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 새로이 일주하다 Shark, Bite the New World

강애란_김해민_강홍구_양아치_리덕수展   2021_1019 ▶ 2022_0227 / 월,공휴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흥국생명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입장마감_05:40pm / 월,공휴일 휴관

세화미술관 SEHWA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68 흥국생명빌딩 3층 제1,2전시실 Tel. +82.(0)2.2002.7787 www.sehwamuseum.org

본 전시는 2001년 일주아트하우스에서 열렸던 『상어, 비행기를 물다』 전시에서 기인하였다. 일주아트하우스는 태광그룹 일주학술문화재단의 후원으로 2000년부터 약 5년간 흥국생명빌딩 내에서 운영되었던 미디어아트 전용 공간이었다. 초창기 국내 미디어아트의 토대를 닦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이 곳에서 유비호, 김세진, 양아치 등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중진 작가들의 초창기 개인전이 열렸고, 의미 있는 주제 전도 자주 개최되었다. 『상어, 비행기를 물다』 전은 2001년, 일주아트하우스 1주년 개관을 기념하는 전시였다. '색다른 일상, 진부한 일탈'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던 이 전시는 일탈을 배태하는 일상의 다층적 의미를 예술 콘텐츠를 통해 살펴보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일주아트하우스의 주 전시 공간이었던 미디어갤러리 외 빌딩 로비, 지하층 등을 활용한 작품 전시뿐 아니라, 영화제, 시사회, 스튜디오 워크숍, 철학 강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기록이 남아있다. 전시의 면면을 돌이켜 보자면 뉴미디어, 뉴테크놀로지 실험에 다소 치중하던 당대 미디어 아트의 형식 미학을 선보이는 전시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이미 동시대 사람들 곁으로 다가온 미디어 매체를 친숙하게 활용한 작품들을 선보임으로써 보다 쉬운 예술 경험을 통해 일상이 가진 가치를 돌아보고, 더불어 미디어가 일상화될 오늘의 모습을 예견할 수 있었던 전시로 보인다. ● 2021년 판데믹 시대의 새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오늘, 세화미술관에서 꼭 20년 전인 '상어' 전의 기획을 재구성하고자 한다. 당시 전시 제목에서 사용된 '상어'는 자연을 대표하는 존재, 혹은 길들여지지 않는 존재를 상징했다. 통제불능 자연물인 '상어' 가 중앙통제되는 인공물을 대표하는 '비행기'를 '물다'라는 명제는 사실상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상상의 사건이다. 이는 예술을 통한 일탈의 행위를 뜻하기도 하며, 역으로 이 일탈 행위가 실상 현실의 일상을 기반으로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일상의 일탈'이라는 명제를 각각 인공물과 자연물로 대치하여 표현한 제목인 셈이다. 이번 전시 제목에 '상어'를 다시 사용한 것은 단어 자체로 지난 전시와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함이며 또한 이 전시를 통해 자유롭게 유영하고 일탈을 꿈꾸던 지난날의 상어가 오늘의 무너진 일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제안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오늘의 '상어'는 작가가 될 수도, 작품을 관람하는 관람객이 될 수도, 판데믹 이전의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하는 어떤 존재라도 될 수 있다. ● 본 전시를 위해 20년 전 이 장소에서 열린 전시에서 일상성을 이야기하던 강애란, 강홍구, 김해민, 양아치 등 작가가 다시 같은 자리에 섰다. 그리고 멋진신세계에서 흘러 들어온 한 명의 작가도 전시에 참여한다. 막 활동을 시작한 젊은 아티스트들이 드나들던 일주아트하우스 대신 미술관이라는 제도권 공간이 생겼고, 작가들의 작품은 지나온 세월만큼 깊어졌거나 혹은 또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여 나아가는 중이기도 하다. 밀레니엄 초입에 상상했던 유토피아의 기대와 디스토피아의 우려가 거의 현실화된 오늘, 일탈을 배태하던 일상은 오히려 그리워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뉴노멀의 변화상은 판데믹으로 가속화되었지만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당대의 신문물인 뉴미디어 매체를 적극 받아들여 탐구하던 작가들은 여전히 누구보다 기민하게 현 상황을 주시하고 이를 직면하는, 혹은 타계하는, 혹은 대안을 제시하는 방법을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풀어내었다. ● 활동에 제약을 둘 수밖에 없는 판데믹 시대에 살며 신체의 한계를 절감하는 오늘, 비틀어진 일상 속에서 몸을 바로 세우기 위해 이 다섯 작가의 눈을 빌리고자 한다. 이들의 각각 뚜렷하고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감상하는 행위를 통해 현실의 왜곡된 거리들을 다시 조정하고, 새 일상을 일주(一周) 하는 각자의 방법들을 찾아갈 수 있길 바라본다. ■ 세화미술관

