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꼬옥 안아주세요 Hold me tight

이다슬展 / LEEDASEUL / 李다슬 / photography   2021_0902 ▶ 2021_0916 / 일요일 휴관

이다슬_Hold me tight no.8_하네뮬레 바리타에 피그먼트 프린트_80×100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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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슬 홈페이지_www.leedaseul.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스튜디오126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일요일 휴관

스튜디오126 STUDIO126 제주도 제주시 관덕로 14-4 (삼도이동 948-1번지) @studio126_jeju

인간의 만족을 채우거나 치유를 위해 고뇌를 털어낸 자리에는 그것을 머금고 사라져가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그 부재의 장소에는 낯선 무엇이 새롭게 자리하며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조화를 이룬다. 제주는 남다른 자연환경이 주는 매력 속에 다양한 문화, 자본, 경제, 정치, 권력과 같은 관계들이 혼재한다. 뒤엉킨 줄기들은 또 다른 방향성을 지닌 채, 여러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다슬_Hold me tight no.127_ 하네뮬레 바리타에 피그먼트 프린트_22×27cm_2016
이다슬_Hold me tight no.287_ 하네뮬레 바리타에 피그먼트 프린트_140×140cm_2021

이다슬 작가는 실재하는 이 섬의 풍경을 예리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나고 자란 제주에서의 추억과 현재 그가 바라보는 환경은 '혼재와 간극'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사진을 기록의 매체로 다루는 그가 제시한 프레임에는 표면적으로 제주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담겨있다. 파란 하늘에 떠 있는 하얀 구름, 치유의 상징인 울창한 숲, 무심코 걷던 오름의 풍경, 다양한 목적을 즐기는 관광객, 달빛을 따라 고이 펼쳐진 능선 등 꽤 익숙한 장면이다. 하지만 각 작품이 지닌 서사와 내러티브를 따라가다 보면 이내 낯설고 불편한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이것은 인간의 이기심이 빚어낸 비현실적인 풍경이자, 우리의 현실을 자각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다슬_Hold me tight no.40_ 하네뮬레 바리타에 피그먼트 프린트_150×120cm_2015
이다슬_Hold me tight no.253_ 하네뮬레 바리타에 피그먼트 프린트_120×266cm_2016

이번 전시는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뒷받침해 주는 빼곡한 문장들을 함께 구성한다. 사진과 텍스트는 기록과 중첩이라는 공통된 속성을 통해 과거-현재-미래를 곱씹고 가늠하게 한다. 또한 작가가 사진으로 담아낸 각각의 이미지는 관람자를 에워싸는 방식으로 '현실의 풍경'에 머무르게 한다.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적인 시공간을 경험하며 우리와 관계한, 상실해가는 그 무엇들을 깊이 안아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권주희

이다슬_Hold me tight_episode no.6_ 하네뮬레 바리타에 피그먼트 프린트_53×80cm_2019
이다슬__Hold me tight no.236_ 하네뮬레 바리타에 피그먼트 프린트_135×90cm_2016

지도에는 없는 그곳삶은 모순으로 뒤엉켜 있고 우리는 그 모순들과 살아야 한다. 더하여 풍경 사진은 공간의 조직체계라는 차원에서 이해해야만 한다. 그 공간을 누가 소유하고 있고 누가 이용하고 있는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변형되었는지를 묻지 않으면 풍경 사진의 의미를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을 이해한다면 이제 제주의 풍경이 과거와는 사뭇 다르지만 여전히 자연스러우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비현실적인 상황을 경험했고, 비극적인 곳도 마주쳤으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심어놓은 환상을 좇는 사람들 또한 만날 수 있었다. 방향을 상실한 도시계획은 돈 있는 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바뀌었고, 결국 그들에 의해 제주 고유의 풍경은 정체성을 상실하고 말았다. 막대한 자본이 유입되면서 자연은 소유와 정복의 대상으로 변했으며, 인간관계의 사회적 지형 또한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전국 각지에서 불나방처럼 몰려드는 자본의 힘은 그렇게 놀랍도록 치밀하고 유기적으로 작동했고, 도시와 마을은 서서히 황폐해져갔다. 사람들은 서로 멀어졌고 자연스럽게 누렸던 익숙한 풍경은 이제 돈을 지불해야만 감상할 수 있는 소유물로 바뀌었다. 결국, 그들에 의해 동시대의 풍경은 변해왔고 지금도 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변하겠지만 불안하고 위태로운 풍경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인간의 속도와 자연의 속도의 차이에서 생겨나는 간격들을 찾아다니며 기록하는 일이다. ■ 이다슬

Vol.20210903c | 이다슬展 / LEEDASEUL / 李다슬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