 몇 대가 소박하게 대기 중이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박형근은 「The Second Paradise」 연작을 진행하면서, 관광지화 되어 가는 제주의 모습을 담담하게 기록한 바 있다. 이번 전시 『차가운 꿈』은 2005년부터 새롭게 제주를 촬영한 연작이다. 연극적으로 보이는 그의 사진은 풍경 사진과 내러티브 사진 중간에 위치해 있다. 작가는 제주의 풍경에 담긴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슈를 사진이라는 하나의 포착한 이미지로서 탐구한다. ■ 양지윤

Vol.20210826a | 박형근展 / PARKHYUNGGEUN / 朴炯根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