관장 인사말 ● 세화미술관은 2021년 10월 19일부터 2022년 2월 27일까지 중진작가 5인 기획전 『상어, 새로이 일주하다』 전시를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19년 가을에 열었던 '세화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를 잇는 기획으로, 2000년대 초반 흥국생명빌딩 1층에서 재단의 후원으로 운영하던 일주아트하우스를 기억하는 두 번째 전시입니다. ● 올 해는 태광그룹 창업주 故 일주(一洲) 회장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고인은 소년 시절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인재이며, 배움 만한 재산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여 기업을 일으킨 후 인재를 발굴하고 후원하는 일주학술문화재단을 설립하였습니다. 설립 이후 재단은 장학사업, 학술지원 사업에 힘쓸 뿐 아니라 일주아트하우스 후원과 같은 문화예술 지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기업 재단이 당대 예술계에서도 생소하던 뉴미디어 아트 전용공간을 앞장서서 후원했다는 점은 특기할만한 사례입니다. 그만큼 문화예술에 대한 깊은 관심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일 것입니다. 이러한 기조에 힘입어 일주아트하우스가 운영되던 약 5년간 일어났던 다양한 예술 활동은 오늘날 국내 미디어아트의 계보를 작성할 때 필수로 언급될 만큼 좋은 선례를 남겼습니다. 이러한 일주아트하우스를 꾸준히 기억하고 끊어진 활동을 잇는 작업은 미술관으로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 이번 『상어, 새로이 일주하다』전은 2001년 일주아트하우스 개관 1주년을 기념하며 개최되었던 『상어, 비행기를 물다』전의 주제와 참여 작가를 다시 불러온 기획입니다. 당시 전시 주제는 일탈을 배태하는 일상성에 관한 것이었고, 당대 미디어 분야 젊은 작가들이 대거 참여하여 전용 갤러리 공간뿐 아니라 흥국생명빌딩 전체를 예술로 물들였습니다. 빌딩에서 일하고, 오고 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예술을 통한 잠시의 일탈을 선사하였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다루는 일상은 예전의 그것과는 사뭇 다를 것입니다. 예기치 않은 판데믹으로 모두의 일상이 무너지거나 비틀려 버렸습니다. 하지만 계속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20년 세월이 지나는 동안 작품 활동에 매진한 다섯 명의 작가가 다시 참여합니다. 이들의 작품에 끝없이 깊은 망망대해에서 힘차게 헤엄치며 살아가는 상어의 기세가 발현되어 판데믹 시대에 방황하는 여러분의 일상에 길잡이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또한 무엇보다 인재 양성에 큰 뜻을 품었던 일주의 의미를 한 번 더 기리며, 세화미술관이 지속적으로 그 뜻을 이어갈 수 있길 바랍니다. ● 끝으로 이번 전시 개최를 위해 작품을 제작하고 설치하기 위해 애쓴 다섯 분의 작가와 좋은 전시를 만들기 위해 늘 지원을 아끼지 않는 태광그룹 및 재단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드립니다. ■ 서혜옥

