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래 It Is Just The Way It Is

스톤김展 / Stone Kim / photography   2021_0910 ▶ 2021_1005 / 추석당일 휴관

스톤김_지킬과 하이드_사진, 피그먼트 프린트_36.7×50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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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추석당일 휴관

이브갤러리 EVE GALLERY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114길 5 이브자리 코디센 빌딩 5층 Tel. +82.(0)2.6490.3141 www.evegallery.co.kr

서로 다른 우주에서 만나 ● 머리카락, 얼룩, 먼지. 깨끗해도 마찬가지다. 이번 삶은 지하 바닥에서 철길 위를 돌다 끝나려나. 다르게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고개 숙여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도 비슷한 것일 테다. 맨드라미인데 제목이 지킬과 하이드다. 그러고 보니 그림자가 눈에 들어온다. 햇빛을 등진 그늘진 얼굴. 잠시 멈춘 호흡. 셔터를 누르는 오른손. 맨드라미는 이제 뇌처럼 보인다. 그림자가 어디에 비치느냐에 따라 그 안의 모습은 변할 것이다. 그리고 그림자의 모습도 변한다. 누구나 때로는 지금과 다른 상황, 다른 자신에 대해 생각한다. 사랑과 희망이 있었던 그러나 이제는 지나가 버린 순간에 대한 그리움과 후회가 가득 차면 현재는 공허해진다. 이럴 때 양자역학은 꽤 솔깃한 이야기를 해준다. 모든 확률이 존재하며 지금 우리의 세계는 수많은 가능한 상태 중 하나일 뿐 다른 모습의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우주가 존재할 수 있다고.

스톤김_평면화 된 3차원 구_사진, 피그먼트 프린트_50×50cm_2021
스톤김_편면화 된 3차원 삼각뿔_사진, 피그먼트 프린트_50×50cm_2021

사람은 수많은 사건과 현상, 마음과 반응 중 자신이 보고 접한 것만 겨우 알며 삶으로 엮어낸다. 저마다 다른 것들을, 또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한다. 이토록 다른 세계를 살면서도 서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이해될 수 있는 정해진 방식을 통해 표현해야 한다. 평면화된 3차원 연작은 아이들의 장난감을 찍은 것이다. 강한 대비와 높은 투명도, 날카로운 경계선과 하이라이트는 입체 또는 그림 같은 느낌을 동시에 강하게 한다. 놀이는 독창성을 자극하는 동시에 상식적으로 보고 느끼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투명한 입체는 각도에 따라 매우 다르게 보일 수 있는데 이 차이들이 쌓여 서로 굉장히 다른 것이 된다. 그렇게 달라진 나와 너의 수많은 상태와 결정의 결과를 우리는 살고 있다. 어떤 것은 퍽 만족스러운가 하면 어떤 일은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다. 곰인형이 주인공인 사건 현장 사진. 뭔가를 토했거나 쏟았는데, 곰이 그랬을까. 긁힌 자국과 주름 가운데 지퍼가 보인다. 그거 열려? 안에 누구니? 포기한 듯 기절한 듯 그러나 반전이 있을 듯한 뒷모습. 원래 그렇다고 말하지만 왠지 한숨 같다. 애쓰고 부딪히고 울던 시간은 벗어났지만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끝나지 않는 감정이 있다.

스톤김_원래 그래_사진, 피그먼트 프린트_36.7×50cm_2021
스톤김_양자(생사)얽힘_사진, 피그먼트 프린트_60×60cm_2021

어떤 순간은 그로부터의 미래를 영영 바꾼다. 변화가 보이는 삼면화의 제목에 ‘일시 정지’가 들어가 있다. 흰 물체들이 각각의 빠르기로 각각의 방향으로 이동하고 전깃줄과 나무들 역시 각자 움직이고 있다. 시간은 저마다 다르게 흐르고 이들은 특정 시점에 특정 시점에서만 함께 보였다가 이내 멀어져 간다. 그러나 어떤 장면은 누군가에게 영원히 현재로 정지되어 있다. 지나간 어느 날에 자신의 일부를 두고 온 사람은 쉼 없는 시간의 흐름을 별안간 날카롭게 느낀다. 지나치게 파랗고 앞으로도 파랗기만 할 장식용 나무를 보고 불멸을 질투하기도 하는데, 생명이 없어야 죽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은 때로 아주 곰곰이 생각해 본 후에야 떠오른다. 작가의 의식은 다른 과거 미래 차원을 오간다. 시공간이 불쑥불쑥 바뀌고 연결되고 이동한다. 파란 배경에 게 스티커를 보고 망망대해에 동그마니 놓인 기분이 되고, 곰팡이에서도 생사의 얽힘을 떠올린다. 검은 바탕에 찍힌 자국은 블랙홀이, 별과 달 색종이가 붙은 벽은 우주가 된다. 어둠 속의 식물에 비친 빛 또한 마치 다른 차원의 징조 같다. 누군가를 너무 그리워한 나머지 창문의 얼룩이 멀리서 오는 그 사람의 모습처럼 보였다던가, 하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스톤김_Immortal_사진, 피그먼트 프린트_66.7×90cm
스톤김_잘 가 그리고 다음 차원에서 만나_사진, 피그먼트 프린트_70×95cm_2021

가로등 불빛 너머의 어두운 공간. 손이 인사한다. 잘 가... 그 위로 달이 세 개 비치는데, 하나는 창 너머 어둠 속에 있는 것인가 싶다. 헬멧이나 해골 같은 무언가의 시선은 달들을 비껴 있고 그 옆의 손이 가리키는 곳에는 어둠뿐이다. 손들과 얼굴이 저마다 다른 쪽을 향해 있는데 이들이 다음 차원에서는 만날 수 있으려나 싶다. 쓸쓸한 전망이다. 무한한 평행 세계들 속에서. 오직 하나의 삶과 세계를, 한 방향으로만, 한 번만 사는 유한한 존재의 감각이다. ■ 서한겸

Vol.20210910h | 스톤김展 / Stone Kim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