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으로 치유하다 Heal with Life

2021 인천가톨릭대학교 25주년 기념展   2021_0906 ▶ 2021_0926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구자영_김재남_박미연_박소영_신장식_이계원 이상은_이열_윤종구_조광호_정영한_차기율_최헌기 유정혜_한계륜_한효석_감성원_강상중_김경란 김승환_김지현_류성훈_박진식_배진희_백연수 윤관현_윤주연_오수진_우순옥_이동욱_이미경 이배경_이영자_이한수_이호진_이장원_정재호

관람시간 / 10:00am~06:00pm

인천가톨릭대학교 리부스갤러리 Incheon Catholic University Rivus Gallery 인천시 연수구 해송로 12(송도동 9-3번지) 인천가톨릭대학교 송도국제캠퍼스 미카엘관 1,2,3전시실 Tel. +82.(0)32.830.7020 rivus.iccu.ac.kr

2021 인천 가톨릭 대학교 25주년 기념전 "생명으로 치유하다."의 기획 의도는 "생명과 치유라는 삶 속 실천을 통해 현대 미술의 창작 의미를 고찰"함으로써 인천 가톨릭 대학교의 건학 이념인 가톨릭 정신에 바탕을 둔 '그리스도교 생명 문화 창출이라는 교육 이념과 일치합니다. 이번 전시회 참여 작가들의 작품들 역시 이러한 내용들이 녹아있는 수준 높은 창작품입니다. 전시 참여 작가들로는 본교에 재직 중인 교수님들과 명망이 있는 외부 작가님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시된 작품들은 그들의 대표적인 수작들로 조형적으로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전시 출품 작가들로는 강상중, 구자영, 김경란, 김승환, 김재남, 박미연, 박소영, 신장식, 유정혜, 윤관현, 윤종구, 이계원, 이동욱, 이배경, 이상은, 이열, 이장원, 이한수, 정영한, 조광호, 차기율, 최헌기, 한계륜, 한효석 등 총 37인이 참여했습니다. ● 작가들마다 다른 조형 언어로 "생명으로 치유하다"를 표현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에게 내재된 조형적 심상들이 표출되어 있습니다. 구상과 추상, 평면과 입체 작품뿐만 아니라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작품들로 생명의 치유를 선보이고 있는 이번 전시회는 COVID-19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삶에 대한 통찰과 연민의 시각적 언어들을 교감하게 할 것입니다. 카를 야스퍼스(Karl Jaspers, 1883~1969)는 만약 신이 있다면 인간에게 주는 고통과 고난의 이유가 있을 것이며, 인간은 이것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임을 부각하며 초극(超克)과 초월(超越)이라는 미학적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역병의 창궐은 인류에게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준 것이 사실이며, 이를 극복하면서 인류는 새로운 발전과 도약의 계기를 이룬 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무신론자인 카를 야스퍼스가 신의 존재를 가정하면서 고난 극복을 초극이라는 미학 용어로 대신해 함의한 것은 아마도 인간 존재의 부각이지만, 고매한 인간 의지의 찬사라고 봅니다. 이번 인천가톨릭대학교 25주년 기념전은 고통스러운 코로나 시국에 어렵게 마련된 생명 치유의 기원으로 기획 의도 역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전시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저마다 코비드 19에 의한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에게 카를 야스퍼스의 바램처럼 고난을 초극이나 초월로 이어가는 조형 언어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생명으로 치유하다-2021 인천가톨릭대학교 25주년 기념展_ 인천가톨릭대학교 리부스갤러리_2021

미학자 니콜라이 하르트만(Nicolai Hartmann, 1882~1950)은 진정한 작품 감상을 위해서는 전경의 이미지보다는 후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통한 감상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습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 역시 단순한 전경의 이미지보다는 후경에 내포된 여러 가지 의미들과 작가들의 창작 의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Lev Nikolayevich Tolstoy, 1828~1910)는 예술론에서 전이가 높은 예술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이라고 하였습니다. 물론 그가 주장한 예술은 당시 러시아에서 유행한 리얼리즘(Realism) 예술과 많이 결부되었지만, 예술 감상이 감상자의 카타르시스(Catharsis)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면 오늘날 현대 미술 감상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비록 현대 미술이 창작성과 개인의 개성 추구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감상자들에게 카타르시스의 형성이 없다면 예술은 인류에게 의미 없는 문화 유형으로 자리매김이 될 것입니다. 현대 미술 감상자들에게 카타르시스의 형성이 매우 중요한 이유는 현대 미술에서 나타난 기호와 상징, 그리고 색채나 형태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현대인들의 사유와 번민의 흔적을 표현해낸 조형 양상이기 때문입니다. 난해한 현대 미술의 조형 양상은 현대인들이 지닌 확장적 사고의 결실로 인류 문화 차원에서 발전과 진보의 과정이라고 역설됩니다. 무한한 사유체계를 가진 인류의 일원으로 저마다 표현한 조형 양상이 아류(亞流)가 아닌 진정한 창작 정신의 결과물이라면, 이를 감상한 감상자들의 카타르시스 형성 역시 부담 없이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이번에 마련된 전시회가 '생명으로 치유하다.'라는 주제로 '생명과 치유라는 삶 속 실천을 통해 현대 미술의 창작 의미를 고찰'하려고 기획되었으며, 팬데믹 상황에서 감상자들에게 예술 감상을 통한 카타르시스 제공에 의미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생명으로 치유하다-2021 인천가톨릭대학교 25주년 기념展_ 인천가톨릭대학교 리부스갤러리_2021