강애란_숙고의 서재 Room for Reflection_혼합재료_가변설치_2020 강애란_A Room of One's Own_패널에 아크릴채색, LED_52×97cm_2020 강애란_The Uprising of Book_Sexual Politics_ 셰이프드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LED_130×77×3.5cm_2020
강애란_숙고의 서재 Room for Reflection_프린트, 테이블, LED 조명으로 만든 큰 책들, 플라스틱 상자_가변설치_2020
강애란_숙고의 서재 Room for Reflection_혼합재료_가변설치_2020_부분 강애란_A Room of One's Own_패널에 아크릴채색, LED_52×97cm_2020 강애란_The Uprising of Book_Sexual Politics_ 셰이프드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LED_130×77×3.5cm_2020
강애란_숙고의 서재 Room for Reflection_혼합재료_가변설치_2020_부분

강애란 작가는 2000년대 초부터 인류 역사에서 지식의 보고로서 책이 갖는 중요한 상징성을 시대 변화에 걸맞게 해석하는 '디지털 북 프로젝트'를 이어왔다. 작가가 제작하는 책은 몰드로 제작된 투명 재료로, 내부에 조명을 삽입하여 빛난다. 종이 책의 물성에서 벗어난 책 오브제는 새롭게 도래한 전자시대를 표상한다. 작가는 조명 책 오브제를 서점이나 도서관을 재현한 이미지와 함께 설치하여 '가상의 책방'을 구축하는데 이는 시각에만 국한되어 있던 지식의 인지 과정을 공감각적으로 확장시키는 과정이다. ● 2006년경부터 책 프로젝트는 인터랙티브 프로젝트로 진화한다. 관람객이 조명 책을 만지면 책의 텍스트가 벽면에 투사되는 방식으로, 이는 공감각적 인지 방법에 촉각을 더한 작업이다. 2009년에 선보인 「숭고 The Sublime」에는 보다 본격적인 인터랙티브 과정이 추가되는데, 관람객이 책을 가지고 도서관 공간으로 들어서면 센서가 작동하여 영상과 책을 낭독하는 사운드가 함께 재생되도록 한 것이다. 책에 내재된 지식을 극적으로 체현하는 숭고한 경험을 통해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가진 단조로운 물리적 특성에 확장된 감각의 결이 추가된다. 책에 담긴 지식의 비물질성이 그의 작품을 통해 시각화되고 이로써 책에 내포된 메시지가 유연해져 보다 풍성하고 자유로운 상호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게 되었다. ● 작가가 그간 다루어왔던 책이 주로 서양의 문화, 문학, 미술사를 주제로 한 것이었다면, 2015년경부터 그는 한국 출신의 여성 작가로서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된 주제의식을 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일련의 설치 작업 또한 여성주의 책을 다룬다. 흑백의 책방 이미지가 전사된 공간 위로 조선시대의 여성 시인, 근대의 신여성들을 재조명하는 책, 그 외 여러 여성주의 책 오브제들이 진열되고, 인터랙티브 영상을 비롯, 책 형태를 그대로 딴 캔버스 회화 작품까지 망라되어 작가의 「숙고의 서재 Room for Reflection」를 구성한다. 그의 이번 인터랙티브 작품은 도나 헤러웨이(Donna J. Haraway)의 「사이보그 선언문」 텍스트가 담긴 책이다. 책 표지를 만지면 시몬 드 보부아르, 버지니아 울프, 케이트 밀레트 등 여성주의 작가, 사회 운동가가 쓴 문장들이 공간에 투사된다. ● 강애란 작가가 처음 책 오브제 작업을 시작한 것은 지식의 원천인 책에 대한 경외의 마음에서였다. 인류의 역사만큼 지식도 쌓여왔고 한 때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던 책은 이제 평등한 지식이 되었다. 하지만 쌓여온 책만큼 성숙한 사회에 도달했을까. 산적한 문제와 갈등은 여전히 일상을 어지럽힌다. 판데믹은 인류사에 다시 없을 재앙이지만 어쩌면 우리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 숙고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작가가 여성주의 책을 통해 보다 논쟁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유도 모두에게 문제에 직면할 것과 숙고의 시간을 가질 것을 제안하기 위해서이다. 그가 빛을 밝히는 책을 통해 침잠해 있던 지식과 문제의식이 살아나고, 더 많은 이야기들이 발화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김해민_연평도 조기잡이 배는 떠났나요? Has the Jogi fishing boat in Yeonpyeong island left?_단채널 영상_00:10:34_2020
김해민_신춘향 Shin Chunhyang_3채널 영상_00:29:23_2017
김해민_RGB 칵테일-용해되지않는 캡슐 RGB Cocktail- Nonsoluble Capsules_미디어 설치_가변크기_2017
김해민_빨강 그림자 파랑 그림자-대면 비대면 Red Shadow Blue Shadow-Contact and Contactless_미디어 설치_가변크기_2021

