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 걸어서 만나다

소원섭展 / SOWONSUB / 蘇元燮 / painting   2021_1006 ▶ 2021_1025 / 일요일 휴관

소원섭_기운 - 울산바위_캔버스에 유채_40.9×53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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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돈화문갤러리 DONHWAMUN GALLERY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71 Tel. +82.(0)2.708.0792~3 www.xn--p49ax8l5sdh3brycyv7e.com/

시각적인 이해 너머의 사색적인 자연미를 추구 ● 자연의 아름다움을 재현하는 사실주의 그림일지라도 실제와 일치할 수는 없다. 그 전체적인 이미지는 실제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림은 화가의 손끝 기술 및 미적 감각이 개입되는 까닭이다. 그러기에 그림은 실제보다 더 아름답게 보인다. 이는 물감이라는 재료가 발산하는 시각적인 이미지 자체가 아름답기에 그렇다. 색채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깔 그대로도 아름답다. 따라서 사실주의 그림에서 색채를 맑게 또는 밝게 쓰면 실제보다도 아름다운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소원섭_기운 - 설악_캔버스에 유채_40.9×53cm_2020
소원섭_여명 - 울산바위_캔버스에 유채_45.5×53cm_2020
소원섭_여름 - 명상_캔버스에 유채_53×72.7cm_2020
소원섭_여름_캔버스에 유채_53×72.7cm_2020

소원섭의 풍경은 전체적으로 밝고 맑아 시각적인 스트레스가 없다. 한마디로 그림으로서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는 풍경이다. 산을 중심으로 하는 그의 풍경화는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실주의 및 인상주의 화풍과는 조금 다르다는 인상이다. 무엇보다도 단색조에 가까운 색채이미지로 인해 짐짓 화려하게 보이는 일반적인 풍경화와는 달리 단정하다는 느낌이다. 시각적인 자극이 없는 순연한 이미지가 화면을 지배하고 있는 까닭이다. ● 이처럼 밝고 맑으며 순연한 이미지는 물감의 순색을 선호한다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가능한 한 혼색을 하지 않거나 혼색을 하더라도 2차색 정도에 그친다. 그러기에 시각적인 이미지가 전체적으로 선명하게 다가온다. 밝다거나 맑은 이미지는 순색에 가까운 색채이미지에 기인한다. 이러한 색채기법은 자연색을 따르는 일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미적 감각을 반영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주어진 자연의 이미지를 기조로 하되 회화적인 이미지로서의 색채를 구사하겠다는 것이다.

소원섭_아침명상_캔버스에 유채_60×81cm_2020

사실주의 미학개념에 동조하고 그를 수용할지라도 어느 부분에서는 작가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일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그림으로서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것이 창작의 또 다른 표현영역이다. 아무리 눈에 보이는 사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사실주의일지라도 창의적인 표현이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비록 형태는 실제에 준할지라도 색채이미지만큼은 무언가 다른 시각을 반영함으로써 그림으로서의 세계를 선명히 드러내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 그는 자연풍경, 되도록 가옥이나 인위적인 구조물이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이미지를 선호한다. 그러기에 인위적인 흔적조차 가능한 한 배제하는 식이다. 물론 흔치 않은 경우지만 사람의 발길로 인해 만들어진 산길이나 일부 농경지를 제외하고는 인위적인 구조물 하나 등장시키지 않는다. 어쩌면 금욕적일 만큼 철저하게 순수한 자연미만을 추구한다. 그렇다고 해서 명산대천을 주유하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찬미하는 입장도 아니다.

소원섭_기운-설악_캔버스에 유채_65.1×90.9cm_2021
소원섭_기운-한계령_캔버스에 유채_65.1×90.9cm_2021
소원섭_기운-설악_캔버스에 유채_72.7×90.9cm_2021

그가 추구하는 자연미란 어느 특정의 풍경, 즉 아름다운 구도나 색다른 소재를 부각시키는 일이 아니다. 어디를 가나 흔히 마주할 수 있는 풀숲과 나무숲 그리고 높은 산에서 내려다보는 부감구도의 산과 산안개나 구름이 함께 하는 자연현상에 시선이 머문다. 이런 풍경들은 결코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나 소소하고 수수해서 심심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특별하지 않을지언정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이어서 정겹게 다가온다. 때로는 꾸미지 않은 수수한 아름다움에 더 마음이 이끌리는 것은 거기에 마음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원섭_Winter-설악_캔버스에 유채_80.3×116.8cm_2021
소원섭_Secret Garden_캔버스에 유채_80.3×116.8cm_2021
소원섭_느티나무-정선_캔버스에 유채_80.3×116.8cm_2021

그의 자연풍경은 어릴 때 일상적으로 마주했던 북한산 연봉과 도봉산 그리고 설악산 등 장중한 이미지의 바위산도 있으나 대개는 이름 없는 산이다. 그가 살고 있는 양평 일대의 낮은 산들도 즐겨 옮겨오는 소재이다. 멋진 모양과 풍경화로서의 다채로운 구성요건을 갖춘 산이 아니지만 캔버스에 들어오게 되면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지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다. 그의 눈에 비친 자연이란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이는 범신론적인 자연관 또는 조물주의 신성에 대한 절대적인 경외에 기인하는 것이다. ● 가령 숲에 가까이 다가가 관목들을 소재로 하는 일련의 극사실적인 묘사기법의 작품들은 그의 자연관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반적인 풍경화의 관점에서 보면 그림이 될 성싶지 않은 관목 숲이나 풀숲조차 새삼스럽게 보이도록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물상 하나하나를 찬찬히 살펴보면 그 신묘한 형태에 깃든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된다. 그의 풍경화가 지향하는 관점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평범한 것들에서 비범한 아름다움이 있음을 발견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소원섭_바다로 가는길 - 임하도_캔버스에 유채_80.3×116.8cm_2021
소원섭_노을 - 만항재_캔버스에 유채_89.4×130.3cm_2021
소원섭_북한강_캔버스에 유채_89.4×130.3cm_2021

