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번거롭게

2021_0901 ▶ 2021_0905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령문_서니_애리_우디 초심지_카디움_타파이

주최,주관 / 공간630 기획 / 임재형

관람시간 / 11:00am~08:00pm / 월요일 휴관

신촌문화관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2마길 14 2층 Tel. +82.(0)2.517.1124

Print라는 단어를 보면 사람들은 무엇을 떠올릴까? ● 화면에 뜬 '인쇄하기' 버튼, 그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 몇 초의 시간, 유/무인 프린트 샵, 읽거나 풀어야 하는 유인물과 서류 뭉치들. 많은 이들이 이런 것을 떠올리지 않을까? ● 그러나 어떤 이들은 Print라는 단어 앞에서 꼬질꼬질해진 손과 도구들, 그것과 씨름하는 며칠몇 주의 시간, 잉크 냄새 가득한 작업실, 미술작품 혹은 미술이 깃든 사물들을 떠올린다. 이젠 불필요해 보이는 노력을 굳이 하면서 그 일을 즐기기까지 하는, 이상한 사람들. ● 번거롭지 않은 사랑은 없다. 그러나 사랑에 빠진 이는 그 번거로운 일을 기꺼이 하고자 한다. 누군가에게 그의 행동은 비합리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멀리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어떤 세계가 거기에 있다. 그 세계가 영원한 책처럼 우리에게 끝없이 무언가를 준다면, 그 책장을 넘겨보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 이 전시는 '판화'라는 세계의 몇 페이지를 들추어 그들의 사랑을 함께 살펴볼 것을 제안한다. 판화 공방 및 작업실로 운영되는 '공간 630'의 구성원들이 만든 작품은 다양한 관심사를 담고 있지만, 그 내용에 골몰하기보다는 그것을 판화로 풀어내는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전시는 그들이 작품에 담아낸 내용 뿐 아니라 그것을 담은 그릇인 판화에 관한 정보 또한 함께 제공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 전시장에 곳곳에 비치된 네 종류의 카드는 전시작에 사용된 판의 종류와 기법, 제작과정에 관한 간략한 설명을 담고 있다. 작업을 위해 제작된 판들도 함께 전시된다. 레시피와 재료를 알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처럼, 알고 나서 보면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판화의 매력을 음미해보는 시간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 물론 이 전시는 '판화'라는 거대한, 어쩌면 끝없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러나 일각은 숨겨진 더 큰 세계의 명백한 증거다. 누군가는 그 세계의 존재만으로 위안을 얻을지 모르고, 누군가는 그것을 상상할 것이며, 다른 누군가는 직접 찾아 나설 것이다. 이곳의 작가들처럼.

령문_Jeju Tangerine Tree_종이에 목판_33×44cm_2021
Sunny_Melting_종이에 실크스크린_41×29cm_2021
애리_Black hole_종이에 실크스크린_36×53cm_2021
우디_Let's make a mess!_종이에 실크스크린_ 29.7×21cm_2021
초심지_[Home Alone] 노을지는 늦은 오후_종이에 실크스크린_53×40cm_2021
Cadiume_잔상_종이에 유성 모노타입_50×71.3cm_2021
정나영_Flower In The Early Evening(초저녁의 노란 꽃)_종이에 석판_32×21cm_2021
기꺼이 번거롭게展_신촌문화관_2021

전시는 작품을 통해 드러나는 관심사의 연관성에 주목하여 작가들의 작품을 배치하고 보여준다. ● 령문, 타파이, 카디움 작가는 각자가 지닌 감수성의 필터로 여과한 주변의 사물, 풍경, 이미지를 보여준다. 령문은 반복적으로 깎거나 찍어내는 목판 작업의 수행적 측면에 주목한다. 평화로운 정취가 느껴지는 전원적 풍경의 단상과 수행을 통한 치유의 이미지가 어우러진다. 타파이는 산책 속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래서 더욱 각별하게 느껴진 풍경과의 교감을 석판으로 표현했다. 풍경과의 기억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그 때의 분위기를 섬세하게 드러내고자 한 흔적이 엿보인다. 카디움은 자신이 찍거나 발견한 사진을 그리되, 사진에 온전히 담기지 못한 여운이나 심상을 떠올리거나 별개의 이미지로 찾아 함께 활용한다. 모노타입의 유동적 표현을 활용, 자신만의 질감과 느낌을 지닌 화면을 찾아 가고 있다. ● 우디와 애리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통해 주위의 현상이나 대상을 새롭게 보고 이해하려 한다. 우디가 만든 '몬(mon)'들은 컵이 엎어져 있거나 음식이 문득 보이지 않는 등, 집안에서 일어나는 미스테리한(?) 사건의 숨은 범인들이다. 주변에 대한 예민한 관찰과 상상을 버무려 유쾌한 그래픽으로 표현해냈다. 애리가 그리는 '썬더독 친구들'의 특징은 왕성한 궁금증을 지닌 탐험가들이라는 것이다. 유아적인 낙서의 느낌을 의도한 필치는 그가 그리는 세상을 '아이들'이라는 또 다른 세상과 연관 지어 생각하게 한다. ● 서니와 초심지 작가는 다른 존재들을 우리처럼 바라보는 시각을 표현하거나, 그렇게 할 것을 요구한다. 서니가 그린 컵은 자신만의 은유로 표현한 사람들이다. 유동적이고 다른 무엇과 반응하며 수시로 변하는 액체는 '감정', 그것을 담아내는 컵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비슷한 듯 다르게 모여있는 컵들은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면면을 닮았다. 초심지는 동물도 사람처럼 대해 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림 속 강아지와 고양이는 마치 사람처럼 그려져 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노 분양 연설”이라는 제목에 든 '분양'의 의미를 곱씹다 보면, 그것이 동물들에게 얼마나 무정한, 나아가 무지한 표현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 임재형

Vol.20210907i | 기꺼이 번거롭게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