김해민은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계보를 잇는 한국 미디어아트 1) 1세대 작가이다. 국내에 미디어아트라는 용어조차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던 1980년대, 지인을 통해 개인용 캠코더 카메라를 처음 접한 작가는 움직이는 영상 촬영이 가능한 비디오 매체에 매료되어 작품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은 일종의 미디어 퍼포먼스였다. 1987년 『제 1회 대전 트리엔날레』, 1988년 『한국 행위예술제』 등에서 선보인 「이미지 섹션」 시리즈가 김해민이 미디어 매체를 어떻게 인식하고 다루기 시작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는 현장 퍼포먼스와 기존에 촬영한 왜곡된 영상을 접목한 미디어 퍼포먼스로, 작가는 현장에서 실제 무대와 TV 화면을 통해 퍼포먼스 라이브 실황을 동시에 감상하던 관객에게 갑자기 왜곡된 영상을 송출하여 현실 감각을 무력화시켰다. 이러한 방식으로 미디어 매체를 활용하여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갑작스레 흩뜨리는 그의 작품 경향은 이후로도 주축을 이루며 지속되어 오고 있다. ● 이번 전시에서 그는 일주아트하우스에서 선보였던 「R.G.B 칵테일」의 후속작 「RGB 칵테일-용해되지 않는 캡슐」과 출구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판데믹의 일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연평도 조기잡이 배는 떠났나요?」, 영화감독 신상옥이 남한과 북한에서 만든 두 편의 춘향전을 엮어 제작한 「신춘향」, 그리고 영상과 센서, 조명을 활용하여 현실 감각에 이질감을 불러일으키도록 제작한 「빨강 그림자 파랑 그림자-대면비대면」 까지 총 네 점의 미디어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그가 약 35년간 작품 활동을 하며 제작한 수많은 작품 중 단 네 점의 작품만 선정했다. 본 전시의 출발점이 20년 전의 '일주아트하우스'이고, 전시 주제가 '일상성'이므로 그와 맥락이 닿아있는 작품을 고른 것이다. 각기 개성이 뚜렷한 작품이지만 작가가 미디어아티스트로서 매체를 바라보는 관점은 상통한다. ● '전원을 켜면 존재하고 전원을 끄면 사라진다' 는 것이 작가가 미디어 매체를 바라보는 기조이다. 이 말에 따르면 전기에너지의 존재 유무가 곧 미디어아트의 존재 유무가 된다. 따라서 미디어아트를 통해 생산되는 이미지는 한시적이고 유한한 속성을 가진다. 비평가 류병학은 김해민 작가를 '미디어-무당'으로 평가하는데, 마치 무당이 접신하여 죽은 자와 산 자의 중개자 역할을 담당하는 것처럼 김해민이 미디어 매체를 해석하고 다루는 방식도 그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작가는 미디어-무당이 되어 가상의 영상 이미지를 현실 세계에 전이시키는 방식에 관심이 있다. TV 화면을 켜면 촬영된 이미지가 전파의 흐름을 타고 송출된다. 영매가 된 미디어 매체는 몇 가지 트릭이 사용된 가상의 영상을 통해 현실세계에 균열을 만들어내고 그 흐려진 경계 사이로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전기 장치를 제거하면 곧 사라져버리는 세계이지만 어느새 우리는 전기를 찾아다니며 일상처럼 가상세계를 붙들고 앉아 있게 되었다. 어쩌면 작가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가상의 것이 실재의 위상을 획득하게 된 오늘의 일상이다. 김해민의 작품을 통해 인간의 시각과 미디어 매체, 가상과 현실, 차이와 실재에 대해 온몸으로 깨닫고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란다.