전시 참여 작가는 총 37인으로 전시될 작품은 추상미술 총 20점과 나머지 4점은 구상 작품과 사진 및 디자인 작품등으로 대부분 추상 작품이 많습니다. 전시될 작품을 평면과 입체 작품으로 구분한다면 평면 작품은 19여점이고 입체 작품은 5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시 작품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추상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추상미술의 개념을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미술에서의 추상성은 모더니즘 이후의 양상으로 화가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기반이 된 낭만주의 사조 이후 서서히 싹을 틔우다가 인상주의 예술이 태동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원래 낭만주의 예술은 화가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기반으로 재현으로부터 탈피되어 예술에서 주관적 감정 표현이 이루어졌으며, 진정한 의미에서 예술의 자율성이 확보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미적 근대성의 확보로 알려진 낭만주의 미술은 예술의 전통인 재현으로부터 탈피해 자율적인 예술 추구가 가능해졌습니다. 이후 예술의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경향은 크게 두 가지로 첫 번째 예술을 통해서 표현 가능한 영역들을 추구하려던 표현주의 계열과 자기 매체나 형식의 고유성으로 독자적 세계를 구축하려는 추상적 형식주의 계열로 진전될 수 있었습니다. 즉 미학적 입장에서 미술은 표현과 형식으로 양분되었지만, 모더니즘 예술 현상을 포괄하기에는 한계가 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낭만주의 이후 미술에서 모더니즘은 추상으로 구체화되었는데, 이러한 추상미술은 기본적인 조형 요소로 형태 없는 심상 표현이 많은데, 두 가지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형상의 생략과 단순화로 대상의 변형이나 주관적인 색채를 사용합니다. 두 번째는 무형의 형태인 감정이나 느낌과 생각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추상미술은 화가의 주관적인 예술 활동이므로 결국 그림을 이해하기보다는 화가를 이해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박미연_Untitled_캔버스에 유채_112×112cm_2021

추상표현주의는 색채나 형태에 내면적인 심리를 표현한 것이며, 작가 자신의 내면의 감흥이나 감동을 비구상적인 형태와 색채로 표현하여 주정적이고 뜨거운 느낌입니다. 주관성이 강하고 감정과 동작에 의한 열정적 표현이 특징이어서 비정형 추상이라 하며, 색채와 형태를 자유자재로 이용하여 즉흥적인 감흥을 많이 표현해 서정적이고 뜨거운 추상이라고도 합니다. 전시 작품에서 추상표현주의 계열의 작품으로 박미연의 「Untitled」(112×112cm, oil on canvas, 2021)는 작열하는 붉은색으로 자신만의 조형 세계인 꽃들의 생명력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반복적인 붉은 꽃잎 사이에 세 송이의 만개 된 꽃이 생명의 환희를 드러내고 있는데 구상과 추상의 적절한 조화로움이 느껴집니다. 대상의 형태가 해체되는 과정이 잘 드러난 박미연의 작품은 시간의 경과에 따른 꽃들의 변화를 대상으로 작가 자신의 감정을 이입해 놓은 추상화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꽃들에서 느꼈던 고양된 생명력이 마치 환상 교향곡의 아름다운 선율이 시각화되어서 기술된 것처럼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구상에서 추상으로 향하는 박미연의 꽃은 정열적인 색채의 생명력과 대상의 해체에서 창조된 이미지가 어우러져 시각적 하모니를 동반한 교향곡으로 감상자들에게 잠시나마 COVID-19에서 벗어난 시각적 위안을 줄 것입니다. 반면 박소영의 「반짝이는 블루(Shining blue)」(polyester, spangle 35×33×5cm, 2021)와 「서러워(sad)」(clearfilm on paper 56.5×76.5cm, 2018)는 파란색의 원색 향연을 보여주며 자신의 독특한 조형 세계인 심상들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심상을 파랑색으로 정갈하게 표현한 두 점의 작품에서 조형적 메시지가 강한 「반짝이는 블루(Shining blue)」는 플라스틱 재질을 활용해 특유의 질감이 구현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작품 「서러워(sad)」은 푸른색 필름 조각으로 "서러워"라고 직접 기술해 심상세계를 구체화함으로써 치유되어야 할 아픔인 서러움까지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작품들은 생명과 치유라는 전시 기획 의도와도 잘 맞습니다. 이처럼 박미연과 박소영의 작품은 여성특유의 심상 표현으로 전시 기획 의도인 '생명과 치유라는 삶 속 실천을 통해 현대 미술의 창작 의미를 고찰' 과 잘 맞는 작품입니다.

