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의 모든 곳

2021 가창창작스튜디오 결과展   2021_1006 ▶ 2021_1028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권효민_김상덕_나동석_박규석_원선금 이승희_진서용_최윤경_현수하

참여 큐레이터 / 태병은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월요일이 공휴일일 시 화요일에 휴관 ▶ 전시관람예약

대구예술발전소 DAEGU ART FACTORY 대구시 중구 달성로22길 31-12 (수창동 58-2번지) 제2전시실 Tel. +82.(0)53.430.1225~8 www.daeguartfactory.kr

헤테로토피아: 헤테로 heteros (다른,낯선,혼종된) + 토포스 topos(장소) ● 일상의 공간과 '다른 공간'이라는 의미로 미셸 푸코에 의해 제시된 개념으로 사회 안에 존재하면서 유토피아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현실화된 유토피아의 장소들. ● '유토피아'가 상상 가능하지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개념인 것에 비해 '헤테로토피아'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 속에서 무언가 '다른 공간'으로 실존한다. 이 개념을 제시한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헤테로토피아를 다음과 같이 구체화하여 나열한다. '다락방, 목요일 오후 엄마 아빠의 침대, 묘지, 사창가, 휴양촌...' ● 좀 더 쉽게 말해, 헤테로토피아는 특별한 날의 호캉스다.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은 '호캉스'는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일반적인 휴가와 달리 단지 호텔에서 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호텔 룸의 침대나 조명, 티브이와 욕조 같은 것들은 일상에서도 쉬이 마주할 수 있지만, 익숙한 공간으로부터 떠나 도착한 그곳에서 일상으로부터 탈피하여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캉스는 현대인에게 헤테로토피아적 의미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 이렇듯 헤테로토피아는 여전히 현실이지만 현실을 벗어난듯한 해방감을 주는, 일시적이지만 현실화된 공간이다. 앞서 언급한 호텔 룸이 당신에게는 헤테로토피아의 장소가 아니어도 좋다. 이것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헤테로토피아를 지향하여 만들어진 공간도 있지만 어쩌다 누군가에게 헤테로토피아가 되는 공간도 있다. 타인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지극히 사적인 장소에 나의 특정한 기억이나 애정이 중첩되어 헤테로토피아로 기능하기도 한다. ● 이 개념은 어떠한 '실천으로 의미를 가지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예술가의 작품과 맥락을 같이한다. 예술작품은 작가의 시선으로 재구성된 시각이다.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은 모두 일상적인 것의 변용으로부터 출발한다. 그것은 우리 곁의 모든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예컨대 일상에서 마주한 사물, 장소, 감정, 혹은 동시대의 사회적 모습과 같은 것들 말이다. 이것은 작가의 주체적 실천으로 재생산되어 작품으로 구현되며, 작품들은 새하얀 벽면만이 존재하는 전시공간을 어떠한 실천들로 채움으로써 관람객의 눈앞에 공간으로 실현된다. ● 2021년도 가창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결과전 『우리 곁의 모든 곳』은 일상 속의 어떤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는 작가들의 태도에 주목한 전시이다. 헤테로토피아가 장소 그 자체의 특성보다 그곳에서 발생하는 일탈적 실천, 태도들로 작동한다는 의미로 논의되듯, 작가의 작품 속 오브제는 일상의 장면 속 발견되는 모든 것들에 대해 한번 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 이 전시는 당신에게 헤테로토피아적 장소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작가들의 완결된 작업이 주변의 모든 것에서 파생되었듯이, 어쩌면 당신의 헤테로토피아는 너무나도 당연했던 당신 곁의 모든 곳에 존재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 공간을 통해 상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 곁에 머무는 '것(things)'들, 그리고 '곳(place)'들에 대해 새롭게 질문하고 낯설게 바라보는 것을 통해 늘 마주했던 그 공간은 이제 당신의 헤테로토피아로 기능할 수 있다. 이 전시를 통해 당신 앞의 모든 것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를, 당신 곁의 모든 곳에서 헤테로토피아를 조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 태병은

권효민_Gallstone_0.0459_레진, 안료, 포맥스, 아크릴릭_5.5×5.2×4.7cm_2021
권효민_Gallstone_0.013_레진, 안료, 포맥스, 아크릴릭_6.5×3.5×3cm_2021 권효민_Gallstone_0.005_레진, 안료, 포맥스, 아크릴릭_3.3×2.8×2cm_2021