강홍구_녹색연구-서울-공터-창신동 4 Study of Green, Seoul Vacant Lot, Changsin-dong 4_사진 프린트에 아크릴채색_200×560cm_2019 강홍구_녹색연구-서울-공터-선유도 Study of Green, Seoul Vacant Lot, Sunyudo_사진 프린트에 아크릴채색_100×240cm_2019
강홍구_Building 1,2,3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100×40cm×3_2001(2021) 강홍구_은평 뉴타운 연대기 Chronology on Eunpyeong New Town_단채널 영상_00:32:14_2015 강홍구_녹색연구-서울-공터-창신동 3 Study of Green, Seoul Vacant Lot, Changsin-dong 3_사진 프린트에 아크릴채색_100×220cm_2019
강홍구_녹색연구-서울-공터-선유도 Study of Green, Seoul Vacant Lot, Sunyudo_사진 프린트에 아크릴채색_100×240cm_2019
상어, 새로이 일주하다展_세화미술관_2021

강홍구 작가는 전남 신안에서 태어나 목포교육대학교를 졸업한 후 6년간 섬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였다. 그러던 중 화가를 꿈꾸며 홍익대학교에 입학하여 회화 전공으로 대학원 과정까지 마친 후 현재까지 작가로 활동 중이다. 첫 개인전에서 회화 작업을 선보였으나 이후 광고나 영화 스틸 이미지를 활용한 합성 사진 작업에 돌입하였다. 미술 작품을 둘러싼 위계질서와 이론이 작품의 진짜 가치를 오히려 반감시킨다는 생각을 가졌던 그가 기존 미술 체계에 대한 저항으로 대중매체에서 빌어온 이미지를 가지고 엉뚱한 사진을 만든 것이다. 이후 작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삐딱한 시선을 견지한 채 주로 사진을 매체로 하여 일상에서 마주한 기묘한 풍경들을 포착하고 자신의 시각을 덧입히는 작업들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는 2001년 일주아트하우스에서 전시했던 「빌딩」 시리즈 작품을 옛 자료 더미 속에서 다시 찾아냈다. 당시 그는 일상성을 담아내기 위해 사무실로 가득한 흥국생명 빌딩 내부를 일종의 삶이 소멸해가는 장소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동물 형상의 싸구려 장난감 오브제를 활용해 빌딩 내부 공간에 연출하였는데, 실물크기로 확대되어 이미지에 합성된 장난감은 조악한 디테일이 그대로 드러나 이질감을 더한다. 공룡처럼 큰 꿈을 안고 멋진 빌딩에 입성한 회사원들이 개처럼 열심히 일만 열심히 하다가 결국 빌딩 한구석에 쓰러진 양처럼 번아웃 된다는 서사가 담긴 작품이다. ● 옛 작업과 함께 현재 그가 마주하고 있는 서울의 일상 풍경을 담아낸 최근작 「서울-공터」 시리즈를 함께 선보인다. 작가는 송현동 부지, 낙산 아래 창신동, 선유도 등 현재 서울에 기묘하게 남아있는 공터와 그 위를 덮고 있는 녹색의 수풀과 꽃나무 풍경을 사진으로 포착했다. 그리고 디지털 프린트한 사진 위에 아크릴 채색을 하여 완성했다. 이미 포화상태인 것처럼 보이는 서울에 송현동 부지와 같은 넓은 공터가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더 이상한 지점은 그 공간이 공터로 남아있을 수 있었던 이유가 목표가 다른 개개의 욕망들이 서로 맞물리는 바람에 일종의 개발 지연이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서울에서 살아남은 공터들은 그렇게 욕망이 맞부딪힌 결과이기도, 혹은 욕망이 간신히 비껴간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는 동안 녹색의 수풀이 자연스레 공터를 덮었고 작가는 이 광경을 포착하여 작품으로 내보였다. ● 작품들은 전시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인왕산과 그 아래 도시 풍경과 함께 감상하도록 설치되었다. 현실과 재현의 두 화면 사이에서 우리는 일상처럼 지나치는 도시 풍경이 실상 누군가 부린 욕망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돈과 맞물린 욕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테고, 따라서 간신히 살아남은 서울의 공터들도 언제 개발되어 자취를 감추게 될지 모른다. 작가의 작품 속에 살아남았지만 실상 뉴타운 개발로 사라진, 은평구의 한 공터를 차지하고 있던 조팝나무들처럼 말이다.