이열_거울형 회화-배꼽에 어루쇠를 붙이다_혼합재료_149×113cm_2020

그리고 얼룩 스크래치 부식 효과와 선명한 브러시 자국으로 한국 추상표현주의 맥을 거침없이 이어온 이열의 「거울형 회화-배꼽에 어루쇠를 붙이다」(Mixed Media, 113×149cm, 2020)는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끊임없이 탐구될 생명의 치유에 대한 사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얼룩 스크래치 부식효과에서 느껴지는 박제된 시간의 흐름들과 선명한 브러시 자국에서 보이는 생채기로 남은 마음의 상처들은 화가 자신의 가진 심상의 세계가 표출된듯합니다. 인간들은 저마다 말하지 못하고 치유되지 못한 마음 상처들을 축적되어 가는 시간에 박제시킵니다. 화가 이열은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시간에 박제된 치유되지 못한 내면의 상처들을 그가 명명한 거울형 회화에 응집시켜 놓고 있습니다. 그의 캔버스의 추상적 잔영들은 현대인들이 과거부터 축적 시킨 마음 속 아픔들로 치유되어야 하는 환영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 속 추상 이미지는 화가 자신의 심상 표현이지만 어쩌면 현대인들이 갖고 있는 아픔들을 대변하고 치유하려는 줄탁동시(啐啄同時)의 후경이 깃든 것으로 판단됩니다. 반면 변형된 추상표현주의로 독특한 회화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이한수의 「무제(tattoo)1302」(acrylic oil on canvas, 96.5×145cm, 2013)는 회화 본연의 열정적 색채와 우연에 의한 색채 효과를 배경으로 그려진 선형 인체에 각인된 문양들은 현대인들의 치유될 상처들이라 판단됩니다. 우연효과에 의한 보라색의 잔영들은 마치 태고의 시간을 암시해줍니다. 그리고 앞뒤 선형 인체에 새겨진 문신(文身, Tattoo)은 현대인들이 지니고 있는 마음의 상처들로 옆에 확대되어서 구상적 회화처럼 느껴집니다. 선형인체에 묘사된 문신들은 두 마리 말로 음양의 은유로 보입니다. 아마도 화가 자신의 심상 표현이지만 현대인들이 가슴속에 응어리 상태로 남아 있는 이성에 대한 환영이자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심리로 파악됩니다. 서로 상처로만 남아 있을 이성적 그리움과 내면의 아픔들이 치유될 대상으로 시각적 이미지화 사례로 화가 이한수의 독특한 회화 세계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화면에 그려낸 선형 인체는 COVID-19에 의한 팬데믹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불안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이라고 판단되어 생명 치유라는 본 전시회의 기획 의도와 잘 맞는다고 생각됩니다. 추상표현주의 작품인 이열과 이한수의 작품들은 '생명으로 치유하다'라는 본 전시회의 기획 의도가 잘 드러난 작품으로 감상자들에게 인상적으로 다가갈 것입니다. ● 그리고 환상적인 핑크색을 배경으로 얼굴의 이목구비를 담아내면서 독특한 글씨로 화면을 덮은 한효석의 「Human emancipation from capitalism 2021-3」(Mixed media on Canvas, 61×61cm, 2021)과 「Human emancipation from capitalism 2021-3」(Mixed media on Canvas, 1800×22×110cm, 2021)는 현대인들의 고독한 일면과 불안하고 어두운 징후들을 엿볼 수 있어서 생명 치유라는 기획 의도와도 일치되는 작품입니다. 유사한 부류의 문자 사용 작품으로 최헌기의 「음양」(mixed media on canvas, 150×150cm, 2017)은 동양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발묵 효과와 여백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회화의 세계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프로이트 철학의 음양 세계가 회화로 이입시킨 최헌기의 작품에서는 남녀의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회화로 치유하려는 의도 속에서 많은 사색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회화에 문자를 개입시킨 한효석과 최헌기의 추상 작품에서는 추상표현주의 요소와 구상 표현을 가미시킨 혼합된 양상의 작품으로 개념미술의 성향도 보이고 있으며, 융복합적인 회화 세계를 만날 수 있어서 감상자들에게 신경향의 회화 세계를 느낄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유정혜_The Garden of Coexistence(공존의 정원) 2015_ 코바늘뜨기(0.3mm, 0.2mm)_높이 12~15cm×20_2013~5

