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비일상, 그 사이

경기평화광장 지역문화 연계 지원사업展   2021_0925 ▶ 2021_1008

박지민_봉포해변_장지에 분채_91×130cm_2017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강석태_박주희_정세원_한유진_채효진

주최 / 경기도_경기문화재단 주관 / 한유진

관람시간 / 09:00am~06:00pm

경기평화광장 경기 천년길 갤러리 경기도 의정부시 청사로 1 (경기도 북부청사 지하1층) Tel. +82.(0)31.8030.2316 www.gg.go.kr/mn/peaceplaza

일상과 비일상, 그 사이 ● 우리에게 일상이란 무슨 의미일까? 늘 반복되고 되풀이되는 하루, 그 정도의 의미일 뿐일까? 한스 페터 투른(H.P.Thurn)에 의하면, 어원적으로 볼 때 '일상(Alltag)'이란 개념은 그리스어 '카테메란(catemeran)과 라틴어 '코티디아누스(cotidianus)'로부터 유래하는데, 그 뜻은 메일 '반복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것은 한문의 일상(日商)과도 그 의미가 상통하는 것으로 계속 반복되는 친숙한 세계를 말한다. ● 내 삶에 있어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 어떠한 의문도 들지 않는, 왜 그렇게 해야 되는가?에 대한 궁금증도 없는 상태, 그것이 우리의 일상이다. 우리는 매일 집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외출 후에는 돌아와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이와 같은 보편적이라 여겨지는 삶이 무너지는 순간이 비일상(非日常)적 시간이다. 이때는 언제일까? 아마도 나의 감정이 뒤틀어지는 사건이 벌어지는 찰나의 순간일 것이다. 누군가와의 이별, 배신, 죽음, 사건 등으로 인해 친숙했던 나의 공간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을 때, 그 때가 일상이 사라지고 감정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비일상적 시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낯선 것, 형용할 수 없는 기이한 감정을 느끼고 절망할 때가 일상이 해체되고 '나'라는 존재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된다. ● 우리는 일상적 생활을 영위하면서 이상한 신념, 상반된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지내면서도 이를 자각하지 못한다. 나의 삶에 있어서 지금의 패턴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연유로 이것이 무너지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절망감을 느낀다. 그러나 모두가 살아가면서 늘 평온하게 행복한 일상만을 영위할 수는 없다. 한 번씩은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갈까?',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온다. 이와 같은 비일상을 경험하면서 성숙해지고 성장해나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느껴지는 것이 있다. 인간은 경험하지 않으면 아무런 발전도 할 수 없는 것일까? 자각과 반성은 꼭 비일상적인 사건과 부딪쳐야지만 가능한 것일까? 하는 의문 말이다.

박지민_산책일기_장지에 분채_53×45cm_2021

이번 전시의 주제는 '일상과 비일상, 그 사이'이다. 일상적 삶이 주는 평안함과 동시에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위험성, 그 경계 사이에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전하고자 한다. ● 우선 박지민의 작업을 살펴보면, 이 작가는 삶이 주는 여유, 따뜻함을 표현하고 있다. 그녀의 작업은 '꼭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강박감이 사라지게 만든다. 내 삶이 지칠 때, 사람들이 정해놓은 규칙에 맞지 않는 삶을 살고 있기에, '아웃사이더' 또는 '낙오자'란 소리를 들을 때, 그녀의 작업을 보면 이상하게 편안함을 느낀다. 특별한 주제나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소소하게 자신의 일상을 채색으로 풀어내고 있는 평범한 그림이다. 그런데 그 평범함이 오히려 특별하게 느껴지게끔 만드는 것 같다.

정세원_적당한 간격_폐목재에 먹, 채색_49.6×122cm_2020
정세원_빨간 콘_폐목재에 채색_19.7×39.5cm_2021

다음으로는 정세원의 작업이다. 그녀는 자신의 응축된 감정의 덩어리를 표현하고 있다. 한 해, 한 해 처음 겪는 나이만큼이나. 생소한 관계의 중심에서 느껴지는 나의 무력함과 구차함, 서로 간에 깊어지는 감정의 골을 그려낸다. 일상이 주던 평탄함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나도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내가 바랬던 것은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의 일상은 없어지고 그 자리에는 비일상적인 황폐화된 감정만이 남아있다. 누구도 개입할 수 없는, 내가 추슬러야지만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 나를 기다린다. 이와 같은 역경의 시간을 통해 내가 무엇을 배울지는 모르겠으나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가면 사라진다는 믿음으로 버티고 있는 순간이다. 작업으로나마 나의 검정의 찌꺼기를 분출함으로써 여유를 되찾고 싶다.

강석태_당신의 파랑새는 늘 곁에 있었습니다_장지에 먹과 채색_91×117cm_2020
강석태_별이 가득한 오후에, 장지에 먹과 채색_44×52cm_2020

다음으로는 강석태의 작업으로 정세원 작가와는 다른 동화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파랑새, 어린왕자를 모티브로 하는 이 작가의 작업은 어린아이의 작업과 같은 순수함이 엿보인다. 나에게 언제 이런 시절이 있었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는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게 해준다. 그 시절의 순박함과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작업들이다. 아이들만이 갖고 있는 동심의 모습을 회화적 표현으로 풀어내고 있는 그림들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한유진_新世界 2021-1_린넨천에 채색, 금박_71×106cm_2021
한유진_花園 2021-Ⅱ_린넨천에 채색_68×68cm_2021

다음은 한유진의 그림으로, 이 작가는 가릉빈가(迦陵頻伽: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 새)를 중심으로 한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본래 이 새는 사람들에게 부귀영화(富貴榮華)를 가져다주는 길조의 이미지가 있는데, 이에 더해 모란과 같은 전통적인 상징물을 과감하게 표현하는 방식으로 희망의 빛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이와 함께 밝고 아름다운 색채로 잠시나 힐링이 되는 그러한 작품을 구상한다. 누구나 아픔이 있고, 때로는 힘든 상황을 겪기도 하지만, 이 작업을 보는 관람객, 작업을 하는 작가 모두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작품으로 다가서지 않을까 싶다.

채효진_빛3_장지에 채색_53×45.5cm_2017
채효진_여름밤_장지에 채색_80×100cm_2021

마지막으로 채효진의 작업이다. 깊고 깊은 어둠이 몰려든다. 그 어둠 안에서 작게나마 불빛이 피어오른다. 새벽 동이 크기 전에는 깜깜한 어둠의 시간이 존재한다. 현재 2021년인 요즘은 코로나19, 여러 가지 경제적 상황 등 다수의 사람들이 삶에 있어 지치고 무너져 가고 있다. 그러나 어둠이 걷치면 더 밝은 해가 떠오를 것이다. ■ 한유진

Vol.20210925a | 일상과 비일상, 그 사이-경기평화광장 지역문화 연계 지원사업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