양아치_이더리움 신체는 노동하지 않는데, 56.52%가 올랐습니다 Ethereum jumped up by 56.52% although its body does not labor_ 혼합재료_가변설치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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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 작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 네트워크, 디지털 기반 기술 등 급격히 발전하는 사회 변화상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새 기술의 가능성과 방향성을 모색하는 다양한 조형 실험을 이어왔다. 일주아트하우스 전시 당시에는 웹 페이지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며 '넷아트' 작가로 분류되기도 했다. 그는 '상어' 전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2002년 『양아치 조합(Yangachi Guild)』이라는 제목의 개인전을 열었는데, 이는 당대에 확산되던 인터넷 쇼핑 시스템을 통해 한국의 정치, 사회 풍경을 비유하고 풍자하는 작업이었다. 작가의 작품세계가 워낙 방대하고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어 쉽게 정의하기 어렵지만, 대부분 그의 관심사는 새로운 기술 그 자체에 있기보다는 기술 변화에 따라 세계와 사회가 작동하는 원리, 상호 간의 네트워크 체계, 변화하는 세계와 낡은 세계 사이의 균형감각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예술가로서 우리에게 세계를 읽는 또 다른 시각을 제안하는 것이다. ●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판데믹으로 급격히 도래한 새 시대, (새로운)'사물(thing)' 2) 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물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오랜 시간 구상해왔다는 작가는 본 전시를 통해 이야기의 서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늘의 일상에 존재하는 (기존의)사물(objet)들이 여전히 권력을 가지고 있는 중앙 자본에 의해 돌아가는 시스템에 속하는 것이라면, 작가가 생각하는 사물(thing)은 가상 화폐와 같은 탈 중앙화된 자본으로 생성되고 유통되는 것이다. 문자 그대로 가상현실처럼 느껴지던 가상 화폐 시장은 이미 우리 곁으로 깊숙이 다가왔고, 단단히 구축되어 있던 기존 세계의 균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권력구조가 이동하며 계속해서 차이가 발생하는 오늘, 가상 화폐로 대표되는 탈 중앙화된 시스템은 과연 미래사회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일까? ● 이번 전시에 작가는 「이더리움 신체는 노동하지 않는데 56.52%가 올랐습니다」라는 제목의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주어진 아티스트 피로 가상 화폐의 한 종류인 이더리움 채굴기를 구입하고, 프로그램을 구축하여 전시장 내에서 실시간으로 작동시킨다. 관람객은 모니터를 통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채굴기는 새 시대를 상징하는 사물이자 조각이며 동시에 빠르게 변화하는 일상의 지점들을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는 곧 중앙 화폐의 지원으로 탈 중앙화된 가치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고 작가의 노동을 통해 노동하지 않고도 가치가 발생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탈 중앙화된 시스템으로 일상을 전복시키려는 것은 아니다. 가상 화폐가 새 시대의 대안이라고 제안하는 것 또한 아니다. 이는 다만 빠르게 변해가는 불안정한 일상과 불확실한 미래 사이의 접점을 찾아보려는 어떤 시도이며 오늘의 일상을 상징하는 표상이다.

