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풍경, 세계의 풍경

그룹 'P'(주랑_김리윤_조혜정)展   2021_1005 ▶ 2021_1017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강동문화재단 「2021 신진·중견작가 전시 지원 공모」 선정작가展

주최 / (재)강동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입장마감_05:30pm / 월요일 휴관

강동아트센터 아트랑 Gangdong Arts Center Artrang 서울 강동구 동남로 870 (상일동 477번지) 1층 Space #1 Tel. +82.(0)2.440.0500 www.gdfac.or.kr

회화, 느낌의 세계를 그리다. ● 역사적으로 회화예술을 평가하는 기준은 제각기 달랐다. 호모 사피엔스의 지극한 본성으로부터 출발한 회화는, 어떤 시대에는 사람들의 올바른 이성을 혼미케 하는 흑마법 같은 것이었으며, 어떤 시대에는 신(神)의 절대성을 침해하는 인간의 오만한 도전이기도 했다.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 플라톤(Plato)은 아테네에서 시인과 미술가들을 추방해야 한다고 몰아세웠고, 중세시대에는 형상-이미지를 우상숭배(Idolatry) 문제와 결부하여 표현에서 수많은 종교적 금기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회화는 권력의 외관을 구축하거나, 인간의 감각적 세계와 신성(神聖)이 지배하는 세계를 연결해야 하는 결연한 의무를 지고 있었을 것이다. ● 그러나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러, 회화는 이 의무감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선언하게 된다. 과거의 위대한 화가들이 하나의 형식과 하나의 진리를 발견하려 이미지의 세계로 뛰어들었다면, 오늘날의 화가들은 풍부한 미적 형식과 무한한 존재론적 느낌의 세계로 투신한다. 개별자(個別者)로서의 화가가, 주체의 관점과 직관에 따라 세계를 새로이 제작하는 예술이, 비로소 탄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주랑_폭포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 연필_89.4×290cm_2021
주랑_코발트 블루 1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 연필_72.7×72.7cm_2021
주랑_코발트 블루 2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 연필_72.7×72.7cm_2021
주랑_코발트 블루 3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 연필_72.7×72.7cm_2021
주랑_Cobalt blue_circle(圓)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 연필_91×91cm_2021
주랑_푸른나무_캔버스에 유채, 레진, 아크릴채색,연필_45.5×53cm_2020
조혜정_그때 그시간_캔버스에 유채_91×73cm_2020
조혜정_너와나의 둘레둘레 길_캔버스에 유채_162×130cm_2021
조혜정_대나무 숲 앰버_캔버스에 유채_112×112cm_2020
조혜정_두다다쿵을 찾아라_캔버스에 유채_162×130cm_2021
조혜정_여름밤, 오늘도 퇴근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_캔버스에 유채_91×73cm_2021
조혜정_하늘색 토끼베게는 풍경을 싣고_캔버스에 유채_32×32cm_2021
김리윤_여행;가족Ⅰ_캔버스에 유채_80×116cm_2016
김리윤_옷가게 아이_캔버스에 유채_116×80cm_2019
김리윤_소녀_캔버스에 유채_116×80cm_2019
김리윤_꿈을 꾼다 2_캔버스에 유채_65×100cm_2017
김리윤_여행-헝가리할머니_캔버스에 유채_53×73cm_2015
김리윤_여행;사람들_캔버스에 유채_80×116cm_2016

우리는 어떤 풍경 속으로 던져졌을까. ● "자연-삶-인간"의 긴밀한 상호관계 안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풍경을 제안하는 「그룹 'P'」는 Picture, Painting, People, Paysage(풍경; 프랑스어)의 세계를 탐험하는 화가들의 모임이다. 이번 강동아트센터 전시에는 개인적 사정으로 합류하지 못한 양지희 작가 외 3人의 작가들이 근작을 선보이게 된다. 이 전시에서는 세 가지 독특한 풍경들이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켜 줄 것이다. ● 먼저 작가 김리윤은 우리의 기억 속에 잠재한 아련한 정서를 소환해 인간의 삶을 껴안는다. 작가는 사진으로 남아 있는 존재의 흔적으로부터 사진으로는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감성적 실체를 구현한다. 작품 위로 흐르는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공감력은 개성 있는 붓질과 채색법으로 기억을 생동감 있는 현실로 옮겨 놓는다. 김리윤에게 풍경이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소유한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통로이며, 하나의 감각적 상태가 아니라 감각의 다채로운 삶이다. 그의 작품이 아름답게 다가오는 까닭도 우리가 이러한 삶의 풍요로운 가능성 안에 존재한다는 가슴 벅찬 확신을 얻기 때문일 것이다. ● 작가 조혜정이 그리는 풍경은 기묘하리만큼 비밀스럽다. 이 비밀스러운 풍경은 자연의 그것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심리적 억압에 가까운 것이다. 어두운 공간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빛과 형체, 나무 사이로 초현실화한 게슈탈트적 연상(聯想), 해체된 색과 주름진 형태들로 이루어진 숲.., 작가가 바라보고 있는 세계는 문명의 어법으로는 발견할 수 없는 곳이다. 이 비밀스러운 풍경, 이 비밀스러운 몸짓 안에는 겉모양새로는 미처 알아챌 수 없는 존재의 만족감과 미안함이 잔뜩 묻어나온다. 작가는 분명 존재의 정적(靜寂)과 소란이 교차하는 신비 속에 서 있음이 틀림없다. ● 작가 주랑은 히드라(hydra oligactis)와 같은 자포동물(Cnidaria) 혹은 분열하는 세포 조직을 연상케 하는 비정형의 의미 덩어리들을 통해 색다른 미시(微視)의 풍경을 제안한다. 그림은 코발트블루로 물든 매력적인 형체들과 공허하리만큼 새하얀 배경이 서로 유기적으로 엉키면서 일종의 음악적 유희를 일으킨다. 좁게 보면 현미경 속의 번잡함이고, 넓게 보면 우주의 기운찬 요동이다. 한 마디로 요지경(瑤池鏡)이다. 여기서 요지경이란 "내용이 알쏭달쏭한 복잡한 사건"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요지(瑤池, 아름다운 연못)의 경치 즉, 매우 아름다운 유토피아이다. 그래서 그의 분석적 회화는 아름다움의 지극히 원초적인 속성을 탐하고, 누설한다. ● 전시 『세 개의 풍경, 세계의 풍경』은 무척 매력적이다. 재미(?)를 논하기엔 회화예술의 역사적 무게가 만만찮지만, 그럼에도 이 전시는 재밌는 사건이 될 것이다. 물론, 눈에 반사되어 소비되고 마는 감각의 찰나(刹那)가 주는 재미가 아닌, 우리가 발을 붙이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이 세계의 진정한 재미 말이다. 3人의 고귀한 예술노동과 삶에 대한 무한한 애정은 덤으로 감상하리라. ■ 이재걸

Vol.20211005f | 세 개의 풍경, 세계의 풍경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