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be it's like that

양정욱展 / YANGJUNGUK / 梁廷旭 / installation   2021_1028 ▶ 2021_1218 / 일,월,공휴일 휴관

양정욱_가져가는 약도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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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욱 홈페이지_www.studiochicoo.com 인스타그램_@studiochicoo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월,공휴일 휴관 ▶ 전시관람 사전예약

OCI 미술관 OCI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45-14(수송동 46-15번지) Tel. +82.(0)2.734.0440 www.ocimuseum.org

Whatchamacallit 있잖아 그거"아니요, 살짝 더 치고요. 다소 가벼운 느낌이면 좋겠어요. 아시죠?" / "아~니요- 단정하면서 비스듬하게. 아니, 컬이 좀 자연~스럽게요" / "아뇨아뇨! 원? 장? 님? 그게 아니래도요?" ● "석~석~" 빈 가위 두어 번 괜히 쥐락펴락, 착잡한 얼굴로 입맛을 다신다. 감 잡은 척 끄덕끄덕, 어색한 미소를 찍어 바르며 억지로 손을 놀리는 원장과 손님의 실랑이에 미용실은 오늘도 떠들썩하다.

양정욱_가져갈 수 없는 약도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1
양정욱_가져갈 수 없는 약도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1_부분

설명할수록 설명이 더 고플 때가 있다. 대개 어렵고 복잡한 용건도 아니다. 그런데 말이 오갈수록 생각 틈새가 서로 점차 벌어져 견우직녀처럼 만날 줄을 모른다. 힐끗 살피니 고개를 갸우뚱, 안색만 봐도 머릿속에 무럭무럭 부푸는 물음표가 훤하다. 도통 감 못 잡고 허우적대는 상대를 붙들고 거듭 다그치다 '앎'과 '전달'은 다름에 통탄한다. '거시기', 'whatchamacallit(있잖아 그거)' 괜히 있는 말이 아니네 싶다. 약도 하나, 헤어스타일 하나에도 이리 야단법석인데, 깨달음이나 진리와 같은 좀 더 그럴싸한 종목은 오죽할까? 염화미소拈花微笑, 이심전심以心傳心은 절간의 '거시기'이다. 묵비권 사수하며 부처핸섬, 줄기차게 꽃만 흔들어대던 부처님은 "여차하면 나만 '설명충' 된다"라는 사실을 진작 깨달았던 것이다.

양정욱_일시적인 약도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1

글 쓰는 작가. 이야기가 중요한 작가. 생각하는 생각을 하는 작가. 작업이 전부가 아닌 작가. 사는 게 작업인 작가. 양정욱은 유형의 작업을 전시장에 내보이는 전형적 작가일 뿐만 아니라 생활 퍼포머이고 문필가이며, 또한 이들 활동을 조직하고 운용하며 장기 유지하는 경영자이기도 하다. 이 자영업자가 이번 개인전을 빌어 들려줄 삶 이야기는 전시 제목 『Maybe it's like that』 딱 그것이다. 손가락만 한 핏대를 세우며 으르렁 열변을 토하는 A양, 흥건하게 침을 튀기며 필사적으로 변명하는 B군. 이윽고 찰나의 휴전 속에 멀뚱멀뚱, 확신 없는 눈빛을 교환하며 무언의 재확인을 거듭하는 두 사람. '근데 내가 알아들은 게 맞나?' '아, 아마 그렇겠지?'

양정욱_'구름에서' 시리즈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1
양정욱_'구름에서' 시리즈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1

그가 여느 작가보다 살짝 도드라지는 부분이 있다면, 쏟아부은 재화(기술, 시간, 인력, 금전)에 비해 작업의 비중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음성 언어 구사의 전문가임에도, 글이든 말이든 음성 언어의 합승에 외려 너그럽다. 이야기 하나 통째로 전담 마크하려 작품 단독으로 무리하지도, 글과 말의 도움수비를 마다하지도 않는다. 100을 혼자 다 해내려다 병치레 말고, '작품 50, 글 30, 말과 행동 20'과 같이 십시일반 힘을 모은다. 글은 문자 언어로, 조각은 조형 언어로, 동작은 몸짓 언어로, 소리는 비음성 언어로 전방위 교차하며 전시장 허공을 채운다. 덕분에 은연중 트인 숨통, 조형적 자유는 새로운 시도에 한결 힘이 된다.

양정욱_'구름에서' (미술관)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1

좁고 길게 휜 목재가 그리는, 뻣뻣한 곡선과 다각형 / 끽끽! 얼기설기 엮인 몸을 서로 비비는 소리 / 나 이렇게 생겼어- 움직임이나 물리 구조를 강조하는 빛과 그림자 ● "양정욱?!" 하면 으레 떠올릴 기존의 조형 메커니즘이, 주어진 형태나 색상, 덩어리를 살리면서 변화를 줄 크고 작은 보조 요소들이 하나 둘 모이고 덧붙고 서로를 꿰뚫고 옭아매며 점차 한 덩어리로 진화하는 연방제의 형상이었다면,

양정욱_모르는 마을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1

살랑살랑 옴찔옴찔 파닥파닥 반짝반짝 말랑말랑 건들건들 / 묵직 듬직 큼직 믿음직, 성글게 뜯어낸 날고기 같은 덩어리 / 쪽지, 동물/인물 조각상, 피규어 등 지시성이 있는 형태나 오브제 / 이들의 계획적 대비 ● 이번 작업들은 들어갈 데 더 들어가고, 나올 데 더 나왔다. 오밀조밀 섬세하면서 두툼하다. 정육점에서 길게 켠 삼겹살 대신, 손 가는 대로 그려낸 만화 고기-앙상한 뼈에 살점이 유독 토실한-가 떠오른다. 혹은 생각 풍선을 선분으로 엮은 '마인드맵'과도 어딘가 닮았다. 외양은 더 단일하고, 설계는 더 치밀하며, 움직임은 더 긴밀하다. 한 마디로 '보다 계획적'이다.