리덕수_작은 숲, 파놉티콘 서재 Forest, Panopticon Library_혼합재료_가변설치_2021
리덕수_작은 숲, 파놉티콘 서재 Forest, Panopticon Library_혼합재료_가변설치_2021_부분
리덕수_초상 Redux Portrait_아크릴 유리_101.6×76.2cm_2021 리덕수_선전화 Redux Propaganda_아크릴 유리_101.6×76.2cm×6_2021_부분
리덕수_나는 이렇게 쓰였다_리덕수 포스터북 I was written like this_Redux Posterbook_아트북_33×17cm, 가변크기_2021

리덕수 작가는 스스로 '냉전의 무대, 분단의 희생자, 실향 2세대'라고 부르는 작가이며 '멋진 신세계'로부터 흘러 들어왔다가 기억 속으로 되돌아간 존재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새로 발간된 그의 아티스트북 『리덕수포스터북-나는 이렇게 쓰였다』를 중심으로 '책 속으로 사라진' 그의 존재를 공간을 빌어 펼쳐 선보인다. 이 모든 설명이 생소하게 들린다 해도 어쩔 수 없다. 그의 존재 자체가 이번 전시를 기점으로 뿌리내리기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는 누구이며, 어떤 작업을 하는 작가이고, 이 전시에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었을까? ●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우선 흩어진 단서를 모아야 한다. 모든 단서는 전시공간에, 벽면의 포스터 작품에, 파놉티콘 형태의 원형 서재에, 서재 안의 모니터, 사전들과 포스터북, 테이블과 의자 등에 산재해있다. 그의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에 의미가 있으므로 해야 할 일이 많다. 우선 벽에 걸린 포스터를 살펴보자. 전형적인 북한 선전 포스터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작품들은 그러나 내용보다는 노란색, 핑크색 등 보드라운 색채가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말 그대로 예쁜 색채이다. 색채에 감탄하다 보면 점차 선전 문구와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양식은 선전 포스터의 전형을 따르고 있지만 사용된 문구와 인물들이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마치 남한의 팍팍한 현실을 풍자하는 듯하다. 북한에서 그림을 배웠으니 그 모양새를 따르지만 남한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모든 것이 경계 없이 뒤섞였다. 그의 포스터 작품은 마치 리덕수라는 이름을 듣고 움츠려 들었다가 Redux라는 영문 이름에 마음을 놓을 수밖에 없는, 분단의 현실을 망각한 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닮아있다. ● 그렇다면 이쯤에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의 정체성을 규정짓기 위해 단서들을 찾는 행위가 과연 의미 있는 것일까?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얼굴(캐릭터)을 가지고 있고, 그 얼굴 중 어느 것이 진짜 나라고 말하기 어려운 세계에 도달해 있는데, 역으로 타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려 들다가는 그와 나 사이에 크고 작은 상처를 남기게 될지 모른다. 리덕수는 존재 자체로 본향 없이 정체성의 바다를 떠돌 수밖에 없는 현실 세계의 방증이며, 이는 오늘의 현실과 일상을 망각한 채 하릴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우리의 무의식을 일깨운다. ● 여기서 다시 제안을 하고자 한다. 숙제를 하듯 전시물들을 힘겹게 파고들기보다는 마치 푸른 호수와 호수 사이, 샛노란 레몬비가 내리는 산책로를 산책하듯 리덕수의 작품 하나하나를 천천히 즐기는 것이 어떨까. 전시장을 다시 돌아보면 즐길 거리가 너무나 많다. 도시를 품은 인왕산이 멋지게 내다보이는 창문에는 레몬비가 내리듯 아름다운 시가 적혀 있고, 이 시를 오래도록 감상할 수 있는 멋진 벤치도 마련되어 있다. 이 공간에서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것이 정답이다. 무의식에 잠재된 경계의 담을 허물고 리덕수라는 존재가 흘러나온 멋진 신세계로 함께 떠나 보길 바란다. ■ 세화미술관