반면 기하학적 추상은 선과 색채의 엄격한 구성에 의한 조형 원리의 탐구이며, 주지적이고 차가운 느낌으로 절제된 화면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수학적 계산에 의한 형태를 사용하고 최소한의 형태와 색채로 자신의 감정을 배제하고 기하학적인 형태에 의해서 표현해 일명 차가운 추상이라고도 합니다. 전시된 기하학적 추상 작품으로는 꽃을 통한 생명의 환희를 조형적으로 승화시키며 직선과 곡선의 조화와 화려한 색채의 발묵 처리를 적절하게 활용한 강상중의 「생명. 빛을 보다 - 1」 (130.3×162.2cm, Acrylic Color, 2021)과 「생명. 빛을 보다 - 2」 (130.3×162.2cm, Acrylic Color, 2021)는 꽃을 통한 생명의 환희를 조형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며 직선과 곡선의 조화와 화려한 색채의 발묵 처리를 적절하게 활용한 작품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세련되고 절제된 꽃의 이미지를 통해서 약동하는 생명의 환희와 경외감들이 표현되어 감상자들에게 생명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합니다. 밝고 따사로운 색채들로 온화한 생명 의식을 고양한 그의 색채 표현들이 서로 어우러져 음악적 하모니를 이루면서 감상자들은 제각기 시각적 안도감에 취할 것입니다. 화려한 색채의 하모니를 느낄 수 있는 그의 색채는 순수함과 군더더기 없는 천진함이 느껴집니다. 색채가 형태이자 주제가 되었던 오르피즘(Orphism)은 20세기 초반에 일어난 회화 운동으로 서정적이면서도 음악적 하모니가 인상적입니다. 로베르 들로네가 오르피즘에서 추구하려던 색채의 향연이 강상중의 「생명 빛을 보다」에서는 보다 진지해지고 풍성해져 있습니다. 그의 작품에서 빛에 의한 색채의 하모니는 청아한 색채의 순수성으로 재탄생되었고, 온화한 생명 의식과 환희의 교향곡으로 승화되었습니다. 또한 조형적으로도 강상중의 작품들은 직선과 곡선이 절묘하게 조합되어 조화로운 유희가 느껴집니다. 그가 사용한 직선과 곡선에 의해 만들어진 면들은 조형적으로 기하학적 추상에 가깝지만, 온화한 서정성이 엿보입니다. 이러한 그의 조형성과 색채의 조합은 융복합적 회화 양상의 시대적 트렌드의 반영이라 판단됩니다. 따라서 강상중의 작품은 꽃들의 이미지에 생명의 빛을 담아낸 특화된 조형 언어라 할 수 있습니다. ● 한편 유정혜의 「The Garden of Coexistence(공존의 정원) 20215」(0.3mm&0.2mm, 코바늘뜨기 Crochet, h:12cm-15cm, 20 pieces, 2013-2015)에서는 기하학적인 추상이 잘 드러나 있으며, 재료의 특성을 잘 살린 작품으로 엄격한 가운데서 수학적 깊이가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체스 게임 판에 체스들이 겹쳐진 상태를 묘사한 것처럼 보이는 유정혜의 코바늘 뜨기 작품은 기하학적인 이미지가 선명한 깊이감이 보입니다. 붉은색과 회색 및 흰색으로 표현된 작품들은 실재와 그림자가 공존되어 마치 공간속 새로운 환영들이 혼돈스럽게 펼쳐져 있습니다. 폴리싱(polishing) 타일 위 붉은색 투명 유리잔들이 즐비하게 겹쳐 있는 장면이 연상되는 이 작품은 화가 유정혜이 만들어 놓은 새로운 공간으로 공존의 장소입니다. 공존의 정원으로 명명된 그곳에는 서로 다른 실재들이 가상과 어울리는 장소로 거듭나면서 서로를 이해해주는 치유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유정혜의 작품에서 공존의 정원은 아마도 서로를 인정하며 함께 존재하자는 휴머니즘의 잉태 공간으로 생명 치유의 장소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독특한 색채로 채색된 기하학적 추상으로 몬드리안의 작품 정서와 유사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김재남의 「Unreachable Point, Veiled Point-Étretat(France) #16」(97×97cm, Acrylic on Linen, 2021)과 「Unreachable Point, Veiled Point-Étretat(France) #16」(97×97cm, Acrylic on Linen, 2021)은 작가의 추상적 해석이 돋보입니다. 정사각형의 여러 면을 자신의 색채로 채색하면서 새로운 정서를 표현한 김재남의 작품에서는 도달할 수 없는 지점들이 다양하게 색면 처리되었습니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실재하는 대상의 재현이 추상으로 대처되면서 다양한 색면으로 표현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실재 이미지를 컴퓨터에서 추출한 색채로 재구성해서 새로운 이미지로 유추해냈습니다. 모든 이미지를 확대하거나 컴퓨터로 처리하다 보면 실재의 잔영은 기하학적은 정사각형에 의해서 재현됩니다. 그는 이러한 회화 작업을 통해서 현대인들이 가져야 할 시각적 순수성에 대한 담론을 순수한 조형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의 조형 언어는 현대인들의 왜곡된 시각적 이미지에 대한 근원적 탐구로 추상을 통한 조형적 성찰이라고 생각됩니다. 비록 시각적 이미지를 함의된 조형 언어로 기술되지는 못했지만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현대인들이 지닌 왜곡된 시각적 실체를 보정하고 치유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 생각됩니다. 따라서 그의 작품들은 조형적 순수성을 향한 노스탤지어(Nostalgia)로 보여지며, 현재 COVID-19로 인해서 나락에 빠져가는 인류에게 순수성 회복과 치유에 전념할 것을 조형 언어로 기술해낸 셈입니다.

이계원_Allotropism(同質異形)-The Heritag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130.3cm_2019

