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안의 리얼리즘

노태웅展 / RHOTAEWOONG / 魯泰雄 / painting   2021_1020 ▶ 2021_1226 / 월요일 휴관

노태웅_제주의 봄_캔버스에 유채_227.3×145.5cm_2021 노태웅_제주의 겨울_캔버스에 유채_227.3×145.5cm_2021 노태웅_station_캔버스에 유채_227.3×145.5cm×3_2021 노태웅_감천마을_캔버스에 유채_181.8×227.3cm_2015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21 기억공작소

관람시간 / 10:00am~01:00pm / 02:00pm~05:00pm / 월요일 휴관 홈페이지 사전예약 후 관람 ▶ 사전예약 문화소외계층의 단체관람프로그램은 사전 문의 바랍니다.

봉산문화회관 BONGSAN CULTURAL CENTER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길 77 2층 4전시실 Tel. +82.(0)53.661.3500 www.bongsanart.org

2021 기억공작소Ⅳ 노태웅展 ● 『기억공작소記憶工作所 A spot of recollections』는 예술을 통하여 무수한 '생'의 사건이 축적된 현재, 이곳의 가치를 기억하고 공작하려는 실천의 자리이며, 상상과 그 재생을 통하여 예술의 미래 정서를 주목하려는 미술가의 시도이다. 예술이 한 인간의 삶과 동화되어 생명의 생생한 가치를 노래하는 것이라면, 예술은 또한 그 기억의 보고寶庫이며, 지속적으로 그 기억을 새롭게 공작하는 실천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들로 인하여 예술은 자신이 탄생한 환경의 오래된 가치를 근원적으로 기억하게 되고 그 재생과 공작의 실천을 통하여 환경으로서 다시 기억하게 한다. 예술은 생의 사건을 가치 있게 살아 내려는 기억공작소이다.

노태웅_제주의 봄_캔버스에 유채_227.3×145.5cm_2021 노태웅_제주의 겨울_캔버스에 유채_227.3×145.5cm_2021

무엇 때문일까? 노태웅 작가의 작품을 대면하는 이마다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고 말들을 한다. 순간의 기록으로 나타낸 풍경이지만 관람자에게는 멈춰진 시간에서 과거의 따뜻하고 아련한 기억을 소환하며 장소적 관계성을 활성화시킴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유도하는 것이다. 다만 작품 소재에서 드러나는 기억과 장소성의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지식과 철학으로 일관되는 현대미술의 관념들 같은 복잡한 수식어를 제거하고 관람객들이 마음 그대로 받아들 수 있게 진심을 담은 작품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노태웅_station_캔버스에 유채_227.3×145.5cm×3_2021
노태웅_감천마을_캔버스에 유채_181.8×227.3cm_2015
노태웅_역_캔버스에 유채_130×290.9cm_2021 노태웅_하루_캔버스에 유채_80.3×130.3cm_2021