작가 권효민은 사회의 지속적인 압박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개인의 태도에 주목한다. 개인의 다양성은 종종 사회의 암묵적 기준에 의해 제어되곤 한다. 이 과정에서 분출되지 못한 채 억압된 요소들은 인내와 분노의 감정으로 뒤섞여 내면에 잔여물로 존재하는데, 우리는 이것을 저마다의 다양한 방식들로 해소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작가는 이 해소의 방식에서마저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는 소극적인 태도들이 존재한다는 점에 관심을 가진다. 권효민 작가의 작업은 다양한 형상을 띄는 작은 조형물들의 축적으로 만들어진 입체조형 시리즈 「Gallstones」로 시각화된다. 개인의 다양성은 입체조형 작품의 세부와 같이 이토록 화려하고 다양하지만 이 형태들은 마음껏 자리를 펼치지 못한 채 사회의 기준에 의해 제어되며, 그저 하나의 점으로 애써 자신의 존재를 축소한다.

김상덕_92685480번째 폭풍전야_캔버스에 유채_193.9×260.6cm_2021

김상덕 작가의 작품에서 보이는 요소들의 공통된 키워드는 '원색, 전쟁, 기분 나쁜, 또는 유쾌한' 어떤 것들이다. 그의 작품에는 알록달록한 원색과 전쟁을 연상시키는 장면,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미묘한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와 같이 상반되는 두 가지 측면들이 공존한다. 작가는 좋아하지만, 일상 속에서 드러내지 않는 그의 취향을 작품에 투영하여 숨겨온 욕구를 해소한다. 언뜻 장난스러워 보이는 장면 속에 전쟁과 살육을 숨기고, 때로는 수수께끼 같은 농담을 작품의 제목을 통해 드러내는 방식으로 그의 취향들을 관람객에게 노출시킴으로써 작가의 길티-플레저는 작품 속에서 실현된다.

나동석_Swallowing The Sleep_영상설치_가변설치_2021

나동석 작가는 「불면-수면제」라는 주제로 연작 작업을 이어왔다. 삶을 영위하기 위해 요구되는 필수적 생존 요소인 수면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작가는 일상을 위협받는 공포를 느낀다. 불면증은 하루 중 가장 안락해야할 시간을 가장 공포스러운 시간으로 바꾼다. 그는 이처럼 불면증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던 개인의 기억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인간 군상을 빗대어 드러낸다. 이번 작업의 제목이 되는 「Swallowing the Sleep」이라는 단어는 그것이 위치하는 문맥에 따라 '수면을 삼키다', '삼켜진 수면', '수면에 삼켜진' 등 다양한 뉘앙스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단어를 어떤 맥락 속에 위치시킬지는 관람객이 결정할 것이다.

박규석_사념_캔버스에 유채_193.9×130.3cm_2021
박규석_사념_캔버스에 유채_193.9×130.3cm_2021

작가 박규석은 무의식에서 수집된 파편들의 집합으로 하나의 서사를 창조한다. 디스토피아적 성향을 담은 이 세계관은 인간의 욕망으로 소모되는 동물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인간과 동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지만 우리는 일방적으로 동물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동물의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이전보다 커지고 있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여전히 인간이 배출하는 욕망의 산물들이 동물의 희생을 야기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에서 혼란스럽게 중첩되는 많은 형상들은 이처럼 동물과 인간 간의 복잡한 관계를 대변한다. 캔버스의 경계에서 과감히 잘려나간 동물의 몸은 사정없이 희생을 강요받는 그들의 처지를 극적으로 드러낸다. 수많은 메타포로 가득하여 구석구석 눈을 뗄 수 없는 작가의 회화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허망한 표정으로 갈망하듯 한 방향을 향하고 있는 동물들이 바라보는 곳은 어디쯤일까. 우리는 어떻게, 올바르게 공존할 수 있을까.

