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Shade

노충현展 / ROHCHOONGHYUN / 盧忠鉉 / painting   2021_0930 ▶ 2021_1113 / 일요일 휴관

노충현_산책 stroll_캔버스에 유채_89.5×145.5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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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토요일_12:00pm~06:00pm / 일요일 휴관

챕터투 CHAPTERⅡ 서울 마포구 동교로27길 54(연남동 566-55번지) Tel. +82.(0)70.4895.1031 www.chapterii.org

그늘 ● 몇 해 전 성산동 부근에 작업실을 얻은 후 홍제천을 따라 걷게 되었다. 홍제천은 모래내 라고도 불리는데 이 말이 더 다정하고 그림처럼 들린다. 한강이나 동물원이 그러하듯이 새로운 풍경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 나는 가까운 곳의 풍경을 취하고 그곳에서 회화적 장면들을 포착해왔는데, 모래내의 풍경도 그러한 과정을 밟고 있다. 이 하천을 따라가면 한강 망원지구에 도달하게 된다. 모래내의 풍경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하천 양쪽으로 산책로와 나무와 풀이 이어지고 그 사이에 작은 다리들이 있다. 물고기들과 왜가리, 청둥오리, 길고양이들이 가끔씩 보이는, 여느 하천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하천 위로 육중한 내부순환로가 떠 있어서 교각 아래로 큰 그늘이 진다.

노충현_한 사람 one person_캔버스에 유채_91×117cm_2021

모래내는 한강시민공원과는 달리 폭이 좁고 나무와 풀로 둘러싸여 있어서 여름이 되면 좀 더 내밀하고 고요한 정경을 느낄 수 있다. 「그늘」전의 그림들은 모래내의 풍경에서 시작되지만 그렇다고 모래내에 닿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닿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회화에서 그리고자 했던 것은 특정한 장소이기보다는 장소에서 보고 느낀 정서에 좀 더 다가가는 것이었다. 그 정서에는 온기가 있다. ● 사진의 프레임을 이용하기 때문에 풍경의 인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일부분을 전체의 맥락에서 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살풍경」회화에서는 수영장, 주차장, 컨테이너가 주요한 소재들이어서 풍경에서 분리시키는 것이 용이한 편이었는데, 모래내는 비슷비슷한 자연풍경들이 연이어있어서 특정한 풍경의 모습으로 분리하여 포착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음영이 짙은 나무들이나 다리, 교각 혹은 사람을 이용하여 장소에서 발견한 어떤 순간을 붙잡으려 했다. 따라서 「그늘」전의 그림들은 모래내의 다양한 정경을 보여주기보다는 아직까지는, 어떤 정서, 그것을 우수나 비애라고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반복해서 보여주는 장면으로 귀결된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대상을 그리는데 있어서 감각적인 면에 탐닉하고 흥미를 느끼기보다는 정서를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머물게 되었다.

노충현_그늘 Shade展_챕터투_2021
노충현_그늘 Shade展_챕터투_2021
노충현_그늘 Shade展_챕터투_2021

화가에게는 까다로운 대상이 있다고 본다. 내게, 기피하거나 까다로운 대상이 있게 된 것은 마음과 회화적 기술의 문제 때문이었다. 밤과 자연이 그러했다. 나는 늘 풍성하고 그윽한 자연 앞에서 망설여왔다. 풍경과 마음이 교감해야 그 대상을 그릴 수가 있는 것인데, 봄의 싱그러움이나 여름의 풍성함을 그리기에는 마음이 빈곤했다. 그 마음으로는 모든 계절을 품기 어려웠다. 또한 풍경 자체에 대한 감각적 접근보다는 회화를 통해서 심리적 사회적 상황을 그려내려고 했기 때문에, 그동안 제한적으로 계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사물의 사실성을 중시한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재현의 방법은 내게 유효했지만, 재현의 방법을 통해서 자연의 복잡함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였다. ● 밤도 거의 그리지 않은 편이었다. 단순히 밤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밤을 통해서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는지 잘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모래내의 밤 풍경을 그리면서 근원 김용준이 쓴 조선 회화에 대한 글에서 밤-어둠에 대하여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밤은 캄캄한 것이 되기보다는 캄캄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글귀였다. 당시에는 조명이 없었으니 칠흑 같은 밤이었을 것이다. 그는 어둡게 칠하는 것을 일차원적인 접근이라 생각했다. 밤은 검게도 밝게도 칠해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 중요한 것은 예술적 조형을 통해서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 가에 있다고 했다.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 가는 결국 예술적 사유와 결부되고 그 탁월한 예로서 이상좌의 「송하보월도」를 든다. ● 그림들이 하나둘 쌓이면서 이 그림들에 어떤 전시 제목을 달아야 하나 고민하게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모래내를 지나 망원동의 선착장에 도착하여 뜨거운 햇빛을 쬐고 있을 때, 문득 내부순환로 교각 아래의 큰 그늘이 그리웠다. 그리고 모래내 라는 장소가 사람들에게 '그늘'과 같은 장소가 아닐까 싶었다. 바쁜 현장으로부터 집에 돌아와 그냥 걸어서 나가 다다르게 되는 곳, 다리 밑에서 그늘을 즐기고, 운동기구에서 처진 근육을 키우며, 다리 아래 물고기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곳. 보통의 삶이면서도 애틋한 인간적인 면모들을 그곳에서 발견했던 것 같다. ■ 노충현