양정욱_모르는 마을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1
양정욱_모르는 마을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1_부분

기술 발전과 처우 개선(?)이 누적 퇴적을 거듭해 이제, 조형을 좀 더 다스릴 자신이 생겼다. ● 우선 어지간한 덩어리들은 뱃속에 내장 대신 소형 모터-손바닥 안에 쏙 감출 만한-를 품었다. 물리적으로 도리 없이 불거지던 구동부가, 적어도 더 이상 작업의 시각적 면모를 주도하지 않는다. 이에 힘입어 전에 없던 앙증맞고 슬림한 모양새, 둥둥 떠 있고 찰싹 붙고 대롱대롱 매달린 형상을 선보인다. 또한 작은 반경은 빠르게 돌고 멈추기 좋다. 축을 잡아 주는 틀과 다양한 모터를 조합해 보다 복합적인 움직임을 달성한다. ● 아이패드, 모델링 앱, 3D 프린터는 이 작은 모터와 더불어 시너지를 발한다. '떠올리는 크기와 모양에 가장 가까운 것'을, 거기에 '모터까지 더부살이 가능한 평수'로 구하느라 늘 분주했으나, 이제 뜻대로 직접 빚는다. 조형 결정권에서 과반 이상 의석을 가져온 셈이다.

양정욱_일주일동안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1

기껏해야 작은 구슬이나 철사 정도였던 표면 기물들은 이제, 단서의 냄새를 잔뜩 풍기는 작고 다양한 구체적 사물로 확장한다. 덩어리 곳곳에 이미 인물이나 동물의 자태까지 엿보인다. 내러티브를 자급하고, 그러다 혹 작품의 흐름에 때아닌 잡음을 보탤지 모르는데 무슨 깡이냐고? 포용력이 생겼다. 입을 꾹 다문 형상들이, 머금던 이야기를 설령 멋대로 각색해 내뱉어도 개의치 않는다. 적어도 '생각이 온전히 전해지는 법이 없음'은 내보이니까. ● 이들을 배후 삼아, 좀 더 애매하고 미묘하고 간지럽고 어중간한 이야기로 작업 반경을 확장한다. 이전의 조형이 큼직한 상황 덩어리나 제법 선명한 처지를 다뤘다면, 이제 그 언저리에 낀 이야기의 안개를 건들기 시작한 것. 그의 말을 빌리자면, 한 손 가득 감싸 쥐고 찍어 휘갈기던 굵직한 '분필' 대신, 0.3mm 짜리 '하이테크-C'를 집었다. 자잘한 글자로 섬세한 이야기를 구석구석 써넣는다. 드넓은 분필의 행간을 쪼개고 파고들며 그 사이의 어중간한 이야기를 조형으로 집어 낸다. 반면 그만큼, 삐져나온 가닥, 불거진 마감은, 자칫하면 티 나고 까닥하면 들통나기 십상이다. 조형적 통제권을 쥔 대가를 치르는 셈이다.

양정욱_인상_혼합재료_1500×1000×1000cm_2021_부분

이 모든 진일보를 총동원한 '2021년형 설명'은 더 와닿을까? 몇 개의 나무토막이 가늘고 긴 검정 탄소 막대로, 거리를 두고 얼기설기 엮여 공중에 떠 있다. 곡선을 그리며 주변을 궤도처럼 겉도는 플라스틱 재질의 막대는 마치, 핵심을 꿰뚫지 못하고 이곳저곳 괜히 기웃대는-그럼에도 행여나 보탬이 될까 싶어 대범히 버리지도 못하는- 앙상한 힌트를 연상케 한다. 그림인지 글씨인지 무언가 휘갈긴, 급히 뜯어다 쓴 판지 조각이 사방에 달려 버둥거린다. "이만~큼, 그정~도, 저~기쯤" 영락없이 손짓 발짓 몸짓까지 다 끌어다 설명에 열중하는 모양새이다. 올곧지 못한 기둥, 비뚜름한 회전축, 직선인 듯 곡선인 듯 너울대는 실올. 둔각과 예각은 뒤섞이고, 무거운 가운데 가냘프게 움직인다. 거듭된 몸짓은 점차 내용을, 뒤섞인 소리는 차츰 간절함을 잃고 흐려져 어느새, 듣는 이의 눈과 귀에는 그저 메아리처럼 지분거린다. 이 느슨함, 애매함 그리고 엇갈림. 생각의 생김새란 Maybe it's like that, 아마 그럴 것 같다.

양정욱의 작업을 한 문장으로 무리하게 축약하면 '보편적 특별'에 시선을 주는 일이다. 작가 포함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 내는 것 중 하나는, 통할 듯 통하지 않는, 그래서 '인간인가? 반도체인가?'싶은, 서로 간의 인상 깊은 답답함이다. 이번 전시의 '보편적 특별'은 바로 그것이다. ● 이야기대로면 그와 관객 사이의 소통 막대도 끝없이 엇갈릴 운명이다. 십시일반 단서를 긁어다 밥공기 하나 성글게 채우는 수밖에 없다면, 수라상처럼 넉넉하고 빈틈없는 소통은 어차피 불가능하다면 말이다. 이제, 손끝도 보고 달도 보고 서로 두리번거리며 어렴풋이 그리고 충실히 맞춰 갈 일만 남았다. 이미 그렇게 살아와 모두 익숙한, 그 일 말이다. ■ 김영기

Vol.20211028j | 양정욱展 / YANGJUNGUK / 梁廷旭 / installation