이승희_Zip_오동나무, 합판, 각재, 마끈, 고무바_가변설치_2021

작가 이승희는 개념적인 접근방식을 통해 다양한 주제를 표현한다. '집'은 삶을 구성하는 최소의 공간 단위로 외부의 다양한 요소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생활을 영위하는 사적인 공간이다. 이러한 '집'의 개념은 시대가 지남에 따라 많은 의미에 변화가 있었다. 현 사회에서 '집'은 하나의 큰 자산으로 치부되며 '영끌', '빚투', '부동산 블루' 등과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왔다.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이처럼 변화된 '집'의 의미가 내포하는 거대 시장 경제 구조 이면에 놓인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원선금_Plastic_meteor_페트 컵, LED 조명, 빔프로젝터_가변설치_2021
원선금_Plastic_planet_페트 컵, 스틸_가변설치_2021_부분

작가 원선금은 일상의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일회용품을 작품의 오브제로 선택하며 그것이 내포하는 시대성과 존재감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을 다양한 양상의 작업으로 드러낸다. 소비사회에서 쌓여가는 플라스틱의 존재는 과잉된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를 반증하는 요소이다. 작업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컵은 일회용으로, 가볍고 휴대성이 좋은 기능적 편리함 뿐 아니라 투명함으로 특징되기도 하는데, 작가는 플라스틱컵이 지닌 유리같은 투명함과 빛을 활용하여 시각 효과를 극대화한다. 쉽게 버려지던 플라스틱은 작가의 작품을 통해 가상의 공간으로 탄생한다. 작품 앞에 선 관람객은 무의식적으로 소비하던 것의 존재감에 대해 새로이 인식할 수 있다.

진서용_머물러 있지 않음_면에 아크릴채색_27.3×35cm_2021
진서용_사라지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_ 면에 아크릴채색_27.3×35cm_2021

작가 진서용의 회화는 그에게 영감을 주는 풍경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모두 같은 풍경을 바라보면서도 개인의 서사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감정과 태도로 그것을 인식하게 된다. 작가는 개인의 상황이 대입된 장면을 곱씹으며, 그에게 영감을 주는 풍경을 바라본다. 눈을 뜨고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라 눈을 감으면 남는 어렴풋한 장면을 통해 내면이 보여주는 형상과 마주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시각 경험으로 획득한 감각의 모습들을 작품으로 실현한다. 그렇기에 이 풍경은 눈을 통해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눈을 감고 보자. 눈을 감았음에도 어리는 풍경들을 마주해보자. 다시 눈을 뜨고 보자. 이것은 작가 개인의 서사시이다.

최윤경_CHANEL Classic Card Holder_혼합재료_31.8×40.9cm_2021
최윤경_CHANEL Date_혼합재료_31.8×40.9cm_2021
최윤경_CHANEL Silver-Tone Metal Classic Clutch_혼합재료_31.8×40.9cm_2021
최윤경_woman with CHANEL Sunglass_혼합재료_31.8×40.9cm_2021

작가 최윤경의 「CHANEL」 시리즈는 샤넬 로고가 새겨진 가방과 지갑, 구두와 같은 상품을 소재로 하고 있으나 특정 작품에서는 불투명한 장치로 한 막을 덧씌움으로써 브랜드의 로고가 불명확하게 보이도록 유도한다. 작가는 점점 과열되는 소비주의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바탕으로 작품과 상품의 경계에 대해 질문하기 위해 과열된 자본주의 시대의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는 '샤넬'이라는 브랜드를 매체로 차용하여 이 브랜드가 내포하는 시대적 인식에 대한 이야기와 관람객의 반응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현수하_밤의 소란_종이에 아크릴채색_173.5×149cm_2021

현수하 작가의 작품에 담겨지는 풍경은 일상 속의 어떤 곳이다. 우리는 수많은 풍경들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그 중 어떤 장면은 무심히 잊혀지고, 어떤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된다. 작가는 지나치는 수많은 풍경 중 한 장면 앞에 멈춰 선다. 이렇게 선택된 시선으로 인해 관람객은 비로소 그 풍경을 지나치지 않고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작가 현수하는 이처럼 인간을 관찰자로 길들이는 규범화 된 시선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을 일정한 주체로 만들기 위해 구성되는 우리 주변의 모든 곳 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치되어 우리 곁에 위치하며, 우리에게 어떤 영향으로 작용되고 있을까? 이와 같은 질문을 통해 시각 환경 속에서 개인이 경험해온 사회의 여러 단면에 주목하여 작업을 이어간다. ■ 가창창작스튜디오

Vol.20211007h | 우리 곁의 모든 곳-2021 가창창작스튜디오 결과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