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소란 Silent Disturbance

송수민展 / SONGSUMIN / 宋修旼 / painting   2021_0828 ▶ 2021_0925 / 월요일 휴관

송수민_고요한 소란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40×176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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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민 홈페이지_www.songsumin.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통의동 보안여관 ARTSPACE BOAN 1942 서울 종로구 효자로 33 구관 1,2층 아트스페이스 보안 1 Tel. +82.(0)2.720.8409 www.boan1942.com

풀 위로 피어나는 연기를 따라 ● 송수민은 직접 촬영하거나 SNS와 웹에서 수집한 이미지를 한 화면에 조합한다. 수많은 이미지를 분별하고 조합하는 작가의 명료한 기준은 이미지의 형태적 유사성에 있다. 각기 다른 출처와 맥락에서 수집된 이미지는 파편화되어 서로의 어슷비슷한 형태를 따라 병치되거나 중첩되면서 화면에 조형적 흐름을 만든다. 이처럼 목적 없이 이웃한 이미지는 해석의 또다른 가능성과 숨겨진 이면을 주목하게 한다. 송수민의 회화에 자주 출연하는 대상은 식물이나 동물 같은 유연한 형태의 자연물과 물줄기, 폭죽, 연기 같이 알 수 없는 사건의 징후들이다. 특정한 방향으로 흐르거나 에너지를 분출하는 사건 요소를 자연 풍경에 편입시켜, 형태적으로 유사한 이미지들이 이루는 리듬 속 미묘한 불안과 미결정된 상태를 표현한다. ● 초기 작품은 보도사진처럼 출처가 분명한 이미지를 사용하되 중심부 보다는 주변부로, 구체적인 것 보다는 모호한 것으로 이미지를 옮겨내며 작가의 기억 속에서 일어난 개인적인 망각과 퇴색의 과정에 주목했다. 전투훈련, 싱크홀, 뉴스에 보도된 각종 재난 사건을 자연 풍경 속에 조합한 「膜 막」(2017)이나 「하얀 조각으로부터 시작된 풍경」(2019)이 대표적이다. 긴급한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요소를 자연적인 풍경에 배치하고, 기존의 서사를 방해하는 바리케이드, 가림막, 구멍 같은 도형을 삽입하여 평화로운 분위기로 가장한 풍경을 구성했다. 이 풍경은 멀리서 조망한 하나의 씬(scene)으로 완결성을 띤다. 그러나 이때의 완결성은 관객 앞에서 종종 위협받기도 한다. 관객이 이미지의 출처와 의미를 찾아낼 때, 이미지는 모호한 연기 속 망각과 퇴색의 과정에 놓이는 대신 이미 알고 있는 그것으로 명료해지기 때문이다.

송수민_폭발의 조각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0×130cm_2021 송수민_Light Patter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각 지름 40cm_2021

이후 「하얀 자국」(2019) 연작과 「○○이 머문 자리」(2020)에서 작가는 보도사진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출처의 이미지로 폭을 넓히고, 사각이나 원형의 틀에 이미지를 분절해 넣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기존의 출처와 맥락으로부터 밀어내는 방식을 시도해 왔다. 「하얀 자국」 연작에서는 형태를 하얗게 비워 외곽을 강조한 꽃이나 물줄기가 연기의 형태와 이어졌고, 「○○이 머문 자리」에서는 화려한 색감의 꽃잎과 풀, 검은 연기와 맑은 수면이 형태적 유사성을 따라 등장했다. 이렇게 배치된 이미지들의 조형적 리듬은 화면을 명확히 읽을 수 없는 모호함을 촉발시키고, 기존의 출처와 의미를 불러오는 것을 방해하며 새로운 맥락과 의미의 형성을 꾀한다.

송수민_Blooming Pattern_White shadow & Blue and White Pattern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가변크기_2021

이제 송수민의 회화는 화면의 완결성 대신 연속성을 도모하고, 완성된 풍경을 조망하기보다 조각들을 이어 붙인 패치워크(patchwork) 스타일이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하나의 화면을 8조각, 10조각으로 나눈 캔버스의 경계선도 자연스러운 회화의 흐름을 툭툭 끊어가며 화면의 완결성을 방해한다. 나아가 작가는 자주 사용하는 몇몇 이미지 요소를 '패턴'으로 전환시켜 패치워크의 기본 단위를 조직한다. 2019년과 2020년 개인전에서 선보인 「blooming pattern」, 「circle pattern」이 그 시작으로, 이미지가 되는 대상의 형태(꽃의 외곽)와 이미지의 틀(원형 캔버스)을 패턴화 했다. 하나의 패턴이 다양한 크기와 재료로 활용되듯 이 기본 단위는 다양한 크기와 리듬으로 결합되어 화면을 이루고 하나의 화면을 넘어 다른 캔버스나 주변 환경과 연결되고자 한다.