이와 유사한 계통의 작품이지만 단순화로 순수 조형의 새로운 담론을 제공해주는 이계원의 「Allotropism(同質異形)-The Heritage」(acrylic on canvas, 162.1×130.3cm, 2019)에서는 차가운 기하학적 추상의 분위기들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이계원은 오랫동안 '동질이형(同質異形)'이라는 주제로 추상 회화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가 처음 이런 작업을 시도한 것은 유학 중 경험했던 다인종과 다문화 속에서 인류라는 동질성이 존재하고, 아울러 각각의 인종이나 민족의 이질감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신만의 독특한 회화적 조형 언어인 중첩된 색면으로 기술했던 것입니다. 그의 캔버스에 중첩된 색면은 아마도 인류가 지향하고 있는 보편적인 휴머니즘이나 가치지향적인 삶의 태도 등으로 주제인 동질이라고 판단됩니다. 즉 인종이나 민족이 지닌 독특함을 이형(異形)의 개념으로 파악한 그에게 인류가 추구하는 공통적 특성이 바로 동질(同質)인 셈입니다. 그는 휴머니즘을 기반으로 하는 가치지향적인 삶의 태도가 오늘날 같은 인류 공멸의 위기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고 보고 있으며, 이를 자신이 추구하는 순수 조형적 언어로 표현하였다고 봅니다. 그가 순수 조형 언어로 우리에게 전하려던 메시지는 위기에 처한 인류에게 보편적인 휴머니즘의 동질이라는 가치를 발현해 생명 치유로 이어가는 조형적 외침이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이계원의 동질이형은 이형의 대립적 심상보다 동질에 큰 함의가 담겨있는 작품입니다. 비록 전경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하학적 정서를 후경에서 의도하려는 자신의 독특한 심상으로 압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 출품된 그의 작품에서 의도한 후경은 개별 인종이나 민족들이 처한 오늘날 팬더믹 상황을 인류의 휴머니즘으로 극복하자는 의미가 내포되었다고 해석됩니다.

이상은_Void(빈터) 20215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7×91×3cm_2021

이외도 기하학적 추상 작품으로 이상은의 「Void(빈터) 20215」(Acrylic on Canvas, 117×91×3cm, 2021)는 연이은 붓 터치들에 의한 선과 색면들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에서 반복된 선형 색면들은 한 획으로 그려진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반복해서 이루어진 결과물로 색면의 단조로움을 상쇄 시킬 수 있는 결실로 보입니다. 마치 르네상스 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암법인 스푸마토(sfumato)가 연상되는 그의 추상적 색면들은 중첩의 복잡성보다는 밝은 색면에서 느껴지는 단아함이 표현된 독특한 조형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다룬 Void(빈터) 시리즈는 공간 속 시간의 간격들이 쌓아진 자신만의 조형 언어들로 시간 흐름이 공간에 배치된 셈입니다. 시공간을 조형화시켰다는 그의 작품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는 작가 의지의 산물로, 공간을 지배하는 시간의 층간들이 무수히 반복된 선형 색면으로 호흡하면서 산재된 공간적 역사로 자리 매겼습니다. 현재 인류에게 고통스러운 생채기를 남기고 있는 COVID-19도 그의 작품에서는 중첩된 선형 색면의 과정일 뿐입니다. 인류 역사란 큰 틀에서 COVID-19은 소소한 일상적 사건처럼 치부되어, 기표된 색면의 한 획으로 표현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즉, 그의 작품 전경에서 보여준 시공간이 중첩된 색면들은 아마도 박제된 인류의 유산처럼 팬데믹 상황 속 우울한 일상도 작품 후경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르트만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 후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처럼, 이상은의 색면화에서 후경은 단순한 시공간의 중첩이 아닌 역사의 일부들이 단순 조형 언어로 박제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디지털 프린트로 제작된 이배경의 「ocean」(digital print(diasec), 30×100cm, 2020)에서는 바다를 기하학적으로 단순화시킨 표현이 돋보입니다. 바다 표면을 기하학적인 면으로 재구성해 표현한 그의 작품에서 물결의 액체는 연속된 사각 면으로 단순화되었지만, 연속된 사각 면들의 조합에서는 새로운 유동성이 느껴집니다. 순수 조형인 선면들로 이루어진 이배경의 「ocean」은 현실 풍경이지만 순수 조형으로 재해석되면서 이지적 풍경으로 새로운 세계관을 조망하게 하였습니다. 단순화된 사각 면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인상들이, 연속된 사각 면에서는 유동성이 느껴질 만큼 부드러움이 내포되어서, 오히려 역설적인 조형 표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순수 조형 요소인 선과 면들로 풍경의 왜곡되지 않음을 이배경의 작품이 입증하고 있습니다. 순수 추상도 풍경 이미지의 느낌까지 조형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지닌 진가가 느껴집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추상적 회화 세계관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동욱_묶여있는 결합 tying combination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8