그의 작품에서는 과장된 표현이나 억지스러움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이미지 전개가 돋보인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묘사하는 그 과정에서는 자기과시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담담히 실체에 가깝게 묘사하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손의 기술과 감정이 지극히 평온한 상태임을 직감케 한다. 붓 자국이 보이지 않는 표현기법도 이에 연유한다. 감정이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평정을 통해 자연과 마주하면서 일어나는 사색이 그림 속에 깃들이게끔 하는 것이지 싶다. ● 최근 작업에서는 이전과 다른 조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초록색 및 청록색 그리고 보라색 등 단색조의 풍경이 시도되고 있다. 자연색을 지향하는 사실주의 회화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특정 색깔의 필터를 사용한 사진과 같은 독특한 분위기가 생긴다. 현실이 비현실로 바뀌는 것이다. 이러한 색다른 분위기는 시각적인 이해를 넘어서는 개념적인 세계와의 만남을 의미한다. 이처럼 단색조로 덮이는 자연은 보이는 것 너머에 존재하는 개념적인 세계에 대한 이해라고 할 수 있다.

소원섭_새벽안개_캔버스에 유채_89.4×130.3cm_2021
소원섭_이른아침_캔버스에 유채_97×145.5cm_2021
소원섭_Spring - 단양_캔버스에 유채_97×145.5cm_2021

예를 들면 초록색이라는 색채이미지가 주는 정서는 자연과 순수, 평온 등이다. 물론 생장하는 색깔이어서 젊음의 의미도 내재한다. 초록색은 자연의 상징색이면서 순수한 이미지도 함께 한다. 뿐만 아니라 사색이나 명상을 유도하는 한편 자연친화적인 환경문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색깔이다. 초록이나 청록으로만 이루어진 단색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은 현대미학과의 접목을 통해 사실주의의 영역확장을 모색하려는 것인지 모른다. 단색조가 가지고 있는 단조로운 색채이미지는 현실을 비현실로 바꾸어놓음으로써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까닭이다. ● 초록색과 청색 그리고 청록색으로 꾸며지는 근래의 풍경은 색상의 폭을 좁힘으로써 무성한 숲과 그 숲을 감싸 안는 장중한 산의 깊이가 돋보인다. 이들 색채이미지로 꾸며지는 작품들은 평화와 안정 그리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유도한다. 더구나 가까이 다가서서 보는 풀숲과 관목 숲 작품들을 통해 그가 인식하는 자연미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실체를 눈앞에 두고 보는 듯싶은 생동감 넘치는 표현은 새삼 수수하고 소소한 풍경이 주는 매력에 대해 눈을 뜨게 해준다. 시선을 자극하고 유인하는 특별한 형태가 아닐지언정 줄기 이파리 하나하나가 모여 화음을 이루는 그 자연미야말로 그가 추구하는 회화적인 이상일터이다. ● 특히 나무숲을 전경에 두고 원경에 산을 배치하는 작품들은 숲과 산의 대비를 통해 공간적인 깊이와 아름다움을 실체적으로 보여준다. 가까이에서 보는 물상의 형태미와 실루엣 이미지의 산이 서로 화답하면서 넉넉한 자연공간이 지어내는 명상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자연을 화려한 색채이미지로 지나치게 미화시키지 않고 오히려 색상의 숫자를 좁히거나 억제함으로써 자연이 가지고 있는 진면목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끔 유도한다. 울긋불긋한 원색으로 꾸며지는 일반적인 풍경화와 비교하면 금욕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절제된 색채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연에 대한 그 자신의 작가적인 관점을 말해준다.

소원섭_산야-대관령_캔버스에 유채_112.1×162.2cm_2021
소원섭_대관령_캔버스에 유채_112.1×162.2cm_2021

시각적인 이해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색적이고 명상적인 세계로의 진입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부여하고 싶다는 것인지 모른다. 그의 풍경화에는 확실히 일반적인 사실주의 및 인상주의가 추구하는 세계와는 다른 시각이 담겨 있다.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그 자신의 미의식 및 미적 감정으로 여과시켜 순화된 이미지로의 미적 가치를 제시한다. 색채를 절제하거나 억제함으로써 현실과 다른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는 것도 이에 근거한다. 자연미란 눈에 보이는 사실에 있지만 작가적인 의식의 창을 투과함으로써 회화적인 가치로서의 조형미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 그는 섬세한 손의 감각과 기술 그리고 자연미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는 미적 감각을 소유하고 있다. 이를 더욱 발전시킴으로써 누구와도 다른 새로운 경향의 섬세하고도 세련된, 새로운 개념의 사실주의 형식을 실현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신항섭

Vol.20211006c | 소원섭展 / SOWONSUB / 蘇元燮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