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손∙기억∙기록

신나군_정은철_노재억展   2021_1016 ▶ 2021_102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협찬,후원 / 경기문화재단 주최,기획 / 내손아카이브

관람시간 / 10:00am~06:00pm

내손아카이브 NAESON ARCHIVE 경기도 의왕시 내손순환로 118 1층 Tel. +82.(0)10.6861.6187 @naeson_archive

내손아카이브 기록 작업은 2018년 시작되었다. 재개발로 사라지는 내손2동 다∙라구역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내손동에 새겨진 추억을 기억하며 주민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2018 『내손라주택재개발』展, 2019 『내손동 생활사』展, 2020 『내손동 이주사』展의 전시를 진행하며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주민들의 착잡한 마음과 다양한 목소리, 복잡한 시선을 함께 공유하며 공감하고 고민하였다. 내손아카이브는 단순히 재개발이 진행되어 마을이 철거되는 과정을 기록하는 팀이 아닌 아무도 돌보지 않을 사람 이야기와 살아있던 마을의 生에 중심을 두었다. 사람이 사라진 마을에 기억을 돌아보며 절실했고 따뜻하며 때론 혹독했던 내손동을 가슴에 남겨본다. 이번 『내손∙기억∙기록』展은 네 번에 걸친 내손아카이브가 걸어온 작업 과정과 연동된 작품을 소개한다. ■ 내손아카이브

노재억_기록의 형태_혼합재료_2021
노재억_기록의 형태_혼합재료_2021
노재억_기록의 형태_혼합재료_2021
노재억_기록의 형태_혼합재료_2021
노재억_기록의 형태_혼합재료_2021
노재억_동부시장

찢겨 바닥에 널브러진 벽지, 그 위에 뿌려진 물감의 흔적, 벽지 위에 올려놓은 창틀. 내가 살던 내손동에서 수집한 오브제다. 작업 재료는 기억과 기록. 기억을 더듬어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기록하며 느꼈던 감정을 色으로 과정의 순간을 오롯이 形象으로 남겨본다. ■ 노재억

정은철_내손동_인화지_60×60cm_2021
정은철_내손동_인화지_60×60cm_2021
정은철_내손동_인화지_60×60cm_2021
정은철_내손동_인화지_60×60cm_2021
정은철_내손동_인화지_60×60cm_2021
정은철_내손동_인화지_60×60cm_2021

어린 시절 내가 살던 동편마을은 재개발이 되어 낯선 동네가 되었다. 처음에 마주했던 동네의 생경했던 기억도 사라지고 내손동에 대한 추억마저 희미해진다. 내가 살던 정든 마을, 친구와 뛰놀던 마당을 잊지 않기 위해 나는 기억의 파편을 기록한다. 지나간 그 자리에 있던 기억은 오래도록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 정은철

신나군_나의 살던 고향은_혼합재료_30×30cm_2021
신나군_억울 눈물_혼합재료_53×45.5cm_2021
신나군_20090120_혼합재료_30×30cm_2021
신나군_0에 관하여_혼합재료_194×130.3cm_2021

O에 관하여 ● 모든 생명력이 줄어들어 죽음에 가까워질 때 / 0은 나를 찾아오지 / 마음은 땅 위에 두고 몸은 지하에 묻은 채 / 0속에 들어간 나 / 기억은 연기가 되어 공중으로 날아가고 / 몸은 어둠 속에서 서서히 분해되지 / 살아 있으면서 0이 되는 꿈을 꾸고 있지 / 언제나 느껴지는, 흔들리는 존재와 홀로라는 수 / 하나에서 하나를 빼기 위해 / 나라는 욕망 내려놓고 / 꿈틀거리는 기억 뽑아놓고 /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을 때까지 / 0속으로 들어가지 / 처음엔 불안하고 두려워 어쩔 줄 모르지만 / 그것마저 놓아버릴 때 / 무한하고 영원하며 모든 것과 통하는, / 비로소 본래의 0이 드러난다지 (신명옥 시집 『해저 스크린』中 ) ■ 신명옥

신나군_내손동 밀림상가
신나군_내손동 밀림상가

개발이란 이름 아래 정든 마을이 사라지는 날들. 되돌리거나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안타까워, 기억 속의 공간을 다시 돌아보며. ■ 신나군

가난한 작가의 쓸쓸한 욕망 ● 버스에서 내린 곳은 이층집과 다세대 주택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동네였다. 좁은 골목이 여러 갈래로 뻗어 있고, 길모퉁이에는 큰 슈퍼마켓이 있었다. 토요일 한낮이니 어디로 놀러 가지도 못한 아이들이 따분한 얼굴로 슈퍼마켓이라도 들락거릴 만한데, 웬일로 아이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길옆에 붙어 있는 벽돌집 계단에는 깨진 스티로폼에 심어놓은 나무가 고드러져 꺾여 있고, 그 집과 마주하고 있는 집 현관 유리문은 깨진 채 활짝 열려 있었다. 재개발로 곧 사라질 동네였다. 동네 사람들은 다 떠나버렸고, 남은 이들도 머지않아 떠나야만 하는 곳. 과거에는 학원과 음식점이 있어 부산했을 상가 건물은 깨지고 비틀어지고 더럽혀진 채 버려진 무엇 같았다. 버려진 것들은 대개 쓸쓸하면서도 흉물스럽다. 2층 비어 있는 태권도 학원 유리문에 둘둘 감겨 있는 쇠사슬과 자물쇠마저 섬뜩한 그 건물 4층에 그림을 그리는 그가 있었다. 그의 작업실에는 오래된 건물처럼 묵직한 그림들이 등을 붙이고 빼곡하게 서 있었다. 곧 전시회를 연다는 작가는 물감이 튀어 있는 방에서 작은 선풍기를 틀어놓고 여름을 난 모양이었다. 전라도에서 구한 흙을 20t이나 갈아 썼다는 그의 그림은 그가 형상화한 세상이었다. 그 특별한 세상 앞에서 내년 봄에는 이곳을 떠나야 하는데, 주중에 서너 곳을 다니며 아이들을 가르쳐 얻은 수입이 적어 대출받기가 수월했다는 흔한 얘기를 들었다. 없이 살아도 욕심내고 싶지 않다는, 자신의 색깔을 갖고 싶다는 그는 그래도 잘됐으면 좋겠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작가들이란 세상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리라 하면서 세상이 봐줬으면 하는 욕망을 감춘다. 예술은 '순수'해야 하며, 욕망은 순수하지 않다는 믿음이 아직 존재하는 세상이라. 그와 두런두런 얘기하는 동안 해가 기울어 조용한 동네를 나와 텅 빈 버스를 탔다. 버스는 이내 재개발이 끝나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고층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다. 고층 아파트는 높아지고 싶고, 남들과 같아지고 싶은 도시의 욕망이다. 고층 아파트가 자꾸 들어서는 건 싫지만, 가난한 작가의 욕망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나의 욕망은 무엇인가. (경향신문 사설 『그곳에서 사람을 만나다』) ■ 김해원

Vol.20211016c | 내손∙기억∙기록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