입체 추상 작품인 김승환의 「Organism 2021-8」(144×140×140(h)cm, Stainless steel, 2021), 「Organism 2021-13」(134×30×138(h)cm, Stainless steel, 2021)과 이동욱의 「묶여있는 결합(tying combination)」(mixed media,dimension variable copy, 가변크기, 2018)은 스테인리스 스틸에 미러 피니싱 기법을 사용해 거울처럼 반사되는 효과를 활용한 작품으로 추상표현주의와 기하학적 추상요소가 함께 엿보입니다. 영원한 생명을 담아내려는 김승환의 조각 작품들은 스테인리스 스틸에 미러 피니싱 기법을 사용해 거울처럼 반사되는 효과를 표현한 작품으로 유기체 시리즈 중 일부입니다. 영원한 생명을 담아내려는 김승환의 조각 작품들은 미러 피니싱 기법에 의한 스테인리스 스틸의 유기적인 연결과 비정형 조형의 잔상을 거울처럼 서로 비추며 품고 있어서 조화로운 생명 찬가가 느껴집니다. 우리 주변의 유기체들은 서로에게 적잖은 영향을 서로 주고받으며 시공간에서 강한 생명력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김승환의 조각 작품들은 이렇게 공생하는 유기체들의 생명감을 스테인리스 스틸의 미러 피니싱 기법에 의한 비침과 반사라는 새로운 형태의 조형 언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의 독특한 조형 언어들은 공감각적 환영을 제시해줌으로써 입체 작품의 재료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였습니다. 대부분의 입체 작품들은 재료의 특수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질감으로 대처했지만, 그의 조각 작품들은 오히려 재료의 특수성을 살린 미러 피니싱 기법으로 조형 언어의 진화를 가져옵니다. 그의 작품 유기체 시리즈에서 추구하려는 조화로운 유기체들의 생명력이나 생명감은 스테인리스 스틸의 미러 피니싱 기법에 의한 확장적 조형 언어가 기여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아마도 유기체의 조화로운 생명력이 표현된 김승환의 스테인리스 스틸 작품은 팬데믹이라는 극한의 상황도 인류가 꼭 극복해야 할 과제임을 깨우쳐 주는 조형 언어이자 조형적 상징이라고 생각됩니다. 반면 한계륜의 「터치다운!」(나무 위 페인트, 흰색시트지, 비디오프로젝션, 2400×140×2400 cm, 2016), 「자기분석장치-II」(철위에 도장, 프린트용지, 1800×22×110cm, 2019)에서는 기하학적인 추상 조각의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차기율_聖.星.風水 2021-1_혼합재료_53×46×10cm_2021

그리고 반입체 작품인 차기율의 「聖.星.風水 2021-1」(혼합재료, 53×46×10cm, 2021)와 「聖.星.風水 2021-2」(혼합재료, 53×46×10cm, 2021)는 아상블라즈 형식으로 기하학적 추상의 모범된 사례를 보이고 있으며, 조광호의 「Monunent of Life」(seed glass 위에 유약소성, 60×120cm, 2021), 「The monument of life」(seed glass 위에 유약소성, 60×120cm, 2021)에서는 구상과 추상이 혼합된 양상입니다. 그 외 이장원의 「Wilson」(VR HMD, Sensor, Brass, galvanized steel, electronic device, software, 가변크기 설치 (H:4800), 2018~2019)에서는 작품의 직접적 체험을 할 수 있는 전위적 성격의 작품으로 실험성이 돋보입니다. 이장원의 작품에서는 감상자들이 작품 속 가상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예술적 환영에 대한 거부감들을 어느 정도 상쇄할 것입니다. 아울러 감상자들이 작품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장원 작가의 작품은 작가가 의도한 '전위 예술 세계에 대한 관객과의 호응'이 잘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광호_The monument of life_시드글래스에 유약소성_120×60cm_2021

그 외 특이한 작품으로는 신체 예술로 의학적인 요소가 개입된 윤관현의 「C2010-003-F27」(Digital print on Hahnemühle William Turner paper, 120×80cm, 2010) 작품은 코비드 19에 의한 팬데믹 상황에서 눈여겨 볼 작품입니다. 인체에 그물망처럼 연결된 혈관들을 투사해낸 윤관현의 작품은 인간의 생명이 수많은 혈관 속 혈액들의 순환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장엄하게 시각화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번 전시 기획인 생명 치유와도 직접적으로 관련된 작품으로 관람자들에게 또 다른 예술적 흥미를 갖게 할 것입니다. 인간 육신을 시각화하면서 외적 이미지에 익숙했던 우리에게 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가장 본질적인 인간 탐구이자 과학의 발달로 볼 수 있는 인체의 순수함이 구현된 이 작품은 전위적인 예술의 새로운 흐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르네상스 시기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년)가 인간 탐구를 위해서 시도했던 인체 해부처럼 어쩌면 윤관현의 작품은 과학화된 장비를 이용한 인체 해부의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윤관현이 21세기 첨단 의료 장비인 MRI를 활용한 예술 표현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인간 탐구의 방법으로 예술과 과학의 협업 양상이자 융복합예술의 단면입니다. 인간 생명의 근원이 되는 혈관을 시각화시킨 윤관현의 작품은 조형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주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구자영_M1.1898_디지털 C 프린트_84.1×150cm_2021