바라봄의 미학 ● 현실 세계에 존재하고 눈에 보이는 사물을 객관적이며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형식의 구상미술은 추상미술과 대립하는 개념이지만 자연주의와 같이 대상을 그대로 묘사하는 형식과 사회주의적 리얼리즘, 초현실주의 같은 기타 전위적인 예술운동과도 결을 다르게 가져가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노태웅 작가의 구상작업은 일반적 재현의 틀에 머물지 않고 생략과 함축을 통해 조형적으로 재구성하는 독특한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그래서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가 작품을 대하는 자세와 재료의 기법, 그리고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인지하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작가는 작품을 대면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개성과 책임감'이라고 한다. "작가는 자기만의 개성을 나타내는 표현기법인 '매너(Maniera)'가 필수적으로 존재해야 하며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함으로 '매너리즘(Mannerism)'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노력의 부산물인 작품에 대해서는 무한한 책임감을 가져야 좋은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회사원이 출퇴근하듯 꾸준한 작업을 이어가는 노태웅 작가의 성실성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자유분방한 삶을 통해 새로운 상상력이나 모티브를 찾는 예술가에게는 지루한 삶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노태웅 작가는 그만큼 자신에게 엄격하면서 작품에 대해 진심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초 고운 모래를 바탕재로 활용하며 작가가 원하는 부드럽고 따뜻한 형과 색채를 만들었지만, 근래에는 돌가루를 이용하여 캔버스에 고착시킴으로 보존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고 면과 면 사이가 더욱더 부드럽게 표현됨으로 화면에 차분함과 안정감을 배가시키고 있다. 그리고 무르익어가는 작가만의 진중한 사색과 포용적 감성이 재료가 주는 특성과 함께 작품에 배어 나옴으로 전문적인 미술적 지식에 상관없이 모든 이의 공감을 주는 작품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일상적이고 평이한 풍경들을 재현이나 표현에 함몰되지 않고, 사물을 꿰뚫는 작가만의 함축적 표현과 은유적 설정으로 변환시킴으로 가능케 한 것이다. 폴 고갱이 "나는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라고 말한 것처럼 작가는 참된 예술은 손끝의 기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나오는 것임을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노태웅_역_캔버스에 유채_130×290.9cm_1992

피안의 리얼리즘 ● 흔히들 '작품은 작가의 제2의 얼굴'이라고 말한다. 노태웅 작가가 말하는 작품에 대한 책임감은 다만 표면적 완성도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작가의 삶, 인문학적 사유, 고귀한 사상 등 모든 면이 작품에 녹아있기 때문에 거짓됨을 감추기 위한 말의 유희, 상투적이며 트렌드(trend)를 쫓는 시각적 효과가 아니라 작품을 대면하는 진정성과 자세를 말하는 것일 거다. 이런 작가의 작품에 대해 미술평론가 김윤수는 "도시 변두리 주민들의 삶의 현장을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며 그 세계를 어떤 감정의 개입이나 판단을 유보한 채 잔인하리만큼 객관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라고 말한다. 부차적 요소를 제거한 절제된 표현은 삶의 현장을 단순화된 본질적 형상으로 명료화시키며 객관적인 리얼리즘을 재현하고, 현실의 삶과 애환을 소복이 쌓인 눈으로 따뜻하게 감싸주듯 티끌도 없이 정화된 피안의 세계로 인도하며 작가의 긍정적인 시각과 인본주의적 사유를 진정성 있게 주관적으로 표현해 내고 있는 것이다. 모든 잡념과 번뇌를 제거한 채 침묵과 정적 그리고 시간도 멈춰버린 아무도 없는 역을 마주하게 되면 만남과 이별의 장소로 대변하는 장소이지만 그 누구에겐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희망의 장소임을 작가는 따뜻한 눈으로 말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두운 터널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번 작품이 위안과 희망이 될 수 있길 바라며... ■ 조동오

노태웅_station_캔버스에 유채_227.3×145.5cm×3_2021 노태웅_겨울바다_캔버스에 유채_45.5×53cm_2019 노태웅_봄_캔버스에 유채_45.5×53cm_2020

우리 주변의 일상적 풍경이 주는 정겨움과 고요함 속에 깃들어 있는 아늑함을 두툼한 질감의 무게 아래에 숨겨놓듯 기억의 잔상을 표현하고자 한다. 나에게 사실적 재현은 현실에 대한 직관적 시각으로 바라봄으로 더욱 구체화가 된다. 하지만 바라봄이란, 구조적 해석에 따라 비록 삶의 현장이 고달픔의 반영일지라도 그것마저도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는 포근함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 나는 믿는다. ● 코로나19로 인한 현실의 우울함도, 황혼을 바라보는 노인의 고독 속에도, 만남과 이별의 장소인 역이 지금 떠나지만 언젠가 돌아오는 약속의 장소이자 새로움의 출발점으로 마주 설 수 있는 것처럼, 난 나의 작업을 통해 지난한 현실의 굴레 속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 ■ 노태웅

Vol.20211019d | 노태웅展 / RHOTAEWOONG / 魯泰雄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