* 각주 1) 오늘날 미디어아트의 범위가 워낙 넓어져 간단히 정의 내리기 쉽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미디어아트라 하면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확산된 대중매체를 미술에 도입한 것으로 특히 TV, 비디오, 컴퓨터 등 새로 개발된 통신 매체와 이후의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미술을 아우른다. 사용하는 매체에 따라 비디오아트, 사운드아트, 디지털아트, 웹아트 등 세분화된 용어로 부르기도 하지만, 본 글과 전시에서는 세부 카테고리를 통칭하는 용어로 '미디어아트'를 사용하고자 한다. 2) 작가는 새로운 사물을 'thing' 이라고 지칭했으며 '새로운' 이라는 수식어는 기존의 사물(objet)과 구분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발문 ● 거대한 경계에서 가로막힌 마음은 / 지금, 여기에서 벗어나 저곳에 다다를 수 없기에 / 이야기하는 허망한 진술문 // 늘 미끄러져야만 하는 오늘날의 세계 / 냉전과 분단의 트라우마, / 금단의 서재에서 낯선 언어에 꿈쩍 않는 나이가 되어 / 몸이 익힌 만큼만 배려하며 살아가는, / 어쩌면 삶보다 더 커버린 겨울잠에서 나는 깨어남으로 / 경계에서 사라진 길을 찾아 타자에 도달하려 한다 / 그 정상에 오르게 될 때 쓰일 마침표의 샌딩 작업을 위해, / 이념과 일상에서 발생하는 복합적인 접면을 중재하는 전령으로 나아간다 / 다시 만나면 그 사람에게 주고 싶은 마음, 그 꿈을 산다 /

남과 북의 희비극 ● 리덕수는 냉전의 무대, 분단의 희생자, 실향 2세대로 남북한의 공존을 상상하며 활동 중이다. 여기에서 활용된 북한 출판 미술(포스터)은 분단 이후 북한의 경제, 문화,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이다 너무도 가까이 있지만 자유롭게 왕래할 수 없는 슬픈 현실이기에 간접적으로나마 그들의 삶의 일부를 미루어 짐작하거나 가늠하여 살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리덕수는 마치 냉전박물관에 잠들어 박제된 '(정체를) 알 수 없는 새의 알'처럼 북한의 출판 미술에 접근하여 '이상한', '과장된', '어쩌면 익숙했던'과 같은 언어적 장치를 덧붙여 전시장에 재구성하였다. 우리의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경계와 같은 '알의 껍질'을 깨고 관객의 상상이라는 '날개'를 달고 더이상 바닥에서 미끄러질 일 없는 경계너머 '멋진 신세계'로 날아가기를 기원하며... ■ 리덕수

무대 설계 / 리덕수 리덕수 포스터북 설계 / 안지미 서문 설계 / 장은수 필로우북 설계 / 고영범 미지북 설계 / 서윤후 비평 설계 / 정연심 지문전달자 / 한승주 지오훈 이소영 Ai31203

Vol.20211019c | 상어, 새로이 일주하다 Shark, Bite the New World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