사진으로 한국적 산수의 느낌을 담아낸 구자영의 「M1.1898」(84.1×150cm, 디지털 C 프린트, 2021)은 디지털 C 프린트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근경은 해상에 떠 있는 화물선의 실루엣이 겹쳐 묘한 환영을 보여주고, 중경과 원경에 산들의 이미지는 전통 산수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갖게 합니다. 구자영의 사진 프린트 작품에서는 플라톤이 가졌던 예술가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떠오릅니다. 플라톤(Platon)은 그의 이상국(理想國)에서 예술가의 추방을 말하면서 예술은 도덕에 의해서 추락한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가 예술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논한 것은 진실에서 두 단계 떨어진 예술이 그가 꿈꾸던 이상사회(Utopia)에서 혼란을 초래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대철인 플라톤의 입장에서는 본질을 호도하고 있는 예술적 환영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구자영의 사진 프린트 작품에서 근경 붉은색 화물선의 겹친 실루엣은 묘한 환영을 만들어 감상자로 하여금 형태와 색채의 착시에 따른 혼돈을 느끼게 합니다. 플라톤이 진실을 왜곡한 예술에 대해서 강하게 거부했던 이유가 이상사회의 파괴를 두려워서 내렸던 가혹한 진리라면, 구자영의 사진 프린트 작품은 현대인들에게 왜곡된 이미지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구자영의 사진 프린트 작품의 전경의 이미지에서 자연 배경 속에 투영된 근경 화물선의 중첩된 실루엣과 색채는 현상의 실체에 대한 강한 부정처럼 보이지만, 후경에는 자연과 인공의 조합을 통한 생명 치유의 조형적 포착으로 판단됩니다. 이것은 아마도 플라톤이 그리던 이상사회에서의 부정적 예술 시각처럼, 구자영의 예술적 고뇌가 예술과 환영에 대한 심각한 번민의 흔적을 반영하면서 생명 치유의 간절한 희망이 암시된 시각언어로 보입니다. 이처럼 현대인들에게 시각적 편안함으로 한국적 산수의 느낌을 담아낸 구자영의 작품 또한 팬데믹 상황에서 생명 치유의 기획 의도에 걸맞게 치유와 안식에 대해서 생각하게 합니다. 또한 디자인적 조형 언어로 순수한 미적 정서로 어릴 적 천진스러움을 소환시킨 작품이면서 책 표지 디자인 요소가 강한 정영한의 「이미지-時代의 斷想 (Image-Fragment of the time)」(acrylic oil on canvas, 162.1×112.1cm, 2020) 등도 이번 전시를 빛내고 있습니다. 이외 신장식의 「금강산 만물상」(캔버스에 한지 아크릴, 50×91cm, 2021)은 전통 한지에 그려낸 풍경 유화로 장엄한 금강산의 이미지를 새롭게 시각화시킨 작품입니다. 금강산의 조형적 해석을 전통 한지 위에 유화 물감으로 묘사해냄으로써 감상자에게 새로운 시각적인 느낌이 제공되었습니다. 한편 장대한 금강산의 기암괴석 사이에 묘사된 나무들은 녹색의 색채로 단순하게 채색되어서 전통 산수화 표현기법인 원산무목(遠山無木) 근산유목(近山有木)이 그대로 수용되었습니다. 근경에 짙은 녹색으로 묘사된 태양을 등진 소나무의 잔영들과 중경과 원경의 기암괴석 음영들은 화가가 포착한 현실 풍경의 조형적 해석으로 독특한 시각적 향수가 느껴집니다. 전통 한지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묘사된 신장식의 금강산 만물상에서는 금강산 만물상에 대한 화가의 새로운 조형적 해석이 느껴집니다. 김경란의 혼돈 속 질서를 담아낸 작품과 윤종구의 「숲 20-10」(oil on canvas, 100×73cm, 2020), 「forest 18-03」(oil on canvas, 117×80cm, 2018)은 다양성과 독창성을 잘 드러내는 작품들입니다. 특히 윤종구의 작품에서는 충분한 관찰로 숲을 표현하면서 시간에 따른 숲의 빛의 농도들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들입니다.

김경란_비오성인이야기_브론즈_230×120×0.5cm_2021

강상중의 「생명. 빛을 보다 - 1」 (130.3×162.2cm, Acrylic Color, 2021)과 「생명. 빛을 보다 - 2」 (130.3×162.2cm, Acrylic Color, 2021)는 꽃을 통한 생명의 환희를 조형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며 직선과 곡선의 조화와 화려한 색채의 발묵 처리를 적절하게 활용한 작품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세련되고 절제된 꽃의 이미지를 통해서 약동하는 생명의 환희와 경외감들이 표현되어 감상자들에게 생명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합니다. 밝고 따사로운 색채들로 온화한 생명 의식을 고양한 그의 색채 표현들이 서로 어우러져 음악적 하모니를 이루면서 감상자들은 제각기 시각적 안도감에 취할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화려한 색채의 하모니를 느낄 수 있는 그의 작품에서 색채는 색채의 순수함이 군더더기가 없이 천진함이 느껴집니다. 색채가 형태이자 주제가 되었던 오르피즘(Orphism)은 20세기 초반에 일어난 회화 운동으로 서정적이면서도 음악적 하모니가 인상적입니다. 오르피즘의 대가 로베르 들로네(Robert Delaunay, 1885~1941)는 풍성한 빛과 색의 하모니를 작품에서 연출하려고 많은 고통의 시간을 감내해 내었습니다. 로베르 들로네가 오르피즘에서 추구하려던 색채의 향연이 강상중의 「생명 빛을 보다」에서는 보다 진지해지고 풍성해지고 있습니다. 풍성한 빛에 의한 색채의 하모니는 청아한 색채의 순수성으로 재탄생되었고, 온화한 생명 의식과 환희의 교향곡으로 승화되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조형적으로도 강상중의 작품들은 직선과 곡선이 절묘하게 조합되어 조화로운 유희가 느껴집니다. 그가 사용한 직선과 곡선에 의해 만들어진 면들은 조형적으로 기하학적 추상에 가깝지만, 온화한 서정성이 엿보여집니다. 그의 작품에서의 기하학적 조형성은 피트 몬드리안(Piet Mondrian 1872~1944)의 선과 면을 사용했지만, 어쩌면 음악적 조화와 율동감이 느껴지는 색채로 인해서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의 비정형 추상인 서정적 추상처럼 착각을 갖게 합니다. 이러한 그의 조형성과 색채의 조합은 융복합적 회화 양상의 시대적 트랜드의 반영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강상중의 작품은 꽃들의 이미지에 생명의 빛을 담아낸 특화된 조형 언어라 할 수 있습니다.

