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려야 뗄 수 없는

강선미展 / KANGSUNMEE / 姜善美 / installation   2021_0910 ▶ 2021_1029 / 일,공휴일 휴관

강선미_148g_접착 시트지 컷팅_가변크기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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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미 홈페이지_www.linekang.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레이블갤러리 LABEL GALLERY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26길 31 (성수동2가 278-40번지) labelgallery.co.kr @label.gallery

기억을 간직한 흔적들 ● 프란시스 알리스의 「실천의 모순」, (1997)이란 유명한 퍼포먼스는 멕시코 거리에서 커다란 얼음 덩어리를 하루 종일 밀고 다닌 작업인데 작가는 이 작업에 "때로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무를 초래한다"라는 멋진 부제를 붙였다. 현재 우리가 애써 이루고 있다고 여겨지는 모든 것들은 돌이켜보면 사실 무의미하고 덧없고 쓸데없는 것의 누적이자 결국에는 모두 다 사라지고 말 것들이다. 그러나 오늘날 이 자본주의는 오로지 생산성과 경제성, 효율성과 유용성만을 강제한다. 미술 역시 그러한 시스템에 철저하게 길들여져 있다. 그러나 예술의 진정한 자리는 어쩌면 무용성, 무의미, 무모함의 영역이자 모든 쓸모 있음에 의도적으로 저항하면서 비생산적, 비경제적 행위가 역설적인 가치가 있음을 드러내는 곳에 있을 수 있다.

강선미_너가방에들어가다_접착 시트지 컷팅_가변크기_2021
강선미_p.144_거울에 에칭_80×55cm_2021
강선미_p.81_거울에 에칭_80×55cm_2021

강선미는 기존 미술의 관습적 재료를 의도적으로 지운다. 대표적으로 작가는 전시 공간, 벽면에 테이프나 컷팅 된 시트지를 이용해 이미지/텍스트를 남긴다. 물리적인 견고함이나 부피, 질량을 지운 이 재료는 벽과 일체가 되면서 피부에 실루엣으로 붙어나간다. 자신의 존재감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벽과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벽 스스로가 발화하고 있는, 더 이상 작품의 배경이나 지지대가 아니라 작품 자체가 되어 자립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시가 종료됨과 더불어 이 작품/재료는 사라진다는 점이다. 전시가 진행되는 일시적 시간동안 특정한 공간에서, 유효한 생을 살다 마감되는 것은 인간의 유한한 삶을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그것은 시간의 한계를 강렬히 인식시키는 일이기도 하고 바로 지금 여기서 미적 체험, 인식 체험과 삶의 경험의 가치를 극대화하게 한다. 장소에 개입해서 일시적으로 점유하고 빠져나오는 이 설치적 모드는 그 공간에 들어온 이들의 기억 속에 강한 흔적을 남긴다. 동시에 공간 또한 테이프가 붙었다 떨어진 모종의 자취를 은연중 간직하면서 자기 나름의 기억을 공유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도 테이프나 컷팅 된 시트지 작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재료, 오브제를 활용해서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자신의 삶에서 유래하는 다양한 문제의식들을 성찰하는 한편 관람객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이 문제에 보편적 감정을 갖고 동참하게 해준다. 그런데 벽면에 설치된 이 라인드로잉 작업은 앞서 언급한 의미 못지않게 단호하고 간결한 획의 맛이 두드러지면 이른바 서체적인 느낌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특히 「너가방에들어가다」란 작업의 경우는 그 자체로 회화적인 맛과 미니멀리즘을 연상시키는 절제미, 그리고 필획의 강렬한 선조 구성과 수묵을 연상시키는 흑백의 대조에서 인상적이다. 작가는 복잡한 것들을 단순화하고, 함축적으로 만들기 위한 나름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강선미_오늘-1_종이에 구리 테이프_56×76cm_2021
강선미_오늘-2_종이에 구리 테이프_76×56cm_2021

근작은 다채로운 재료의 개념적 구사가 특징적이다. 그것은 작품이 단순히 재료를 다루는 것이 아닌 사회적 의미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다. 이는 다분히 개념적 작품의 성격이며 나아가 미술을 통해 사회에 형태를 부여하려는 '사회적 조각' 개념과의 유사성도 엿보인다. 결국 이는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통해 관자와의 소통을 적극 시도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다.