노충현_그늘 Shade展_챕터투_2021
노충현_망원의 눈 snowfall_캔버스에 유채_72.5×72.5cm_2021

Shade ● A few years ago, I happened to walk along the Hongjecheon (one of the down streams of the Han river) since I had settled in a new studio in the Seongsan-dong area. Hongjecheon is often called Moraenae. I find the name more intimate and visually apparent. Obviously, it takes time to get used to a new scenery whether it is the Han river or a zoo. I have captured figurative moments in the surrounding environment; painting Moraenae has also followed such a process. At the end of the Moraenae pathway, you can arrive at the Mangwon Hangang park. The landscape of Moraenae is not special. There is a long trail along both sides of the stream with trees and bushes and you can easily encounter small bridges, fishes, mallards, herons and street cats as sceneries of the other general river streams are. What makes Moraenae different is the massive Naebu Expressway crossing over the stream which casts a wide shade. ● In the summer, Moraenae unfolds the innermost and serene atmosphere as its narrow breadth is surrounded by trees and bushes, contrary to the Hangang riverside park. Although the paintings displayed in the 「Shade」 exhibition have an initial motif from Moraenae, they are not necessarily connected to the place. At the same time, it is hardly unrelated to it either. What I attempt to express in my paintings is not the place per se, but it is approaching the emotions I have had while staying there. The emotions contain a certain warmth. ● As frames of photographs are one of the major resources I use to create a particular impression of the selected landscapes, the process of extracting parts from the given scenes' entire context is crucial. While I was producing the 「Prosaic Landscape」 series, the main figurative elements such as a swimming pool, a car park, containers were easy to be separated from their original backgrounds; however, in the Moraenae case, it was difficult to detach specific sceneries as they share similar sequences rather than standing out. Thus, I have tended to carefully catch subtle instants by paying close attention to existing figures including trees, bridges, piers or people whose shadows have a broad spectrum. Accordingly, it turns out that paintings in this exhibition rather repeatedly deliver a certain sentiment which can be defined as either melancholia or grief, instead of presenting diverse sights of Moraenae. In terms of depicting the targets, I let them remain in the state of arousing emotional responses rather than being interested or indulging in their sensuous and aesthetic qualities. ● I believe that there are delicate subjects for each painter. In my case, the reasons I have these tricky things are both a matter of painting techniques and my emotional attitude towards them. Nights and nature are my things. I have always been hesitant about abundant and profound nature. I have felt inadequate for communicating with nature to describe it; in other words, I was too emotionally desolate to paint the invigorating spring or the fertile summer. My mind was not simply enough to embrace four seasons. In addition, I have naturally selected limited options since I was concentrating on conveying social and psychological phenomena in my paintings more than adopting a sense-centric approach towards the landscapes. Styles of representation are still significant for me with regard to putting emphasis on the reality of the depicted objects, whereas it was technically challenging to efficiently demonstrate the complexity of nature with the same strategy. ● I rarely painted nights in the past. It was demanding to figure out what to show through nightscapes for me who did not want to mechanically paint nights. When I was painting the nightscape of Moraenae, I found a clue which helped me to have a deeper understanding about nights and darkness in a phrase by a painter, Yong-Jun Kim(1904-1967)—'the night is not becoming dark yet it is letting you feel the dark'. In his era, lighting was extremely rare so the night meant a pitch black. Kim believed that painting layers of dark colors to demonstrate the night was a simple-minded perspective. By insisting that the night could be visually achieved either in the dark colors or the light colors, he stressed that the most important purpose of the artistic production depended on what it ultimately implied through its visuals. In order to support this belief—what it implied consequently stemmed from its rationale, Kim cited an appropriate example, 「Songhabowoldo」, a painting by Sangjwa Lee. As I was preparing the paintings, I was naturally spending time coming up with the title of the exhibition. One day, I was resting under the hot sun rays after reaching the Mangwon-dong dock through the Moraenae trail. Suddenly, I missed the wide shade under the pier of the Naebu Expressway. At that moment, I realized that the place, Moraenae, played a comforting role as a shade for the people passing there. Where you can come to after work, where you can enjoy shades under the bridges, where you can work out for your better shape or where you can peacefully watch fishes drifting under the water. The moments of life holding plain but affectionate humane aspects are what I discovered there. ■ Choong-Hyun Roh

Vol.20210928d | 노충현展 / ROHCHOONGHYUN / 盧忠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