윤종구_숲 20-10_캔버스에 유채_73×100cm_2020

구자영의 「M1.1898」은 디지털 C 프린트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근경은 해상에 떠 있는 화물선의 실루엣이 겹쳐 묘한 환영을 보여주고, 중경과 원경에 산들의 이미지는 전통 산수화를 보는 듯 착각을 갖게 합니다. 구자영의 사진 프린트 작품에서는 플라톤이 예술가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떠오릅니다. 플라톤(Platon)은 그의 이상국(理想國)에서 예술가의 추방을 말하면서 예술은 도덕에 의해서 추락되어 진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가 예술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논한 것은 진실에서 두 단계 떨어진 예술이 그가 꿈꾸던 이상사회(Utopia)에서 혼란을 초래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대철인 플라톤의 입장에서는 본질을 호도하고 있는 예술적 환영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구자영의 사진 프린트 작품에서 근경 붉은색 화물선의 겹친 실루엣은 묘한 환영을 만들어 감상자로 하여금 형태와 색채의 착시에 따른 혼돈이 느끼게 합니다. 플라톤이 진실을 왜곡한 예술에 대해서 강하게 거부했던 이유가 이상사회의 파괴를 두려워서 내렸던 가혹한 진리라면, 구자영의 사진 프린트 작품은 현대인들에게 왜곡된 이미지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경과 원경의 산들 이미지는 능선에 의지한 형태와 원근에 따른 색채로 편안한 시각적 양태를 보여줍니다. 마치 전통 산수화의 표현에서 원산무목(遠山無木) 근산유목(近山有木)으로 "멀리 있는 산은 나무를 그리지 않고, 가까이 있는 산에 나무를 그린다." 즉 "멀리 있는 산은 형체만 그려주고 가까이 있는 산에는 나무를 그려준다."는 의미가 화면에 그대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색채에서도 근경에서 붉은색과 흰색으로 이루어진 화물선과 중경과 원경의 녹색 계열이 시각적 평안함에 일조하고 있습니다."생명과 치유라는 삶속 실천을 통해 현대 미술의 창작의 의미를 고찰"의 기획 의도를 고심한 작가는 생명의 현상을 자연과 인공물의 조화 속에서 찾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구자영의 사진 프린트 작품의 전경의 이미지에서 자연 배경 속에 투영된 근경 화물선의 중첩된 실루엣과 색채는 현상의 실체에 대한 강한 부정처럼 보이지만, 후경에는 자연과 인공의 조합을 통한 생명 치유의 조형적 포착으로 판단됩니다. 이것은 아마도 플라톤이 그리던 이상사회에서의 부정적 예술 시각처럼 구자영의 예술적 고뇌가 예술과 환영에 대한 심각한 번민의 흔적을 반영하면서 생명 치유의 간절한 희망이 암시된 시각언어로 보여집니다. ● 김승환의 입체 작품 「Organism 2021-8」(144×140×140(h)cm, Stainless steel, 2021)과 「Organism 2021-13」(134×30×138(h)cm, Stainless steel, 2021)은 스테인리스 스틸에 미러 피니싱 기법을 사용해 거울처럼 반사되는 효과를 표현한 작품으로 유기체 시리즈 중 일부이다. 영원한 생명을 담아내려는 김승환의 조각 작품들은 미러 피니싱 기법에 의한 스테인리스 스틸의 유기적인 연결과 비정형 조형의 잔상을 거울처럼 서로 비추며 품고 있어서 조화로운 생명 찬가가 느껴집니다. 우리 주변의 유기체들은 서로에게 적잖은 영향을 서로 주고 받으며 시공간에서 강한 생명력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김승환의 조각 작품들은 이렇게 공생하는 유기체들의 생명감을 스테인리스 스틸의 미러 피니싱 기법에 의한 비침과 반사라는 새로운 형태의 조형 언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의 독특한 조형 언어들은 공감각적 환영을 제시해줌으로써 입체 작품의 재료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였습니다. 대부분의 입체 작품들은 재료의 특수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질감으로 대처했지만, 그의 조각 작품들은 오히려 재료의 특수성을 살린 미러 피니싱 기법으로 조형 언어의 진화를 가져옵니다. 그의 작품 유기체 시리즈에서 추구하려는 조화로운 유기체들의 생명력이나 생명감은 스테인리스 스틸의 미러 피니싱 기법에 의한 확장적 조형 언어가 기여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아마도 유기체의 조화로운 생명력이 표현된 김승환의 스테인리스 스틸 작품은 코비드 19에 의한 팬데믹의 한계 상황도 인류가 꼭 극복해야 할 과제임을 깨우쳐 주는 조형 언어이자 조형적 상징이라고 봅니다. ■ 최윤철

Vol.20210906c | 생명으로 치유하다-2021 인천가톨릭대학교 25주년 기념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