강선미_수직적 수평_혼합재료_55×15cm_2021

예를 들어 거울 작업의 경우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기 위한, 자기 정체성의 반영으로 여겨지는 거울의 역할은 지워지고 그 대신 관객들은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서서 주어진 문장을 공들여 읽는 여유와 멈춤의 시간을 제공받는다. 입체작품 「수평적 수직」은 별것 아닌 것들을 공들여 쌓아나가면서 위태로운 높이를 추구하는 모종의 안간힘에 대한 비판적 은유를 풍자한다. 한편 사각형의 목판에 원형의 드로잉을 남긴 「회귀」는 판화를 남기기 위한 원판이 스스로 주체의 자리에서 작품이 되었다. 칼날이 흔적을 그대로 드러낸 목판은 나무 표면의 내·외부를 동시에 드러내면서 음각과 양각이 공존한다. 벽면 스스로가 작품이 내용이 되는 라인드로잉과 유사한 작업이다. 강선미의 근작은 이처럼 전시 공간, 벽면에 테이프나 컷팅 된 시트지를 이용해 이미지/텍스트를 남기는 작가 특유의 방법론을 확장해서 사회적 조각, 개념적 작업으로 이동하면서 삶에서 파생한 다양한 문제를 은유적이고 시적인 조형 언어로 추출해내고 있다. 그리고 그 저간에는 동시대 현대인의 무모한 욕망에 대한 서늘한 비판의 시선이, 상처를 간직한 기억의 흔적에 대한 비애의 시선 등이 뿌리 깊게 드리우고 있다고 말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 박영택

강선미_회귀_혼합재료_70×70cm_2021

Traces Laden with Memories ● Paradox of Praxis (1997) is a noted performance by Francis Alÿs, in which he pushes a block of ice through the streets of Mexico City all day long. The artist put a fabulous subtitle, saying "Sometimes making something leads to nothing." This performance is intended to denote that everything deemed to have been achieved strenuously is actually something insignificant, futile, and useless that will disappear in the end. Today's capitalism, however, lays much emphasis on productivity, economic feasibility, effectiveness, and usefulness. Art is also thoroughly tamed by this system. And yet, the true place for art is perhaps the arena of uselessness, meaninglessness, and recklessness that may be found in an artist's unproductive, uneconomic acts with paradoxical value, while revolting against the notion of usefulness. ● Kang Sun Mee deliberately discards conventional art materials. She leaves images or texts behind in an exhibit space or on a wall using tape or cut adhesive sheets. United with the wall, this material without physical solidity, volume, or mass is attached as a silhouette. Minimizing its presence, it is inseparable from the wall. This material is no longer the background or the support for an artwork but a freestanding artwork itself. What matters here is the fact that this material or work vanishes with the termination of the exhibition. This material ends its life after living for a certain temporal term in a specific space during the exhibit period, which reminds viewers of a human's finite life. Making viewers intensively realize the limitation of time, this enables the artist to maximize the value of her aesthetic experience, perceptual experience, and life experience. ● This installation mode involved in and occupying a place temporarily leaves a strong impression in the memory of the viewers who enter the space. This shares its own memory, implicitly keeping some traces made when tape is put and removed in a space. In this art show, Kang reflects on various matters springing from her own life in the same context using not only tape and cut adhesive sheets but also diverse materials and objects, enabling viewers to join these matters with universal emotions. This line drawing work set on the wall is of particular interest in that its calligraphic feel as well as decisive, succinct brushwork stands out. Kang's work 「YouEnteraRoom」 is especially impressive with and marked by the beauty of moderation reminiscent of pictorial taste and minimalism as well as the stark contrast of light and dark redolent of potent brushwork and line delineation of ink wash painting. Her work seems to forge its own structure to simplify and suggest complicated things. ● Kang's recent work is particularly marked by the conceptual use of diverse materials. This was meant not to simply address materials but to convey social meaning. This work is conceptual and basically similar to the notion of 'social sculpture' that intends to lend meaning to society through art. This work rests on her intention to actively communicate with viewers. An example is her mirror work in which the mirror no longer serves to reflect one's identity and the viewers are provided with the time of a standstill to read given sentences for a while. Her three-dimensional work 「Horizontal Verticality」 is characterized by a critical metaphor for an endeavor to pile up trifling things. In 「Recurrence」 with a drawing on a rectangular wood block the wood mould itself becomes a work of art in a position of the subject. The wood mould that shows traces made by a steel cutting die retains both the marks of raised carving and depressed engraving, disclosing its interior and exterior. This work has parallels in line drawing where a wall itself becomes the content of an artwork. Like this, Kang's recent work extends to social sculpture and conceptual work intrinsic to the artist. This work raises a wide array of problems derived from her life and couched in her metaphorical, poetic artistic idioms. This is also thought of as being seen from her critical point of view on contemporary people's reckless desire and from her pathetic point of view on the traces of memories fraught with scars. ■ Park Young-taik

Vol.20210911g | 강선미展 / KANGSUNMEE / 姜善美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