송수민_Blooming Patter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82×182cm_2021

이번 개인전 「고요한 소란」의 전시장 곳곳에 자리한 「Blue Pattern」, 「Green Pattern」, 「Light Pattern」 또한 전시 전반의 근거이자 화면을 이루는 기본 단위로 위치하면서, 다양한 출처의 이미지가 가질 수 있는 형태적 유사성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이 패턴들은 하얗게 비워진 꽃의 윤곽, 얽히고설킨 풀의 모양, 산봉우리에서 시작되어 넓게 피어오르기도, 동그랗게 모으기도, 강한 군집을 이루기도 하는 연기의 형태를 본 뜨고 있다. 특히 연기는 방향성을 가지고 흘러가며 이 화폭과 저 화폭을 잇는 단서로 기능하며 다른 패턴과의 결합과 연상을 촉진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시장 초입의 「The process of spreading smoke」은 이러한 관심을 함축하며 첫마디를 건네는 듯하다. 전시장을 둘러보며 풀 위로 피어오른 연기의 향방을 따라가 보기를. 패턴이 된 풀과 꽃의 형상이 이루는 조형적인 리듬을 느끼고, 이웃한 화면과 연결되며 남기는 '흔적'과 '자국'을 유추해보기를 말이다.

송수민_Blooming Patter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지름 40cm_2021 송수민_예기치 못한 상황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50×214cm_2021

멀리서 보이는 연기가 '굴뚝에서 피어나는 연기일 수도, 화재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일 수도' 있다는 표현처럼 작가는 현상과 사물의 이면을 바라보며 특정한 닻에 묶이지 않은 이미지의 해석과 관계 맺기를 주선한다. 이를테면 2층 넓은 전실에 자리한 「예기치 못한 상황」과 「고요한 소란」은 화면의 크기나 밀도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여주는데, 나에겐 「고요한 소란」의 창문 같은 작은 프레임 속 산봉우리에서 시작된 희미한 연기가 「예기치 못한 상황」의 거대한 뭉게구름과 연결되며 폭풍전야의 알림을 울리는 것 같은 분위기를 전달한다. 그러나 이건 전시장에 존재하는 수많은 가능성 중 한가지일 뿐이며, 전시장의 이미지들은 다양한 가능성을 반갑게 맞이한다. 그리고 다변화된 연상 과정 속에서 이미지는 '목적을 망각'하여 어디로든 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한편 대형 작품 「고요한 소란2」는 연기가 분출되기 전 사건의 시발점이 된 순간의 스파크가 자유롭게 뻗친 풀들의 동세와 조화를 이루며 패턴과 패치워크의 적극적인 활용을 보여주고 있다.

송수민_고요한 소란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40×350cm_2021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지금 이곳'의 관객이 작품과 작품 사이의 행간을 읽으며 갖는 현상적 감각과 장소적 특성을 고려하며 전시장에서 확장되는 이미지의 가능성까지 포섭한다. 비뚤어진 바닥과 벽, 군데군데 공간을 가로지르는 많은 기둥 때문에 온전한 사각의 캔버스를 인식하기 힘든 전시장의 특성을 십분 수용한 설치 방식에서 작가의 의도를 뚜렷이 볼 수 있다. 나무 기둥을 두고 앞뒤로 위치한 「Explosion Pattern」과 「고요한 소란」의 상호작용이나, 무대 소품처럼 바닥에 놓인 「Blooming Pattern」과 백그라운드의 역할을 하는 「Blue and White Pattern」의 관계 맺기 방식은 특정 위치에 선 관객의 시선을 의식한 것이다. 이처럼 이웃한 작품의 레이어와 패턴이 겹쳐지며 각자의 캔버스 틀을 뛰어넘고 연결되는, 보다 확대된 범위의 씬(scene)을 바라볼 수 있게 고려된 위치가 전시장 곳곳에 존재한다. 또한 특정한 순서 없이 나열된 연작들은 공간의 구조를 따르면서 건물의 뼈대를 연결하거나 연장시키고 화면의 리듬을 3차원 공간까지 끌어낸다. 패턴 소품과 대형 작품의 배치 방식 또한 점차 묘사가 구체적으로 된다거나 추상적으로 된다거나 하는 일관된 방향을 따르지 않고, 불쑥불쑥 삽입된 듯한 산발적인 리듬을 보여준다.

송수민_Smoke Wall-Pink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82×182cm_2021

한편 송수민의 회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흔적', '자국'과 같은 표현은 반복되는 패턴과 연상 작용 속에 잔상처럼 흐릿해진 이미지를 가리키는 동시에 캔버스 표면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회화적 특징을 나타낸다. 작가는 패턴을 기반으로 조합된 이미지를 스케치하고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뒤 마른 표면을 사포로 갈아낸다. 형상의 외곽은 흐트러지고 물감의 색은 바래지며 명도가 낮아진다. 그리고 군데군데 이미지의 형상과 색감이 모호해진 화면에 다시 덧그리고 갈아내는 과정을 서너 차례 반복한다. 작가는 갈아내기라는 화면 처리 방식을 수고롭게 자신의 손으로 진행하면서, 고해상 디스플레이처럼 명료하고 매끄러운 화면을 완성하는 대신 여러 과정 속에서 풍화된 것처럼 모호해진 기억이나 연상에 기댄 이미지를 만든다. 이러한 특유의 작업 방식은 포스트 인터넷 세대의 작가와 관객 모두에게 익숙한 컴퓨터 그래픽의 방식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무엇보다도 작품 표면을 갈아내는 수행 과정은 대상의 형상에 입각하면서도 자유로운 연상 과정을 도모하는 화면 구성 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되며 송수민의 작업을 특징적이고 흥미롭게 만든다. ■ 백지수

Vol.20210828e | 송수민展 / SONGSUMIN / 宋修旼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